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합력의 자본주의, 공유경제 현장을 가다] <1> 공유경제 활성화와 소비의 변화

ngo2002 2013. 6. 14. 09:29

[합력의 자본주의, 공유경제 현장을 가다] <1> 공유경제 활성화와 소비의 변화

방 빌려 주기, 차 나눠타기… 내가 가진 것을 활용해 쉽게 창업
값 싼 집 사들여 한 달 2000달러 소득
차 공유서비스 통해 월 1000달러 수입
P2P 등 IT 발전이 공유경제 기반으로
젊은 구직자들·은퇴자 새 소득원 모델 부상
  •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에어비앤비 숙박업소 디트로이트홈스테드 주인인 매트 슈타이너(왼쪽)와 알리사 트리머. 뒤로 보이는 집 텃밭은 여행객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살던 알리사 트리머(28)와 매트 슈타이너(28)는 이 도시의 호경기가 달갑지 않았다. 집세는 자꾸 올랐고 생활비는 자주 소득을 넘어섰다. 트리머는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컨설팅회사에 취직했지만 학자금 대출을 갚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 슈타이너는 고등학교 졸업 후 자전거 수리, 패디캡(택시형 자전거) 운전 등의 일거리를 전전했다. 생활비를 버는 일이 삶을 잠식해갔다. 다르게 살기 위해 피츠버그를 떠나야 했다. 그리고 새로운 터전에서 공유경제를 만났다.

내가 가진 것으로 돈벌이

지난해 8월 트리머와 슈타이너가 정착한 곳은 자동차 산업이 침체하면서 쇠락한 디트로이트. 이곳은 집세와 물가가 쌌다. 이들은 전재산인 1만5,000달러(약 1,700만원)를 쏟아 부어 허름한 이층집을 샀다. 1층을 수리해 '디트로이트 홈스테드'라는 이름을 내걸고 에어비앤비 웹사이트에 내놓았다. 지난해 11월 첫 손님이 찾았다. 1일 숙박비로 60달러(6만7,000원)를 받아 월 소득이 2,000달러(224만원)까지 늘었다. 홈페이지에는 이곳을 다녀간 여행자들의 훈훈한 후기가 잔뜩 올라와 있다. 트리머와 슈타이너는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매일 그들이 여기 온 이유와 이곳에서 발견한 것들을 들려준다"며 "우리는 틀에서 벗어난 길을 개척하는 삶을 살게 됐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빈방을 빌려주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제이시 밀러(54)는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해 집을 떠난 지난해부터 빈방을 빌려준다"며"예상치 못한 수입도 생기면서 다양한 곳에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가 아닌 일거리를 찾는 시대

공유 경제는 실업률이 높고 실 소득이 줄어든 위기의 시대에 정규직과 보험에 매달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다른 삶의 방식을 알려주고 있다. 개인의 자원이나 재능을 활용해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은퇴자가 에어비앤비를 통해 방을 빌려준 소득으로 연금을 대체하고 프리랜서가 스킬쉐어 등 기술 공유 사이트를 통해 일거리를 찾기도 한다.

에어비앤비의 샌프란시스코 호스트들은 1년에 평균 58박을 빌려주고 9,300달러(약 1,040만원)를 번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인 릴레이라이즈의 자동차 소유주들은 한달 평균 250달러(약 28만원)를 벌며 1,000달러(약 112만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조나단 위어는 집안일을 태스크래빗을 통해 해결한다. 그는 "태스크래빗에'집안일 해주실 분, 1시간에 100달러'라고 올리면 곧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태스크래빗은 심부름이 필요한 사람과 노동력을 연결해주는 심부름 중개 사이트다. 이 사이트에서는 장보기, 애완동물 돌보기, 이케아 가구 조립하기 등등 다양한 소일거리가 거래된다. 양석원 은행권청년창업재단 기업가정신센터운영팀장은 "평생 직장과 일거리 사이 옵션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공유경제의 구심점은 IT 산업

풀뿌리 같은 공유경제 네트워크를 응집하도록 하는 힘은 정보기술(IT)의 발전에서 나오고 있다. 자원 소유자와 수요자가 만나는 인터넷 기반의 개인들간 거래(P2P)는 최근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 크라우드산업연구소와 지혜 공유 플랫폼 업체 위즈돔이 최근 함께 펴낸 보고서는 세계 금융위기가 촉발한 소유시대의 종말과 능동적인 소비자들의 탄생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산과 IT 플랫폼 비즈니스 발달을 공유경제 발전의 배경으로 꼽았다.

IT 기술은 공유경제의 물리적 환경일 뿐 아니라 정신적 지주이다. 2008년 로런스 레식 하버드대 법대 교수가 처음 공유경제라는 개념을 정의한 것도 IT기술의 저작권과 혜택을 공공의 재산으로 해야 한다는 오픈 소스 운동의 연장선이었다. 정지훈 카이스트 겸임교수는 공유경제에 대해 "인터넷 상 저작권, 창작물 공유가 오프라인으로 확장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IT 산업 중심지인 미국의 샌프란시스코가 세계 공유경제 흐름의 선두에 서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에어비앤비 등 다수의 공유경제 기업이 이곳을 기반으로 한다. 샌프란시스코 시 정부는 지난해 3월 민관 전문가들이 협력하는 공유경제 TF팀을 출범시켜 정책적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P2P 중개 플랫폼 형태의 거래중개형 공유경제 기업은 창업 비용이 낮은 점도 장점이다. 서울시 공유경제 정책을 주관하는 혁신기획팀의 김지영 주무관은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젊은 인력들이 아이디어만으로도 창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력의 자본주의, 공유경제 현장을 가다] "나무 위 오두막도 사이트에 올리면 관광명소가 되죠"

■ 온라인 숙박 중개업체 에어비앤비 창업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대학생은 어릴 때 아버지가 나무 위에 지어준 오두막을 에어비앤비에 등록했다가 30개국 1,000여명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지금 그 곳은 관광 명소가 됐죠."

세계 최대 온라인 숙박 중개업체인 에어비앤비의 창업자겸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는 에어비앤비의 장점이 "아파트에서부터 외딴 섬, 이글루, 고성까지 이용자 예산과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어비앤비는 개인이 자신의 집을 사이트에 올려 숙박할 여행자를 모집하는 빈 방 공유 서비스다.

블레차르지크는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여행자끼리만 어울리게 되지만 에어비앤비를 통해 구한 숙소에서는 현지인의 일상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는 방을 빌려주는 호스트에게서는 3%, 숙박객으로부터는 6~12%의 중개 수수료를 받는데 이를 통해 올린 수익이 지난해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에 이르렀다.

에어비앤비의 성공 요인으로는 다른 숙박 중개업체와 달리 실시간으로 세계 환율이 반영되는 자체 지불ㆍ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활용한 평판 시스템을 도입한 것 등이 꼽힌다. 집주인과 여행자가 숙박 후 사이트상에 올리는 서로에 대한 평가와 에이비앤비 이용자들간의 페이스북 연결망을 나타내는 소셜그래프는 신뢰를 쌓는 벽돌이다. 블레차르지크는 "집주인이 허위 광고를 하면 평판 시스템을 통해 금세 들통난다"며 "따라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경쟁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11월부터 등록된 숙소 주변에 거주하는 이용자가 인터넷을 통해 현지 문화와 명소를 소개하는 서비스인 네이버후즈도 시작하고 이용자 간 커뮤니티 형성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블레차르지크는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 사업 모델은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에 힘입어 활성화됐다"며 "한국도 뛰어난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공유경제가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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