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매일경제 2009년 05월 03일 17:36:44
중국ㆍ아시아가 이젠 한국의 내수시장 (매일경제 2009년 05월 03일 18:56:58 )
한국경제, 고용없는 성장지속 불가피 (매일경제 2009년 05월 03일 18:56:58
1-2돈보따리 푼 각국 `부메랑`고민 (매일경제 2009년 05월 05일 18:16:48 )
중국ㆍ아시아가 이젠 한국의 내수시장(1부)
선진국 소비위축 `세계의 백화점` 中 적극 활용을
◆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① ◆
"불균형의 시대에는 수출에 과도하게 기대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것이 대외 부채에 의존하는 것이다."(영란은행 머빈 킹 총재) 이 말을 바꿔 해석하면 현재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수출의존도가 높거나 대외부채가 많은 나라라는 의미다. 1930년대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영국은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지난해 말 대외부채 때문에 큰 홍역을 치렀다.
◆ 빚으로 굴러가던 경제에 저금통이 = 미국의 과잉 소비와 아시아 경제의 과도한 수출 의존에서 시작된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 이 문제가 해소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이러한 불균형이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기까지 전 세계 경제는 끊임없이 조정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이를 위해 빚으로 살아가던 소비의존적인 경제구조를 뜯어고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소비를 줄이고 저축과 투자를 늘리겠다는 얘기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신용카드 남발을 막는 법률을 추진중이고 수년간 0%대에 멈춰 있던 저축률을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백화점`으로 = 순채권국인 중국에서도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저우샤오촨 은행장은 지난달 27일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졌다. 미국에서 향후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감소할 것이라고 밝힌 것. 경기부양책이 내수에 집중돼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얘기다. 수출을 통해 돈벌이를 하던 중국은 오히려 수입을 늘려 전 세계의 소비대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회장은 "글로벌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줄어야 한다"고 밝혔다.
◆ 한국의 새 균형점은 어디 = 지난 수십 년 동안 대미 수출에 의존해 성장해온 많은 나라들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미국이 해마다 6000억~700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하면서 지구촌 다른 나라들을 그만큼 먹여 살렸는데 이제 더 이상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 같은 글로벌 리밸런싱은 한국 자본주의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가장 큰 위협은 수출주도형 경제구조의 개편 필요성이다. 오바마 대통령 말대로 미국이 소비 의존형 경제를 포기하고 저축의 시대로 돌아가게 되면 한국은 더 이상 미국의 수입과 거대한 무역적자에 의존할 수 없게 된다. 중국도 마찬가지. 중국이 생산을 포기하고 소비를 지향할 때에도 한국의 위상은 애매해진다. 공장들은 비용이 더 저렴한 동남아로 이전하고 완제품을 중국에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식의 리밸런싱은 국내적으로 △경상수지 흑자폭 감소 △일자리 창출능력 저하 △실업란 △소비 감소 △저축 증가 △내수 침체 장기화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수가 약한 탓에 대외충격에 무기력한 신흥국의 숙명 그대로다. 그러나 이 같은 글로벌 리밸런싱이 뜻밖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수출부문의 축소압력을 △내수시장 확대를 위한 규제완화 △활발한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통한 경쟁력 제고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의 소비시장화(化)는 인접한 한국으로서는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충고다. 1997~1998년 외환위기를 통해 자본주의 수준을 한 차례 업그레이드했던 한국은 신흥국 가운데 디커플링(Decoupling, 세계경제 위축 속에서 독립적인 번영이 가능하다는 시각)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중국, 한국과 같은 이머징마켓 국가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출의존형 경제구조를 포기하고 금융시장과 거시경제의 개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리밸런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국가적, 사회적 결단에 달려 있다는 충고다.
◆ 한국자본주의 3大 과제…① 무너진 사회적 신뢰 ② 위축된 기업가정신 ③무조건적 경제자유의 재고 = "지난 수년간 은행들은 수입도, 직업도, 재산도 없는 이들에게 무작정 대출을 해줬다.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감독당국도 이 문제를 방관했다. 이른바 닌자론(NINJA-No Income No Job or Asset-loan) 문제다. 금융 등 자본시장의 도덕적 해이가 위험수위다."(앨런 블라인더 전 FRB 부총재) "마치 햄버거 장사 둘이 서로 물건을 팔아 매출만 올리는 모양새(each other`s hamberger)다. 서로 햄버거를 판다고 새로운 햄버거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금융공학의 남용은 카지노 같은 도박판과 다를 게 없다."(현 정부 고위 관계자) 시장 자유를 지상 가치로 여기고, 금융을 통한 가치 창출을 독려하며, 빈부격차를 더 많은 부자를 만들어 해결하려 했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한국 역시 이 같은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많은 전문가는 기수를 반대로 돌릴 게 아니라 세계 경제 흐름에 맞게 보완책을 마련할 때라고 말한다. 이미 노출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사회적 신뢰를 다시 세우고 △기업가정신을 독려하며 △무조건적인 경제자유론의 대안을 만들자는 얘기다. 먼저 사회적 신뢰의 문제. 중국은 4조위안(800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내수활성화의 전제로 `인민의 당에 대한 믿음`을 우선한다. 한국 역시 다르지 않다. 정부가 하루빨리 교육 개혁과 사회보장제도의 근본적인 개선, 고용시장 활성화를 통해 믿을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움츠러든 기업가정신을 다시 살려내는 일 역시 꼭 필요하다. 한국 경제의 1970~80년대 눈부신 성장은 몸을 던진 대기업 창업세대의 모험정신이 밑거름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무조건적인 경제적 자유에 대해선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경제 발전과 개선이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에 기업과 은행, 감독기관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선 확고한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 <용 어 >경세제민(經世濟民) =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이다. 경제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장자 내편의 제물론(齊物論)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젠 수출지상주의 전략 바꿀때
◆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① ◆
비행기 사고로 이름 모를 섬에 추락한 48명의 승객. 섬은 치명적인 비밀로 가득하고, 승객들은 공황 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살아서 섬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미지의 공간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도 미처 몰랐던 잠재능력을 발휘하면서 이들은 어렵사리 활로(活路)를 찾아간다. 미국 드라마 `로스트(Lost)`의 설정이다. 이 드라마에서 한국 배우 김윤진이 맡은 `선(Sun)` 역할은 한국 자본주의의 나아갈 길을 연상케 한다. 앞뒤가 꽉 막힌 보수적인 한국 여성으로 비치지만 사실은 총명하고 재치가 넘치는 인물이다. 외부로부터의 강력한 위기는 일상을 지배하는 경제원리를 통째로 바꿔놓기도 한다. 위기 너머 세상은 생경한 새로운 곳이다. 그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변화해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경제 틀의 변화는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들의 공통 현안이다. 변화에 뒤처져 낙오하는 국가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소설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 도로시가 토네이도에 휩쓸려 오즈땅에 떨어졌을 때 "더 이상 캔자스에 있는 것 같지 않아"라고 말했던 것에 비유해 자본주의의 대변화를 예견했다. 하지만 앞으로 한국 자본주의가 겪을 변화는 도로시의 경험을 초월한다. 세계 자본주의 변화의 맥을 짚어 그 속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기회를 포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 경제를 밀어줬던 세계화와 친(親)시장주의는 이젠 추억일 뿐이다. 한국 자본주의는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기로에 섰다. 자본주의를 지탱해 왔던 기존 질서는 이미 빠른 속도로 파괴되어 가고 있다. 기존의 `가깝고 친숙한 것`을 새로운 `멀고 낯선 것`이 대체하는 현상이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17일 국제통화기금(IMF)은 멕시코에 470억달러 규모의 단기자금 지원방안을 승인했다.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일원으로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국 대신 IMF에 도움을 청했다. 지난해 10월 30일 한국이 IMF 대신 미국과의 300억달러 통화스왑을 통해 외환위기 우려를 불식시킨 것과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1995년과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겪었던 멕시코와 한국은 각각 미국과 IMF에서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이번 위기에서 두 나라는 예전과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과거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낙인 효과` 탓도 있겠으나, 근본적인 원인은 크게 달라진 글로벌 경제환경에 있다. 한때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미국ㆍIMF의 영향력과 쓰임새가 10여 년 전과는 딴판이 됐다는 의미다. 놀라운 사실은 10여 년 전과 달리 멕시코나 한국 같은 신흥국에도 `선택권`이 주어졌다는 점이다.
한국경제, 고용없는 성장지속 불가피
◆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① ◆ 한국 경제가 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한국 자본주의의 새 균형점이 수출보다는 내수에, 상품 수출보다는 인력 진출에, 감세보다는 증세에, 시장 자율보다는 규제 강화에, 소비보다는 저축에, 미국ㆍ유럽보다는 한ㆍ중ㆍ일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에, 경제적 승자보다는 중산층에 가깝게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머지않은 시일 내에 한국은 수출에만 매달렸던 경제구조를 뜯어고쳐 내수를 확장시켜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내수시장의 개념을 주변국으로 넓히려는 노력이 가시화할 것이다. 인력 운용과 재테크 행태도 달라질 소지가 크다. 상품 수출을 통해 경제가 자라날 때에는 외국에서 공부하던 사람도 국내에 들어와 적절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수출 상품에 대한 수요가 격감한 상황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고용 없는 성장`이 한층 실감나게 될 것이다. 우수한 인적자원을 가진 한국 입장에서는 상품보다는 인력의 해외 진출 방법을 궁리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세율 낮추기` 경쟁도 주춤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한국에서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세수 확대를 위해 비과세ㆍ감면 제도를 재정비하고 조세범처벌법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고소득자와 단기 자본 수익에 대한 과세 강화는 낮은 레버리지와 현금성 자산, 장기 투자에 대한 선호를 유도하는 정책 신호다.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시장을 믿되 반드시 검증하라`는 것이다. 한국 역시 시장 만능주의의 후퇴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장에서는 과도한 레버리지를 막고 고위험ㆍ고수익 상품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강화될 것이다. 정부의 시장 개입도 한층 공공연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금융회사에 대한 정부 개입 확대를 암시하는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공적자금관리특별법 개정안 등이 별다른 저항 없이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의 권한과 역할이 커지면서 국가 주도 산업정책이 재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국내 자동차업계를 대상으로 세제 혜택, 자금 지원 등의 `당근`과 노사 선진화, 구조조정이라는 `채찍`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가계저축률(1% 수준)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여전히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감안할 때 한국의 가계저축률도 조만간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대한 의존도 감소는 한국 자본주의의 또 다른 변화 동력이다. 언젠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사라지고 달러가치의 하향 재평가가 진행된다면 한국 경제는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8%, 교역량의 17%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3국 경제가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를 결정할 공산이 크다. 역사적으로 극심한 경제위기는 미래 산업의 발전 속도를 앞당기는 계기가 돼 왔다. 다른 나라들처럼 한국 산업도 또 다른 진화를 준비 중이다. 신재생에너지 등 이른바 녹색산업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녹색 거품(Green bubble)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강해지는 환경 규제가 기존 제조상품에 대한 가혹한 보호무역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를 논의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변수가 있다. 인구 고령화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2018년을 전후로 엄청난 경제ㆍ사회적 충격을 예견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30~55세 인구 비중 증가율은 2011년 0%에 이르게 된다. 그다지 머지않은 미래다.
시장을 존중하고 신뢰하되 반드시 검증하라
美ㆍ英, 대형은행 국유화로 강한 정부 행보
대처리즘 등장 30년만에 금융질서 逆빅뱅
한국정부 `위기이후` 액션플랜으로 승부
◆經世濟民(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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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일 정부는 지난 4월 모기지은행 `하이포 레알 에스테이트(HRE)`에 대해 강제 국유화 작업에 착수했다. 공적자금을 투입해도 나아질 기미가 없자 주주들에게서 주식을 헐값에 매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2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 GM은 지난주 2만여 명 감원 등 구조조정안을 제시하고 정부에 추가 지원과 출자 전환을 요청했다. 실질적으로는 국유화를 자청한 것이었다.
#3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4월 30일 "(손실 부담을 염려해)기업 구조조정이 미흡한 은행장은 문책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불과 몇 달 전까지 "구조조정을 위해 은행들에 자본확충펀드를 지원하지만 경영권 간섭은 절대 없다"고 했던 데서 180도 선회한 것이다. 강력한 정부, `보이는 손`이 귀환했음을 알리는 서막이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시장권력을 축소하고 정부의 직접 개입과 규제를 늘리는 방향으로 발을 맞추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대표하는 대처리즘이 등장한 1979년 이후 30년 만이다. 정부 대 시장 간 관계에서 대변혁을 상징하는 단어는 `국유화`다. 시장경제에서 금기시됐던 국유화는 미국과 유럽에서 위기를 수습하는 가장 손쉬운 수단으로 변모했다. 미국 AIG와 씨티은행, 영국 노던록은행 등이 줄줄이 정부 소유로 탈바꿈했고, 독일과 일본 대형 금융회사들도 정부의 공적자금에 의지하고 있다.
◆ 시장실패가 더 무섭다
= 시장경제 종주국들이 체면을 구기면서 국유화를 남발하는 이유는 정부실패보다 시장실패가 더 위험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AIG의 파생상품 투기사례는 시장이 탐욕에 빠질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 여실히 드러낸다. 보험 가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AIG에 지원해준 `혈세`는 1800억달러에 달한다. `손실의 사회화`가 벌어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금융위기로 미국 금융회사들이 입을 손실을 최대 2조7000억달러로 예상했다. 손실을 모두 공적자금으로 만회하려면 가구당 3만달러 가까운 세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정도에 차이만 있을 뿐 국내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금융위기 전 은행 간 외형경쟁과 무차별적인 외화 차입을 막지 못해 정부와 한은이 조성했거나 향후 마련해야 할 공적자금은 자본시장확충펀드 금융안정기금 구조조정기금 등을 합해 100조원에 달한다.
정부개입이 본격화되는 국내 금융 감독정책
◆G20정상회의 합의사항 이행 --대손충당금 적립비율 등 평시 건전성 감독강화.
신용평가기관 헤지펀드 파생상품등 규제안 마련.
◆부실금융회사에 공적자금 투입--BIS비율 8%이상 은행도 공적자금 투입근거마련
공적자금 투입한 은행경영진 문책.
◆은행 성과평가및 임원보수체계개편--장기성과 위주로 개편해 단기이익추구 방지
단기이익에 대한 임원 인센티브억제.
◆기업구조조정에 직접개입--구조조정기금 등 공적자금지원과 구조조정 연계.
구조조정 미흡한 은행장 문책.
◆ 경쟁통한 금융산업 발전 승부수 = 영국 `금융 빅뱅` 이후 시장 만능 신자유주의의 상징이었던 금융산업은 이제 정부 주도의 `새로운 질서`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됐다. 한국 금융당국도 예외가 아니다. `관치금융` 시대로 회귀했다 할 정도로 고강도다.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안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를 넘는 은행이라도 부실 기미가 보이면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위기 이후`에 대비한 감독규정 개정도 준비 중이다. 호황기 대손충당금 적립비율 인상 등 건전성 감독 강화가 핵심이며 금융회사 경영진에 대한 보상체계도 개편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 3월 시중은행들이 임원진에 대규모 스톡옵션을 배정하려다 정부 측 `구두개입`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일부선 정부의 시장 개입이 경제주체의 유연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과 비효율적 규제는 경기 회복을 상당 기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금융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위기 이후`를 염두에 둔 승부수를 잇달아 던져 놓고 있다. 업종 간 구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일부 국가 움직임과는 달리 한국 정부는 분야별로 금융시장 진입장벽을 하나둘씩 허물고 있는 것. 지난 2월에는 증권 선물 보험 등 업종 간 벽을 허문 자본시장법이 시행됐고, 4월 국회에선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늘린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다음 국회에선 대기업 사모펀드에 대해 비금융회사 의결권 제한을 완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처리될 전망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부적격 금융회사는 자연스럽게 퇴출될 것"이라며 "자본시장법도 이런 맥락에서 경쟁을 통해 금융투자업 성장을 촉진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돈 보따리 푼 각국 `부메랑`고민
감세ㆍ재정지출 카드 꺼내 경기부양
중장기적으론 더 큰 위기 부를 수도
◆經世濟民(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2)◆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하면서 세계 각국이 내놓은 처방은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요약된다. 중ㆍ저소득층을 위한 세금 감면, 직접적인 지원금 보조와 함께 금융시장 유동성 공급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것.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각국은 대대적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구사했지만 이제는 쓴 돈을 어떻게 메우느냐는 걱정을 해야 할 시기다. 세계는 2차 대전 이후 막대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자 했던 독일이 막대한 재정적 부담으로 하이퍼 인플레이션 상황에 직면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과도한 재정적자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처가 필요한 상황인 것. 미국 영국과 같은 국가들은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정책으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오바마 미국 정부는 지난 2월 연소득 25만달러 이상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을 35%에서 39.6%까지 인상했다. 석유사에 대한 세금 혜택을 폐지해 향후 10년간 세금 315억달러를 부과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고 외국계 다국적 기업에도 향후 10년간 세금 353조5000억달러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영국은 연소득 15만파운드(약 3억원) 이상인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을 40%에서 50%로 인상했고, 10만파운드(2억원) 이상인 소득자에 대한 개인 소득 공제를 대폭 삭감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가 조세 시스템을 개선할 적기라고 봤다. FT는 지난 4일자 사설을 통해 "위기 극복을 위해 늘어난 국가 부채에 대해서는 민간과 공공 부문이 같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이는 일정 기간 국민이 높은 세율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재정정책도 머지않은 장래에 `중대기로`를 맞을 전망이다. 아직 한국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7%로 G20 국가 중 5위에 올라 안정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당초 30% 수준을 유지하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0조원 규모 추경 등 영향으로 40%에 가까워졌다. 단기간에 적자폭이 급증한 것은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으로서 `재정 건전성 유지`는 국가경제 사활이 걸린 문제다. 앞다퉈 세율을 내리는 국제적인 조세경쟁(tax competition)이 퇴조하고 있다는 점도 상당한 변화 요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정부 태도는 매우 신중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가 채무는 어느 정도가 안정적인지 절대적인 기준은 없지만 단기간에 비율이 올라가는 것은 분명히 정부에 부담이 된다"며 "앞으로 재정 건전성 유지가 중대한 정책 기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경제 보호주의로 U턴…한국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經世濟民(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 (2)◆
`부유층에 대한 세금은 올리고, 저축률은 높여야 한다.`(오바마 미국 대통령) `은행에 대한 명시적인 감독ㆍ제재가 필요하고 파생상품 투자전략과 노출규모에 대한 사전신고 및 감독이 필수적이다.`(G20 정상회담 결의문) `비상상황인 만큼 자동차 등 국내 산업에 대한 지원조치가 필수불가결하다.`(일본, 독일 정부 공식입장)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나타나는 세계 자본주의 움직임 중에는 이제껏 한국 자본주의가 추구해온 가치와 상충되는 내용도 적지 않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미덕`으로 여겨왔던 △규제완화를 통한 금융산업발전 △개방과 경쟁을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 △민간소비 확대를 통한 내수시장 확대 등의 정책들이 △규제강화를 통한 금융시장 안정 △일자리ㆍ자본ㆍ무역 보호주의 △적정 소비ㆍ적정 저축률 유지 등 새 논리의 도전을 받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제정책도 `불균형 대응`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트렌드에는 다소 느리고 신중하게 따라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경제위기 후 국제적인 대응방향은 보호주의 색채와 큰 정부"라며 "우리가 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자칫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외국인 투자유치 대열에서 낙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책 기조를 바꾸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점이 정치적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다. 정치권의 입김이 세졌다는 점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에 나타난 새로운 트렌드다. 지난 4월 21일 오후 과천 기획재정부는 한은법 개정안 법안심사소위 통과 소식에 발칵 뒤집혔다. 이날 국회 재정위는 소위를 열고 한국은행에 금융사 단독 검사권을 주는 내용을 담은 한은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 형태로 전체회의에 상정시켰다. 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일사천리로 절차가 진행됐다. 최종 국회 통과는 오는 9월 정기국회 때 재논의하는 것으로 정리됐지만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민감한 경제법안을 정치적 판단에 따라 국회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내수키워 무역의존도 10%P 낮추자
수출의존 큰 국가들 경기침체에 더 취약…GDP대비 수출비중 韓 48% 日 15% 美 9%
◆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③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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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48.4%, 일본=15.8%, 미국=9.8%.` 국가별로 지난해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한 비중이다. 한국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통계다. 현재 한국은 `수출로만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구조다. 그러나 앞으로 한국 자본주의는 `한국은 수출로도 먹고살 수 있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내수 비중을 키워 지나친 수출의존형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미다.
◆ 지난해 한국 무역의존도 96% = 국가 간 동일 기준 비교를 위해 글로벌인사이트가 잠정 집계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 GDP에 대한 수출입을 포함한 무역 의존 비율은 96%로 나타났다. 일본과 미국은 이 비중이 각각 30.7%와 25.8%에 불과했다. 한국보다 GDP 규모가 큰 세계 13대 경제 대국에서 무역의존도가 90%를 넘어선 나라는 없다. 한국 다음으로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독일(83.2%), 중국(83.1%) 정도다. 물론 무역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반드시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문제는 지나친 무역의존도는 최근과 같은 세계적 경기침체 앞에서 속수무책이 된다는 점이다. 또 다른 고민은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 경쟁력을 보여주는 무역특화지수는 2004년 이후 5년째 하락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 추산 결과 지난해 한국 무역특화지수는 -0.02로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지표는 0이 되면 수출과 수입 중 특별한 비교우위가 없다는 의미다. 1에 가까워져야만 국제적 수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과 1997년에 각각 -0.07, -0.03을 기록한 이래 작년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보였다. 제조업 부문 무역특화지수는 2004년 0.17, 2005년 0.16, 2006년 0.15, 2007년 0.13으로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 수출-내수 황금비율은 = 지난해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GDP 대비 수출과 교역 비중은 각각 평균 21.7%, 45.5%다. 한국(48.4%, 96.0%)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분명히 한국 수출ㆍ교역 비중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다. 하지만 수출-내수의 황금비율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정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인위적으로 수출 비중을 낮출 수도 없을뿐더러 대외의존도가 낮다고 해서 위기 시 경제 충격이 적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은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8%에 불과하지만 최근 최악의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수를 중시하며 과거 중시됐던 수출 지향적ㆍ중상주의적 사고 틀을 깰 필요는 있지만 무역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정책 목표로까지 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만기 지식경제부 무역정책관은 "내수 진작을 위해 서비스 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분명히 있지만 우리나라는 성장할수록 에너지 수입 등이 늘어나게 마련이어서 대외의존도가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무역의존도 65%가 적당" = 다만 상당수 전문가는 한국의 경제규모와 산업구조, 해외 에너지 의존도, 인구 등을 고려할 때 현재보다 무역의존도가 10~20%포인트 내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내수시장을 보다 빠르게 키워 상대적으로 무역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교역 증가세를 완만하게 유지하면서 관광, 의료 등 서비스 시장을 육성해 내수 파이를 키워 무역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산술적으로 나누기는 어렵지만 무역의존도는 65% 정도로 내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총부가가치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7%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규모도 영세해 서비스산업 생산성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런 여건은 거꾸로 서비스산업 발전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해외시장 없이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는 산업은 그런 산업대로 육성하되 취약한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 무역의존도를 지금보다 다소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내수 키운다
車ㆍ가전판매 급증…2분기 성장률 7% 넘을듯
◆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③ ◆
중국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맞서는 방안으로 내수시장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의존도(83.1%)로는 탄탄한 경제 기반을 마련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내수시장 확대 기조는 이미 여러 채널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노동절 연휴였던 지난 1~3일 상하이 지역 가전제품 판매액은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상하이가전판매업협회에 따르면 노동절 당일인 1일 판매량이 급증해 대표적인 가전유통 매장인 쑤닝은 전년 동기 대비 85%에 이르는 판매액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LCD PDP 등 평판TV는 지난해 노동절 기간보다 판매액이 90%가량 늘었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수는 여전히 식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다른 지방에서도 중국 정부가 강력히 밀고 있는 `자뎬샤샹(家電下鄕ㆍ농민이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보조금 지급)` 정책에 따라 가전제품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파산 위기에 몰린 GM도 중국에서는 웃었다. 지난 4월 GM은 중국 내 판매가 지난해 동월 대비 50%나 늘어난 15만대를 기록했다. 이는 월간 실적으로 역대 최대다. 중국은 올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 유력해지고 있다. 정상은 한남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1분기에 경제성장률이 바닥을 기록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으며 앞으로 성장률이 6% 밑으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수출 감소에도 내수가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중국은 수출 침체에도 불구하고 소비증가율이 15%에 이를 정도로 내수시장은 살아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국가정보센터(SIC)도 2분기 성장률이 7.1%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공산당은 과잉투자 위험성까지 경고하고 나설 정도다. 이에 따라 중국 수출업체들도 이제는 수출보다 내수에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1분기 의류 수출은 전년에 비해 5% 감소했다. IHT에 따르면 이탈리아 유명 의류업체 `베네통` 등에 오랜 기간 셔츠를 납품하던 중국 의류회사 `저장 버캠 의상`은 최근 `브리오소`라는 국내 남성복 브랜드를 출시하기로 했다. 천장궈 저장 버캠 부회장은 "우리는 지난해 미국과 유럽을 돌면서 상황이 심각하게 나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올해는 중국시장에 더욱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ㆍ아일랜드의 교훈…글로벌 위기에 가장 큰 타격
◆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③ ◆
내수보다는 수출에 기대왔던 일부 국가 중 글로벌 경제위기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곳은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유럽에서는 아일랜드 정도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은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통한 자금 회수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이들 국가에서 자금을 빼기 시작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글로벌 경제가 향후 추락할 것이 분명하다면 외부 노출이 심한 나라에서부터 돈을 빼는 게 손해를 줄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를 순서대로 꼽으면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바레인 슬로바키아 체코 태국 대만 헝가리 불가리아 순. 유로 지역에서만 보면 벨기에 네덜란드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독일 핀란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프랑스 스페인 순이다. 이 중에서 특히 싱가포르와 아일랜드에서 자금이 많이 빠져나간 이유는 이들 국가 자본시장이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위기 이전에 그만큼 외국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류를 제외한 싱가포르 수출(NODX)은 지난 1월과 2월 두 달 동안 29.8% 급감(전년 동기 대비)했다. 한국 중국 등 일부 국가는 3월부터 경기 회복 기미가 다소 나타나기도 했지만 싱가포르는 3월에도 수출이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 17.0% 급감했다. 그 결과 싱가포르는 지난 1분기에 -11.5%(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싱가포르가 이처럼 타격이 심한 또 다른 이유는 교역상대국 중 미국 유럽 등 비중이 높다는 데 있다. 그 때문에 지난 3월 중국에 대한 싱가포르 수출은 14%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지역으로는 -21.9%, 미주 지역으로는 -31.1% 급감했다. 싱가포르는 또 재화를 제외한 서비스수출 의존도가 높아서 금융위기뿐만 아니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전염병 등에 의한 경제 타격 또한 심각하다. 가난한 농업국가에서 ITㆍ금융 강국으로 급성장한 아일랜드도 사정은 비슷하다. 80년대 실업률이 20%대에 달했던 아일랜드는 세금을 줄이고 투자유치에 나서면서 유럽에서 가장 활기찬 개방국가로 변신했다. 하지만 부동산 버블이 꺼지기 시작되면서 소비자 파산이 속출하고 실업률은 10%를 넘어서는 등 유로지역 화약고로 전락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자본주의 관점에서는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만한 사례들이다.
中ㆍ日시장을 우리 앞마당으로"
한ㆍ중ㆍ일 내수통합땐 세계 GDP 18% 교역량 17%
◆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③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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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
한국, 한국인으로 국한된 내수시장 범위와 수요층 개념을 중국, 일본 등 주변 지역으로 넓혀야 한다는 의미다.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수요를 국내에 가둬두자는 생각을 뛰어넘어 수요시장 자체를 주변국으로 넓혀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내수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공급 과잉, 수요 부족`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비욘드 코리아`와 같은 구상을 한국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는 5월 3~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ADB 연차총회에서 글로벌 리밸런싱을 극복하기 위해서 아시아 역내 내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로다 총재는 "이번 위기는 아시아가 아닌 미국 시장에서 먼저 시작됐으나 아시아가 큰 타격을 받았다"며 "이는 아시아 경제의 글로벌 경제 의존도가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범아시아적인 내수 확대라지만 그 핵심은 아시아 경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ㆍ중국ㆍ일본 3국이다. 이들 세 나라는 전 세계 인구의 23%를 품고 있으며, 전 세계 GDP의 18%, 교역량의 17%를 점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미래 전망이 밝고 역동적인 경제권이다. 진정한 내수 확대를 위해서는 `국내 수요의 해외 유출 방지`와 `해외 수요의 국내 유치`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검증받은 내수기업이라면 중국, 일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현지 시장의 `내수시장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 이런 맥락에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FTA의 활발한 체결은 한국 자본주의의 지향점이 될 수밖에 없다. 활발한 FTA 체결을 통해 △관세 철폐에 따른 가격 인하와 이에 따른 국내 소비 증가 △강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주변국으로 수출 증대 △소비자 선택 확대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ㆍ미 FTA는 국내총생산(GDP)이 80조원 증가하고 일자리를 34만개 만들어내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아직까지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한ㆍ중, 한ㆍ일 간 FTA는 한ㆍ중ㆍ일 경제 통합으로 가는 기폭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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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팍스 아메리카나 … 韓ㆍ中ㆍ日이 이어간다.
3국 교역 4조2천억 달러…전 세계 15%넘어…제조업기반 튼튼해 경기회복 가장 빠를 듯
◆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④ ◆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는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좌초했다. 미국이 입은 상처는 언젠가 회복되겠지만 이미 세계의 눈은 냉정하게 다음 리더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 많은 시선이 한국ㆍ중국ㆍ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에 모아지고 있다. `팍스 아시아나(아시아 주도의 세계질서)`를 향한 전진은 시작됐다. 지난 3일 한ㆍ중ㆍ일 3국 재무장관이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 다자화 기금의 국가별 분담액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다. 또 역내 발행 채권에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채권보증투자기구(CGIM)를 출범시킨다는 데도 합의했다. 지역경제 통합과 아시아 단일통화 논의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 경제위기 속 아시아 장점 돋보여 = 2007년 한ㆍ중ㆍ일 3국의 역내 교역은 4조2000억달러(전 세계의 15.1%)를 넘어서 10년 전에 비해 3배 증가했다. 10년 전 전 세계 교역량의 21%를 차지했던 미국 중심의 북미자유무역협정 교역 규모가 16.2%(2007년 기준ㆍIMF)까지 위축된 틈을 파고든 것이다. 아시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8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한ㆍ중ㆍ일 3국 간 교역 규모에 아세안(ASEAN)을 더하면 아시아는 유럽연합(EU)에 버금가는 경제블록으로 등극하게 된다.
덩치뿐만이 아니다. 한ㆍ중ㆍ일을 중심으로 한 주요 아시아국들은 서방 선진국들이 당장 목말라하는 막대한 달러와 재정지출 여력, 상대적으로 우월한 기업 재무건전성, 정부 주도형 경제체제 등의 특장점을 갖추고 있다. 이번 위기를 잉태한 금융산업이 서방 선진국보다 덜 발달한 대신 강력한 제조업 근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한ㆍ중ㆍ일 3국에는 큰 기회가 될수 있다. 실물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가장 큰 혜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외환위기 경험은 `위대한 유산` = 10년 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아시아 국가들은 다시 찾아올지 모를 폭우에 대비해 우산을 준비해 놓았다. 한ㆍ중ㆍ일 3국이 쌓아둔 외환보유액만 3조달러가 넘고 인도 등 여타 아시아 국가까지 합치면 4조달러에 육박한다. 외환보유액 순위 10위 안에 아시아 국가는 일곱 곳이나 된다.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은 이제 미국의 돈줄이 됐다. 경기 부양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찍어내는 국채를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이 흡수해 주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티베트, 인권문제를 제쳐 두는 대신 "미국 국채를 계속 사 달라"고 호소하며 중국인들의 마음을 붙잡기에 바빴다.
◆ 아시아의 한계, 코리아의 한계 =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는 `팍스 아시아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갈 길은 멀고도 험난할 것이란 예상이다. 2000년 들어 30%대 수출신장률을 기록하던 중국이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마이너스 수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하자 세계 경제는 `올 것이 왔다`는 충격에 휩싸였다. 내수 여력도 의문시된다. 1990~2000년 중국 내수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비중은 45.8%에 달했지만 2000~2007년에는 평균 28.9%로 줄었다. 한국의 정치적 열세도 극복 과제다. 아시아 경제통합 논의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이라는 양극 사이에서 목소리를 내려면 치명적이고도 대체 불가능한 특장점, 즉 중재자로서 리더십과 조정능력 등을 십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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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 어 >
팍스 아시아나(Pax Asiana) = 팍스 로마나, 팍스 브리태니커에서 따온 말로 아시아 중심주의를 뜻한다. 팍스는 평화, 아시아나는 아시아를 나타내는 라틴어 표현
중국의 야심…韓ㆍ홍콩등 6개국과 통화스왑
위안화의 기축통화 도약 시도
◆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④ ◆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중국은 위안화를 국제화하려는 전략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미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기축통화=달러` 공식이 위협받고 있는 현재 상황이 위안화가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최근 보아오포럼에서 위안화 국제화와 관련해 아시아 국가들 지지를 호소했고, 중국 정부는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통화로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사용 확대를 주장하면서 달러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달러 위상을 흔들면서 위안화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다. 위안화를 기반으로 하는 통화스왑 라인 확대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2월 한국ㆍ홍콩과 각각 1800억위안, 2000억위안 규모 통화스왑을 처음으로 체결한 중국은 이후 말레이시아 벨라루스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 6개국과 통화스왑을 체결했다. 이들 국가와 맺은 통화스왑 규모는 6500억위안에 달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위안화가 국제통화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아직 걸림돌이 많다. 국제통화로 쓰이기에는 위안화 호환성과 안정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위안화의 자유로운 해외 이동을 허용하면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경험이 축적되지 않아 안정성에 대한 시장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라며 "중국이 자본 자유화에 소극적이어서 위안화 호환성도 보장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IMF에서 자본 자유화를 평가하는 43개 항목 가운데 중국은 11개 항목만 개방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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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체질 개선은 물론 시장 판도까지 바꾸는 닌텐도형 기업이 뜬다
지금은 변화 거듭하는 트랜스포머 시대
100년기업 목표 삼아 제2창업 준비해야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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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자동차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 80여 년간 자리를 지켜온 다우존스 지수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블룸버그뉴스는 GM이 블루칩 중심인 다우존스 지수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경제위기가 발생한 뒤 미국 정부에서 154억달러를 수혈받은 GM은 추가로 116억달러를 요청한 상태고, 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10분의 1 아래로 추락했다. 그러나 GM 몰락은 새로운 기업사(史)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기업들에 던져준 메시지는 `규모의 환상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 빅3를 비롯해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던 글로벌 기업들이 맥없이 고꾸라지는 지금 `100대 기업`은 예전과 같은 의미를 상실했다. 그보다는 기업 스스로는 물론이고 시장마저 변화시켜 번영을 이어가는 `100년 기업`이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기업계에 `트랜스포머` 시대를 불러들인 것이다.
◆ 혁신DNA 있어야 위기 극복 = 1917년 포브스지가 선정한 100대 기업 중 70년이 지난1987년에도 생존한 기업은 39개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상위 100대 기업 지위를 유지한 것은 18개뿐이다. 미국에서 1985~1987년 자산 10억달러 이상 기업 가운데 파산을 신청한 기업은 6개였다. 하지만 2001~2003년에는 105개로 급증했다. 기업을 키우기보다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게 더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들이다. 경제위기 와중에도 `100년 기업`을 향해 순항하는 기업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혁신문화, 한발 빠른 구조조정, 제2 창업정신 등이다. 어느 업종에 있느냐가 아니라 트랜스포머 혈통을 지녔느냐가 성공을 위한 관건이다. 2008년은 닌텐도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위기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와중에도 게임콘솔 위(Wii)와 휴대용게임기 DS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영업이익은 한화로 7조원에 달해 일본 내 1위를 차지했다. 성공비결은 혁신에 있었다. 젊은 세대가 온라인게임에 열광해 전통적 게임기 시대가 끝난 것처럼 보일 때 닌텐도는 역으로 어린이부터 노인들까지 모든 세대가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기를 개발했다.
◆ `제2 창업`을 준비하라 =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는 결국 기업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BCG) 서울사무소는 `대한민국 미션 4만달러` 보고서에서 한국이 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선 삼성전자와 같은 간판 기업을 18개 이상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 자본주의의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는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기업들은 기존 사업에 안주하는 경향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OCI(옛 동양제철화학)는 지난해 경제위기 와중에도 7323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2년 전과 비교하면 4배도 넘는 규모다. 이 회사가 단기간에 `퀀텀점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제2 창업을 준비한 덕이다. 전통적인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던 이 회사는 태양광산업 가능성을 주목하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폴리실리콘 분야 투자에 나섰다. 폴리실리콘은 태양전지를 만드는 원료로 세계적인 태양광 붐을 타고 수요가 급증했지만 기술적인 진입장벽 때문에 시장에 과점이 형성돼 있었다. `제2 창업`은 내수 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한계 기업을 성장 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 1980년대까지 목재와 고무를 생산하던 노키아는 제2 창업을 통해 90년대 후반부터 세계 최대 휴대폰 메이커가 됐고, 1970년 초대까지 흑백TV를 만들던 삼성전자는 과감하게 반도체 산업에 진출해 90년대 초반 세계 1위에 올랐다.
◆ 구조조정 없는 일류는 없다 = 구조조정 없는 일류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됐다. 미래 한국 자본주의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위기 속에서도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인식부터 다르다. 망하기 전에 할 수 없이 하는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 상시화한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구글 MS 노키아 등 36개 글로벌 초우량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기업은 닌텐도와 애플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가 혁신기반 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모든 제조 IT 금융 분야 우량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한 셈이다.
한국경제 아킬레스건 자영업자
경기변동에 취약 … 재교육ㆍ사회안전망 절실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5)◆
위기상황으로 경제가 출렁거릴 때마다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가 있다. 음식점, 음식ㆍ숙박업, 소매판매점 등 자영업자들이 존폐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이다.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에서도 가장 먼저, 가장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거나 경험 중인 계층이 바로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통계청 고용동향 조사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606만명 수준이던 자영업주는 올해 3월 기준 571만4000명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불과 7개월 만에 34만명의 자영업자들이 사업을 포기하거나 업종을 바꿨다는 얘기다. 경기변동에 취약한 자영업자는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지만 한국에서 특히 아킬레스건이다.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를 결정할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가 자영업자 문제다. 전체 취업자 중 비중은 1981년 52.9%에서 현재 31%대로 줄었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선 높은 데다 다수가 전문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기보다는 음식업 등 일부 업종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도에 비해 대책은 뚜렷하지 않은 편이다. 과거에도 급박한 경기위축이 진행되면 정부는 "자영업자에 대한 추가지원을 내놓으라"는 압력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개 장기적인 성장정책과 상충되는 단기 자금지원 정책들이었다. 실제로 작년과 올해 정부는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창업보증 대상업종을 전 업종으로 확대하고, 기존 대출 만기도 전액 연장하는 등의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정부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위기 때마다 자영업자가 생존위기에 내몰리지 않으려면 합당한 재교육시스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지난 8일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에서 "제조업 수준의 세제, 재정지원"을 약속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新성장동력 그린산업 `왓컴` 버블 함정에 조심
세계 태양광발전시장, 올성장 마이너스 전망에 한국정부 보조금 대폭 삭감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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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녹색기술` 확보를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녹색산업`을 위기 후 국가경쟁력을 판가름 지을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투자를 망설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녹색산업에서 큰 재미를 보려면 반드시 피해가야 할 `함정`이 있다. 녹색거품(그린버블)이다. 잘못 대처할 경우 한국자본주의에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만큼 그 위험성에 대해 미리부터 준비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지식경제부는 태양광발전차액제도에 관한 중요한 고시를 발표했다. 올해 발전차액 지급한도를 50㎿로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지난해 시장 진입 물량(257㎿)의 5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태양광발전차액제도란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과 기존 전력 생산단가 차액을 정부가 보상해주는 제도다. 정부가 이 같은 고시를 하자 업계는 초비상이 걸렸다. 태양광발전 사업은 발전차액 보조금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올해 배정된 연간 50MW는 고시가 있은 지 불과 7일 만인 지난 6일 마감됐다. 장동일 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부회장은 "최근 모듈 대량 생산체제를 갖추거나 대형 발전소 계획을 세운 업체를 비롯해 시공업체들까지 합치면 그 피해는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왜 갑자기 태양광발전 사업에 `브레이크`를 걸었을까. 우선 일시적 쏠림현상이 향후 이 시장에 급격한 위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총 태양광 발전차액 지원 한계 용량을 500㎿로 정했고, 지난해 이미 257㎿를 소진했을 정도로 붐이 일었다. 이 상황에서 연간 한계 용량을 정하지 않을 경우,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예산도 문제다. 지난해에는 예산(513억원) 대비 133.3%가 증가한 1197억원이 집행됐다. 올해에는 50㎿만 신규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예산(1492억원) 대비 56.1% 증가한 2330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렇게 올해 신규 태양광 시장 진입 물량이 전년의 5분의 1 수준으로 통제되면 관련 업계 구조조정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까지 수백 %대의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했던 세계 태양광발전 시장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와 유가 하락까지 겹치며 닷컴(Dot Com ㆍIT 기업) 버블 붕괴에 이어 왓컴(Watt Com ㆍ녹색 기업) 버블 붕괴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다. 디스플레이뱅크 전망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량은 5215㎿를 기록해 전년보다 약 6%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국제유가는 이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세계 여러 회사들이 태양광에 투자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수준의 규모를 갖는 기업이 아니면 2010년 전후에 위험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정부보조 중심의 지원방식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공공건물 신재생에너지 설계의무화 등을 통한 보급 의무화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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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고령 한국` 지탱할 경제안전망 확충을
2011년부터 35 ~ 54세 경제활동인구 급감
여성 경제참여 늘리고 재정건전성 높여야
◆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⑥ ◆
2008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는 표면적으로 연쇄살인마와 관련된 스릴러물이다. 미국-멕시코 국경지역에 사는 주인공 `모스`가 200만달러가 든 가방을 우연히 취득하게 되고 연쇄살인범 `안톤 시거`의 추격을 피해 도망 다닌다. 이후 모스를 돕기 위해 베트남전 참전용사였던 보안관 `벨`이 나선다는 평범한 줄거리다. 그러나 관객들은 썩어가는 현 사회에서 무기력해진 노인인 보안관 벨을 인식하게 된다. 과거에는 영웅이었을지라도 그때의 생각으로 살아가는 노인들의 설 자리는 앞으로 줄어든다는 메시지다. 한국에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선진국에서는 세대간 이념갈등과 소득 양극화,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내수위축, 심각한 재정적자 등의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
◆ 한국 고령사회 문턱에 =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 나라다. 이미 2000년에 `고령화사회(65세 이상 비율 7% 이상)`에 진입했으며, 오는 2018년에는 `고령사회(65세 이상 비율이 14% 이상)`, 오는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비율 20% 이상)`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낮은 출산율이라면 2018년부터 총인구는 감소하지만 노인들은 계속 늘어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50년 한국에서 65세노인 인구는 전체 중 34.4%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어느덧 한국은 고령사회 문턱에 도달했다. 특히 2011년이면 가장 왕성하게 일하는 35~54세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는 1955~63년 태어나 80년대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일군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흐름을 같이한다. 이들이 산업현장에서 물러나면 소득이 급격히 줄어들어 소비주체로서의 역할도 사라진다. 60대 이상 소비규모는 40대의 6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점차 전체 내수시장 위축마저 불가피하다. 특히 최근 세계적인 불황이 2011년까지 계속되면 국내 인구증가 동력이 떨어진 것과 맞물려 자칫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환경, 기술, 가치관의 해체와 융합 = 급속한 고령화는 단순한 인구변화가 아닌 사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꿔 놓게 된다. 재테크 방식에서부터 산업, 기술, 환경, 가치관, 문화 트렌드가 모조리 달라진다. 노인이 늘어나면 소비가 줄어 경제성장이 둔화된다. 또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정부가 적자 재정정책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고, 또 국민연금 고갈속도도 빨라진다. 교육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새로운 기회도 분명히 있다. 노인 증가는 실버산업을 팽창시키고 의료, 요양서비스와 함께 생명을 연장시키는 장기관련 산업이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감세와 적자재정 등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신호가 포착되면 초고령사회 진입을 겨냥한 정책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미래를 대비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쪽으로 국가간 경쟁구도가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늘 외국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 재정건전성 확보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또 인구감소에 따른 내수위축을 만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현장에는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한다. 우선 출산을 장려하고 여성인력 확보를 위해서 육아부담을 줄여주는 보육정책을 강화하고, 탄력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제 근로제를 확산할 필요도 있다. 전문 외국인력에게는 출입국 문을 활짝 열어둬야 한다. 특히 노인들에게도 산업현장에서 자신들의 노하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이를 위해 평생교육을 제공하고 퇴직연령을 연장하거나 임금피크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노인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반확충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국민연금의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고 개인연금제도를 활성화해 소득을 보장해줘야 한다. 또 의료비 절감정책과 고령자 전용주택에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것도 주거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충고다.
2050년 한국 사회는… 1.4명이 노인 1명 부양. 기대수명 86세
◆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⑥ ◆
급속한 고령화로 미래 한국의 인구 구조는 노년층 비중이 확연하게 증가한 `항아리형`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09년 현재 인구 구조는 출생률과 사망률이 함께 감소하면서 청ㆍ중년층이 두꺼운 `종형`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출생률이 급감하고 인구 수명은 늘어나면서 인구 구조가 빠르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79.6세(2007년 기준)인 기대수명은 2050년에 86세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출생률과 사망률 차이를 보여주는 인구 자연 증가율은 2020년을 기점으로 마이너스에 진입할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현재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 중 10.6%를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다. 이어 2018년에는 노년층 인구가 14%가 넘는 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2026년에는 비중이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들어서게 된다. 특히 2050년에는 노인 인구가 전체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슈퍼 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본은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시간이 각각 94년과 36년인 반면 한국은 26년이라는 빠른 시간 안에 고령화가 진행되는 것. 이와 함께 현재 전체 인구 중 72%를 차지하고 있는 15~64세 생산 가능 인구는 2050년이면 전체 중 53%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노년층은 증가하는 구조로 변모하는 것이다. 지금은 생산 가능 인구 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2050년이 되면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된다.
재테크 트렌드 큰 변화…인구줄어 부동산 인기 시들 ,연금ㆍ평생펀드 관심 높아져
◆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⑥ ◆
과거 부자들은 대부분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 매일경제신문이 2008년 초 자산 50억원 이상 자산가 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꼴로 부동산 투자 덕분에 부자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경제위기와 인구 통계 전망치를 감안하면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과거 신규 주택을 구입하거나 중대형 아파트로 옮겨 타는 과정에서 집값을 견인해왔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은퇴 시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규 주택을 구입하거나 중대형 아파트를 구입하는 30~55세 인구 비중 변화와 주택가격지수 상승률을 비교하면 최근 20년 새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에 따라 2011년 30~55세 인구가 줄어들면 전체 부동산 가격도 점차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방 아파트를 중심으로 미분양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2011년은 재테크가 부동산 중심에서 벗어나는 대격변기를 예고하고 있다. 물론 부동산시장에도 틈새시장이 있다. 고령화 시대와 맞물려 아파트보다는 노인들이 머물기에 아늑한 고급 빌라나 타운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 인구 감소 때문에 외곽 신도시보다는 접근성이 뛰어난 도심 재개발이, 1인 가구 증대에 따라 도심 상가나 오피스텔이 각각 주목 받게 된다. 하지만 추세적으로 볼 때 부동산의 빈자리는 금융상품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침체되면 주식과 채권투자 수익률이 마냥 좋을 수 없지만 딱히 눈을 돌릴 데가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을 대신해 투자상품으로 활용할 만하다. 노인 증가에 따라 투자 방식도 바뀐다. 주식이나 채권에 대한 공격적인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를 선호하게 된다. 정보력이 뛰어난 자산설계사에게 돈을 맡겨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전략이다. 투자기간은 길어져 평생 펀드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연령별 맞춤형 펀드인 라이프 사이클 펀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스템에 따라 초창기에는 고수익 상품에, 노년기에는 보수적이면서 유동성이 높은 투자 대상을 찾아 알아서 투자한다. 1~3년마다 만기가 도래해 펀드를 갈아타는 번거러움을 덜 수 있다. 이 밖에 배당주 펀드나 인플레이션 연동채권도 장기적으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다는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위한 연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필수로 가입하는 국민연금을 배제하더라도 개인연금이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장기 보험상품이 꾸준히 인기를 끌게 된다. 주택담보대출에도 역발상이 적용될 수 있다. 역모기지론이 그런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가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는 형태에서 이제는 집을 파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는 게 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노인 부양 부담이 큰 상황에서 역모기지론은 노후 소득에서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정은숙 신한은행 방배지점 PB팀장은 "인구 변화를 고려한다면 현재 자산 중 70%에 달하는 부동산 비중을 앞으로 50%까지 낮출 필요가 있다"며 "이를 대신해 개인연금이나 보험 등 장기 금융상품이 각광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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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ㆍ수출 균형이룬 새 성장모델 만들어야
세계경제 美주도 벗어나 재편중…금융ㆍ생명공학을 성장동력으로
◆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⑦ 지상좌담 ◆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기존 자본주의를 지탱했던 질서들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 과잉소비와 수출의존형인 아시아 경제에서 시작된 `글로벌 불균형`이 파괴되면서 `글로벌 리밸런싱`이 진행형이고 시장 실패를 경험한 전 세계는 금융시스템 자체에 대한 개혁도 모색 중이다. 한국도 이런 흐름에서 벗어날 순 없다. 매일경제신문은 한국 자본주의 현주소를 진단하면서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긴급 지상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김인준 한국경제학회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오영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소위 `글로벌 리밸런싱(Global rebalancing)`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유의해야 할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김인준 교수=미국민 과소비와 동아시아 국가의 과도한 저축이 글로벌 불균형을 초래한 원인이었다. 실제로 미국은 2000년대 들어 자산시장 거품 등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비가 5% 이상 급증하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됐다. 그러나 앞으로 글로벌 불균형은 줄어들 것이며 이 과정에서 미국에 대한 한국 수출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내수 진작과 함께 수출시장 다변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확보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현오석 원장=글로벌 리밸런싱 과정에서 주요 교역국 교역 행태에 변화가 일어나게 되면 세계 무역지도 재편에 따른 무역전략 수정작업이 요구된다. 기존 수출 품목과 대상 국가에 대해 다변화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시장 발전 모색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 대한 수출은 다소 둔화되겠지만 중국 내수시장 확대는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 최종재ㆍ소비재 시장을 잘 파고들어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자유무역협정(FTA)과 부문별 자유무역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수출 시장 개척ㆍ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한국 자본주의의 새 균형점이 수출보다는 내수에, 감세보다는 세수 확보에, 시장 자율보다는 규제 강화에, 경제적 승자보다는 중산층에 가깝게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변화 속도와 강도는 어느 정도일 것으로 보는지.
▶오영호 부회장=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침체되고 이에 따라 우리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하에서 돌파구로 고려될 수 있는 과제라고 본다. 속도와 강도에 대해 일률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우나 전반적으로 급속한 변화를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특히 수출과 내수는 상충관계라고 보기 어렵고 수출이 잘될 때 내수산업 육성이 용이해진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규제 강화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는 아직 금융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 과도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며 정책 일관성을 저해할 염려도 있다.
▶김 교수=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원인은 시장 실패일 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 실패다.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이 만병통치가 아닌 것처럼 정부 규제 강화 또한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기되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탐욕으로 왜곡될 때는 정부 개입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유시장경제를 믿는 것은 과도한 정부 개입은 오히려 하지 않은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에서는 대폭적인 재정 적자와 무역수지 적자가 염려되므로 세수 확보와 적정 저축률 유지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우리는 재정과 무역수지 균형뿐만 아니라 내수 확대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 원장=새 균형점이 반드시 수출보다 내수에, 시장 자율보다 규제 강화에 맞추어질 것이라는 견해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수출보다 내수가 중요하다는 말은 옳지 않다. 우리나라와 같이 규모가 작고 제조업 비중이 큰 나라로서는 수출과 수입을 통해 세계 경제와 통합하는 것이 경제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단지 그동안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업이 발달하지 못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제조업과 서비스업, 그리고 수출산업과 내수산업을 골고루 발달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계적인 금융 격변기에 한국 금융산업이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현 원장=규제 완화가 이루어져야 할 부분과 규제 강화가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 공존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본시장 내에서 진입장벽 철폐 혹은 자본시장법 도입 취지는 계속 살려나가는 동시에, 은행 등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는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 등은 강화해나가는 국제적 추세에는 적극 동참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금융 감독기구 간 협조를 공고히 해서 감독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오 부회장=한국이 규제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이유는 그동안 선진국에 비해 금융산업 개방과 자유화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점에서 보면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이 리스크 관리에 전적으로 힘을 쏟으면서 기업이나 가계에 자금이 원활하게 흘러가지 않고 있는데 작년 말부터 정부가 많은 돈을 풀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이 여전히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현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따라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도 은행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은행 자본 확충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 대체에너지 개발이 기업의 가장 큰 숙제
-한국 기업들이 염두에 둬야 할 한국 경제 미래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오 부회장=조선, 자동차, 철강, 휴대폰, 반도체 등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주력산업 노릇을 할 것이며 우리나라가 이들 산업에서 골고루 강한 경쟁력을 나타내는 것은 우리 경제가 이만큼 성장한 원동력이다. 앞으로는 이들 산업이 IT기술과 융합되고 이들 산업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산업 확장을 중심으로 국제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는 이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 기업과 정부는 10년 혹은 20년 앞을 내다보며 미래 산업에 대한 비전이 필요하며 최근 경제위기를 미래산업 발전을 앞당기는 계기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김 교수=지금과 같이 9억배럴에 가까운 석유를 수입하는 한 우리 경제는 대외 충격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경제에 제일 시급한 것은 석유를 대신할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고 이를 사용할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며 우리 기업들도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유망 산업으로 건강 관련 산업을 들고 있다. 생명공학 등 바이오산업과 의약품 개발 등 의료산업 등에 대한 보다 과감한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의료와 관광을 함께 엮는 산업 육성도 고려해볼 만할 것이다.
클릭 현장에서] 세계 자본주의는 리뉴얼 중
승객을 가득 실은 수상비행기 한 대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악천후를 만나면서 멀쩡하던 계기가 고장나고 엔진ㆍ무전기가 파손되고 만다. 가까스로 불시착에 성공하지만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수상비행기가 내려앉은 곳은 출렁이는 바다 위였고, 폭풍우는 거셌다. 단순히 물위에 떠 있는 것만으로는 생존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 얘기가 아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예상치 못한 악천후로 가정한다면 수상비행기와 승객은 한국 경제와 한국 국민들이다. 파도로 출렁이는 바다는 변화무쌍한 세계 경제 상황을 비유한다.또 망가진 엔진과 무전기는 새로운 성장동력과 정책경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고장난 계기는 이제까지 경제분석 수단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여기에 아찔한 추락에 이어 불시착에 성공했다는 상황 설정은 `최악 상황은 지나갔다`는 최근 분위기와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과연 위기 이전과 같은 `정상적인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지난해 9월 이후 세계 경제는 이전에 가보지 못한 `낯선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내린 진단은 `과거는 말끔히 잊어버리라`는 것이다. 한국 경제와 한국 자본주의도 마찬가지다. 더딘 구조조정 때문에 실감이 나지 않을 뿐 한국 경제는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당면한 마이너스 성장과 수출 감소 등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선진국과 신흥국 역할이 재조정되는 `글로벌 리밸런싱`과 보호주의가 득세하는 `역세계화` 과정에서 한국 경제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최근 매일경제신문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달라진 세계 자본주의와 그에 따른 한국 자본주의 미래를 가늠해보기 위해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는 주제로 7차례에 걸쳐 기획기사를 보도했다. 이 시리즈에서 전문가들은 한국 자본주의의 새 균형점이 수출에서 내수 쪽으로, 상품 수출에서 인력 진출 쪽으로, 감세에서 세수 확보 쪽으로, 시장 자율에서 금융 규제 강화 쪽으로, 과소비에서 적정 저축 쪽으로, 미국ㆍ유럽에서 한ㆍ중ㆍ일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서 산업계에서는 기업 스스로는 물론이고 시장마저 바꿔버릴 수 있는 `트랜스포머 기업`이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독자들 반응은 다양했다. "급변하는 세계 경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추가 자료와 설명을 요청하는 독자들이 많았던 가운데 한 독자는 "세계 자본주의 변화 움직임과 한국 정부 정책방향이 상충되는 것 같아 혼란스럽다"는 소감을 전해왔다. 또 다른 독자는 "기존 논리가 새로운 논리로 대체되어가는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과 희생이 발생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도 했다. 옳은 지적들이다. 지금 당장 해답을 얻기에는 상황이 너무 유동적이지만 이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여분의 부속품을 찾아내 망가진 엔진과 무전기를 수리하고, 제대로 작동하는 계기와 그렇지 않은 계기를 정확히 구분해내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미국 중국 EU 일본에서는 위기 후 재도약을 위한 전략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변혁기에 국가의 조직 성패를 갈랐던 핵심요인은 변화를 맞이하는 자세였다. 변화를 주도하고 관리해나갈 것인지, 아니면 끌려다니면서 굴종을 감수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제부 = 이진우 차장 jeanoo@mk.co.kr]
[디지털 3.0] IT-에너지를 스와핑하자
개도국과 윈윈모델 창출. IT자원외교에 나설때
21세기는 총성 없는 자원전쟁을 벌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산업화 시기에는 자원이 절대적으로 경제의 원천이었으나 잠시 기술 중심인 지식산업이 주류를 이루는 시기에 접어들면서 기술 부가가치가 자원을 앞지르는 시기를 거치는 동안 우리는 자원의 한계성을 잠시 잊고 살아왔다. 70년대부터 80년대에 걸쳐 수차례 원유파동이 있었지만 IT를 중심으로 한 신기술의 고부가가치는 이를 극복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점차 신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신경제도 초기단계를 지나 성숙단계에 접어들면서 다시 자연자원 가치를 따라잡기 힘든 지경에 이르면서 또 한 번 자원 파동을 겪게 되는 악순환 고리에 와 있다. 특히 에너지원 고갈과 대체에너지 확보 지연으로 지금 각국은 기후변화에 의한 식량문제와 더불어 자원 선점 경쟁에 매진하고 있다. 이 같은 자원 외교는 선견력을 가진 중국 테크노크라트들이 중심이 되어 일찍이 아프리카를 21세기 자원 식민지화하는 데 눈을 돌리게 하였다. 중국은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 분야를 건설산업으로 판단하고 이미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111개 토목ㆍ건설업체를 파견하여 아프리카ㆍ중동 지역에서 모든 건설사업을 독식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원이 많은 국가만을 엄선하여 사전에 국가 대 국가 간 양해각서를 맺고 중국 건설사가 투자한 건설용역 대가로 에너지와 자원을 지불하도록 한 후 중국 정부와 중국 기업이 그 자원을 매각하여 상호 정산하는 일종의 구상무역을 하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지난 10년간 자국 석유 수입량 중 50%를 사전에 공동개발 등 명목으로 안정적으로 선점해 왔으며 이제는 원유 생산국이 아니면서도 안정적 확보율은 세계 5위권에 진입해 있는 것이다. 참고로 일본은 10년 전에 안정적 확보율이 5% 수준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같은 건설 경쟁력은 이미 70년대에 지나갔고 이제는 IT신경제 경쟁력이 앞서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이제는 IT와 에너지 간 스와핑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비교적 좁은 국토에 촘촘히 연결된 유선 통신망은 이미 광케이블로 완성되어 가고 있다. 거기에 와이브로와 같은 초고속 무선인터넷망이 중첩되어 세계 최고 인프라스트럭처를 누구보다 먼저 잘 운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철도 도로 항만과 같은 하드웨어 인프라스트럭처는 중국에 맡기고 정보고속도로와 같은 신 IT경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자원 외교에 나설 좋은 기회라고 생각된다. 와이브로는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개발되고 국제 표준화 대열에 합류했으나 유선망이 완벽한 우리 환경보다는 아직 유선 인프라스트럭처가 열악한 개도국에 딱 맞는 솔루션이다. 이 같은 우리 강점을 IT에서 찾아 이를 무기로 앞세워 개도국을 중심으로 한 IT와 에너지 자원 간 스와핑이 필요한 시기이며 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개도국이 대개 그렇듯이 국가 리스크를 줄여주는 것이다. 정부 역할이 이 같은 환경에서 적절히 구사되고 중국에서와 같이 자원과 용역 간 구상무역 개념에서 활성화한다면 우리 강점을 내세운 좋은 윈윈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2008년 10월 우리나라가 최초로 와이브로를 중앙아시아 맹주국인 우즈베키스탄에 보급하고 직접 사업을 하는 사례가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 되리라고 여겨진다. 우즈베키스탄은 지금 같은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도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연평균 9%대에 이르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급속 성장을 뒷받침하는 인프라스트럭처로서 정보 소통망이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나 유선망을 구축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무선 초고속인터넷으로 일거에 해소할 수 있었다. 과거 실크로드 중심지였던 타슈켄트 지역 성공사례는 인접 중앙아시아 5개국에 자극을 주고 연쇄적으로 퍼져나가는 데 충분한 서비스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정보통신 기술은 단순한 네트워크 그 자체라기보다는 때에 따라서는 자연자원으로 환원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가치를 갖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원이 없는 나라의 국가경영은 우리만의 앞선 가치가 시간이 흘러 보편적 가치로 전락하기 이전에 우리에게 필요한 다양한 자원으로 스와핑해야 할 것이다. [윤종록 KT 연구위원]
과도한 유동성이 또다른 거품될수도 `엑시트 플랜` 잘 짜야
◆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⑦ 지상좌담 ◆
-슬슬 `위기 후 상황에 대비한 엑시트 플랜(Exit plan)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과도하게 풀려나간 단기 유동성에 대해 염려를 나타내고 있다. 위기가 지나간 다음 위기 극복 과정에서 취했던 조치들을 어떻게, 어떤 원칙으로 원상복귀시키거나 완화해야 하나.
▶김 교수=정부는 위기 후 상황에 대한 엑시트 플랜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경기 회복이 우선이라 확장 금융ㆍ재정정책이 필요하지만 이는 위기 극복 후 경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거품 경제를 야기할 씨앗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단기 유동성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막기 위해 지금부터 여러 가지 상황 전개를 감안한 통화 환수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2011년부터는 재정 확대에 따른 정부 부채 급증과 재정수지 악화를 막기 위한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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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원장=금리정책은 자산가격 거품으로 인한 위험을 주시하면서 물가상승률뿐 아니라 경기 상승 속도를 감안하여 점진적으로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 위기 대응을 위한 확장적 통화정책이 위기 이후에도 지속됨에 따라 거품 발생과 경기 불안을 겪었던 사례가 상당수 존재한다. 따라서 현 저금리 정책을 적기에 정상화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금리를 다소 인상해도 여전히 `경기 부양적` 금리 수준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오 부회장=최근 증시가 회복되고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경제 회복을 낙관하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으나 실물경제 동향을 고려할 때 `엑시트 플랜`을 생각할 단계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하며 적극적인 경기 부양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정책 기조를 긴축으로 전환하면 간신히 회생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국내 경기를 다시 위축시킬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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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2부 (◆1)◆
제2 상하이 `톈진`, 여의도 270배 빈하이신구
금융등 외국인 투자 러시
톈진(天津)항과 TEDA 등 8개 권역 총 2270㎢에 달하는 중국 경제의 차세대 성장엔진, 톈진 빈하이신구. 작년 올림픽 당시 고속철이 뚫리면서 이미 수도 베이징과 1시간대 생활권이다. 이곳은 동서남북을 분간하기 힘들 만큼 광대하고 넓다. "절반 정도에 기업이 들어와 있다"는 게 동행한 톈진시 공무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건 앞으로 개발될 간척지(500㎢ 이상)와 추가 개발지를 뺀 얘기다. 빈하이신구 시범단지 격으로 금융업종 등 기업이 밀집한 TEDA 분위기는 `외국인 투자가 자취를 감춘` 우리와는 사뭇 달랐다. "기존 투자계획이 보류되는 사례가 많아 고민이지만 그렇다고 타격이 큰 건 아니다"며 "여전히 관심은 많다"고 현지 기업과 지방정부는 `덤덤하게` 증언했다. 빈하이신구는 국내에도 `제2의 푸둥지구`로 알려진 곳이다. 북상하는 해안권 개방도시의 마지막 주자다. 개발도 1984년부터 톈진시 차원의 계획이 입안, 추진돼 왔다. 심각한 글로벌 경제 충격파에도 이렇게 활기찬 이유는 중국 내 다른 개방형 도시와는 다른 이곳의 강점 덕분이다. 먼저 정치적인 배경. 이곳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약속한 중국 차세대 발전의 상징적 도시다. 오랜 시간 베이징과 지근거리에 있었지만 이곳에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진 것은 2006년 초부터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 등 상하이방의 견제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그런데 경제위기는 오히려 이곳에 좋은 기회가 됐다. 중국 경제의 균형발전상 중북부 연안에 대형 경제권을 바라는 후 주석의 속내와 맞아떨어지는 까닭이다. 입지도 좋다. 산지가 없어 별도의 토지조성 작업을 하지 않아도 기업 공장용지로 적합한 데다 베이징과 차로 2시간 이내, 중공업 인프라스트럭처를 활용할 수 있는 동북 3성 지역과도 연계 가능하다. `연안경제권 개발의 마침표`로 손색이 없다.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타 지역과 연계 가능성, 용지 규모 면에서는 오히려 푸둥을 능가한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이곳 산업단지의 발전전략도 미래지향적이다. 우리의 `녹색성장`과 유사하게 친환경, 첨단기술 업종을 골라 받는다. 우쯔신 톈진충위엔 전동차량 생산공사 사장은 "국내외 기업 간 혜택의 차별이 없고 외국 기업이라 해도 첨단업종에만 인센티브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 사장의 기업 역시 국가가 예산을 상당 부분 지원하는 전기자동차 생산기업으로 수출 전량이 미국에 가는 `미래성장형 기업`이다. 빈하이신구에는 이미 삼성전자 모토롤라 등 외국기업 4000개 이상이 입주해 있다. 이곳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중국을 대변하는 듯했다.
逆세계화`물결…美ㆍ中ㆍ日ㆍEU 변신중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2부 (1)◆
글로벌 수요-공급 기반이 붕괴되면서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다. 세계경제를 떠받쳐왔던 양 날개 중 `수요`라는 날개가 꺾여버렸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불러들인 `역(逆)세계화(Deglobalization)` 때문이다. 지난 3월 이코노미스트는 "너트와 볼트가 산산조각났다(The nuts and bolts come apart)"는 표현으로 역세계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세계경제가 잘 맞물려 돌아가던 시절은 이쯤해서 잊어버리라는 충고다. 역세계화는 이미 `발등의 불`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라 소비가 급감하고, 보호주의가 득세하면서 상품ㆍ자본ㆍ인력의 국가간 이동이 급속히 둔화되고 있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교역이 물량 기준으로 전년보다 9%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경제위기로 내수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각국의 수입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지난 3월 수입액은 1510억2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6.9% 줄었다. 같은 달 일본도 36.6%의 수입 급감세를 보였고, 유로 지역은 지난 1ㆍ2월 연속 20%대가 넘는 수입 감소세를 경험하고 있다. 선진국뿐만이 아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수입액도 지난달 23% 감소했다. 미국 서부 연안의 내륙항인 오리건주 포틀랜드항. 아시아 국가에는 북미대륙을 향해 열린 창(窓)과 같은 곳이다. 지난해 9월 글로벌 경제위기가 불거진 이후 포틀랜드항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3월 132만5000t이었던 항만터미널 처리 톤수가 올 3월에는 85만7000t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37.9%의 급감세다. 미국 내 자동차 구매가 급감하면서 포틀랜드항 외곽의 드넓은 자동차 야적장에는 일본제 승용차가 가득했다. 스티브 미켈슨 항만운영 마케팅 매니저는 "서부해안 지역의 물동량 자체가 크게 줄었다"며 "미국 내 자동차 소비 감소와 일본 선사인 K-라인이 포틀랜드항을 떠나기로 한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미켈슨 씨는 "내년 이맘 때까지는 지금 같은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세계화의 진전은 필연적으로 세계경제의 재편을 동반하게 된다. 세계 4대 경제축으로 꼽히는 미국ㆍ중국ㆍ유럽ㆍ일본은 이미 격동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찾아올 재도약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중국이 내수-투자유치의 양면전략을 구사한다면 일본은 역내 분업을 강화해 아시아경제권의 중심에 서려는 전략이다. 인구가 1억2000만명에 달하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더 이상 매출 증대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이 작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외국 기업을 인수하거나 출자한 금액은 6조5980억엔에 달한다.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불어났다는 분석이다. 유럽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는 녹색기술을 선점함으로써 `그린 르네상스` 시대를 앞장서 열겠다는 전략이다. 오스트리아 곳곳엔 신석기시대를 연상시키는 나무 연료 사용이 한창이다. 바이오매스 보일러 전문 제조사인 폴리테크닉 버나드 호이슬러 매니저는 "현재의 위기 이후에는 에너지 위기가 더 강하게 찾아올 것이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원지 역할을 했던 미국은 이번 기회에 경제 체질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위기 전 0%대를 맴돌던 미국의 개인저축률은 올해 들어 4~5%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올해 안에 저축률이 7~10%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 정부는 위기 후 경제 재도약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포틀랜드항의 조시 토마스 미디어담당 매니저는 "결국 (포틀랜드를 떠나갔던 선사들이)되돌아올 것이고, 우리는 그때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포틀랜드항은 연방정부의 경기 부양 예산 중에서 항구바닥 준설용 자금으로 2660만달러를 추가배정 받았다. ■ 매일경제ㆍLG경제연구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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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내수 - 투자유치로 세계경제 맹주 노린다
내수경제 중심 `충칭`
경기부양 예산 4조위안 투입…3G 이동통신등 첨단기술 개발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2부 (1)◆
인구 3000만명이 넘는 내수경기 부양의 수도 충칭에서, 아직 주인을 기다리는 2270㎢ 넓이의 광활한 투자개방도시 톈진 빈하이신구까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붉은 용은 내수와 투자 개방의 양면 전략으로 이미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의 일극(一極)을 넘보고 있었다. "낮은 보지 말고, 밤을 보라. 남자는 보지 말고, 여자를 보라." 지난달 21일 밤. 양쯔강 지류 너머 화려한 네온사인을 자랑하는 충칭(重慶)을 보며 현지 가이드가 웅얼거린 중국 속담이다. 야경과 여성이 아름다운 이곳 특성을 요약한 얘기였다. 그러나 몇 년 안에 충칭은 낮에 더 유심히 살펴야 하고 전 세계가 이곳 남녀의 심리를 살필 거대시장이 될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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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칭은 공식 집계상 인구가 2300만명(실제 3000만명 이상)에 달하고 전국에서 4곳뿐인 직할시 중 하나다. 이미 명실상부한 중국 서남부 중심 도시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후 이곳의 경제적인 위상은 한층 대단해졌다. 올해 초 중국 중앙정부는 이곳에 `내수 경제의 중심`이라는 칭호를 공식 하사했다. `국무원 3호 문건`으로 불리는 별도 보고서를 통해서다. 이 문건에는 주거편의, 건강(보건), 편리, 안전, 삼림(환경) 등 도시건설 5대 방향이 담겨 있다. 4조위안(800조원)에 이르는 중국의 경기부양 예산 중 첫 1000억위안(약 2조원) 집행처 중 하나로 충칭의 난안취(南岸區)가 선택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물론 아직 충칭 도심은 고층빌딩이 빽빽하지도 않고, 고급자동차와 함께 낡은 자전거, 80년대 나온 듯한 택시도 많다. 우리의 1980년대 중후반 분위기다. 그러나 지방공무원조차 "상하이보다 여기가 낫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만은 최고다. 쉬팽 충칭 난안취 대외무역위원회 주임은 "충칭은 중국 경제성장률 8% 지키기의 중심"이라며 "특히 차세대 중국 이동통신 기술인 3G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중국의 3G기술 연구는 우리의 삼성이나 LG그룹도 전략상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야다. 옌볜 출신 안철호 LG전자 부장은 "3G 네트워크는 기간망 부설 사업 규모만 추정해도 50조~60조원에 이른다"며 "전국에서 이 기술에 대한 정부 지원이 충칭에 집중적으로 이뤄진다는 건 정부의 육성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충칭을 방문한 이날 CCTV 저녁 주요 뉴스는 "원자바오 총리가 3G기술 전시회를 찾았다"는 보도였다. 충칭은 이외에도 도심 권역별로 자동차, 장비, 석유화학, 재료, 전자산업 등에 정부와 민간이 총 4000억위안(약 80조원)의 고정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계획이 구체화되자 사람과 돈도 몰려들고 있다. 이곳 집값은 아직 ㎡당 평균 4000위안(80만원) 수준으로 1만위안(200만원)이 넘는 상하이 등 해안도시권역의 절반도 안 되지만 부동산시장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충칭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는 올해만 총 400만㎡(약 121만평)에 이르는 도심지역이 재개발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 내 20대 건설사 중 하나인 징케 부동산그룹 우쉬에 부사장은 "취업을 원하는 사람이 더 유입되고 노후주택 교체 수요도 많아 앞으로 사업 규모를 더 확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매일경제ㆍLG경제연구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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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소비끊긴 日 "아시아를 내수시장으로"
구조조정통한 산업구조 개편 불가피
엔高 이점살려 해외M&A 적극 모색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2부 ②◆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졌을 때만 해도 일본 경제 펀더멘털(경제기초체력)은 탄탄해 보였다. 은행들은 건전한 것으로 평가됐고 부동산 거품 영향도 크지 않았다. 당시 일본 TV방송들은 금융위기를 뒷전에 제쳐 놓고, 태풍과 오염 쌀 파문 등을 집중 보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일본 경제는 `허약 체질`이었다. 글로벌 무역 감소에 따른 충격이 매우 컸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2.1%(연율 기준)에 달했다. 특히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는 무역적자 7253억엔(약 10조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적자는 28년 만에 처음이다. 수출이 전년에 비해 16.4% 줄어들어 수입 감소율(4.1%)보다 컸다. 업종별로는 자동차가 24.2%, 반도체 등 전자부품이 19.7% 각각 줄었다. 위기를 맞아 일본 기업들이 찾은 `돌파구` 중 하나는 내수시장을 아시아 전역으로 넓히는 것이었다. 일본 인구가 1억2000만명을 넘어서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소비 증대는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06년 최종재를 기준으로 국가별 전체 수출에서 아시아 비중은 35.4%에 불과했다. 그동안 아시아에서 만들어진 최종 제품 3개 가운데 1개만 역내에서 소비됐을 뿐 나머지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수출됐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자산가치가 하락했지만 엔화가치가 오히려 높아진 점은 긍정적이었다. 저렴하게 우량기업을 인수ㆍ합병(M&A)할 수 있는 기회였다. 무라키 아키히로 미즈호은행 조사역은 "국외 수요 감소에 따른 과잉 설비 문제와 엔화가치 상승으로 인해 일본 기업들은 경쟁력 저하와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며 "생존을 위해 업체 간 M&A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이 2008년 4월~2009년 3월 외국 기업을 인수하거나 출자한 금액은 6조5980억엔으로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비록 실패했지만 일본 주류업체 기린과 아사히도 최근 한국 오비맥주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일부 일본 기업들은 고부가가치인 핵심부품 생산기지를 일본에 두는 대신 기타 생산공장을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전역에 배치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예컨대 샤프는 중국 등으로 LCD패널 생산라인을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일본 경제가 다시 본 궤도에 오르려면 상당 수준의 산업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가라이 가게히데 도요대학 교수는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여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경제와 분업하려면 기존 산업구조에 대한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잡셰어링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있지만 추가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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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천문학적인 `돈 폭탄`으로 산업구조 개편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5조4000억엔(약 200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GDP(500조엔) 대비 3%에 이르는 규모다. 이 같은 재정 투입으로 시행되는 사업 규모는 56조엔에 달한다. 주요 사업은 지역 의료와 요양산업을 육성하고 첨단기술을 갖춘 농업을 통한 내수 부양이다. 또 저탄소 사회를 위해 태양광 발전시설, 태양전지,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에도 집중 지원된다. 정부는 앞으로 3년간 최대 200만명에 이르는 고용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태양전지 패널 제조장치 업체 `알박` 가보니
일본 본사에선 연구개발 집중…생산기지는 中 13곳등 해외로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2부 ②◆
일본 도쿄역에서 전철로 약 1시간30분 걸려 찾아간 가나가와현. 후지산을 뒤로한 한적한 시골 지역에 진공기술을 활용한 제조장치 업체인 `알박(ULVAC)` 본사가 있다. 주로 연구개발 라인들이 본사 건물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생산기지는 일본 전역과 외국에 흩어져 있다. `알박` 핵심 성장동력은 태양전지 패널 제조장치다. 2008년 자체 조사한 기준에 따르면 알박은 세계 `박막계` 태양전지 제조장치 시장에서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태양전지 사업 이익률은 이미 LCD 사업부문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2008회계연도(6월 결산)에 매출액 2412억엔, 경상이익 51억엔을 기록했다. 알박은 고성장하는 시장에 현지화 전략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지 수요에 밀착한 공급 체제를 구축하는 형태다. 국외 생산비율은 현재 20%지만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다. 특히 중국에 13개 생산기지를 짓고 중국을 공략하고 있다. 또 한국 알박 공장은 삼성전자나 LG전자를 고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제품 형태는 턴키 베이스로 태양전지 제조 플랜트 전체를 구축할 수 있는 포괄적 서비스도 지원한다. 지금은 이런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 신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스미 다카유키 알박 부장은 "친환경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태양전지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술적인 잠재력이 있으면서 아직 성숙되지 않은 인도를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日 고개드는 `잃어버린 10년`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2부 ②◆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일본 경제는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망령이 되살아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비정규직 실업 문제가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90년대 장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활용했는데 이번 경기후퇴기를 맞아 비정규직부터 해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취업이 결정된 대학 졸업생이 해당 기업 측에서 입사 취소 통지를 받는 사례마저 발생하고 있다. 일본 경제는 작년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두 자릿수를 넘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글로벌 경제위기 충격을 미국 이상으로 받았다. 일본 경제가 이처럼 위축된 것은 과잉 소비하는 미국 수출에 크게 의존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는 올해 3분기까지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구조적으로 보면 일본 경제는 경제구조를 내수 주도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일본은 세계 최대 순채권국이기에 외환시장 불안을 걱정할 필요 없이 경기 부양책을 실시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외로 빠져 나간 `재팬 머니`를 내수 활성화에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내수시장을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일본 기업은 최근 수익이 급감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그동안 추진한 수익구조 개선 성과를 고려하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기업은 차세대 자동차뿐만 아니라 태양전지, 연료전지, 초전도 등 각종 친환경 분야에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분명 일본에 위기이자 기회다. 다음 세대가 친환경 기술로 승부한다면 일본이 경쟁우위를 점하기 쉬운 위치에 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日, 車생산 1100만대중 300만대 과잉"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2부 ②◆
제조업 과잉 설비 문제가 심각하다. (수출 제품 경쟁력을 떨어뜨리는)엔화가치 상승은 계속될 수 있다." 대표적인 국제경제학자인 노구치 유키오 와세다대학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침체된 일본 경제가 단기간에 회복하기 힘들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구치 교수는 "예를 들어 일본 자동차산업 연간 생산능력은 1100만대며 이 중 내수가 500만대, 나머지가 수출인데 현재 300만대 수준은 생산이 멈춘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전기전자나 철강산업도 비슷한 과잉 설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노구치 교수는 "지금 수출산업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내수 주도 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출도 일본 중심에서 아시아 역내 분업구조로 바꿔야 한다"며 "일본은 고부가가치 위주로 생산하고 나머지를 한국과 중국 등에서 조립하는 형태로 해서 내수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는 외화를 안정적으로 벌어들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그는 △녹색기술 등 기업 혁신 노력 유도 △의료와 요양산업을 활성화시켜 고용 창출 △순채권국으로서 국외 자산 활용 △금융산업 첨단화 등을 위기 극복 방안으로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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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금융위기뒤 에너지위기" 그린투자 총력◆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2부 ③ ◆
獨ㆍ스웨덴 CCS기술 세계 첫 상용화…2030년 170조원 황금시장 선점 노려
폴란드, 체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작센주. 녹색기술을 선점함으로써 `그린 르네상스`를 이끌겠다는 유럽의 전략이 열매를 맺어가고 있는 현장이다. 베를린에서 남동쪽으로 150㎞ 정도를 달려 도착한 슈바르체 품페(Schwarze Pumpe). 이곳에선 새로운 역사 쓰기에 한창이다. 스웨덴 전력회사 바텐팔(Vatenfall)은 이곳에서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탄소 포집ㆍ저장(CCS:Carbon Capture and Storage)기술 공장을 준공했다. 유럽은 이미 1990년대부터 이 기술에 주목했다. 이 공장은 1999년부터 진행해온 독일, 스웨덴 간 공동 연구의 결과물이다.
CCS는 CO₂ 저감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기술이다. 바텐팔은 1999년부터 CCS 연구를 시작해 지난해 슈바르체 품페에 첫 시범(pilot) 플랜트를 완공했다. 세계 최초로 CO₂를 지하에 격리시키는 기술을 현실화한 덕분에 이곳엔 방문자가 끊이지 않는다. 이 플랜트 건설에는 7000만유로(1190억원)가 투자됐다. 현재는 실험 단계이기 때문에 결코 남는 장사는 아니다. 그러나 바텐팔은 앞으로도 막대한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CCS가 주목받는 것은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갖기까지는 아직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에 있다. 최태현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정책과장은 "중국, 미국 등은 아직도 석탄 발전 의존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감축한다고 해서 갑자기 이를 중단할 수 없다"며 "CCS 기술은 신재생에너지 사회로 전환해 가는 과정에서 일종의 매개체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CO₂ 총 배출량의 78%가 발전소에서 배출되므로 시장성은 무한하다. 한전 전력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 CCS 시장은 1358억달러(약 17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 정부도 이런 중요성에 주목해 지난해 CCS를 신성장동력과 그린에너지 산업발전 전략 품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바텐팔사 CCS 홍보담당인 카타리나 블뢰머 씨는 "주요 보험사들이 CCS 시범 플랜트에 대해서 보험 인수에 나서고 있다"며 "이는 CCS의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곳곳엔 신석기시대를 연상시키는 나무 연료 사용이 한창이다. 바이오매스 보일러 전문 제조사인 폴리테크닉은 해바라기씨 껍질, 나무먼지, 왕겨, 가축 오물 등을 이용하는 2000개 이상의 설비를 개발해 자연 속에서 에너지를 캐내고 있다. 이 회사 버나드 호이슬러 매니저는 "현재의 위기 이후에는 에너지 위기가 더 강하게 찾아올 것이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곳곳에선 최근 경제위기가 녹색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이렇게 위기 이후를 대비한 투자가 한창이다.
■ <용 어 >CCS(탄소 포집ㆍ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 화석연료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CO₂를 대기로 배출하기 전에 고농도로 포집한 후 압축ㆍ수송해 안전하게 저장하는 기술이다.
CO₂줄이려 교통체계도 싹 바꿔
獨 울름시, 저탄소車 공유시스템으로 차량운행 급감
◆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2부 ③ ◆
독일 남부 작은 마을인 군츠부르크에 사는 스토커 볼프강 씨(32). 그는 완행 기차로 1시간 안팎 거리인 아인슈타인의 출생지 울름(Ulm)시로 업무상 자주 왔다갔다 한다. 기차로 울름에 도착하면 그에겐 항상 교통수단이 문제다. 그런 그의 걱정을 싹 덜어주는 새로운 시스템이 지난 3월 26일 도입됐다. 벤츠를 만드는 다임러사가 만들어낸 `카투고(Car2go)`라는 차량공유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이산화탄소 (CO₂) 저감이 가장 큰 목적이다. 불필요한 차량 운행에 따른 CO₂ 발생을 막아 도시 교통 뼈대를 바꾸겠다는 것이 다임러사의 의지다. 이용요금 자체가 파격적이다. 1시간에 9.9유로(1만6830원)에 불과하다. 현지 택시(기본료 3유로 안팎) 10분 이용 요금에 불과하다. 연료비, 보험료, 주차비 등 일체의 추가 부담이 없다. 경차 200대는 이렇게 독일 남부의 한 마을을 조용하게 저탄소 플랫폼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카투고 프로그램은 빠른 속도로 진화중인 세계 자본주의의 또 다른 성과물이기도 하다. 다임러는 이러한 `저탄소 차량공유 시스템`을 전 세계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올가을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시에서 `Car2go`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에포 고너 울름시장은 "카투고 서비스가 울름에서 시작해 더 넓은 세계로 뻗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던 美 태양열발전 정부 지원 끊기자 유럽에 주도권 뺏겨
◆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2부 ③ ◆
한국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태양광 발전과 풍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선진국들은 태양열 발전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다른 발전방식에 비해 단위면적당 높은 발전효율을 보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태양열 발전에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 나라는 미국이었다. 네바다 사막에 설치한 태양열 발전기들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집권 이후 유가가 안정세를 되찾고,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면서 새로운 대체 에너지 개발 노력이 정체됐다. 태양열 발전 연구개발에서 가장 앞서 나가던 미국은 정부의 지원 중단 등으로 유럽 국가들에 주도권을 넘겨주게 됐다. 유럽에서도 연구를 주도하던 독일이 짧은 기간 지원을 중단하면서 50%에 이르던 연구개발 지분을 대부분 EU 주도에 의한 유럽 각국으로 넘기기도 했다. 유럽은 미국과 비슷한 시기에 스페인 알메리아 지역에 유럽 각국이 참여하는 소규모 시설을 건립해 태양열 발전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는 점차 풍부한 태양열 자원을 가진 스페인과 연구개발에 대한 열의를 가진 독일의 합작(CHAㆍConvenio Hispano-Aleman 프로젝트)으로 연구개발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독일과 스페인이 공조한 연구가 항상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알메리아 사막에서의 태양열 발전 연구는 독일 측이 1997년 정부 차원의 참여를 포기하면서 스페인 단독 운영체제로 전환된 바 있다. 현재는 유럽연합 지원을 포함해 신재생에너지에 많은 관심을 쏟게 된 유럽 각국의 참여로 수천 장의 반사판을 활용한 솔라타워 형식의 태양열 발전, 열 저장 장치를 활용한 태양에너지 저장, 태양에너지를 직접 활용한 수소 생산 및 산업공정에의 활용 등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에 대한 정부 지원은 지속적이고도 안정적으로 이뤄져야만 한다. [이서원 LG경제연구원 미래연구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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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ㆍ내수 → 제조업ㆍ수출` 美 경제체질 변화중
과도한 소비 줄이고 저축 늘려 체력 비축
외면했던 환경ㆍ에너지 적극 육성 나서…오바마정부 경제회복정책 기대감 높아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2부 ④◆
활짝 핀 체리블로솜(Cherry blossom, 벚꽃)이 무색하게도 미국 서부 연안지역은 기록적인 실업 한파와 전투 중이었다. 미국 전체 실업률은 8.5%로 25년 만에 최악의 상황. 그중에서도 3월 들어 실업률이 전달에 비해 무려 1.3%포인트나 상승한 오리건주(12.1%)는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미시간주(12.6%) 다음으로 실업률이 높은 지역이다. 캘리포니아주(11.2%), 워싱턴주(9.2%) 등 서부 연안 다른 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시아, 호주와의 교역과 연동된 생산 부진, 운송 물동량 저하, 그리고 그에 따른 지역 내수의 동반 침체 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상품ㆍ자본ㆍ인력의 국가 간 이동이 급속히 둔화되는`역세계화`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하지만 이런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도 변화의 싹이 자라나고 있었다. 미국은 변신 중이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남긴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과도한 `선택과 집중`에서 벗어나 `배분과 균형`을 회복하라는 것이다. 글로벌 생산ㆍ소비시장의 재편이 불가피해지면서 특정 부문에 치우쳤던 나라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은 수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영국은 금융산업 부문에 대한 의존도 심화로 큰 타격을 받았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은 경제체질 자체를 완전히 바꿈으로써 `변화의 구심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위기 이후 미국 소비자들은 과잉소비를 조정하면서 저축을 급속히 늘려 가고 있으며, 금융 등 서비스산업 및 내수 중심이던 산업구조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제조업과 수출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냉담했던 환경ㆍ에너지 산업을 다시 주목하기 시작한 것도 특징적인 변화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함께 오바마 행정부의 등장도 영향을 미쳤다는 반응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오리건주가 선택한 활로도 친환경산업으로의 업종 전환이다. 톰 디코르시아 오리건주 경제개발청 국제무역담당관은 "환경산업 육성을 위해 연방정부 차원의 인센티브를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주정부 차원에서도 기업에 매력적인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오바마 정부의 친환경산업 육성 정책에 적극 부응해 편승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 재정을 걱정스럽게 만드는 것은 기업에 대한 낮은 세금이 아니라 실업자에 대한 지원부담"이라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라고 말했다.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민간업체들의 기대감은 상당했다. 6개월~1년 동안 구조개혁을 거치면서 미국 경제가 나아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도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것은 미국 경제의 원동력이다. 사실 오바마 행정부가 마련한 7870억달러의 경기부양 예산은 미국 경제체질 변화에 긴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 및 과학 분야에 투입하는 예산만 1110억달러로 여기에 관련 세금감면 프로그램 150억달러를 합치면 총 1260억달러를 투입한다는 계산이다. 에너지 분야에도 본예산 430억달러와 관련 세금감면 220억달러를 배정하고 있다. 포틀랜드에서 만난 절전형 공기압축 및 냉각시스템 설비업체인 프노로직의 CEO 네드 뎀프시 씨는 "올 들어 사업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환경에너지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사업전망은 좋다"고 말했다. 에너지절약 하드웨어 설비업체인 오비어스의 CEO 짐 루이스 씨도 "경제위기로 에너지비용 절감에 대한 필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며 "앞으로 1년가량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면 더 큰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녹색산업 육성, 연방정부ㆍ주정부 찰떡궁합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2부 ④◆
북미대륙과 아시아를 잇는 또 다른 관문인 캐나다 밴쿠버. 웨스틴 호텔이 자리 잡고 있는 베이쇼어에는 이제 막 준공한 듯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들 사이로 럭셔리 요트들이 빽빽이 정박해 있었다. 멀리서 보면 그림같은 광경이다. 하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가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대부분의 요트에 `FOR SALE(매각)` 표지가 붙어 있었다. 주위에 들어선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도 자세히 보면 불 꺼진 집이 적지 않았다. 이곳도 글로벌 경제위기의 예외일 수가 없었던 것.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서 흘러들어 오던 자본과 사람이 끊기자 지역경제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캐나다의 선택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친환경 재생에너지산업 등 첨단산업을 육성해 해외시장을 개척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연방정부뿐만 아니라 주정부도 열성을 보이고 있다. 연료전지 가습기와 에너지 재생 환기장치를 생산하는 디포인트는 연방정부로부터 △IRAP(산업연구지원 프로그램) △캐나다 지속가능기술 개발프로그램 △캐나다 천연자원 프로그램 등의 지원을 받는 것은 물론 브리티시컬럼비아주로부터 △ICE(혁신 클린에너지펀드) △르네상스 캐피털펀드 △국제박람회 지원 프로그램 △각종 세금감면 등 혜택을 한꺼번에 받고 있었다. 캐나다 수소ㆍ연료전지협회의 존 탁 회장은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안보와 기후변화라는 위협에 대처하려면 지속적인 투자가 불가피하다"며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과의 공동사업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탁 회장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만 약 2만명이 클린기술 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연료전지분야에만 2000명이 고용돼 있다"며 "경제위기로 고객과 투자규모가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결국 이 분야는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치적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美 스트레스테스트 믿다 실물경기 발목 잡힐수도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2부 ④◆
초미의 관심사였던 미국 대형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는 예상보다 싱겁게 끝났다. 조사대상 19개 은행들 가운데 10개 은행이 자본확충을 필요로 하지만, 그 규모는 모두 합해서 746억달러로 그다지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덕에 금융회사 부도 우려가 상당 부분 불식되고,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가 미래의 잠재손실을 과소평가하고 더 나아가 부실자산 구제 등의 금융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말까지 미국 은행부문의 신용손실로 인한 자산상각액이 1조6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작년 10월에 예상했던 약 8000억달러에서 두 배로 늘어난 규모며 현재까지 실현된 약 6000억달러와 비교해 보아도 미국 금융산업의 회복은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금융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최근 되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미국경제의 추세적인 회복을 이끌어내기 위해 투자 측면에서는 새로 도로를 닦거나 전력선을 교체하는 등의 전통적인 투자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도 불황이 극복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테마가 활짝 만개하고 생산성의 빠른 증가를 경험한 경우가 있었다. 외교 전문 잡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 따르면 1873년 무렵의 경기침체는 근대적인 대기업과 대형 금융회사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1930년대 대공황은 합성고무의 사용이나 텔레비전 같은 20세기에 이루어진 중요한 혁신들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금융산업이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같은 거의 `괴멸적 수준의` 타격을 받으며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신기술 개발과 같은, 상대적으로 위험한 투자가 활발하게 재개되기는 어렵다. 실물경제 부문의, 그것도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요구하는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금융기능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미국경제는 그간 발전의 중요한 근간을 이루어 온 혁신과 그로 인해 다양한 경로로 창출되는 외부효과라는 중요한 기반마저 약화될 우려가 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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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낙관론에 단기처방 치중…개혁부진ㆍ고질병 방치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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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에 갇혀 밤에만 노래를 부르는 꾀꼬리가 있었다. 박쥐가 새장에 다가가 물었다. "너는 왜 밤에만 노래를 부르고, 낮에는 조용한 거지?" 꾀꼬리가 대답했다. "낮에 노래를 부르다가 이렇게 잡혀와 새장에 갇히게 됐잖아. 더이상 낮에는 노래를 부르지 않기로 했어." 어이가 없어진 박쥐가 하늘로 날아오르며 말했다. "어차피 지금은 아무 상관없잖아. 넌 이미 새장에 갇혀 있는데." 달라진 상황을 깨닫지 못하고 과거에 갇혀 있는 어리석음을 빗댄 우화 한토막이다.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세계 자본주의에 심각한 균열이 드러난 지 280여 일이 지났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 이후 세계 자본주의는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장기 불황의 공포는 초대형 재정적자와 제로(0)에 근접하는 금리정책을 등장시켰고, 이는 `구제금융 거품(Bailout Bubble)`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작은 정부`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서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거부감도 크게 감소했다. 또 저성장과 낮은 기대이익을 감수하며 리스크관리에 매달리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요컨대 `금기(禁忌)`는 깨졌고, 예전으로 되돌아 가기에는 경제위기의 골은 깊었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선진국들은 지난 9개월여 동안 생존을 위한 개혁에 박차를 가해 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금융규제 개혁안을 발표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80년 만에 추진되는 대개혁이다. 유럽 각국도 중앙은행의 시장 모니터링과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정책기능을 재조정하는 식의 개편에 나섰다. 기업과 금융회사 구조조정도 거침없이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재정을 쏟아부으며 금융회사의 부실을 털어내고 있고, 시장원칙에 따라 기업 퇴출과 인력조정을 묵묵히 감내해가고 있다. 미국의 6월 실업률은 9.5%로 2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5월 실업률 역시 9.5%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지난 5월 한국의 실업률은 3.8%로 1년 전에 비해 0.8%포인트 높아졌을 뿐이다. 그나마도 일부 자영업자와 비정규직ㆍ청년층이 고용 악화의 피해를 뒤집어썼다.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위기 전으로 복귀할 수 있으리란 근거 없는 낙관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안이하게도 한국 정부는 여전히 위기극복을 위한 단기 조치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덕분에 긴장감만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체계 개선과 노동 유연성 확대, 서비스업 선진화 등의 시스템 개혁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오로지 정책당국자의 `말`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오히려 경제위기를 핑계 삼아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각종 고질병들이 마냥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 각국이 `경제 거듭나기`에 열중하는 동안 한국만 예전의 관행을 답습하며 미래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밤에만 노래하는 꾀꼬리`는 오늘날 한국 경제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위기의 징후들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부채 만기의 불일치가 초래한 비극이었다면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는 소비와 저축의 불일치가 주원인이다. 이런 판국에 한국 정부와 한국 개인의 빚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관리대상수지와 국가채무비율은 각각 GDP 대비 -5.0%와 35.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5%, 30.1%에 비해 크게 악화된 수치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나라 빚 때문에 정부 부문에 의한 추가 수요 확대(경기부양)도 앞으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월평균 3조원씩 증가했다. 지난해의 2조원을 크게 웃도는 기록적인 수준이다. 넘치는 유동성은 이미 한국 경제의 최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세계가 `집값 버블`로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과잉유동성 흡수를 위한 `출구전략(Exit Stategy)`의 결단 시기는 반드시 온다"고 지적한다. 선진국들은 이미 과잉유동성 흡수를 위한 `출구전략`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달 19일 유럽연합(EU) 각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제 경기회복에 맞는 정책적 조율이 중요하다"며 "신뢰할만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경제는 출구전략 실행 시점에 맞춰 다시 한번 요동칠 것이고, 한국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출구전략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느냐다. 이종화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책을 설계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라며 "막상 상황이 닥쳐 출구전략을 준비하게 되면 적절한 정책 타이밍을 놓쳐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당장 실행을 할 단계는 아니지만 나중을 위해 출구전략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 이진우 차장 (팀장) / 김태근 기자 / 박만원 기자 / 한예경 기자 / 박용범 기자 / 김은정 기자 / 강계만 기자 / 안정훈 기자]
재정ㆍ국부펀드ㆍ노동시장 확 바꿔라
외환보유액과 내수 시장 더 키우고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부 (1)◆
금융시장발 경제위기가 세계를 덮친 지 9개월이 흘렀다. 일단 세계는 잠시 숨을 돌렸다. 경기가 저점을 찍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각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재정지출로 오히려 구제금융발 거품(Bailout Bubble)을 걱정하는 소리가 나온다. 이 정도가 변화의 끝일까. 세계 석학의 답변은 `아니다`로 일치된다.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경세제민의 틀은 앞으로 더 빨리 변할 것이다. 벌써부터 글로벌 강자들은 위기 이후의 신질서를 선점하기 위해 눈에 핏발을 세운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미래를 대비하는 데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나. 지금 제자리걸음은 몰락의 다른 이름이다. 과감한 개혁으로 자본주의 신질서에 대응할 경제틀을 만드는 일, 하루도 미룰 수 없는 지상과제다.
◆ 변동성 높아질 세계경제→외환보유액 벽 더 두껍게 = 작년 9월과 12월, 그리고 올해 3월. 채권 만기가 다가올 때마다 한국은 `위기설`에 시달렸다. 저명한 외신들이 달려들어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물어뜯었다. 논거도 늘 같다. 은행의 예대비율이 높고, 단기외채 비중이 높으며, 외환보유액 가용분이 적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실질이 그렇지 않으니 위기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희생은 막대했다. 원화가치가 저평가됐고, 우리 기업들은 수출입에 애를 먹었다. 춤추는 환율을 따라 CRS, CDS, 국가신용도 역시 불안한 행진을 거듭했다. 외환보유액은 대외경제 여건의 급변이라는 거센 파도를 막는 방파제와 같다. 경제전문가들이 보유액 3000억달러, 5000억달러를 주장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 글로벌 축소균형→내수부터 살려라 = 미국의 수출입 규모는 작년 7월부터 11월까지 2007년에 비해 18%가 줄었다. 줄어든 물량의 3분의 2는 수입이다. 전 세계 무역총량은 작년 4분기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세계무역기구(WTO)는 추산한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수출주도형 국가들의 몰락이 우리에게 말하는 바가 무엇인가. 물론 한국 경제는 앞으로도 수출로 먹고살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 소비시장의 파이도 키워놔야 한다. 예측할 길 없는 대외 충격을 실물경제로 받을 부분은 내수뿐이다.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서비스산업 선진화가 이래서 중요하다. 정부 전직 고위 관계자는 "이후 세계는 아시아, 북미, 유럽, 남미 등 블록형 내수경제권이 부상할 것"이라며 "소비계층을 끌어들일 매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우리의 선진경제권 도약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이 습관처럼 부르짖는 투자 역시 `수출용`으로는 안 된다. 이제야말로 투자 자체가 시장을 만들어내는 `트랜스포머`형 기업투자가 나와야 한다.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닌텐도형, 아이팟형 투자처를 찾으라는 요구다.
◆ 전 세계가 살림 걱정→미완의 재정개혁, 미룰 수 없다 = 전 세계적인 경기부양책은 각국의 재정이 지속 가능한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당장 올해 국가부채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35.6%까지 치솟는다. 내년엔 37%를 넘길 수도 있다. 작년 천문학적인 감세 조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중장기적인 국가경쟁력 강화에 보탬이 될 것이란 의미다. 그러나 이것으론 완전치 않다. 세원 확대와 세수의 투명성 향상, 국세청 개혁, 재산세제의 균형 확보 등 갈 길이 멀다. 선진국 수준에 비하면 아직 부담이 적은 부가가치세를 어떻게 레버리지로 활용할지 이제부터 면밀히 검토할 일이다. 올해 9월에나 공개될 우리의 중기 재정운용계획이 주목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정에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는 국민연금 등 4대 연기금 개혁도 미룰 수 없다.
◆ 투자 포트폴리오가 바뀐다→국부펀드 날개를 펴라 = 지난달 1일 중국을 방문한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부 장관은 "미국 국채는 안전하니 투자해달라"는 말을 꺼냈다. 베이징대학 초청강연에서 나온 발언이다. 청중에게서 폭소가 터졌다. 가이트너의 얼굴이 붉어졌다. 중국은 3월 말 현재 7679억달러의 미국 국채를 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아부다비 국부펀드는 최근 한 미국계 대기업에서 회사채 직접 인수 제안을 받았다. 기업이 직접 국부펀드에 접촉한 선례는 이전까진 없었다. 메릴린치에 투자했다가 상당한 손실을 본 우리 한국투자공사도 아픔을 딛고 다시 대체투자에 나섰다. 다른 국부펀드와의 MOU체결 등 횡적인 네트워크도 공고히 했다. 모든 투자기회는 변화에서 나온다. KIC를 필두로 우리 투자자들도 변화에 몸을 맡겨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 인구 감소는 메가트렌드→노동개혁, 다문화 포용은 필수 = 국내의 노동시장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비정규직법 하나 제때 해결하지 못해 비정규직 70만명 이상이 해고위기에 몰려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복수노조, 노조전임자, 노동시장 유연화 등 산적한 현안은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려면 사람이 필요한데 이것도 여의치가 않다. 한국의 평균출산율은 가구당 1.2명도 안 되는 전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국 경제는 어느새 우리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와 개발도상국의 우수인력풀에 의존하고 있다. 아시아 다민족국가의 허브가 돼야 인재 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체질 다지고 출구전략 주도면밀하게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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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을 가득 실은 수상비행기 한 대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악천후를 만나면서 멀쩡하던 계기가 고장나고 엔진ㆍ무전기가 파손되고 만다. 가까스로 불시착에 성공하지만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수상비행기가 내려앉은 곳은 출렁이는 바다 위였고, 폭풍우는 거셌다. 단순히 물위에 떠 있는 것만으로는 생존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 얘기가 아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예상치 못한 악천후로 가정한다면 수상비행기와 승객은 한국 경제와 한국 국민들이다. 파도로 출렁이는 바다는 변화무쌍한 세계 경제 상황을 비유한다.또 망가진 엔진과 무전기는 새로운 성장동력과 정책경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고장난 계기는 이제까지 경제분석 수단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여기에 아찔한 추락에 이어 불시착에 성공했다는 상황 설정은 `최악 상황은 지나갔다`는 최근 분위기와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과연 위기 이전과 같은 `정상적인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지난해 9월 이후 세계 경제는 이전에 가보지 못한 `낯선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내린 진단은 `과거는 말끔히 잊어버리라`는 것이다. 한국 경제와 한국 자본주의도 마찬가지다. 더딘 구조조정 때문에 실감이 나지 않을 뿐 한국 경제는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당면한 마이너스 성장과 수출 감소 등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선진국과 신흥국 역할이 재조정되는 `글로벌 리밸런싱`과 보호주의가 득세하는 `역세계화` 과정에서 한국 경제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최근 매일경제신문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달라진 세계 자본주의와 그에 따른 한국 자본주의 미래를 가늠해보기 위해 `경세제민의 틀이 바뀐다`는 주제로 7차례에 걸쳐 기획기사를 보도했다. 이 시리즈에서 전문가들은 한국 자본주의의 새 균형점이 수출에서 내수 쪽으로, 상품 수출에서 인력 진출 쪽으로, 감세에서 세수 확보 쪽으로, 시장 자율에서 금융 규제 강화 쪽으로, 과소비에서 적정 저축 쪽으로, 미국ㆍ유럽에서 한ㆍ중ㆍ일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서 산업계에서는 기업 스스로는 물론이고 시장마저 바꿔버릴 수 있는 `트랜스포머 기업`이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독자들 반응은 다양했다. "급변하는 세계 경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추가 자료와 설명을 요청하는 독자들이 많았던 가운데 한 독자는 "세계 자본주의 변화 움직임과 한국 정부 정책방향이 상충되는 것 같아 혼란스럽다"는 소감을 전해왔다. 또 다른 독자는 "기존 논리가 새로운 논리로 대체되어가는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과 희생이 발생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도 했다. 옳은 지적들이다. 지금 당장 해답을 얻기에는 상황이 너무 유동적이지만 이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여분의 부속품을 찾아내 망가진 엔진과 무전기를 수리하고, 제대로 작동하는 계기와 그렇지 않은 계기를 정확히 구분해내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미국 중국 EU 일본에서는 위기 후 재도약을 위한 전략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변혁기에 국가과 조직 성패를 갈랐던 핵심요인은 변화를 맞이하는 자세였다. 변화를 주도하고 관리해나갈 것인지, 아니면 끌려다니면서 굴종을 감수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감세냐 증세냐` 한국은 논쟁중
감세냐 증세냐`논쟁중 "정책 일관성 유지 - 재정건전성 문제" 갑론을박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부 (2)◆
감세냐, 증세냐.`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직면한 중대한 갈림길이다. 감세를 통한 투자와 소비 진작은 MB노믹스(이명박 정부 경제정책 기조) 트레이드마크였다. 하지만 위기 후 재정 건전성 악화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 안에서조차 감세정책을 계속 밀어붙일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재정적자가 관리 대상 수지 대비 5%까지 치솟고 경기 회복 시점도 확실하지 않은 만큼 법인세 등 인하 시기를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부가세율을 높이자는 `극약 처방`까지 거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이제까지 추진된 재정 확대에 힘입어 경기가 되살아날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만 추가적인 경기 하락 요인이 발생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며 "지금 재정 상태는 효과적인 `세컨드 패키지(Second packageㆍ추가적인 경기 부양책)`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심지어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2011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가 50%에 이를 수도 있다"며 "한국에선 국가나 개인 모두 빚으로 위기를 버텨내려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국회 질의ㆍ응답에서 "(소득ㆍ법인세 인하를)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했다. 같은 달 재정부는 뒤늦게 "다른 사안들과 함께 답하다 보니 오해가 있었다"며 "감세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한 번 불거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제는 재정 건전성을 생각할 때"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앞장서 혼선을 정리하고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문에 답해야 할 정책당국이 오히려 논란에 불을 지핀 셈이다. 감세 기조에 변화를 요구하는 이면에는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 버틸 체력(재정)이 걱정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이 독자적이고도 과감한 감세정책을 지속하다가는 위기 대응 능력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정부와 여권 내부에서는 감세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다. 우선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불과 1년 만에 조세정책 기조를 뒤엎는 것은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감세로 인한 중장기 경쟁력 향상 효과를 고려하면 중장기 위기대책과 상충될 소지도 작다는 게 감세론자들 시각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재정 확대와 환율 효과로 플러스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하반기에는 민간 부문이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현재로선 소비 진작을 위한 소비세율 인하와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법인세 인하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윤 장관이 국회에서 한 발언은 현 정부 정책기조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답변 과정에서 일부 정교하지 못한 언급이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정 악화 원인을 `감세`로만 돌리는 분위기도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 재정 확대로 풀린 돈이 28조원"이라며 "이 가운데 경기 위축이 아닌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분은 5조원 안팎"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재정 적자의 화살을 감세로만 돌리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공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감세ㆍ증세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재정과 세제에 대한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는 9월 발표할 중장기 재정운용 방향과 올해 세제개편안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정 건전성 악화와 관련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의문점들을 정부가 해소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한 대학 교수는 "감세 기본틀을 유지하려면 올해 세제개편안이 어떻게 세수 감소분을 보전할지 답을 확실히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는 말만 반복해서는 억측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감세ㆍ증세 논란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중대한 갈림길이다. 한국 경제, 한국 자본주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을 일부 정책당국자들 `감`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같은 맥락에서 향후 경제 여건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감세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말만 되뇌는 정부 측 대응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종수정 2009.07.06 20:26:45
감세ㆍ재정건전성 `두토끼` 잡기 전략은재산세ㆍ부가세 포함한 효율적 세제정비 필요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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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크게 손을 댈 생각이 없다." 최근까지 세제를 담당하는 고위 정책당국자들에게서 자주 들었던 말이다. 작년에 워낙 세제를 많이 바꾼 까닭에 올해는 주로 사후 보완과 안정성 유지에 전념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들 바람대로 올해 세제개편안이 맨송맨송해선 곤란한 상황이 됐다. 정부는 달아오른 감세 논쟁에 대한 답을 8월 말 공개할 개편안을 통해 내놓아야 한다. 이미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다양한 세수 확보 방안이 거론되는 데다 소득세ㆍ법인세 인하 시기를 놓고는 가을 입법 과정까지 만만치 않은 실랑이가 남아 있다. 감세의 시작은 좋았다. 작년 세제개편안에 대해선 월스트리트저널까지 나서 "과감하고 적합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상황은 절박하다. MB노믹스표 감세는 생존을 위해 정교하게 설계한 액션플랜을 요구받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 측 원론은 "감세 기조는 유지해 나가되 재정 건전성도 함께 고민한다. 조세감면 조치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병행한다"는 수준이다. 그러나 조세감면 정비로 향후 5년간 20조원 가까이 줄어들 세수를 보충하고 재정 건전성에도 기여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조세감면 정비가 세율 인상이나 새로운 세법 만들기보다 어렵다는 건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선 잘 알려진 상식 수준 이야기다. 감세의 큰 방향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세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솔로몬의 해법이 그래서 절실하다. 일단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세원 확보 방안으로는 △임시투자세액 공제 감면연장 재검토 △외부불경제 항목 소비세 증세(담배 술 등) △녹색성장과 에너지 절약을 위한 에너지 저효율 제품 세율 조정 등이 알려져 있다. 부가가치세법 정비에 대해 정부는 "올해는 계획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국세청 개혁과 이를 통한 과세 기반 강화, 과세 투명성 향상도 시의적절한 과제다. 재산별로 세율이 들쭉날쭉한 재산세제는 형평성은 물론 세수 일관성 차원에서도 추가적인 정비가 필수적이다. 미술품, 부동산, 주식, 채권 등에 천차만별로 적용하는 세율이 과연 맞는 것인지, 건강한 투자를 유도한다는 의미에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기본세율은 낮고 꼭 있어야 할 조세감면이나 특례 외에는 원칙이 바로 선 세제가 투명한 것"이라며 "우리 세제가 `누더기`에서 이런 방향으로 가려면 감세와 함께 제도 보완도 필수"라고 말했다.
外患 부르는 外換 … 보유액 3400억弗 돼야 안심
유사시 외국자본 이탈에 대비 더 늘려야
원화 무역결제등 다양한 보완책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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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부 ③◆
경제위기의 공포감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2008년 10월 7일. 외국계 증권사에 근무하던 A리서치센터장은 `한국에 계속 투자해도 괜찮겠는가`를 묻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전화를 받느라 온종일 진땀을 빼야 했다.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397억달러(2008년 9월 말 기준). 세계 6위에 해당하는 객관적으로 충분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의심에 가득 찬 시장의 시각은 달랐다.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외채 2223억달러(2008년 6월 말 기준)를 빼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이 170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상환 부담이 있는 외채가 1600억달러에 달하므로 가용 외환보유액은 800억달러뿐이다`는 등의 비현실적 분석이 쏟아졌다. 한국 정부의 거듭된 설명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연일 원화값이 급락하고 한국물의 크레딧디폴트스왑(CDS) 스프레드가 급등세를 이어갔다. 위기설은 늘상 이런 식으로 반복돼 왔다. 3월 위기설, 6월 위기설, 9월 위기설 등으로 이름을 달리할 뿐 근거는 똑같다. 외부 충격에 따른 달러 부족으로 국가가 부도를 낼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 6월 말 외환보유액은 2317억달러로 세계 6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가능성은 `원죄`처럼 한국 경제를 괴롭힌다. 아직도 일부 해외 언론은 한국의 유동외채 지불능력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단기외채와 1년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외채 규모 수준에서 외환보유액을 쌓아놓고 있다. 하지만 한국보다 두 배 큰 교역 규모를 가지고 있는 일본은 1조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원화는 `거래 통화`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외국인들은 거래 수단으로 가치가 없는 원화를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최악의 가정이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자본을 빼나가면 외환위기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0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쌓고 있지만 여전히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외환보유액을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보유액 확보를 위한 비용과 부작용을 감안하면서 적정한 수준의 보유액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보유액 3400억달러 필요할 수도 =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적정 외환보유액 기준에 따라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최대 3400억달러(올해 1분기 기준)까지 필요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3개월 수입금액과 유동외채 규모,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 규모를 합산해서 보수적으로 추정하면 이 정도까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외환보유액 수준은 유동외채에 대한 대비만을 감안했을 때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경상거래 악화, 외국인 자본의 해외 도피 등 총체적 위기에 맞서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발적으로 터지는 북한 핵 관련 리스크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북한 붕괴 리스크에 대해서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이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하면 통일 비용에 대한 리스크가 제기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신뢰도도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무조건 외환보유액이 많다고 해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외환을 조달하는 데 비용이 들어가게 마련이고 외환 조달로 인해 원화 통화량이 가중되는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늘리려 한다는 방향성이 드러난다면 투기세력의 환투기도 성행할 수 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작정 외환보유액을 많이 쌓는 게 좋은 것이 아니라 한국 상황에 맞는 적정한 수준의 관리가 필요한 것"이라며 "단기간에 보유액을 눈에 띄게 늘리는 성향을 보이지 않으면서 순차적이고 기술적인 외환보유액 확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 보유액 외 다양한 대비 수단 마련해야 = 외환보유액 확충으로 얻고자 하는 효과는 결국 외환시장의 안정이다. 이를 위해 외환보유액 확충 이외 다양한 안전망도 강구해야 한다. 통화스왑을 통한 국제적 공조의 확대가 대표적이다. 외채 구조조정과 원화 수요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외차입의 장기화를 추진하면서 아시아 주변 국가와의 무역결제 통화로서 원화 사용을 늘려가야 한다는 충고다. 이대기 연구위원은 "한국처럼 자본시장이 활짝 열려 있으면서도 통화의 국제화가 덜된 나라는 없다"며 "기본적으로 외환시장의 취약성을 내재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전반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달러 편식도 이젠 고칠 때
국내 외환거래 98% 차지…유로ㆍ위안화 비중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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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부 ③◆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ㆍ달러 환율 변동폭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확대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일일 원ㆍ달러 환율 변동폭은 31.1원이다. 2000년 이후 9년간 평균 변동폭(5.2원)에 비해 여섯 배가 확대된 것. 문제는 한국은 외환 거래시 달러의 편중도가 심해 달러가치 변화에 따른 충격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 외환시장에서 원화와 외국통화 간 거래 중 달러와 거래 규모는 282억달러로 원화와 다른 통화 거래의 98%를 차지한다.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국제 거래시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전 세계 외환 거래 시장에서의 달러 거래량과 비교해도 한국에서 달러 비중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2007년 BIS 조사에 따르면 세계 외환시장에서 달러 거래 비중은 86%(200% 기준)다. 이는 쌍방 통화의 거래를 합산해서 나온 수치다. 달러를 기준으로 봤을 때 외환 거래 중 달러가 개입된 거래가 전체의 86% 수준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금융위기를 맞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조차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브릭스 국가를 중심으로 달러에 대한 반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 중국의 슈퍼 싱크탱크로 부상한 중국 국제경제교류중심 이사장인 쩡페이옌(曾培炎) 전 부총리는 지난 3일 베이징 회동에서 "주요 통화들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해 달러를 대체할 새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는 중국 입장을 재확인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경제 보좌관인 세르게이 프리호드코프도 "G8 확대 정상회담에서 슈퍼통화 문제를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국제적인 변화를 감안해 한국도 과도한 달러 의존도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유럽 국가들과의 거래시 달러 이외에 위안화 유로화 거래를 늘려 나가야 한다"며 "원화가 국제 사회에서 거래 수단으로 쓸모가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통화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윤 연구위원은 "그렇다고 달러 보유액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달러 자체가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통화들과 언제든지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채욱 대외경제연구원장 "외환 결제수단 다양화할 필요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부 ③◆
"충분한 외환보유액은 경제 위기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한국과 같이 대외 의존도가 높고 외환시장 규모가 크지 않는 국가는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 위험도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위기는 외환보유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채 원장은 "과도한 외환보유액은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외환보유액 확충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단기간에 억지로 보유액을 늘리려 해서는 안 되고 자연스럽게 증가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채 원장은 달러에 대한 과도한 비중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공감했다. 그는 "한국은 외환 결제수단이 달러로 한정돼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서도 한국의 달러 의존도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채 원장은 "외환 결제수단을 다양화하고 다른 통화의 보유액도 증가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 원장은 특히 한국이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응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내수시장 활성화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출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내수를 키워 수출 의존도를 낮추자는 것"이라며 "서비스 분야의 경우 단계적인 개방으로 국내 산업 관계자들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산업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직 과보호 줄여야 비정규직 문제 풀린다
능력ㆍ직무에 걸맞은 보상체계 확립
비정규직 사용기간 논란 아예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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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부 ④◆
2006년 11월 30일 비정규직법이 민주노총 총파업 등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비정규직법에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 △파견 가능업무 32개로 한정 △차별시정제도 단계적 확대 등 내용이 담겼다. 법 시행시기는 2007년 7월로 정해졌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흐른 지금 비정규직법은 한국 고용시장에 `독배`가 됐다. 벌써부터 산업현장에서는 해고 통보를 받은 비정규직이 무더기로 나타나고 있다.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근로자 70만명이 `해고`와 `정규직 전환`이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상 `비정규직 해고촉진법`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 노동계는 결론 없는 논쟁만 거듭하고 있다. 책임 회피를 위한 `제자리걸음`에 익숙해진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단면이다.
◆ 10명 중 4명 실업급여 못 받아 = `비정규직 월 평균임금 123만2000원, 정규직 216만7000원.` 통계청이 3월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 대비 56.8%에 그친다. 주당 취업시간 격차(비정규직 40.8시간, 정규직 48.1시간)와 비교된다. 비슷하게 일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임금이 크게 적은 셈이다. 유독 한국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극심한 것은 정규직과 임금 등 근로조건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근로복지혜택과 사회보장에서도 격차가 더 벌어지는 점은 문제다. 전체 근로자 중에서 퇴직금 수혜자 비율을 살펴보면 비정규직은 34.1%에 불과해 정규직(76.3%)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울러 고용보험 가입자 비율에서도 비정규직(39.1%)과 정규직(67.3%)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정규직 10명 중 4명은 퇴직 시 고용보험을 통해 실업급여조차 받을 수 없다
◆ 비정규직은 영원히 비정규직 =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에서 출발한다. 해고 규정이 까다로운 정규직 진입 장벽이 높다는 의미다. 정규직은 기득권을 이용해 정규직으로, 비정규직은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8년 한국 해고난이도는 40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7.9점)보다 1.4배 높다. 해고 비용은 91주치 임금에 달해 OECD 평균(25.7주치)보다 3.5배 많다. 현행 근로기준법 23조는 회사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정직 등 처벌을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24조는 `긴박한 경영상 이유와 사용자의 해고 회피 노력`이 있어야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무엇이 정당한 이유인지, 긴박한 경영상 이유인지는 사안에 따라 해석이 달라 기존 정규직 근로자만 철저히 보호받는다. 따라서 회사는 한정된 인건비 예산으로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채용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해고 규정을 일부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 대신 퇴직자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위로금을 지급하고 직업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평생직장`에서 `평생고용`으로 = 앞으로 한국 경제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이제는 `평생직장`에서 `평생고용`으로 고용 기본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구조가 첨단화하면서 근로시간과 형태가 다양한 일자리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정규직으로 일하다가도 건강 육아 등 필요에 따라 시간제 비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다시 정규직으로 고용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이는 능력과 직무 수준에 걸맞은 보상체계가 확립돼 있을 때 가능해진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은 점차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법에 못 박힌 사용기간을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은 이런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다. 이근면 삼성광통신 대표는 "평생 한 직장이나 한 나라에서 일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어느 곳에서든 적응할 수 있는 글로벌한 능력을 길러 세계적인 노동 이동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성 노사관계학회장 "사용기간 다퉈 뭐하나…직업훈련이 더 시급"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부 ④◆
"일자리의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박준성 한국노사관계학회장(성신여대 교수)이 제시하는 비정규직 문제 해법이다. 박 회장은 "일자리에 대한 기본 생각이 정리돼야 한다"며 "정규직은 좋은 일자리, 비정규직은 나쁜 일자리라며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부터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서는 단순 반복적인 일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를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법은 지나치다"며 "업무별 차이를 인정하되 동일 업무에 대한 차별을 줄이는 쪽으로 정부 정책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정치권에서 벌이고 있는 비정규직법 개정 논쟁은 너무 소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정규직법 시행을 1~2년 유예하거나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든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 힘들다"며 직업훈련 확대와 차별금지 등 정책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심각한 고용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비정규직 계약기간 개념을 없애면서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대신 직무에 따라 임금 차이를 인정하는 쪽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규직 진입과 퇴출 장벽을 조금씩 낮춰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것도 한국 경제에 남겨진 숙제로 꼽힌다. 박 회장은 "적자가 3년 이상 지속되거나 사업 분야가 폐쇄되는 등 경영상 필요에 대해서는 해고가 가능해야만 노사 갈등이 줄고 노동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복수노조ㆍ전임자 임금금지…하반기 노사관계 최대 쟁점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부 ④◆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5조 1항, 복수노조 허용) `노조 전임자는 전임기간 동안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아서는 안된다.`(24조 1항,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담긴 조항이다. 두 현안은 법에 명문화돼 있으나 노사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13년째 유예됐다. 지금이라도 손을 쓰지 않으면 두 조항은 내년 1월부터 자동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복수노조 허용이란 한 사업장 내에 2개 이상 노조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사업장 개념을 벗어나 지금도 기업별 산업별 노조라는 형태로 상하관계를 유지한 채 사실상 복수노조가 존재한다. 여기에 사업장 내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노조가 난립할 것으로 염려된다. 이 문제를 푸는 핵심 열쇠는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방식은 노사정위원회에서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과반수 지지 노조에 배타적인 교섭권을 주는 방안, 조합원 수에 비례해 교섭권을 주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은 노동계에서 격렬히 반발하는 내용이다. 노조 활동을 위한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 노조일수록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실제 노조전임자는 단체협약에서 정한 것보다 많아서 논란이 됐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노조 1개당 전임자 수는 단체협약에서 3.1명으로 정했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3.6명에 달했다. 국제 비교를 해봐도 한국 노조전임자는 조합원 수에 비해 월등히 많은 편이다. 한국 노조전임자 1명당 조합원 수는 149명으로 일본(500~600명) 미국(800~1000명) 유럽연합(1500명)과 비교된다.
국민연금 `더 내고 덜 받기` 선택 아닌 필수
이대로 가면 2060년엔 기금 안남아…당장 월최고소득 기준부터 올려야
◆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부 / (5) 한국경제 시한폭탄 `용돈연금` ◆
한국 경제에 있어 국민연금은 시한폭탄과 같다. 다만 `최종 폭발(연금 고갈)`까지 수십 년이 걸린다는 점 때문에 잠복해 있을 뿐이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도 노후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는 시점이 재깍재깍 다가오고 있다. 2060년이면 국민연금 기금이 완전히 고갈돼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계산이다. 현재 20세 직장인이 70세가 되는 때다. 급속한 저출산ㆍ고령화를 감안하면 `용돈연금`에 그칠 가능성도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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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금운용 효율성 높여야 = 국민연금이 지속적으로 생존하려면 보험료 수입만큼이나 운용 성과가 중요하다.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률을 꾸준히 올려야만 시민들의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5월 말 현재 255조원으로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 수준에 달한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2014년에는 432조원으로 불어나고 적자전환 직전인 2043년에는 246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금융시장에 이어 실물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장기 투자를 권장하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도 이바지한다. 그러나 덩치가 커지다 보니 기금을 운용하는 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때 드는 비용도 상당하다. 기획재정부 기금운용평가단은 최근 국민연금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금 실무평가위원회에 금융 전문가 채용 △대체투자와 해외투자 확대 △기금을 그룹별로 쪼개서 운용 △유동성 자산을 새로운 자산군으로 구성 △사회적 책임투자 강화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무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 운영체계 개편방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개편안에는 특수법인인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고 현행 기금운용위원회를 독립적인 민간상설위원회로 전환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 연금 개혁 사회적 합의 절실 =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사회적인 합의와 이해 당사자들의 양보,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세대의 기득권만 유지하며 개혁을 마냥 늦추는 것은 무책임하게 후손들에게 무거운 짐을 떠넘기는 꼴이다. 당장 국민연금 재정 건전성을 위해 시급한 현안은 360만원으로 정한 국민연금 월 최고 소득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이는 1995년 국민연금 가입자의 월평균 임금이 90만원일 때 정한 것으로 평균임금이 약 180만원으로 높아진 현재 상황과 맞지 않다. 고소득자와 기업들의 반발에 부딪혀 그동안 미뤄왔던 개혁이지만 이번에 손질이 필요하며 정부도 연내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직장인의 경우 월소득액의 9%인 국민연금 보험료를 개인과 회사가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기초노령연금과의 통합도 필요하다. 통합 방안에는 기초노령연금을 생활이 어려운 노인층에 집중해서 지급하도록 개편해 전체 노인에게 국가가 담보한 기초연금을 도입해서 국민연금과 다층 체계를 구축하는 것 등이 논의 중이다. 아울러 `더 내고 덜 받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한 뒤 국민연금 보험료를 인상하고 추가로 연금 급여율을 인하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 윤석명 보건사회硏 사회보험연구실장
"저소득층에 보험료 지원…국민연금 사각지대 줄여야"= "4대 공적연금에 대한 추가적인 재정 안정화 조치는 불가피하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험연구실장은 9일 "공적연금은 사회보장제도로서 세대를 이어가면서 지속 가능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실장은 "급격한 저출산ㆍ고령화로 연금 지출이 늘어나 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며 "개혁 시기를 놓치면 걷잡을 수 없이 적자 규모가 늘어나기 때문에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사회적인 합의를 조속히 이끌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실장은 또 국민연금의 경우 노인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면서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지만 소득이 없거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으로 보험료를 안 내는 시민들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이어 "국민연금 소외계층을 계속 방치하면 노후소득마저 양극화된다"며 "정부가 저소득층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일부 지원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당장 국민연금 급여를 올릴 수는 없다"며 "국민연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노후소득을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다층 보장 체계로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수직역 연금도 세금먹는 하마
정부 한해 2조씩 쏟아부어 공무원ㆍ군인연금 적자메워…사학연금도 2024년엔 고갈
◆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부 / (5) 한국경제 시한폭탄 `용돈연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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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의 `곳간`이 빠른 속도로 비어가고 있다. 연금을 내는 사람보다 받아갈 사람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연금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장은 연금의 부족한 부분을 세금으로 메울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답은 명확하다. 전면적인 연금구조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것. 공무원연금은 `세금 먹는 하마`로 표현된다. 이미 적자 운영되면서 매년 1조원 안팎의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다. 재정을 투입해 일단은 손실을 보전해 주고 있지만 그것도 점차 한계를 보이고 있다. 강력한 개혁이 요구되지만 이해관계자인 공무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지지부진하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07년부터 민관 공동으로 공무원연금발전위원회를 설립해 오랜 논쟁 끝에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내고 작년 말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개정안에는 공무원 기여금을 기준소득월액의 5.5%에서 7.0%로 인상하고, 연금 지급률을 평균 기준소득월액의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약간 더 돈을 내면서도 나중에 적게 받는 형태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기존 안을 약간 손질했을 뿐 적자 운용을 막을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개혁안이 시행되어도 정부가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써야 할 금액은 올해 1조333억원에서 2018년 6조129억원으로 불어난다. 추가로 손을 대지 않으면 2040년에는 공무원연금을 위한 정부 보조금이 40조여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 개혁안은 보험료와 급여 변수만을 소폭 조정했기에 장기적인 공무원연금 재정 문제에 대한 근본 처방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연금 급여 수준을 재직기간별로 비례적으로 재조정하고 신규ㆍ재직 공무원 간의 지나친 차별화는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퇴직군인에게 지급되는 군인연금은 30여 년간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1960년 도입된 군인연금은 1973년에 처음 적자가 발생한 후 1977년 고갈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간 9000억원대 재정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군인연금에다 공무원연금을 포함하면 매년 2조원의 혈세가 적자 보전에 투입되는 셈이다. 공무원연금을 본떠 1975년 도입된 사립학교교직원연금(사학연금) 재정도 불안하다. 국가에서 연간 3000억원 규모의 법정부담금을 지원받으면서 현재 흑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연금 수급자가 늘어나면 재정이 급격히 나빠진다. 재정수지 전망에 따르면 사학연금은 2016년 적자로 돌아서고 2024년 고갈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중국적 허용 글로벌 인재유치 물꼬틀 때.
국적법 개정…전문직 비자 요건 완화
한국판 풀브라이트장학금도 서둘러야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부 ⑥◆
삼성전자 DMC연구소에 근무하는 알렉산더 알신 씨(36)는 동영상 압축 분야 전문가다. 그가 한국에서 일자리를 잡은 것은 2년 전이다. 모스크바대 연구원을 거쳐 삼성 러시아연구소에서 일하다 삼성 현지법인의 추천으로 2007년 한국행을 택한 것. 휴대폰, LCD TV 등을 개발하는 연구소에서 그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재로 꼽힌다. 한국어도 배우고 있고, 찜질방과 제주도를 사랑한다는 그는 이미 반쯤 한국 사람이다. 국내 외국인 거주자 120만명 시대에 알신 씨는 글로벌 인재유치의 성공 사례 중 하나다. 하지만 삼성 같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국내 고급인력 유입은 선진국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전문직 비율은 2006년 기준 7.6%에 불과하다. 90% 이상이 단순 노무직이라는 의미다. 미국 내 취업이민의 40%, 캐나다 경제이민의 80% 이상이 전문인력인 것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일본도 국적 취득자의 50%가 대졸 이상 학력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비자제도 개선과 이중국적 허용 등을 담은 글로벌 인재유치 방안을 마련했다. 한국 거주와 취업을 쉽게 해 글로벌 인재들이 국부창출에 기여하도록 하자는 구상에서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실효적인 개선안은 거의 없다. 금융ㆍ회계 전문가와 이공계 엔지니어 등 고급인력에 대한 영주비자 입국 전 발급과 대상 확대는 여전히 `검토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기존 비자 업무의 틀을 바꾸는 문제라서 해외 사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직 취업비자 요건 완화도 아직 진척된 게 없다. 고급인력들이 한국 국적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제한적 이중국적 제도도 일러야 1년 뒤 시행될 전망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과학 경제 문화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갖춰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될 경우 국내 거주 기간(5년 이상) 요건과 귀화시험을 면제해 주고, 외국인으로서 권리 행사를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전제로 다른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한국 국적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지난달 입법예고를 했지만 법제처 심사와 국회 처리 후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만들면 내년 6~7월께나 시행될 수 있다. 하지만 법제처 심사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원안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10년 넘게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국민적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주 한인회 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한국처럼 이중국적을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반대 측은 "병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맞선다. 인재 허브가 되기 위한 필수 요건인 글로벌 장학제도도 갈 길이 멀다. 외국인 대상 장학 프로그램은 아직 정부 차원의 선발제도가 없고, 일부 대기업만 소규모로 운영 중이다. 포스코청암재단의 아시아 펠로십은 석ㆍ박사과정을 선발해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해 준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배출한 `지한파` 인재들은 인도 베트남 등 20여 개국에서 70여 명에 달한다.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의 `Glo-Harmony` 프로그램은 올해 처음으로 11개 개도국에서 22명을 선발했다. 포스코청암재단 관계자는 "선발 인원의 3분의 1은 해당 국가의 외교부 상무부 등 공공기관 출신"이라며 "한국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증진하는 효과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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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는 풀브라이트 장학 사업을 벤치마킹해 올해부터 `글로벌 코리아 스칼라십`을 추진하고 있다. 풀브라이트 장학재단은 미국 상원의원을 지낸 풀브라이트가 2차대전 직후 설립한 뒤 현재 제3세계를 비롯한 100여 개 나라에서 인재들을 유치하고 있다. 최고 인재들을 세계 각지에서 모아 오피니언 리더로 키운 결과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팍스 아메리카나`를 이끈 또 다른 원동력으로 평가받는다. 우리 정부가 뒤늦게나마 장학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주목한 이유다.
인재유치는 기술도입과 맞먹는 효과.
오응천 컨택코리아 단장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부 ⑥◆
"해외에서 기술을 들여오려면 기술 유출이다, 산업스파이다 문제가 많지만 사람을 데려오면 자연스럽게 기술을 전수받는 효과가 있다." 오응천 컨택코리아 단장은 중소기업을 위한 `글로벌 헤드헌터`다. KOTRA가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글로벌 전문인력 유치 서비스 `컨택코리아`를 맡아 지금까지 42개 기업에서 요청한 핵심 기술인력 69명을 리크루팅해 줬다. 현재 입국을 기다리는 전문인력도 17명에 달한다. 지금까지 글로벌 인재 유치는 대기업만 각축을 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 LG 같은 대기업이 아니면 해외 리크루팅을 나갈 엄두도 안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고급인력에 대한 목마름은 중소기업들이 훨씬 더하다. 국내 우수인력들은 이공계를 기피하고 그나마 전문인력들도 중소기업을 외면하기 때문. 오 단장은 "KOTRA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무료로 전문인력을 발굴하고 영상면접을 지원해 중소기업의 리크루팅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인력 유치는 단순히 인원 충원이 아니라 기술 도입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 오 단장은 "기업들이 요청하는 인력은 대부분 이공계 엔지니어"라며 "해외 전문인력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5월 국내 한 중소기업이 채용한 러시아 엔지니어는 직원들에게 설계기술을 전수해 주고, 그동안 외국기업들이 독식하다시피 했던 소수력 프로젝트 시장 진출을 주도하고 있다. 컨택코리아에서 유치한 글로벌 인재들은 러시아 인도 동구권이 가장 많다. 오 단장은 "최근에는 미국 유럽 등지에서 그린ㆍ바이오 관련 인재들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인재허브가 되려면 코리아 브랜드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단장은 "우수한 인재들이 중국행은 선뜻 택하면서도 한국 취업에 대해선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가 이미지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저출산 어쩔수 없어…이민문턱 확 낮춰야
이대로 가면 2050년엔 생산가능인구 1200만 명↓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부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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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중동 국부펀드 벤치마킹…KIC만의 수익모델 만들라
IBㆍ헤지펀드가 이끌던 글로벌 금융 새강자로 부상
국채시장 큰손은 옛말…부동산ㆍ상품등 투자 다변화
◆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부 / (7) 뉴플레이어 `국부펀드(SWF)`의 미래 ◆
지난 9일 오후 1시 30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재무부 기자실. 12일 시작되는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 유럽ㆍ중동 순방에 앞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백그라운드 브리핑이 시작됐다. 가이트너 장관은 12일 영국과 프랑스를 시작으로 14일에는 중동으로 건너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미국 재무부 관계자는 모두 발언에서 가이트너 장관 중동 순방 목적이 오바마 대통령 외교정책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쇄도하는 질문은 `장관이 미국 국채를 대거 보유한 큰손 중동 국부펀드(SWF)들에 향후 미국 경제를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미국 재무장관이 중동을 순방하는 주목적이 외교 이슈가 아님을 누구나 알고 있었던 것. 한 달 전 가이트너 장관이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미국 채권은 안전하다"고 얘기했다가 대학생들에게 비웃음을 샀던 것을 인식했기 때문일까. 이날 언론의 관심은 불안해 하는 외국계 큰손 SWF를 어떻게 안심시킬 것인지에 맞춰져 있었다.
◆ 새로운 강자 SWF =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서서히 회복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위기 이전 영미계 대형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가 이끌었던 자본시장 리더십이 과연 어디로 넘어갈 것인지에 투자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달 초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향후 자본시장 패권은 아시아와 중동 국부펀드(SWF•Sovereign Wealth Fund)가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미국 재무부 장관이 SWF 양대 축인 중국과 중동을 잇따라 방문하고, 미국 언론들이 `대체 장관이 어떻게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달라진 SWF 위상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시장에 4대 실력자(산유국, 아시아 국부투자자, 헤지펀드, 사모투자회사)가 생겨났으나 2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진정한 실력자는 아시아와 중동 SWF뿐이라는 것이다.
◆ `국채 큰손 국부펀드`는 옛날 얘기 = 미국 국채를 필두로 한 안전자산 위주인 보수적 투자자 SWF는 이제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대신 매매 타이밍을 잘못 맞춘 초보 SWF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장 성공적인 SWF로 꼽혔던 싱가포르 테마섹은 지난해 금융위기 직후 메릴린치 지분을 44억달러를 들여 인수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떠안고 올해 초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되팔았다. 운용자산이 전 세계 최대 규모라는 아부다비투자청(ADIA)도 2007년 11월 미국 씨티그룹에 75억달러를 투자했으나 쓴맛을 보고 나왔다. 매수 당시 씨티 주가가 35달러대였으나 결국 1달러까지 떨어지는 아픈 경험을 하기도 했다. 중국 대표 국부펀드인 CIC도 블랙스톤에 투자해 손실을 봤고 한국투자공사(KIC)도 메릴린치에 투자했다가 여전히 손실을 떠안고 있다. 이 상황에서 SWF들이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것이 대체투자다. 대체투자는 주식이나 채권 등 일반적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사모주식(Private Equity), 부동산, 원자재, 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주 투자에 실패하면서 SWF들도 싸니까 몰려가는 투자를 접고 자국 상황과 투자 정책에 맞는 최적 포트폴리오를 짜기 시작한 것이다.
◆ KIC,브랜드 파워 키워야 = 최근 우리 정부가 한국투자공사(KIC)에 30억달러를 추가 투입하면서 KIC도 이 중 10억달러를 이용해 대체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KIC는 이를 위해 1년여 동안 다른 나라 투자 형태를 연구하고 차입매수(LBO), 부실자산 투자, 벤처캐피털 등 다양한 투자 대상을 검토해왔다. 대체투자가 시작되면 국내외 사모펀드나 금융기업들과 함께 공동투자(Club deal)나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 투자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KIC가 설립된 지 2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것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SWF 주변에서도 합종연횡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KIC는 여전히 국제시장에서 브랜드를 크게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운용자산 규모가 2000억달러를 넘는 중국 CIC는 최근 과거와 크게 달라진 모습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가장 실력 좋은 펀드매니저만 뽑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CIC가 지난 5일에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베이징에서 국제투자자문회의를 열었다. CIC는 쩡페이옌(曾培炎) 전 국가 부주석뿐만 아니라 제임스 울펀슨 전 세계은행 총재 등 국내외 저명인사 14명을 모시고 매년 국제 투자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에게 투자자문을 구하기보다는 중국 위안화 홍보대사 노릇을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으로서도 눈여겨 봐야 할 SWF의 변신이다.
■ 자국기업 지키고 사회안전판 역할…금융위기 겪은후 달라진 국부펀드 = SWF는 태생적으로 자국 이익을 보호하게 마련이지만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SWF 기능이 기대 이상으로 커졌다. 일부에서는 적대적 M&A에 맞서 자국 기업을 지키기 위해 국부펀드가 동원되는가 하면 사회안전판 노릇까지 자처하고 나서는 곳도 생겼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자국 기업을 지키기 위해 국부펀드인 프랑스 전략투자펀드(SIF)를 만들었다. 이 펀드는 최근 600만유로(8400만달러)를 들여 파리 케이블 회사인 넥산스 지분 5%를 시장에서 매입했다. 이 기업은 6월 말 현재 순부채 규모가 3억~4억유로에 달하는 데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영업이익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다. 심지어 주주 구성상 보유 지분율이 월등하게 높은 대주주가 없어서 적대적 M&A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었다. 이에 프랑스 국부펀드 SIF가 나서서 이 기업 지분 중 일부를 장내 매수하고 경영권을 안정시키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서 SIF가 이사회에 자리를 요구한 것도 아니다. 경영사정이 나빠졌지만 정부가 경영 개선까지 할 의지는 없다는 것.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도 프랑스 파리 자동차부품 제조사 발레오 지분을 SIF가 나서서 매입하기도 했다. 이때도 미국계 자산운용사가 발레오에 일부 지분 투자해 미국 자동차 부품회사와 M&A를 시도하자 정부가 나서서 M&A를 막은 것이다. 이 같은 프랑스 국부펀드 행동을 놓고 일부에서는 자국 산업을 지나치게 보호해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싱가포르에서는 44년 만에 찾아온 최대 불황을 타계하기 위해 그동안 상당한 부를 축적했던 국부펀드 테마섹이 돈을 풀기 시작했다. 테마섹은 지난달 테마섹 케어스(Temasek Cares)라는 자선단체에 1억 싱가포르달러(약 690만 미국 달러)를 출연해 저소득계층과 장애인 등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곳을 돕기로 했다. 테마섹은 지난해 중국 쓰촨성 지진 때도 자선기금을 배정하는 등 국외 사회사업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국부펀드 외환보유서 투자로"
아시아ㆍ중동국부펀드 작년 한해 1조7천억弗 글로벌 자본시장 투자
◆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부 / (7) 뉴플레이어 `국부펀드(SWF)`의 미래 ◆
2008년 한 해 동안 아시아와 중동 SWF들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신규로 투자한 자금만 1조7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이는 결국 하루 평균 45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는 것으로, 우리나라가 지난 3월 한 달 동안 무역으로 벌어들인 자금 전액을 아시아와 중동 SWF들이 하루 투자금으로 다 쓰는 셈이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향후 2013년까지 아시아ㆍ중동 SWF 자산 성장 속도가 다른 기관투자가들에 비해 2배 이상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망대로라면 금융회사에서 자금을 차입(레버리지)해 고수익을 노렸던 헤지펀드들보다 향후 SWF 수익률이 더 나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안전자산 위주로 보수적인 투자만 하는 SWF들이 어떻게 이렇게 자본시장의 강적으로 떠오를 수 있었을까. 금융위기 이후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불균형에 대한 지적이 커지자 중국 러시아 중동 등 외환보유액 규모가 큰 나라들이 저축보다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이 운용하는 외환보유액(금 제외)은 지난해 8월 사상 최대 규모인 7조달러에 육박했다.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금융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사상 처음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말에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이 6조5400억달러까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불과 6개월 만에 5000억달러가 급감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외환보유액이 급감한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중앙은행이 대신 시장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던 달러를 풀어 환율을 안정시키고 무너질 가능성이 있는 금융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방어했기 때문. 하지만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전 세계 외환보유액이 지난 3월을 저점으로 4월부터 다시 조금씩 반등 곡선을 그리고 있다. 6월 말 현재 6조8170억달러까지 회복한 상태. 앞으로 외환보유액이 과거처럼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저축률을 높이고 재정적자를 조정해 나가는 동안 중국과 중동 등 외환보유액 규모가 큰 나라들이 가만히 않아서 떨어지는 달러 가치를 묵과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중국 등 일부 국가들이 미국채를 지나치게 많이 보유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도 국채 대신 다른 투자처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결국 향후 외환보유액 증가세는 둔해지는 대신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SWF가 과감한 자산운용을 시도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WF들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리게 되면 외환보유액으로 국채 대신 회사채나 주식을 사는 셈이 된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중국이 미국 국채를 안 사는 대신 미국 부동산이나 기업을 산다고 해서 글로벌 불균형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은 아시아와 중동 SWF들이 미국 국채 편입 비중을 점점 줄여간다면 과다한 재정적자로 인한 미국 경제의 악순환도 조금은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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