부동산

전세가는 사용가치 매매가는 프리미엄가치

ngo2002 2018. 5. 3. 10:35

우리나라에는 독특한 주택 임대 문화가 있는데, 바로 전세 제도입니다. 외국에는 사용한 만큼 임대료를 내는 월세(rent) 제도가 일반적인데 비해 우리나라처럼 돈을 그대로 돌려받는 제도는 드물지요. 따라서 한국의 부동산 임대 시장을 이해하려면 전세 제도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사실 전세는 임대 제도라기보다는 대출, 정확히 말하면 일종의 전당(典當)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빚을 내는 방법에는 저당(抵當)과 전당이 있는데, 저당은 ‘근저당’과 같이 은행에 담보를 맡기고 빚을 내는 것이고, 전당은 ‘전당포’와 같이 개인 간에 담보를 맡기고 빚을 내는 것이라 보시면 됩니다. 전당은 은행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에서 널리 사용되는 대출 방식입니다. 아무래도 은행보다는 돈을 빌리기가 쉽기 때문이지요. 과거 우리나라에도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리는 전당포가 많았던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전세 역시 이러한 전당에 해당하는 것으로, 원래는 개인 간에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쓰고, 갚을 때까지 그 집을 사용하라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집주인 입장에서는 세입자에 대한 일종의 채무인 셈입니다. 오늘날에는 형태가 많이 변형되었지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집을 경매로 넘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당의 핵심개념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전세가는 집의 사용가치를 나타내는 척도 


예전에는 ‘전세=빚’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투자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순자산’의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월세를 받고 있다가 갑자기 목돈이 필요하게 되면 전세로 전환하여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우리는 집의 가치를 매매가로 평가하곤 했습니다만, 집의 진정한 가치는 전세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거주할 사람의 입장에서 이 정도 사용가치를 누리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돈을 낼 수 있다고 합의하는 금액이 바로 전세가이기 때문이지요. 


전세가를 현재 받을 수 있는 사용가치, 즉 현금가치라고 한다면, 매매가는 여기에 미래가치가 더해진 프리미엄 가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불경기에는 사용가치인 전세가가 많이 올라가고, 호경기에는 미래가치인 매매가가 많이 올라갑니다. 2015년 상반기에는 전세가가 올라가다 못해 전세대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시장이 불경기라는 반증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2015년 1월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전월세 시장에서 월세의 비중은 2011년 33%였지만, 몇 년간 지속적으로 올라 2014년 12월에는 40%까지 육박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이것은 아직까지도 전체 임대 시장의 60%가 전세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주택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매 시장과 전세(임대) 시장을 같이 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매매가는 출렁여도 전세가는 계속 오른다  


과거 추이를 살펴보면, 매매가는 경기 변동에 따라 출렁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전세가는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전국 아파트의 30년간 매매가‧전세가 상승차트 


▼ 서울시 아파트의 30년간 매매가‧전세가 상승차트 



1997년 말 IMF 사태가 터진 직후에는 전세가가 조정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년 후에는 원위치 되었지요. 저의 지인 중 한 분은 당시에 전세를 놓고 있었는데, IMF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전세 가격이 3,000만 원이 떨어졌습니다. 전세 시세가 2년 전에 놓았던 가격보다 더 낮아져서,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려면 3,000만 원을 내주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분은 어떻게 위기를 넘겼을까요? 뭔가 대단한 요령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저 세입자에게 1년만 더 살아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렸을 뿐입니다. 다행히 세입자는 그 부탁을 들어주었고, 1년 후 전세가는 원상회복을 넘어 더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이처럼 전세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거나, 떨어져도 금방 회복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전세가는 다소 조정되었지만, 다시 6개월 만에 회복되었지요. 요약하자면 전세가는 인플레이션, 즉 물가상승과 비례해서 꾸준히 올라갑니다. 반면 매매가는 경기변동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합니다.  



따라서 시장의 흐름을 읽어야 하는 투자가라면 매매가 못지않게 전세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매매가와 전세가 두 가지를 함께 살펴보면 부동산 시장의 큰 흐름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쓴이_ 안동건 부동산차트연구소 대표(http://blog.naver.com/wizardon43)

편집한이_ 돈 읽어주는 여자(http://blog.naver.com/recycle1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