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명리

[칼럼]산천이 좋아야 吉地

ngo2002 2013. 9. 24. 10:29

[칼럼]산천이 좋아야 吉地
작성자 : 고제희     등록일 : 2013.09.23     조회수 : 330

도심 접근성보다 산천이 좋아야 吉地

 
  정감록은 왕조 흥망과 더불어 그 중간에 재난과 화변(禍變)으로 세태와 민심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예언한 책이다. 조선이 망한 후 정씨가 계룡산 인근에서 새 나라를 세운다는 예언이 이 책에 등장해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비록 예언서에 불과하지만 이 책은 무능하고 부패한 왕정에 시달린 민중에게 후천개벽으로 잘 살 수 있는 세상에 대해 희망을 갖게 했다. 실제 조선 후기 발생한 민란에는 빠짐없이 정감록 예언이 거론된다.  그런데 정 감록에는 풍기 수리바위, 금계 동쪽 골짜기, 예천 금당실 등과 같은 '십승지( 十勝地)'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모두 난리를 피해 들어가 살면 목숨을 부지한다는 궁벽한 산골이다. 그래서 정감록을 믿는 많은 사람은 남자는 지고 여자는 이고하여 십승지로 찾아들었다. 결국 십승지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상세계며 자손만대가 영화를 누릴 복지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십승지는 어떤 터가 값어치 있는 곳인가 하는 전통적인 기준을 제시한다. 비록 십승지가 풍수적 길지를 뜻하진 않지만 우리 조상들이 부동산에 대해 어떤 잣대로 값어치를 판단했는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 가장 값어치 있는 부동산은 조상을 편히 모실 수 있는 묘자리, 농사짓기 편리한 문전옥답, 그리고 자식을 낳아 훌륭히 키우고 가르치기에 용이한 집터였다. 풍수경전인 '설심부'도 '인걸은 산천의 기운을 받아 태어나는데, 산천이 생기롭고 모양이 좋으면 훌륭한 인재가 배출된다. 산이 수려하면 귀인이 나고, 물 이 좋으면 부자가 난다'고 했다. 이는 현대적인 부동산 가치 판단기준인 위치와는 사뭇 다른 관점이다. 요즘 땅의 경제적 가치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데 특히 도심 땅값은 접근성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한마디로 서울에서 어느 정도 거리이고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또 개발 계획은 잡혀있는가 하는 점이 땅값 평가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하지만 부동산을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런 가치는 정감록 예언만 믿고 살기 힘든 벽촌을 스스로 찾아 나선 우매한 백성들과 하등 다르지 않다.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찾아든 십승지에서도 세상에서 소외당한 사람들과 그 후 손이 가난을 화석(化石)처럼 지고 살아가듯 투자 가치만 보고 찾은 땅 역시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사람과 사람이 느끼는 인정과 사랑의 거리가 더 가까워야 한다. 서양 속담에 '부모와 자식 집은 너무 멀어도 또 너무 가까워도 좋지 않다. 뜨거운 물을 들고 가면 알맞게 식을 거리가 적당하다'고 했다. 우리 전통사상에서도 성장한 자식 집을 부모 집과 한 울타리에 두면 지기가 쇠약해져 흉하다고 한다. 결국 자녀를 분가할 때는 20분 거리 안팎에 떨어진 동네가 가장 좋은 위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