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디자인 이경진기자의 디자인의 모든 것

ngo2002 2013. 7. 2. 10:16

[Home & Design] 6각형 벌집 디자인의 비밀
1903년 버터제조기에서 밀레 세탁기는 탄생했다
기사입력 2013.06.28 15:55:53 | 최종수정 2013.06.29 15:17:18

◆ 이경진 기자의 All That Design ◆

버터 제조기의 원심력을 이용해 만든 초기 밀레 세탁
최근 가전업계는 제품에 `스마트 기능`을 집어넣느라 분주합니다. 스마트 기능을 입은 가전이 놀라운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들은 세탁이 끝났다는 알림을 TV 화면으로 받아볼 수도 있고 휴대폰으로 세탁기를 작동시키는 건 물론 TV로 음악까지 듣습니다.

하지만 독일 가전업체 밀레(Miele)는 스마트 기능에 욕심을 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전 본연의 `기능`을 더욱 깊이 파고듭니다.

냉장고면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냉장력, 청소기면 먼지를 잘 빨아들이는 흡입력. 가전의 핵심 기능만 최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려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게 이 회사의 철칙이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볼까요. 100가지 요리가 가능하다는 국내 모 브랜드가 내놓은 스마트 오븐에 대해 밀레는 유독 까칠하게 반응했습니다. 현지 밀레 오븐 개발자들은 이 상품이 정말 100가지 요리를 할 수 있을지 직접 한국에서 공수해 요리를 해봤다고 하네요. `기능`에 관해선 여간 깐깐한 회사가 아닙니다.

이 외골수 업체에 한국의 부유층 아주머니들은 뜨거운 성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경쟁사 제품보다 수십만~수백만 원이 더 비싼 제품을 내놓지만 신제품은 날개가 돋친 듯 팔려 나갑니다.

이렇다 보니 이 회사 제품 개발 철학과 디자인 컨셉트를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고가 외산 가전이란 단편적인 평가는 잠시 접어두셨으면 합니다.

오늘은 밀레의 여러 제품 가운데 `세탁기 디자인`에 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밀레가 이 세상에 세탁기를 처음 내놓은 업체란 사실은 이미 다 알고 계실 겁니다.

1903년 밀레 창업자인 진칸과 밀레는 `버터 제조기`를 보고 아이디어에 사로잡힙니다. 우유의 단백질을 분리해내는 버터 제조기의 원심력을 세탁에 이용해보고자 한 것이죠. 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통에 상하 운동을 하는 추를 매달아 세탁물을 때려주면 손세탁보다 쉽게 때를 뺄 수 있겠다 싶었던 겁니다. 탈수 기능도 여기서 파생됐습니다. 물과 옷감을 원심력으로 분리해낸다는 기초적인 개념에서 말입니다.

버터 제조기에서 여성들의 수고를 덜어준 획기적 제품이 탄생한 점이 흥미롭지 않은가요? 하지만 밀레 세탁기가 현대 상류층 소비자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밀은 따로 있습니다. 벌집을 연상하게 하는 `드럼 패턴`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벌집 디자인은 보기에 아름답기도 하지만 옷감을 손상시키지 않아 세탁조의 정수로 손꼽힙니다. 이 디자인은 독일 명문 공대 폴리테크닉대학교 미르취 박사 팀이 개발했습니다. 미르취 박사는 벌집, 거북이 등, 거미줄처럼 생태계에서 `육각형`을 이루는 것에 천착합니다. 가장 공학적이고 실용적인 도형이 바로 `육각형`이란 점을 깨달은 그는 이를 밀레 세탁기에 적용하기에 이릅니다. 공학박사인 그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속 안을 우묵하게 파는 육각형 디자인을 고안해 세탁조에 적용했습니다. 이 디자인은 세탁조와 세탁물 사이에 수막이 형성돼 옷감의 마모를 최소화하는 결과를 가져왔죠.

국내 가전사들도 드럼 표면을 연구하기 시작해 파워 드럼, 다이아몬드 드럼이라는 이름의 세탁기를 잇달아 선보이게 됩니다. 드럼 표면이 고도화할수록 섬세한 옷감을 세탁기로 빠는 일이 잦아졌고 고급 옷을 즐겨 입는 부유층들도 드럼 세탁기 앞에서 지갑을 열기에 바빠졌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제조업체들이 다양한 색상을 입히면서 경쟁적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만 밀레 세탁기는 여전히 하얀 색상만 고집합니다.

일본 산업디자인 업계 대가 우지 도모코는 자신의 저서 `디자인력`에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밀레 세탁기는 `흰색`을 고수한다. 색깔 채용도 본연의 기능인 `세탁`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때가 빠진 세탁물을 상징하기도 하고 언제나 한결같은 제품을 내놓는다는 업체 성격을 대변해준다. 디자인 차원을 넘어서 브랜딩(Branding) 효과를 보여주는 예다."

제품 디자인에 관한한 밀레의 고집이 계속되면 좋겠습니다.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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