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구로동에 있는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갖가지 실험도구들이 늘어서 있는 연구실 한 쪽에 30㎝ 길이의 유리병이 스탠드에 걸려 있다. 유리병 안에 든 투명한 액체 속에 동그란 알약 모양의 노란 효소 수백 개가 들어 있다. 이 유리병에 연결된 긴 관 끝으로 액체가 한 방울씩 떨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이 액체가 바로 `혈당을 낮춰주는 당`이다. CJ제일제당이 최근 개발에 성공한 이 물질은 혈당이 높은 사람들도 단 음식을 먹을수 있도록 해주는 신개념의 감미료다. 이동훈 CJ제일제당 신사업팀 부장은 "발효 기술 덕에 단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간다는 상식을 깰 수 있게 됐다"며 "조만간 칼로리를 없앤 식용유와 설탕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갖고 있던 음식에 대한 상식이 바뀌고 있다. 알면 알수록 신기한 `발효` 덕분이다. `혈당을 낮춰주는 당`이나 `살 찌지 않는 식용유`처럼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물질들이 발효 기술 덕분에 현실화되고 있다. 썩는 비닐도 발효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고추장, 된장, 야쿠르트, 치즈, 막걸리는 발효기술로 만들어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이오 연료나 바이오 의약품도 발효의 산물이다. 발효의 신기한 능력이 널리 알려지면서 발효 관련 제품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세계시장 규모는 730억달러. 2000년의 152억달러에 비하면 10년 만에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정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물자원센터장은 "세계 각국이 발효 관련 기술 확보 전쟁을 벌이는 등 발효산업이 미래 먹을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에겐 아직 갈 길이 멀다. 수출보다는 수입이 더 많다. 지난해 우리가 발효 관련 물질 수입에 쓴 돈은 6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우리는 발효와 관련해서만큼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김치,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 전통음식은 대부분 발효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발효기술의 핵심인 유용한 미생물을 찾는 데 우리가 남들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강표 CJ 발효건강연구소장은 "우리 전통식품인 메주에서 지금까지 발견한 미생물은 10%에 불과하며 나머지 90%는 연구조차 되지 않았다"며 "발효 분야 세계 최강국이 될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 <용어설명> 발효 = 미생물로 특정 물질을 분해하거나 변화시켜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막걸리, 와인은 물론 된장, 고추장 등 장류도 원료를 발효시켜 만든다. [김주영 기자 /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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