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불황형 흑자' 늪에 빠진 한국경제

ngo2002 2015. 6. 2. 15:37

'불황형 흑자' 늪에 빠진 한국경제

이데일리 | 이민정 | 입력 2015.06.02. 14:20 | 수정 2015.06.02. 14:26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한국경제가 ‘불황형 흑자 ’늪에 빠졌다. 올 들어 1~4월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전년동기 대비 수출과 수입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단순히 수출 감소가 수입 감소폭보다 적어서 나타나는 흑자이기 때문이다.

◇역대 `최장` 38개월째 흑자, 하지만..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4월 국제수지’(잠정)‘을 보면 올해 4월 경상수지는 81억 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4월(71억 6000만달러)보다 13.7% 늘어난 것이다. 2012년 3월부터 38개월(3년 2개월)째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1986년 6월부터 3년 2개월 동안 이어진 최장 흑자 기록과 맞먹는다.

그러나 이 같은 흑자 행진을 좋게만 볼 수 없다. 최근의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이 증가해서가 아니라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이 더 많이 줄어 발생하는 현상이다. 4월 수출은 503억 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2% 줄었지만 수입은 378억 2000만달러로 17.9% 감소했다. 국제유가가 작년 동기 대비 40% 가량 떨어지면서 수출보다 수입규모를 더 많이 끌어내린 탓이다. 수출 감소폭과 수입 감소폭의 차이도 커지면서 4월 상품수지 흑자도 전월 112억 5000만달러에서 125억 6000만달러로 늘어났다.

상품수지 이외에 경상수지 계정에 포함되는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를 보면 서비스수지는 여행수지 악화 등의 영향으로 적자 규모가 전달 9억 7000만달러에서 11억 3000만달러로 커졌다. 본원소득수지는 급료·임금과 투자소득(배당·이자) 등을 포함하는데 12월 결산법인의 대외 배당지급이 늘면서 전월 5억 3000만달러 흑자에서 28억 4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이전소득수지는 4억 6000만달러 적자로 전달 적자폭(3억 8000만달러)보다 늘었다.

◇수출 부진에..고개드는 기준금리 인하론

한국은행은 현재의 수출 부진이 저유가와 더불어 내수증대를 꾀하는 중국의 산업구조 개혁 등으로 우리나라 제품의 수입이 둔화되는 등 구조적인 영향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박승환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중국의 성장패턴 변화와 경쟁국들과의 기술격차가 좁혀지는 등 구조적 요인이 수출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6월 영업일수가 늘어나고 최근 국제 유가 반등이 반영되면 이후 경제지표도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38개월째 흑자가 이어진다는 것은 시중에 더 많은 달러가 풀린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원화가치 절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이에 따라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주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러면서 환율 조정에 기여할 수 있는 기준금리 인하 요구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김문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대비 엔화 약세가 가팔라지고 있어 원·엔 재정환율이 조만간 100엔당 890원을 하회하며 원화 절상이 강화될 수 있다”며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원·달러 환율을 상승시키고 이에 따라 원·엔 재정환율도 끌어올리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엔화 대비 원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단기적인 처방은 될 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의 수출 부진은 세계경제 둔화로 우리 상품의 수요가 줄어드는 것인 만큼 대외환경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데다 사상 최대치인 가계부채 등을 고려했을 때 기준금리 인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둔화는 금리 인하 기대를 높이고 있지만 최근 수출부진에는 구조적인 배경이 있고 따라서 금리 인하로 원화약세를 유도해도 경기부양 효과가 과거대비 제한적일 것”이라며 “또한 현재 금리수준에서도 가계부채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금리인하는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민정 (benoit@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