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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성장절벽에 신뢰절벽까지…지금 행동 안하면 국가절벽

ngo2002 2017. 2. 6. 09:43

인구·성장절벽에 신뢰절벽까지…지금 행동 안하면 국가절벽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 "상류층이 신뢰 회복해 존경의 대상 돼야"

  • 노원명 기자
  • 입력 : 2017.02.05 17:38:58   수정 : 2017.02.06 09:36:21

리빌딩 코리아 / 국가절벽 돌파구 찾아라…특별인터뷰

■ 대담 = 손현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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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사회학자인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이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는 원인으로 시민사회 내 소통과 신뢰의 결여를 꼽았다. 우리 사회의 성장 에너지를 결집하기 위해서는 먼저 반칙과 특권의 시정, 이를 통한 보편적 규범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과거 개발독재 시절 우리나라가 '남미행 완행열차'에 타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때는 차관이 많아서 그랬다. 현재 한국은 복지비 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재정건전성이 문제다. 그래서 '남유럽행 급행열차' 얘기를 한다. 인구절벽에 재정절벽이 겹쳐지면 국가절벽으로 갈 수 있다.

―선진국 문턱에서 헤매고 있다.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은 넘었는데 30-50클럽이 못 되는 이유가 뭘까. 지금 선진국을 보면 우리에게 없는 것이 하나 있다. 사회적 자본이다. 구체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시민사회 내에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매우 중요한 무형 자산을 말한다. 소통과 신뢰가 그것이다. 제도는 빌려와도 문화는 못 빌려온다. 우리는 경제자본에 치중한 나머지 사회적 자본에 소홀했다. 그래서 불통·불신·불안·불만의 '4불 사회'가 됐다.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회의, 정당과 국회 무용론이 넘쳐난다. 갈등은 나쁜 게 아니다. 건설적으로 활용하면 변화의 에너지가 된다. 우리는 4불 장벽에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는 사회가 돼버렸다.

―사회적 자본은 어떻게 쌓나.

▷단시간에 되지 않는다. 서양은 이웃끼리 서로 돕는 자조의 전통이 있다. 교회나 시민단체 등 자발적 결사체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된 문화다. 우리는 전통사회가 이익사회로 바뀌는 과정에서 오히려 공동체의 신뢰규범이 무너져 버렸다. 각자도생의 사회가 된 것이다. 상호 신뢰가 가능하려면 보편적 규범에 대한 준수가 있어야 한다. 인권 기본권 정의 법치 등에 대한 공통된 인식과 실천 같은 것이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최순실 사태는 법치에 대한 낮은 이해에서 발생한 것이다.

―사회적 자본 축적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첫째, 시민 교육이 중요하다. 권리 행사뿐 아니라 책임과 의무에 민감하고 공동체 이슈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을 육성해야 한다. 둘째, 기득권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 반칙과 특권이 공동체를 무너뜨린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뿌리를 내려야 한다. 서양이 수백 년 걸렸다고 해서 우리도 같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방향을 잡고 노력하면 한두 세대 정도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성숙된 시민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

―계층 간 갈등도 심각하다.

▷시민계급 분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거주 지역에 따라 패션 스타일이 다르고 심지어 체형도 다르다. 신문 보도를 보니 강남 거주 여성들의 비만도가 서울에서 가장 낮다고 하더라. 위로 올라갈수록 교양이 있고 뭔가 배울 게 있어야 하는데 한국의 상류층은 천박하다. 많이 가질수록 많은 책임이 따르는 게 상식인데 특권층은 책임에 둔감하다. 그래서 존경은커녕 경멸의 대상이 된다.

He is…

△1949년생 △서울대 사회학 석사·하버드대 사회학 박사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미국 듀크대 초빙교수 △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 △현재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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