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부자열전-6] 한낱 뱃사공에서 ‘금속 화폐’의 아버지로…파란만장한 등통(邓通)의 삶
기사입력 2017-03-14 18:17:10 | 최종수정 2017-03-21 13:53:10
▲ 등통(邓通) / 사진출처 = 봉황망(凤凰网)
당시 한나라 실록을 기록한 중국의 여러 기록물들을 살펴보면, 한문제는 유달리 등통을 총애하고 신뢰했다고 전해진다. 사실 이러한 등통과 한문제의 특별한 관계의 시작은 바로 미신에 집착하는 한문제의 독특한 취향과 관련이 있다.
▲ 한문제(汉文帝) / 사진출처 = 봉황망(凤凰网)
꿈에서 깨어난 한문제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꿈이긴 하지만 그렇게 생생하게 승천한 꿈은 또 처음이었다. 그는 당장 침실에서 일어나 황궁 내 미앙궁(未央宫) 서쪽 연못으로 달려가 꿈에서 자신을 하늘로 밀어 올린 사람과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사람을 찾아 다녔다.
마침 연못 쪽에서 자신이 꿈에서 봤던 모습과 매우 흡사한 뱃사공이 노를 젓고 있는 모습을 봤다. 한문제는 당장 그를 불러 이름을 물으니 곧바로 차고있던 노란 허리띠를 고쳐 매며 “소인은 이쪽 연못에서 뱃사공 일을 하고있는 등통이라 하옵니다”라고 대답했다.
마침 등통이란 이름은 ‘위로 올라가는 길과 통한다’라는 ‘등통(登通)’의 음과 같았다. 그날 이후로 한문제는 황실 비서 직책을 등통에게 수여하고 항상 자신의 신변에 배치해 총애했다.
등통은 한문제를 극진히 모셨다. 외부 인사와도 사귀지 않았으며 휴가를 받더라도 외출하지 않고 황제 옆에 붙어있었다. 한문제는 종종 등통의 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황제의 총애를 받은 등통은 나중엔 황실 최고의 관직까지 오를 수 있었다.
한문제가 유달리 등통을 총애하는 데는 또 그만한 사연이 있다. 한문제는 평소 등창(등 부위에 염증과 고름이 생기는 병)을 앓았는데 어느 날 통증이 심해져 잠을 못 이루자 등통이 종기의 고름을 직접 입으로 빼내고 극진히 간호를 해줬다. 한문제는 그러면서도 전혀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잠들 때까지 상처부위에 부채질까지 해주는 등통에게 크게 감동했다.
▲ 한경제(汉景帝) / 사진출처 = 봉황망(凤凰网)
그 일을 계기로 한문제는 태자보다 등통을 더욱 아끼고 총애하게 됐다. 전후 사정을 나중에 알게 된 태자는 등통을 질투하고 미워하게 되었다. 본의 아니게 총신과 태자 간의 미묘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등통이 한나라 최고의 갑부로 유명세를 떨치게 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 하루는 한문제가 유명 관상가를 궁실에 불러 등통의 관상을 보게 했다. 그 관상가는 보자마자 “팔자가 아주 기구합니다. 말년에는 가난해서 굶어 죽을 상입니다”라고 했다. 관상가의 말을 들은 한문제는 크게 화를 내며 “그래, 짐이 등통을 부유하게 해주어 관상가의 예언을 무색하게 만들고 말리라”라고 호언장담했다.
▲ 한나라 등통전(邓通钱) / 사진출처 = 취리스(趣历史)
황실에서는 황제의 총애를 받고 대외적으로는 화폐의 대부로 명성을 떨쳤던 등통의 봄날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기원전 156년, 한문제가 세상을 떠나고 그의 태자 한경제(景帝)가 즉위했다. 평소 한문제의 총애를 독차지한 등통이 눈엣가시였던 한 경제는 그를 가만히 둘리 없었다.
직위 얼마 후, 한경제는 등통을 파면하고 과거 한문제가 하사했던 광산과 동광을 포함한 그의 모든 재산을 몰수했다. 심지어 ‘불법 화폐 제작’ 혐의를 입혀 거액의 벌금까지 물게 했다.
또한 평소 등통을 따르던 황실 내 신하들의 반발을 우려해 한나라 국경지역으로 귀향을 보내고 내∙외부적으로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차단시켰다.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등통은 한나라 국경 지역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결국 사천성(四川省) 아안(雅安)에서 굶어 죽었다. 관상가의 “가난해서 굶어 죽을 상입니다”라는 관상평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봉황망 중한교류 채널] 윤이현 기자 yoon@ife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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