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지전’ 발발한다던 연천, 그곳은 지금…
경기 연천군은 관광지로 널리 알려지진 않은 곳이다. 학창시절 공부를 열심히 했던 이들이라면 ‘공주 석장리’, ‘단양 수양개’와 함께 구석기 유적지로 기억하는 정도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암기 리스트’일 뿐, 실제 찾아가 본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런 연천이 최근 언론을 뜨겁게 달궜다. 좋은 일이 아닌 ‘안 좋은’ 일 때문이다. 북한이 강경 발언을 쏟아내던 이달초 SNS에는 ‘연천에서 국지전(일정한 지역에서 벌어진 소규모 전투)이 발발했다’는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이 괴소문은 금방 확산됐고 조용한 동네인 연천은 ‘아찔한’ 장소가 됐다. 아무 일 없던 군민들에겐 황당한 일이었다.
사이버 세상이 연천 국지전 소식으로 떠들썩한지 약 2주가 지났다. 지난 18일 방문한 연천은 소문이 무색하게 평화로웠다. 연천을 지나가는 경원선 기차에는 노년의 부부가 옛 추억을 곱씹고, 카약을 탄 젊은이들은 청춘의 열기를 내뿜었다. 전곡리에 있는 구석기 축제장은 손님 맞을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 경원선, 옛 기억으로의 여행 = 누군가에게 연천은 추억을 곱씹는 곳이다. 옛 기억으로의 전령사가 바로 경원선이다. 서울과 원산을 잇는 철도인 경원선은 1914년 개통됐으나 분단되며 끊어졌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란 표어로도 유명하다. 많은 실향민들에게 달리지 못하는 철마는 고향에 가지 못하는 그들 자신이었다.
경원선은 분단 뒤 서울 용산역에서 연천 신탄리역까지 89㎞ 구간만 운영됐다. 지난해부터는 신탄리역에서 철원 백마고지역까지 5.6㎞ 구간이 추가로 개통됐다. 개통된 뒤 이곳엔 옛 추억을 곱씹는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기차안의 풍경도 정겹다. 냉방장치는 에어컨이 아닌 선풍기, 화장실은 쪼그려 앉는 구식변기다. ‘덜커덩, 덜커덩’ 느리게 움직이는 열차에 앉아 있노라면 떠오르는 옛 추억을 막을 수 없다.
열차 여행 중간에 만나는 역들도 추억의 매개체다. 특히 연천역 구내에 있는 급수탑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시설은 과거 증기기관차가 다닐 때 연료인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탑 외부에는 한국전 당시의 총탄 흔적이 선명히 남아있다. 세월이 흐르며 본래 목적은 잃었지만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 카약을 타고 감상하는 한탄강 주상절리 = 연천은 젊은이들에겐 레포츠로 기억된다. 한탄강변에 위치한 ‘한탄강관광지’는 캐러밴 25동과 캐빈하우스 16동, 오토캠핑 시설인 강변야영장 88개 등을 갖추고 있다. 축구, 풋살, 족구 등의 체육시설이 있으며 자전거와 카약, 루어낚시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특히 한탄강의 연천군 구간은 물의 흐름이 완만해 초보자들도 투어형 카약킹을 하기 좋은 장소다. 카약을 타고 강을 거슬러오르면 그 자체로 하나의 그림이 된다. 한탄강은 강변을 따라 솟아난 주상절리가 매력적이다. 카약을 타다 힘에 부치면 주상절리를 감상하거나 유속이 느린 곳에 멈춰 낚시를 즐기면 좋다. 쏘가리, 꺽지, 메기, 붕어 등이 잘 잡힌다.
볼거리도 있다. 한탄강 지류에 자리한 재인폭포는 평지가 움푹 내려 앉으며 생긴 협곡에 있는 폭포다. 평범하게 생긴 들판에 높이 18.5m의 폭포가 사계절 물살을 토해낸다. 폭포 주위에도 장쾌한 주상절리가 형성돼 있다.
■ 선사시대로의 ‘즐거운 상상’ = 연천 전곡리 유적은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구석기 유적지다. 1978년 고고학을 전공한 한 미국 병사가 이곳에서 우연히 4점의 석기를 발견해 학계에 알려졌다. 1979년 서울대 김원용팀이 본격적인 발굴을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20여 차례 발굴을 통해 8000여점의 구석기 유물을 발견했다.
이곳 유적지는 현재 관광객을 위해 잘 정비된 상태다. 토층전시관, 선사박물관 등 아이들을 위한 볼거리도 많다. 이중 토층전시관은 1981년 4차 발굴조사 당시의 발굴피트를 복원한 곳으로 발굴 사진과 출토 유물, 연구자들의 생생한 기록이 보존돼 있다.
이곳에선 다음달 3일부터 구석기 유적을 주제로 한 축제가 열린다. 외국의 구석기 유적 박물관과 국내 박물관들이 함께 전시 행사를 가지며 배우들의 구석기 퍼포먼스, 선사시대 사람들의 화식(火食) 체험 등도 할 수 있다. 축제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곳엔 벌써 관람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선사시대를 상상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보는 이들까지 행복케 한다. 괴소문의 아찔함보단 나른한 평화로움이 앞서는 연천의 4월 풍경이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그런 연천이 최근 언론을 뜨겁게 달궜다. 좋은 일이 아닌 ‘안 좋은’ 일 때문이다. 북한이 강경 발언을 쏟아내던 이달초 SNS에는 ‘연천에서 국지전(일정한 지역에서 벌어진 소규모 전투)이 발발했다’는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이 괴소문은 금방 확산됐고 조용한 동네인 연천은 ‘아찔한’ 장소가 됐다. 아무 일 없던 군민들에겐 황당한 일이었다.
사이버 세상이 연천 국지전 소식으로 떠들썩한지 약 2주가 지났다. 지난 18일 방문한 연천은 소문이 무색하게 평화로웠다. 연천을 지나가는 경원선 기차에는 노년의 부부가 옛 추억을 곱씹고, 카약을 탄 젊은이들은 청춘의 열기를 내뿜었다. 전곡리에 있는 구석기 축제장은 손님 맞을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한탄강의 연천군 구간은 물의 흐름이 완만해 투어형 카약킹을 하기 좋은 장소다. 강변을 따라 우뚝 솟은 주상절리를 감상하거나, 유속이 느린 곳에 잠시 멈춰 낚시를 즐길 수 있다. | 박용하 기자
■ 경원선, 옛 기억으로의 여행 = 누군가에게 연천은 추억을 곱씹는 곳이다. 옛 기억으로의 전령사가 바로 경원선이다. 서울과 원산을 잇는 철도인 경원선은 1914년 개통됐으나 분단되며 끊어졌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란 표어로도 유명하다. 많은 실향민들에게 달리지 못하는 철마는 고향에 가지 못하는 그들 자신이었다.
경원선은 분단 뒤 서울 용산역에서 연천 신탄리역까지 89㎞ 구간만 운영됐다. 지난해부터는 신탄리역에서 철원 백마고지역까지 5.6㎞ 구간이 추가로 개통됐다. 개통된 뒤 이곳엔 옛 추억을 곱씹는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기차안의 풍경도 정겹다. 냉방장치는 에어컨이 아닌 선풍기, 화장실은 쪼그려 앉는 구식변기다. ‘덜커덩, 덜커덩’ 느리게 움직이는 열차에 앉아 있노라면 떠오르는 옛 추억을 막을 수 없다.
열차 여행 중간에 만나는 역들도 추억의 매개체다. 특히 연천역 구내에 있는 급수탑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시설은 과거 증기기관차가 다닐 때 연료인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탑 외부에는 한국전 당시의 총탄 흔적이 선명히 남아있다. 세월이 흐르며 본래 목적은 잃었지만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연천역사 전경. 경원선은 분단 뒤 용산~ 신탄리역까지 89km 구간만 운행했지만 지난해 11월 연천역이 포함된 5.6km 구간을 추가로 개통했다. | 박용하 기자
경원선 디젤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 평일에도 외부 등산객, 지역 주민들로 열차가 가득 찬다. | 박용하 기자
연천역 구내에 있는 급수탑. 과거 경원선을 오가던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됐다. 탑 외부에는 한국전쟁 당시의 총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 박용하 기자
■ 카약을 타고 감상하는 한탄강 주상절리 = 연천은 젊은이들에겐 레포츠로 기억된다. 한탄강변에 위치한 ‘한탄강관광지’는 캐러밴 25동과 캐빈하우스 16동, 오토캠핑 시설인 강변야영장 88개 등을 갖추고 있다. 축구, 풋살, 족구 등의 체육시설이 있으며 자전거와 카약, 루어낚시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특히 한탄강의 연천군 구간은 물의 흐름이 완만해 초보자들도 투어형 카약킹을 하기 좋은 장소다. 카약을 타고 강을 거슬러오르면 그 자체로 하나의 그림이 된다. 한탄강은 강변을 따라 솟아난 주상절리가 매력적이다. 카약을 타다 힘에 부치면 주상절리를 감상하거나 유속이 느린 곳에 멈춰 낚시를 즐기면 좋다. 쏘가리, 꺽지, 메기, 붕어 등이 잘 잡힌다.
볼거리도 있다. 한탄강 지류에 자리한 재인폭포는 평지가 움푹 내려 앉으며 생긴 협곡에 있는 폭포다. 평범하게 생긴 들판에 높이 18.5m의 폭포가 사계절 물살을 토해낸다. 폭포 주위에도 장쾌한 주상절리가 형성돼 있다.
한탄강 급류를 따라 카약킹을 하는 레저객들. | 박용하 기자
한탄강오토캠핑장에 조성된 캐빈하우스. 6인용 캐빈 16곳이 조성돼 있으며 내부에는 화장실, 주방, 침실 등을 갖췄다. | 박용하 기자
한탄강 지류에 자리한 재인폭포. 높이 18.5m의 물줄기가 사계절 물살을 토해낸다. 폭포 주위의 주상절리도 장쾌한 위용을 자랑한다. | 박용하 기자
■ 선사시대로의 ‘즐거운 상상’ = 연천 전곡리 유적은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구석기 유적지다. 1978년 고고학을 전공한 한 미국 병사가 이곳에서 우연히 4점의 석기를 발견해 학계에 알려졌다. 1979년 서울대 김원용팀이 본격적인 발굴을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20여 차례 발굴을 통해 8000여점의 구석기 유물을 발견했다.
이곳 유적지는 현재 관광객을 위해 잘 정비된 상태다. 토층전시관, 선사박물관 등 아이들을 위한 볼거리도 많다. 이중 토층전시관은 1981년 4차 발굴조사 당시의 발굴피트를 복원한 곳으로 발굴 사진과 출토 유물, 연구자들의 생생한 기록이 보존돼 있다.
이곳에선 다음달 3일부터 구석기 유적을 주제로 한 축제가 열린다. 외국의 구석기 유적 박물관과 국내 박물관들이 함께 전시 행사를 가지며 배우들의 구석기 퍼포먼스, 선사시대 사람들의 화식(火食) 체험 등도 할 수 있다. 축제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곳엔 벌써 관람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선사시대를 상상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보는 이들까지 행복케 한다. 괴소문의 아찔함보단 나른한 평화로움이 앞서는 연천의 4월 풍경이다.
연천 구석기축제장에 만들어진 원시인 동상들. | 박용하 기자
연천 ‘전곡선사박물관’ 내부. 인류의 진화과정을 표현한 사실적인 인형이 눈길을 끈다. | 박용하 기자
연천 전곡리 ‘구석기축제’에서 볼 수 있는 배우들의 퍼포먼스 | 연천군 제공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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