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간 이동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쇼크 성격도 다양해져, 경제 위축·사회 불안의 원인 OECD, 5가지 유형 분석 "국제적 민·관 협력 필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를 덮치고 나서 2009년엔 신종플루가 전 지구인을 위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위기였고,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한 것은 40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3월엔 일본에서 대지진이 터졌고 쓰나미가 밀려닥쳤다. 전 지구적인 재앙은 세계 경제를 위축시키고 사회 불안을 일으킨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7일(현지시각) "글로벌 경제에 있어 파괴적인 쇼크(충격)가 앞으로 좀 더 빈번해지고, 더 큰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며 '글로벌 미래 쇼크' 보고서를 발간했다. 스위스의 재보험회사인 스위스리(Swiss Re)에 따르면 전 세계의 자연재해와 인재(人災)를 모두 합한 재앙은 1970년대엔 한 해에 100건 내외이던 것이 2000년대 들어선 300~400건 수준으로 급증했다. 세계화와 함께 나라 간 이동이 빈번해지고 경제 교류가 늘어나면서 글로벌 쇼크도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지구인의 미래를 위협할 글로벌 쇼크로 5가지를 꼽았다. 전염병 대유행, 중요한 기반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 금융위기, 지구 자기장 폭풍, 사회·경제적인 불안이 그것이다.
①전염병의 대유행
출장, 관광, 이민 등이 빈번해지는 한편으로 인구가 밀집하고 위생 상태가 안 좋은 메가시티(거대도시)가 늘어나기 때문에 전염병이 대유행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OECD는 분석했다. 특히 마닐라, 델리, 뭄바이, 콜카타, 첸나이, 다카 등 거대 항구도시가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공장'인 홍콩 인근 중국 남부의 주강 삼각지에 전염병이 대유행할 경우엔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인류는 이미 2002년 홍콩에서 사스(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가 발병했을 때 항공 여행을 통해 전 세계로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이에 따라 OECD는 기업들로 하여금 항생제 의약품 개발에 투자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특허 신청을 빨리 처리하는 정책이 있을 수 있다.
▲ 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부 대지진이 발생한 직후 이바라키현 히타치나카시에 수백대의 자동차들이 쓰나미에 휩쓸려와 뒤엉킨 모습이다. 대지진으로 일본은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AP 요미우리신문
②사이버 공격
전 세계 전산망이 서로 연결돼 있어 '디도스(DDoS)' 공격과 같은 사이버 공격에 취약해지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사이트와 연결된 핵심 사이트의 5%만 동시에 공격당해도 전체 인터넷망이 컴퓨터 100대 이하만 연결되는 소규모 망으로 섬처럼 분리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아직 전 세계 인터넷망을 흔들 만한 사이버 공격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이버 공격의 불안이 높아질 경우 기업들은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저해할 것이라는 게 OECD의 분석이다. 이런 충격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는 사이버 공격을 막아낼 과학 수사 기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OECD는 권고했다. ③금융위기 2008~2009년 일어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 등 일부 OECD 회원국은 GDP(국내총생산) 10% 이상의 재정 적자를 감수하면서 돈을 쏟아부어야만 했다.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가 채무도 늘어나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에 빠졌다. 2009년 하반기부터 전 세계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빠져나오고는 있지만 금융위기는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OECD는 "최근 일부 유럽 국가의 재정 위기는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고, 이를 갚기 위해 증세(增稅)를 하고 재정 긴축을 하면서 국가 경제 전반이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 회복이 지연된다면 재정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④지구자기장 폭풍
1989년 3월 13일 지구자기장 폭풍이 미국 북동부와 캐나다에 불어닥쳤다. 지구자기장 폭풍이란 태양의 흑점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태양 폭풍이 지구자기장을 교란시켜 통신망과 전력망 등을 마비시키는 것을 가리킨다. 당시 미국 북동부와 캐나다 주요 지역에 9시간 동안 정전이 일어났다. 9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전체 전력 공급의 83% 정도만 복구됐다. 피해액만 60억달러에 달했다.
이 같은 지구자기장 폭풍은 11년 주기로 나타나기 때문에 시기는 예측할 수 있으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범위를 예측하기 어려워 주시해야 할 글로벌 쇼크 중 하나라는 게 OECD의 분석이다. 주요국이 우주 기상 연구를 강화해서 예측력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⑤사회·경제적 불안 지난해 러시아에서 산불이 일어나 러시아 밀 생산의 5분의 1을 파괴했고, 이는 국제 식료품 가격 급등과 중동의 사회적 불안을 야기했다. 러시아가 자국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밀 수출을 금지한 것이 세계적인 곡물가 폭등으로 이어지는 등 전 세계가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중동의 사회적 불안은 다시 국제 유가의 상승을 불러일으켰다. 문제는 한 나라나 지역의 불안이 얼마나 지속될지,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OECD "쇼크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회 만들어야" OECD가 글로벌 쇼크 증가의 원인으로 가장 중요하게 지적하는 것은 국제적인 이동이 늘어나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인 2009년에도 전 세계적으로 12조달러에 달하는 상품과 3조달러의 서비스가 수출됐다. 또 1997년에서 2007년 사이에 인터넷을 통한 정보 교환량은 550%나 늘었다. 하지만 OECD는 글로벌 쇼크를 막기 위해 "이동을 막자"는 주장을 펴지는 않는다.
OECD는 미래의 글로벌 쇼크를 막기 위해 현재 있는 조기 경보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민·관이 서로 협조하는 새로운 차원의 국제 협조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또 OECD는 "글로벌 쇼크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응 능력과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OECD는 사회의 유연성을 키우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각종 시뮬레이션(모의실험)과 훈련을 할 수 있는 자발적인 민간 조직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쇼크를 관리하는 중심적 역할은 국가가 맡아야 한다고 OECD는 강조했다.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 23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쓰나미는 조기 경보시스템만 갖춰졌더라면 충분히~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다.'
OECD는 미래의 충격을 예방할 수 있는 체제를 각국이 스스로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최근의 글로벌 위기는 광범위하게 발생해 여러 나라가 동시에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주변국을 도울만한 여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OECD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발생한 증시의 패닉을 피하기 위해 최근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가 5분 동안의 가격이 10% 이상 등락한 종목의 거래를 5분 동안 중지하게 하는 서킷브레이커를 기존 일부 종목에서 전 종목을 대상으로 도입하려는 것을 조기 경보시스템 구축의 좋은 예로 들었다.
또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들에 대해 검증을 함으로써 향후 또 다른 금융위기를 만났을 때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OECD는 지적했다. 미국·유럽·일본의 중앙은행이 2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국채를 매입함으로써 시중에 자금을 푼 경우는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었다. 이러한 조치들은 과도하게 빚을 낸 금융기관들을 구제해줌으로써 모럴해저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OECD는 이런 부작용이 발생하는 걸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선 은행 자산 건전성과 관련한 글로벌 기준을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은행의 최소 자본 비율을 높이고,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레버리지(부채) 한도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은행의 단기 차입을 규제하는 대신 장기 자금 조달을 장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기에 사전 감시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숙련된 전문가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OECD는 강조했다. OECD는 금융회사 임원들이 위험관리 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위기를 자체 검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CEO(최고경영자)와 임원들 간의 임금 격차는 임원들의 근로 의욕을 꺾을 수 있으며, CEO의 장기 집권은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OECD는 권고했다.
< 美, 수십억弗짜리 자연재해의 연속 >< FT >
(서울=연합뉴스) 토네이도 뒤에 홍수, 홍수 뒤에 산불까지. 미국이 사상 유례없는 자연재해로 막대한 경제 손실을 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 보도했다.
미국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텍사스주(州) 서부 지역의 올해 강우량은 4mm 수준이다. 예년 평균인 101mm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다.
바짝 타들어가는 듯한 날씨에 지난 반년 동안 1만2천800차례의 화재 신고가 들어오는 등 사상 유례없는 화재와 가뭄 피해가 발생하자, 텍사스 당국은 다음 달부터 일반 가정에서 잔디에 물을 주는 횟수도 1주일에 이틀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반면 미시시피강 하류에서는 사상 최악의 물난리가 났고, 중남부지역에서는 엄청난 토네이도 피해가 발생했다.
올봄, 미국 각 지역의 46%는 비정상적으로 가물거나 습한 날씨가 이어졌다.
기후정보 웹사이트인 웨더 언더그라운드의 제프 매스터즈 기상 담당관은 '수십억달러짜리 극심한 자연재해'가 각지에서 계속되고 있다며, 요즘 미국인들은 홍수에 떠내려가고 있지 않으면 가마솥에서 익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보험금과 주 정부의 보조금 등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하지만, 이 같은 자연재해로 치러야 하는 물적 손실은 어마어마하다.
미시시피 주립 대학교 농경제학부의 존-마이클 라일리 교수는 폭우와 홍수 피해로 인한 미시시피주의 경제손실액만 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라일리 교수는 미시시피와 루이지애나, 아칸소 등 미국 중서부 지역의 경제손실액은 이보다 더 많은 1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문제는 이 같은 경제손실액이 앞으로도 얼마나 더 늘어날지 불투명하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