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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내부고발자, 국방부서 ‘군인 청렴성’ 강연

ngo2002 2013. 11. 29. 10:40

돌아온 내부고발자, 국방부서 ‘군인 청렴성’ 강연

ㆍ김영수 국민권익위 조사관

조직의 비리를 고발한 뒤 마지못해 옷을 벗어야 했던 군 내부고발자가 2년여 만에 ‘강연자’로 국방부 단상에 섰다. 이번 강연을 계기로 군 내부고발이 더 활발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권익위원회 국방보훈민원과 김영수 조사관(45·예비역 해군 소령·사진)은 28일 국방부 시설본부 직원 150여명을 대상으로 ‘군인의 청렴성’을 주제로 강의했다. 본인이 5년여간 겪은 일이 있기에 더할 나위 없는 적임자였다.

김 조사관은 2009년까지는 잘나가던 해군 장교였다. 해군사관학교 45기로 동기생들 중에서도 선두그룹에 있었다. 그러나 2006년 계룡대 근무지원단에 부임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군수품과 예산을 담당했던 김 조사관은 지원단이 물품을 살 때 특정 업체의 제품만, 그것도 시가보다 비싸게 사들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로 인한 국고 낭비액이 2003~2005년에만 수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한 김 조사관은 이 사실을 국방부 검찰단 등 군내 수사기관에 신고했지만 번번이 기각됐다. 국가청렴위(현 국민권익위)가 고단가 수의계약으로 인한 국고 손실을 인정해도 군내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 조사관은 2009년 10월 MBC <PD수첩>에 출연해 비리를 고발했고 국방부는 사건을 재수사해 관련 군인 31명을 형사처벌했다.

이후 김 조사관은 “진급에 불만을 품어서 그랬다”는 등 갖은 음해에 시달렸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는 했지만 뇌물공여죄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보급 주특기와 무관한 국군체육부대로 발령이 났고 막판에는 직제에도 없고 책상도 없는 보직을 받았다.

2011년 2월 국민권익위에서 주요 부패 신고자로 ‘보국훈장 삼일장’을 받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결국 김 조사관은 그해 6월 스스로 옷을 벗었다.

김 조사관은 그해 8월 권익위 국방보훈과 5년 계약직 조사관 공채에 합격했다. 부패고발 경력과 훈장으로 인한 ‘10% 가산점’ 덕분이었다. 김 조사관은 “내부고발자로서 그나마 잘 풀린 유일한 케이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조사관은 군을 떠난 지 꼭 2년5개월 만에 국방부에서 강연을 했다.

김 조사관은 “비리를 제보하고 전역했는데, 그런 주제로 군부대에서 강의를 하니 조직원들로부터 내 행동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 같다”며 “시설본부장(정주교 육군 소장)이 전향적인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 같은 사람을 보고 다른 공익신고자들도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며 “무엇보다 정부가 이들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입력 : 2013-11-28 21:03:19수정 : 2013-11-28 22:2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