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성장의 그릇 새로 만들어라

ngo2002 2015. 7. 31. 09:34

[리스타트 업 코리아] 1부:성장의 그릇 새로 만들어라 <1> 도약의 '정책조합'을 찾는다~<6> 부동산 시장 신뢰 회복이 먼저다 | 정치.사회.시사

 
■ 1부:성장의 그릇 새로 만들어라

 

재정·금리·환율 정책수단 총동원… 경제회복 자신감 되살려야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입력시간 : 2012.12.19 23:14:34
자린고비식 재정균형 달성보다 꺼져가는 경기 살리기가 급선무
환율따라 금리도 더 내릴 여지… 퍼주기식 복지 남발은 경계해야


대한민국은 언제부턴가 기회보다는 위기, 희망보다는 절망이라는 단어에 더 익숙해지고 있다. 경제는 생기를 잃어가고 정치는 리더십을 상실했다. 국민은 이제 자신감 회복을 원한다.
그런 점에서 19일 대통령선거는 국운을 되살릴, 그리고 경제성장의 토대를 만들 지도자를 뽑겠다는 유권자들의 뜨거운 열망이 뿜어져 나온 무대였다. ㈜대한민국을 새롭게 이끌 박근혜 차기 대통령 당선인도 선거 과정에서 '성장'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서울경제신문은 국운상승을 위해 새 출발하자는 뜻에서 '리스타트업 코리아!(Restart-up Korea!)'라는 주제로 시리즈를 시작한다. 우선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주제로 1부의 막을 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심각한 경제전망 수정치를 내놓았다.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2.2%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KDI가 맨 처음 예상했던 올해의 한국 경제성장률은 4.3%였는데 이후 여러 차례 하향조정한 끝에 전망치는 반토막 나기에 이르렀다. KDI는 내년 성장 전망치도 3.0%로 끌어내렸다.

이처럼 잠재성장률(3.7%)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경제 성적표를 내놓고 정부는 최근까지도 '경기바닥론' 운운했으니 국민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확실한 경기부양책을 서둘러 마련해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되찾는 것이다. 일단 정부가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만 심어준다면 기업과 가계도 각각 투자와 소비를 점진적으로 늘리겠다는 의지를 갖게 된다.

무엇보다 거시경제정책의 적극적 운용이 요구된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경기침체에 따른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는데 새 대통령은 빨리 그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며 "지금은 당장의 재정균형 달성(재적적자 탈출)보다는 꺼져가는 경기를 살려내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우선 새 정부가 곧바로 경제성장의 그릇을 다시 빚을 수 있도록 충분히 내년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 원장은 "새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정부 출범 전에라도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도록 현재의 이명박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 경기 활성화용 예산을 넉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몇몇 수출 대기업들이 선방한 덕분에 금융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차기 정부는 사정이 다르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거세지면서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졌고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재정절벽 위험이 얽힌 실타래처럼 꼬였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경직됐던 이명박 정부의 거시경제정책의 기조에서 벗어나 재정ㆍ금리ㆍ환율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제언하고 있다.

우선 재정정책이 경기회복을 견인하도록 제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에서 예산편성을 맡았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처럼) 경기가 급랭하는데도 재정지출을 억제해 우격다짐해 달성하는 '축소지향적 재정균형'은 금새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는 이미 2002년과 2003년, 2007년에 각각 재정흑자(관리대상수지 기준)를 실현했으나 곧이어 금새 적자로 돌아서는 '반짝 균형재정'에 그치고 말았다. 재정건전성은 경제가 원활하게 성장해 세금 등 재정수입이 재정지출보다 많이 들어오는 방식의 '확장적 재정균형'으로 실현돼야 지속될 수 있다. 이는 '재정 적극 지출→경기회복→재정수입 증가'의 선순환식 균형재정을 이뤄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적극 활용할 경우 그 쓰임새를 효율적으로 짜야 한다고 김재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언했다. 이때 재정지출의 주된 범위는 일자리 창출과 신성장동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는 ▦중소기업 근로환경개선 ▦새 효자수출 상품 발굴 ▦연구개발(R&D) 지원 등에 집중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반면 퍼주기식 복지 남발을 위한 재정지출은 경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수출지원의 경우 관련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태환 삼성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수출실적이 4ㆍ4분기부터 살아나는 분위기이지만 엔화 환율의 영향과 글로벌 경제위기 장기화로 제약을 받고 있다"며 "(고환율 기조 붕괴에 따른) 환율 변동 속에서도 수출업종이 국제적 우위를 지킬 수 있도록 구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반기계건설기계처럼 그동안 수출 순위 10위권 밖에 있다가 근래에 좋은 실적을 보이는 품목의 산업 성장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 정책도 보다 탄력적이고 선제적으로 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정책 카드는 실제 집행되기까지 정치적ㆍ물리적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금리는 보다 주기적으로 적기에 조절할 수 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현재 기준금리가 2.75%인데 이 정도면 앞으로 경기상황에 따라 더 인하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미국이 양적완화를 통해 돈을 풀면 그 자금 중 일부가 우리나라로 들어야 원화가치를 절상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이런 상황 등을 감안해 금리를 낮추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리스타트 업 코리아] <2> 정부가 변해야 경제 산다

■ 1부:성장의 그릇 새로 만들어라

 

재벌 손보기식으론 성장 한계… 원칙 지키는 심판 역할 해야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입력시간 : 2012.12.20 18:05:20
  • '변화·개혁의 새 시대 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에 '새로운 변화와 개혁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라고 쓰고 있다. /박서강기자
탈세·불법행위 엄벌하되 대기업 전봇대 규제풀어 경제에 활력 불어넣어야
지속 가능 성장 위해 양극화 해소도 시급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의도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박 당선인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이 고도성장을 위한 산업화의 기반을 구축했다면 박 당선인은 산업화의 그늘을 걷어내고 새로운 미래경제의 틀을 짜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로 경제성장이 사실상 정체된 상황에서 적정한 균형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료는 "박정희 시대가 배고픈 문제를 해결했다면 박근혜 시대는 '배 아픈'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더 까다로운 과제를 떠안았다"며 "정치논리와 경제논리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점을 찾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재벌 손보기식 접근으론 한계=선거과정에서 경제정책의 핵심은 단연 경제민주화였다. 하지만 정치권의 경제민주화는 국민 감정에 영합하기 위한 '대기업 때리기' 중심이었다. 전문가들은 무차별적인 대기업과 부자에 대한 공격은 오히려 빈부계층이 반목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대기업의 경우 필요 없는 규제는 과감히 풀되 대신 탈세나 불법에 대해서는 엄벌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고소득층에 대한 접근 역시 징벌적 과세에 초점을 맞추다가는 해외도피나 소비위축 같은 부작용만 일으킬 수 있다. 박 당선인도 이 같은 부작용을 감안해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불공정거래 관행에 대해서는 강력히 제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모든 책임을 대기업에 돌리는 식이라면 오히려 기업의 글로벌 경제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며 "경제민주화는 공정거래질서 확립 등 법의 테두리 내에서 추진돼야 할 것"라고 강조했다.

◇경제선진화 위해 정부 역할 재정비해야=한국경제가 정체상태에서 근본적으로 탈피하려면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의 변화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정부가 기업을 사사건건 통제하고 정치권이 정치적 이익에 따라 법안을 좌지우지하는 현재의 틀로는 대한민국의 경제가 탈바꿈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단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과거 개발시대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 보니 개발시대의 문화와 민주화시대의 문화가 혼재돼 있고 아직도 상명하복의 일방적 업무 프로세스 관행이 여전하다"며 "경제주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치어리더, 원칙을 지키는 엄정한 심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치는 더구나 제 역할을 못하는 후진적 구조다. 케케묵은 여야 간 대립구도로 타협은커녕 대립과 반목만 일삼다 보니 국민적 피로감을 더 키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역감정이나 표심을 붙들기 위해 현실을 외면한 포퓰리즘에 집착하기보다 생산적 정치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극화 줄어야 성장도 가능=우리나라는 지난 1962년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시작한 후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할 때까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고 성장에서 소외된 기업과 개인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커졌다.

실제 가계와 기업 간 양극화 현상은 과도하게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의 경우 1990년 상위 10%와 하위 10%의 월평균 소득비율이 6.6배였는데 2010년에는 10.2배로 급등했다. 기업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벌어졌다. 거래소 상장기업의 순이익에서 삼성ㆍ현대ㆍSKㆍLG 등 4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16%에 그쳤지만 2005년 38%, 2010년 47%로 급속히 불어났다.

여기에다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이면에서는 삶의 만족도가 감소하고 사회적 불만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삶의 만족도가 감소하면서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 8년째 1위라는 불명예를 지키고 있다. 이현훈 강원대 교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경제발전 모형이 필요하다"며 "경제성장을 지속해 소득을 늘리는 동시에 사회적 불평등을 축소해 전계층의 삶의 만족도를 증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타트 업 코리아] <2> 성장 뒷받침 할 복지모델 구축하자

■ 1부:성장의 그릇 새로 만들어라

 

일회성 퍼주기 식 벗어나 고용-소득 연계 바람직


서민우기자 ingaghi@sed.co.kr

입력시간 : 2012.12.20 18:05:49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경제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복지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역대 정부에서 시행했던 '백화점식 나열'의 오류에서 벗어나 고용과 복지를 연계한 고용복지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저성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복지의 패러다임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 줄기는 복지정책이 고용과 소비를 촉발해 성장의 마중물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복지정책은 역대 정권을 거치면서 변화를 거듭해왔다. 복지가 정부 정책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다. 김대중 정부는 '생산적 복지'라는 타이틀을 걸고 지난 2000년 기초생활보장법을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 들어 복지는 투자와 접목된다. '참여복지'라는 슬로건 아래 사회자본 투자와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이 대폭 늘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투자적 성격이 한층 강화됐다. 근로장려세(EITC)처럼 일하는 빈곤층에게 복지혜택을 주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복지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갖는다. 복지가 대부분 일회성 퍼주기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성장을 뒷받침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데 실패했다.

김정근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역대 정권에서 복지 프로그램의 종류는 많지만 실제 수급자와의 연계성이 떨어지고 일회성에 그친 경우가 많아 복지가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도 이제는 복지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이를 통해 '빈곤층의 소득보장→소비유발→기업의 생산유발→고용증대'라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복지의 초점이 중산층 복원과 근로빈곤층 지원대책에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근로빈곤층의 경우 소득보장, 취업지원, 복지 서비스 연계를 축으로 하는 근로연계복지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소득보장 체계와 취업지원 서비스를 연계하는 고용·복지 전달체계를 통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시장형성을 촉진할 수 있도록 민간의 사회 서비스 분야를 키울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 연구위원은 "저성장시대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은 매우 중요하다"며 "일하는 복지를 통해 사람들의 소득을 늘리고 이것이 다시 소비증가로 이어져 기업들의 생산유발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스타트 업 코리아] 거세지는 무역전쟁… 협상 주도권 잡아라

 

각국 보호 장벽 갈수록 높아져

시장 다변화 등 대책마련 시급


서일범기자 squiz@sed.co.kr

입력시간 : 2012.12.23 17:05:01
지난 10일 대한민국은 2년 연속 무역 1조달러를 돌파했다. 무역의 규모만 따지면 전세계 8강안에 드는 쾌거다. 사실 내수시장이 빈약한 우리나라가 이 정도 경제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수출이 경제 성장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과 2011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각각 6.2%, 3.6%인데 이중 수출의 기여도는 7.2%, 5.2%에 달했다. 만약 수출이 없었다면 GDP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우려 속에 전세계가 자국 산업의 보호 장벽을 높이 쌓는 '무역전쟁'의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7개월 동안 총 182건의 신규 무역제한조치가 취해졌으며 이는 전세계 무역규모의 0.9%에 해당하는 수치다. 2년 전 제조업 강화법(Manufacturing Enhancement Act)을 도입해 입맛대로 관세를 부과하거나 폐지하는 길을 열어놓은 미국이나 희토류 수출 쿼터제를 실시하는 중국, 수입자동차에 붙이는 세금을 일시에 30% 포인트나 높인 브라질이 대표적 사례다.

'국가 대 국가'였던 무역 전쟁 구도가 '기업 대 기업'으로 변화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자존심을 건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으며 듀폰은 지난 8월 미 버지니아 동부법원으로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대한 9억2,000만달러(약 1조원)의 배상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보호 무역조치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상태가 고착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한국도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한국 제품에 대한 세계 각국의 수입 규제 건수는 지난해 16건에서 올해 9월 기준 20건으로 늘었고 이에 따라 수출액이 0.3%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만이 더 이상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은 단연 새 정부의 경제 외교 역량을 제고하는 길"이라고 제안한다.

예를 들어 국제기구나 포럼을 통해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주도하는 방안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아세안+3(한중일) 단일 경제권 협상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핵심 고리 역할을 하면서 미리 수입 규제에 대한 대응 수단을 마련하는 방안도 강구해볼 만하다.

전략적 생산거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현지에서 투자와 생산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이미지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는 감성적 접근법도 있다.

이밖에 동남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해야 특정 국가 수출 쏠림으로 인한 '규제 타깃'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동시에 수출품에 한류 이미지를 더하는 것도 제품에 대한 공감대 및 브랜드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리스타트 업 코리아] 1부: 성장의 그릇 새로 만들어라 <3> 경제 외교력을 키우자

 

개도국 개발 원조·FTA 지렛대로 나라 밖 경제영토 넓혀야

개발경험 트레이드 마크로 활용하면 무역마찰 방지·시장관리에 큰 도움
TPP-RCEP-한·중·일 FTA 등 동아시아 통상협정 동시다발 추진
한국, 키메이커로 영향력 확대를


윤홍우기자 seoulbird@sed.co.kr

입력시간 : 2012.12.23 17:05:17
우리나라는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60%에 달하는 45개 국가와 8개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통상 대국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 국제기구인 유엔의 사무총장이 한국인이고 세계은행(WB) 총재는 한국계 미국인을 배출했다. 최근에는 환경 분야 최대 국제금융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을 인천 송도에 유치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처럼 외형적으로는 화려해졌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경제외교력은 아직 존재감이 미미하다. 각종 국제금융기구에서 우리나라의 지분율은 1~2%에 그쳤고 투표권 비중도 세계 20위권 안팎에 불과하다.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이지만 국제사회 영향력은 그에 한참 못 미치고 무역은 미국ㆍ중국 등 특정시장에 편중돼 있어 경기침체의 바람을 많이 탄다.
우리의 경제 외교력을 키우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일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끌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다. 이는 대선의 최대 화두였던 경제민주화나 복지보다도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에 전적으로 국가의 '생존'을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 밖 영토를 넓혀야 나라 안도 풍요로워진다.

◇ '개발 경험'을 트레이드 마크로 해외 원조 확대=선진국들은 지난 반세기 인도주의를 표방하며 개발도상국 등을 대상으로 각종 원조를 실시했지만 실상은 철저히 자국의 영향력 확대와 경제 과실을 노려왔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국제무대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군사지원+원조'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독일은 에너지, 프랑스는 환경, 일본은 교통 등 자국기업 수주가 유리한 분야를 개도국에 전략적으로 원조하는 특징이 있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자원 부국들에 돈을 뿌리고 있다.

우리의 국제사회 원조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2010년이 돼서야 경제협력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했고 본격적인 공적개발원조(ODA) 공여국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무역 의존도가 크고 수출시장을 개도국으로 넓혀가야 하기 때문에 원조 정책을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수출입은행의 한 관계자는 "원조확대는 개도국과의 무역마찰 방지 및 신흥시장 관리 차원에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전했다.

특히 식민지와 내전을 거치면서 원조를 받던 우리나라는 원조를 주는 국가로 전환한 전세계 최초의 사례라는 자부심이 있다. 비록 ODA 재원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개발경험'을 우리의 트레이드마크로 살리면 개도국 원조에서 여느 선진국보다 강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의 ODA가 앞으로 개도국의 성장을 유도하는 개발 금융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원조의 개념도 지금보다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혁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ODA를 지렛대로 삼아 개도국과 경제협력을 전반적으로 확대하는 혁신적인 개발 협력 모델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유상과 무상으로 획일적으로 나눠져 있는 국내 ODA를 전문성에 따라 다시 역할 분담하는 등 체계적인 ODA 틀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FTA 시장에서 주도권 가져야=우리나라는 그동안 다양한 국가와 FTA를 체결하며 경제 영토를 넓혀왔다. 그 중에서 한미 FTA와 한ㆍEU FTA는 세계 경기침체 속에서 우리의 수출 전선을 지켜준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이제 박 당선인이 이끌 차기 정부는 또다시 중요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열강의 패권 다툼이 본격화된 동아시아 FTA 시장에서 주도권을 획득하는 것이다. 이 지역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는 시장이다.

현재 동아시아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아세안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중일 FTA 등이 복잡하게 얽혀 추진되고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중국은 그런 미국을 경계하며 동아시아 맹주로 자리잡으려 한다.

더욱이 미국을 비롯해 한중일 3국의 지도자도 모두 바뀐다. 이에 따라 각국은 다시 본격적인 통상 전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느 때보다 발 빠른 대응과 주도권 확보가 필요한 시기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내년 한중일 FTA 협상의 간사 국가이며 1차 협상도 서울에서 개최된다.

한중일 FTA는 현재 일본의 우경화로 중ㆍ일 간의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한국의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방호경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경제 외적 상황으로 한중일 FTA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정부가 중재자로 나서 중국과 일본을 설득하고 협상의 큰 틀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일 FTA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RCEP 협상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한중일 FTA와 RCEP를 거의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한중일 3국은 현재 한중일 FTA를 우선적으로 추진함으로써 RCEP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결국 한국이 한중일 FTA의 주도권을 쥐게 되면 RCEP에서도 키메이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방 연구원은 "차기 정부가 동아시아 FTA 전쟁에서 중재자로서 한국의 역할을 바로잡고 실질적으로 한중일, RCEP 협상을 끌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리스타트 업 코리아] 1부: 성장의 그릇 새로 만들어라 <4> 인수합병 큰 틀 새로 짜자

 

민영화 프레임 바꾸고 해외 M&A 지원… '성장 파이' 키워야

정부, 이익 극대화 고집하다간 지분 매각할 타이밍 놓칠수도
국민 지지 높은 정권초가 유리
내년 유럽서 M&A매물 쏟아져 현지정보 공유·규제 완화도 필요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

입력시간 : 2012.12.25 15:48:26

    올해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위축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3ㆍ4분기까지 글로벌 M&A 건수와 금액은 1만7,311건, 1조4,67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 15% 줄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M&A에 선뜻 나서지 못한 탓이다. 돈을 써야 하는 M&A보다 불투명한 미래에 생존하기 위해 현금성 자산을 아껴두는 데 더욱 관심을 둔 것이다.

    하지만 M&A는 기업의 성장동력을 한번에 확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특히 저성장기일수록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늘어 가격도 낮아지기 때문에 투자 대비 효과도 크다. 저성장 장기화가 우려되는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을 위해 '박근혜 정부'가 M&A 시장 활성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경기위축 속에서 구조조정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라도 M&A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부 보유지분 매각 인식의 틀을 바꿔야=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정부 보유지분 매각은 줄줄이 실패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우리금융그룹. 현 정부에서 무려 세 차례나 민영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가장 성공에 근접했던 두번째 매각 시도 당시 '메가뱅크 반대론'이 부상하면서 벽에 부딪혔다. 특히 'MB맨' 강만수 회장이 있는 산은금융그룹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자 정치권마저 반대론에 가세하며 동력을 잃었다.

    M&A 전문가들은 우리금융 사례를 참고해 새 정부는 정부 지분을 매각할 때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첫째, 매각이익 극대화 프레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모든 계열사를 묶어서 팔아야 매각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정부 논리에 갇혀 '메가뱅크론'이 불거졌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헐값매각 논란'을 의식해 시기를 조율하다 타이밍을 놓쳤다. 물론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만큼 가장 높은 값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주식시장, 산업경기 등이 모두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런 시기를 잡아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게다가 앞으로 저성장 기조가 몇 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최적의 타이밍을 찾다 보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재임기간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둘째, 가능하다면 정권 초기에 정부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적 지지를 활용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우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이 인수 의지를 보였지만 정권교체기에 정치적 고려가 반영되면서 무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주인이 생겨야 투자도 하고 성장도 할 수 있다"며 "정부 보유지분을 매각할 때는 최고권력자가 책임자에게 힘을 실어줘야 헐값매각 논란 등에서 벗어나 소신껏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해외시장에서 신성장동력 찾아야=M&A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재정위기를 겪었던 유럽 지역에서 내년부터 M&A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PIGS(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그리스ㆍ스페인) 기업은 인수 가격이 하락해 매물로서의 매력이 상승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매수자 입장이었던 유럽이 매도자가 되고 신흥국이 주요 매수자로 떠오르는, 글로벌 M&A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국과 인도 기업들은 풍부한 자금력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유럽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외국 기업 인수는 상대적으로 적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외국 기업 M&A는 총 82건으로 중국의 40% 정도에 그쳤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M&A에 나서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지연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M&A를 돕고 있다"며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인수 대상이 주로 아시아에 편중돼 있어 다변화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ㆍ은행 등 금융회사들도 저성장ㆍ저금리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만큼 성공적 투자를 위해 정보 공유,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해외에 투자하거나 회사를 인수할 경우 현지 정부와의 관계와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금융 당국과 기관들이 현지 정보를 제공하고 금융회사들은 서로의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ㆍ중견기업 업그레이드, M&A에 답이 있다=박 당선인은 이번 대선의 대표 공약으로 '중산층 70%'를 내세웠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ㆍ중견기업들이 성장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를 위한 해법 중 하나로 중소ㆍ중견기업들의 M&A 활성화를 꼽는다. 소규모 M&A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유도해 중소ㆍ중견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해외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한 두산그룹의 박용만 회장은 "자체 기술개발과 투자를 통해 선진기업을 따라잡는 것보다 인수하는 것이 훨씬 속도감 있고 효율적인 경영전략"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M&A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방법들로 정부 금융기관과 중소기업들이 함께 자금을 조성하는 'M&A 매칭펀드', M&A 정보와 거래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온라인시스템 구축, 세제 등 인센티브 지원 등을 꼽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기업여신담당 부행장은 "중소ㆍ중견기업들의 M&A를 유도하려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며 "위험하지만 도전해 성취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기업가정신을 북돋우는 작업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M&A시장에 돈 돌게 하려면


    기업 투자 유인할 당근책 꺼내라
    돈 없어 M&A 못하는 중기·벤처 정부차원 자금지원도 고려할 만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명제를 잘 알고 있지만 정작 현실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도 현금성 자산 비중을 늘리면서도 M&A와 같은 대규모 투자에는 인색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M&A 시장에 돈이 돌게 하려면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개선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소·벤처기업의 경우에는 M&A에 참여하고 싶어도 자금이 없어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지원을 통해 소규모 M&A를 활성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근 국내 기업들은 우리 경제가 L자형 경기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 현금성 자산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1,591곳의 지난 9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4조2,636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9조2,917억원)보다 8.4%(4조9,717억원) 증가한 것이다. 자산 규모 1위인 삼성전자는 3조6,9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고 현대차도 같은 기간 1조1,063억원에서 2조2,054억원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이처럼 기업들이 M&A에 필요한 실탄은 충분히 마련하고 있지만 실제 M&A 시장으로 돈이 돌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 간 M&A 금액은 14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215조4,000억원보다 34%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M&A 시장에 돈이 흘러들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덜어줄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업들이 돈이 있어도 투자심리가 위축돼 실제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경영환경이 워낙 좋지 않아 기업들이 M&A 참여를 꺼리는 것인데 강제한다고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M&A와 관련된 투자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주거나 은행이 자금조달과 관련된 금융비용을 줄여주는 등 M&A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현 상황은 시장에 맡겨서는 돈이 돌 수 없는 구조"라면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들이 활발하게 M&A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각각 M&A를 통해 중견기업과 대기업으로 편입될 경우 바로 관련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일정 기간 유예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 규모 확대로 받게 될 규제 때문에 M&A를 꺼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M&A 의지는 있지만 자금 부족으로 이를 실행하지 못하는 중소·벤처기업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자금지원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들 기업은 M&A 규모가 크지 않아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부담이 적은 반면 M&A 활성화 측면에서는 효과가 크다. 김성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최근 M&A의 흐름은 대형화에서 벗어나 전문화ㆍ세분화ㆍ소규모화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현재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는 M&A매칭펀드처럼 중소벤처기업의 부족한 자금을 지원해줘 소규모 M&A를 활성화하는 것도 M&A 시장에 돈이 돌게 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스타트 업 코리아] 1부: 성장의 그릇 새로 만들어라 <5> 조세정책 틀 다시 짜자

     

    설익은 증세론 그만… 경제위기·고령화에 맞춰 큰 그림을

    법인세 감세 기조 유지해 투자 독려→성장 유도 바람직
    소득세 '넓은 세원 낮은 세율' 합리적 개편 방안 모색해야
    부가세율 당장 올리기보다는 인상 필요성 국민 설득 선행을


    윤홍우기자 seoulbird@sed.co.kr

    입력시간 : 2012.12.26 17:21:29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대영제국이 미국 땅을 잃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섣부른 세금 정책 때문이다. '보스턴 차 사건'으로 대표되는 영국의 묻지마 식 세금 정책은 격렬한 조세저항을 가져왔고 결국 미국의 독립을 앞당겼다.

    조세 정책은 한 나라의 존폐를 가름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그렇다 보니 대통령선거 때마다 세금은 늘 '뜨거운 감자'였다. 이번 대선에서도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가 주요 쟁점인 가운데 정치권은 표심을 잡기 위해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표적으로 설익은 증세 정책을 남발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차기 정부가 맞닥뜨린 우리 경제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잠재성장률은 3%대까지 추락했고 세계 경기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차기 정부는 복지 수요를 충족시키면서도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조세 정책을 통해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조세 전문가들은 매년 뜯어고쳐 누더기를 만드는 세제가 아닌 단기적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고령화에 대비할 수 있는 큰 틀의 조세 정책을 다시 짜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법인세 감세기조 유지… 민간 투자 적극 살려야=2011년 말 기준 우리나라 법인세 총 부담액의 86%가량은 소득 상위 1% 대기업이 부담하고 있다. 1% 대기업인 4,600여개 기업은 평균적으로 71억원의 세금을 낸다. 반면 적자 등으로 법인세를 아예 안 내는 기업이 46.2%로 절반에 가깝다.

    우리 법인세수에서 이처럼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것은 중소ㆍ중견ㆍ대기업에 이르기까지 균형 있는 발전이 이뤄지지 못한 탓이다. 아쉬운 현실이지만 우리 경제는 아직도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정부가 법인세를 높일 경우 이미 법인세 부담을 거의 짊어지고 있는 대기업의 세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이를 통해 당장 세금이 더 걷히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이다. 중소ㆍ중견기업의 성장이 더딘 상황에서 대기업마저 투자가 위축될 수 있고 대기업이 세율이 더 낮은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면 세수기반이 급속히 악화된다. 법인세를 올리면 근로자 임금 하락, 주주 배당금 감소, 제품 가격 상승 등을 통해 근로자ㆍ주주ㆍ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법인세 감세 기조를 유지해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며 성장을 유도할 때라고 강조한다.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조사1본부장은 "우리나라보다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국가도 법인세의 경우 감세 기조를 유지하며 경제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기업에 부담된 준조세가 많은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을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 합리적 소득세 필요=선거 기간 정치권에서 논의된 소득세 개편은 오로지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 인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1997년 만들어진 소득세 과표구간의 낡은 틀은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최고 과표구간만 조정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근시안적 논의를 벗어나지 못했다.

    앞으로 새 정부가 만들어갈 소득세 개편에서 중요한 점은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도 중요하지만 최고 세율 구간 아래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절할지 틀을 잡는 문제다.

    현행대로 과표구간별 세율을 정해놓으면 물가상승에 따른 중산ㆍ서민층, 월급쟁이의 실질 세 부담은 매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 15년 새 물가는 65%나 뛰었지만 과표구간 상단은 10% 조정되는 데 그쳤다.

    이번 기회에 과표구간 조정을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과표구간을 물가에 연동시켜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19개 국가가 물가연동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소득세를 내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절반이나 되는 현실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정부가 말하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원칙을 지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매년 세제개편 때마다 조금씩 뜯어고치는 누더기 소득세는 국민에게 혼란만 줄 뿐이다.

    ◇부가세 인상 국민 설득 방안 마련해야=법인세 감세를 통해 당장 기업의 투자를 독려한다 해도 고령화 등에 대비한 복지 재원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법인세율 상승이 어려운 상황에서 조세 전문가들은 점진적인 부가가치세 상향 방향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1977년 도입된 부가세는 1988년부터 24년째 10%다. 우리 부가세는 전세계적으로 봐도 상당히 낮다. 복지를 중요시하는 대다수 유럽 국가는 20% 이상의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재정이 안 좋을 때나 복지재원이 필요하면 부가세를 이용하고 법인세율은 낮추는 것이 전세계적인 추세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부가세율을 현행 10%에서 2%포인트 올리면 연평균 15조원의 세수 효과를 거둬 가장 확실한 복지재원 확충 방안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부가세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데다 국민 대다수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성명재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부가세가 역진적이라는 오해를 풀어야 하고 최근 유럽 국가가 왜 부가세를 올리고 있는지 국민에게 알리는 작업도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 당장 세율을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인상할 중장기 계획을 정부가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리스타트 업 코리아] 탈세 막아야 경제 큰다

     

    FIU-국세청 금융정보 공유가
    수상한 돈거래 추적 선결과제
    국민 성실 납세의식도 키워야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입력시간 : 2012.12.26 17:21:45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를 보면 탈세가 국가 경제를 기반부터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탈세가 늘어 나라 살림의 구멍이 커지면 이를 고스란히 성실 납세자의 혈세로 메워야 한다. 그만큼 세 부담이 늘면 기업의 투자나 가계의 소비ㆍ저축 의욕은 저하된다. 결국 탈세를 막는 것이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 전제조건인 셈이다.

    탈세를 막으려면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조세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3박자란 ▦세원추적 인프라 확충 ▦세정 당국의 자정 노력 ▦국민의 성실 납세의식 함양이다.

    세원추적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는 탈세범의 은닉 재산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과세 당국이 적기에 충분한 금융정보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한 과세 당국자는 "금융정보는 지하경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인데 이 정보를 과세 당국에 활짝 열어줘야 탈세범의 차명거래를 끝까지 추적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도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자금세탁 등이 의심되는 금융거래정보(STRㆍ혐의거래보고)중 일부를 국세청 등에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제공되는 정보량은 FIU가 확보한 전체 STR 건수의 2.27%(지난해 기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약 33만 건의 정보 중 7,498건만 국세청에 통보된 것이다.

    현재 FIU는 급증하는 탈세거래정보를 일일이 들여다볼 수 있는 인력을 갖추지 못했다. FIU 산하의 심사분석실 인원은 40명가량. 그나마도 금융거래의 탈세 여부를 심층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핵심 요원은 2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 스무 명 남짓한 인원이 매년 수십만 건에 달하는 STR를 처리하려니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반면 STR는 급증세를 타고 있다. 2009년 13만6,282건이던 것이 불과 2년 새 141.8%나 늘어 지난해 32만9,463건에 이르렀을 정도다.

    이에 따라 FIU가 STR 등의 정보를 일일이 전달하지 않더라도 과세 당국이 직접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조세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전국 국세청의 조사인력을 동원하면 연간 수십만 건의 STR 자료를 이 잡듯이 분석할 수 있다.

    정부는 최근 FIU의 정보를 국세청과 공유하도록 하는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가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 과세 당국이 FIU를 통해 얻은 금융정보로 정치ㆍ민간인 사찰 등을 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따라서 국세청이 보다 정치 중립적이고 투명한 세정을 펼치기 위해 자정운동을 지속해 국민적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정치권은 고언하고 있다.

     

     

     

     [리스타트 업 코리아] 1부: 성장의 그릇 새로 만들어라 <6> 부동산 시장 신뢰 회복이 먼저다

     

    '일몰→연장' 세제 땜질처방보다 거래활성화 의지부터 보여야
    주택 구매심리 정상화시켜야 하우스푸어·서민주거복지 해결
    취득세 감면 연장 조속 결정하고 세율 적정성 여부 들여다봐야
    민간공급 감소·거래부진 초래한 보금자리주택 원점서 재검토를


    박성호기자 junpark@sed.co.kr

    입력시간 : 2012.12.27 17:32:24
    • 새 정부의 앞길에는 가계부채의 뇌관인'하우스푸어' 문제를 비롯해 서민 주거복지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 우면 보금자리주택지구 전경. /서울경제DB
    이명박 정부 집권 5년간 부동산시장은 최악의 침체가 지속됐다. 수도권의 경우 고점 대비 집값이 30~40% 하락한 지역이 수두룩하며 집권기간 내내 심각한 전월세난을 겪었다.

    문제는 집값이 하락하고 전셋값이 오르지만 주택거래는 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부동산 호황기 때 대출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은 집값이 대출금 이하로 떨어지면서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지경에 처했다. 이른바 '하우스푸어' 문제는 현정부 말 국가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자리잡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부동산정책도 이런 하우스푸어 문제 해결과 전월세시장 안정이라는 측면에 집중돼 있다. 목돈 안 드는 전세, 보유주택 지분매각제, 행복주택 20만가구 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문제의 핵심인 '거래 활성화'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다. 대선과정에서 언급한 '취득세 감면연장' 정도가 전부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거래시장이 활성화돼야 현재 부동산시장이 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시장의 주택구매 심리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 활성화가 하우스푸어·서민주거복지 해법=주택거래 활성화가 쉬운 과제는 아니다. 현정부도 5년간 20여차례에 걸쳐 관련대책을 내놓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정부의 대책발표도 시기를 놓친데다 단기적 처방만 내놓았기 때문이다.

    장성수 주거복지연대 전문위원은 "집값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불안심리 때문에 구매력이 되는 사람도 집을 사지 않고 있다"며 "정부에서 더 이상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새 정부는 우선 올해 말로 종료되는 취득세 감면혜택 연장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 새 정부가 주택거래 침체를 이대로 놓아두지 않을 것이라는 시그널(신호)을 시장에 보낼 필요가 있다. 특히 시장 일부에서는 일시적 감면보다 전반적인 적정세율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차장은 "일몰과 연장을 반복하는 단기처방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다"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중장기적인 주택정책 기조와 계획상에서 각종 정책추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새 정부 '거래 활성화 의지' 보여야=국회에 계류 중인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다주택자양도세 중과 폐지' 등 각종 규제완화 대책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지속적인 규제완화 실행과 기존에 발표된 정책 수행으로 정책 신뢰도를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새 정부 출범 이전의 선행 조치가 필요하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부분적인 제도개선으로 부동산시장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위축된 투자심리가 안정되고 추가 하락을 막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재건축·재개발 등 도심재생사업 활성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건축·재개발이 활성화되면 이주와 입주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택거래가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이 타 지역으로 확산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사업진행 의지가 있는 곳에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높이고 세제혜택 등 일정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보금자리주택 정책 원점서 재검토 필요=보금자리주택 정책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싼 값에 대량으로 서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이 때문에 민간주택 공급이 감소하고 수요자들이 보금자리주택 공급만 기다리며 주택을 구입하지 않아 거래감소로 이어졌다는 지적은 귀 기울일 만하다. 시장에서도 다양한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분양주택 중심의 보금자리주택을 임대주택 위주로 돌려 공공임대주택 비축물량을 늘리고 일부 지역에 대량 공급하는 방식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팀장은 "분양주택을 중심으로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이고 공급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면서 인위적으로 민간주택 수요를 감소시킨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주거복지 공약 실천도 좋지만 실효성 위주로 옥석 가려라


    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공적자금 투입하는 보유지분 매각제도 도덕적 해이 우려
    목돈 안 드는 전세제 집주인 의지에 달려 "현실성 결여" 지적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부동산정책은 서민주거 안정화와 주거복지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이 하우스푸어ㆍ렌트푸어를 위한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와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다. 수도권 유휴 철도부지 위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값싼 임대주택 20만가구를 공급하는 '행복주택 프로젝트'도 빼놓을 수 없는 공약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약의 도입취지와 아이디어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고 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 차장은 "보유지분 매각제도의 경우 현재 은행에서 시행하는 제도와 비슷한데 신청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처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굉장히 중요한데 지분 소유권이 넘어가는 것을 집주인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제로 일부 재정지원이 되면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처분하면 완벽하게 빚을 청산할 수 있겠지만 시세보다 낮게 처분할 경우에 대한 후속대책이 없다"고 평가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지분을 자산관리공사 등 공공기관이 매입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으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에서도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부정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렌트푸어를 위한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더욱 실효성이 떨어지는 공약으로 거론된다. 집주인에게 이자상당액(4%)의 과세면제 및 대출이자납입 소득공제(40%)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고 해도 사실상 임대인의 선의에 기대는 것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 차장은 "지금도 전월세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마당에 집주인이 세입자를 위해 대출 당사자가 될지는 의문"이라며 "소득공제 등의 인센티브를 제시한다고 해도 대출부담을 지는 집주인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단 당선인의 공약은 실행한다는 전제하에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하우스푸어 공약은 금융당국과의 논의가 필요하고 렌트푸어 공약은 현재와 같은 혜택으로는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아 추가 인센티브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철도부지 위에 서민주택을 건설하는 '행복주택 프로젝트'는 전문가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진동과 소음이라는 숙제를 해결한다면 시행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김 차장은 "토지보상 비용이 들지 않아 바로 공사가 가능하므로 실행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주거의 질과 활용도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대통령 취임까지 남은 두 달 동안 본격적인 공약 옥석 가리기에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현가능성이 부족한 공약은 솎아내고 대안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대선기간에 다소 이상적인 공약을 내놓았다면 이제부터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전문가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일반 여론을 받아들여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