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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열전](2) 서창옥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

ngo2002 2013. 3. 22. 09:54

[여의열전](2) 서창옥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

ㆍ“암은 수술·약물·방사선 협진치료가 중요… 완치율 높이는 데 최선”

“암 완치의 공식은 ‘수술’ ‘약물치료’ ‘방사선치료’ 3박자입니다. 암 치료 과정에서 수술 전후 방사선요법은 생존율 향상에 큰 역할을 하죠.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선입견이나 두려움 때문에 이를 기피하고 엉뚱한 요법에 매달리다 때를 놓치는 환자가 지금도 적지 않습니다.”

방사선치료(임상방사선종양학)의 권위자인 서창옥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60·방사선종양학과)는 “암 정복의 첨병으로 떠오른 방사선치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도 방사선치료에 대한 저항감이 있어 치료율 향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창옥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방사선 치료의 권위자로 손꼽힌다. 지난 4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마친 서 교수가 연세암센터 문을 들어서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 부친 영향으로 의사의 길… “큰 꿈보다 작은 일에 최선”
병원내 협진치료 주도 ‘정평’… 30년 1만2000여명 치료

서 교수는 차분한 어조로 방사선치료의 유용성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육안으로 보이는 암은 수술로 제거하고 눈에 안 보이는 암세포는 방사선치료나 약물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암치료의 기본이다. 방사선치료로 암의 크기를 줄여 수술하기도 한다. 최신 의료장비, 컴퓨터 프로그램의 개발은 방사선종양학과 분야에 큰 진전을 가져왔다. 정확히 암 부위만 치료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부작용은 낮아지고 치료 성과는 크게 좋아졌다. 방사선치료에 대한 의료보장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방사선치료가 필요없는 암도 있지만, 이 치료가 조기암 등 많은 암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약물치료가 잘 안되는 암은 방사선치료가 유일한 대안이죠. 과거보다 효과는 높아지고 부작용은 줄었으며, 특수 방사선치료를 단독으로 시행해 암을 완치하는 시대입니다.”서 교수에 따르면 유방암은 조기 진단에 따라 방사선치료가 늘고 있는 대표적인 암이다. 종양만 수술로 제거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암세포나 경계부위는 방사선을 쪼여 치료를 한다. 유방을 보존하면서 생존기간과 삶의 질을 높이는 필수적인 치료라고 볼 수 있다. 뇌종양도 과거보다 안전하게 뇌에 손상을 덜 주면서 방사선치료가 가능하다. 소아암의 경우 방사선치료가 성인보다 제한적이지만 정교한 시술을 통해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방사선치료기인 ‘토모테라피’ 시술을 앞둔 환자에게 설명을 하고 있는 서 교수. | 세브란스병원 제공


서 교수는 암환자들의 방사선치료율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암환자들이 방사선치료를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미 10년 전에 50%가 넘는 환자들에게 방사선치료를 시행하고, 그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대한방사선종양학회의 조사결과를 보면 국내 방사선치료의 비중은 30%대에 그치고 있다.

“많은 경우의 암에서 관련된 여러 과(科)가 협력하지 않으면 치료 성적의 극대화가 어렵습니다. 수술, 약물, 방사선치료 중 한 가지만으로 암이 완치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한쪽 의사가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거나, 독단의 의료를 시행하면 환자가 불행해질 수 있어요. 다학제적 협력진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서 교수는 자신의 진료과는 물론 다른 과의 의료진과도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치료방침을 도출해 내는 데 특출난 자질을 발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세브란스병원에서 ‘협진의 여왕’으로 꼽힌다.

서창옥 교수가 방사선치료실에서 의료진과 치료 방침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세브란스병원 제공



서 교수가 전공의 시절을 보낸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초반에 방사선종양학과에 여의사가 적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야유회, 체육대회 등 전국 전공의 모임에 나가보면 여의사는 거의 보기 힘들 정도였다. 서 교수는 다른 여의사들과는 달리 의대나 전공의 시절에 남자들과 자연스럽게 잘 어울렸다. 당연히 남자만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기숙사도 강하게 주장해 입소했다고 한다. 소탈한 성격, 성실한 업무, 개방적 자세는 이런 과정을 통해 체질이 된 것일까.

“대구에서 경북여중을 졸업한 뒤 서울로 올라와 경기여고를 다녔습니다. 오래된 기독교 집안으로 아버지가 2남3녀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주었고 남녀 차별은 전혀 없었어요. 병원에 있는 여의사에 대해 늘 좋게 평가했죠. 병원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독서를 하는 모범적인 모습을 늘 보여주셨고요. 크면 아버지처럼 의대에 가서 방사선과 의사가 돼야 한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서 교수는 의사가 된 것도, 전공 선택에도 부친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술회했다. 그의 부친은 계명대 동산병원(당시 동산기독병원) 방사선과 과장을 지낸 서철성 교수다. 한국의 방사선종양학 분야를 개척한 공로가 큰 의학자다. 오빠는 인하대 의대 생리학교실, 남동생은 인하대 의대 영상의학과, 올케는 한양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과, 여동생은 국립의료원 종양내과 등 ‘의가(醫家) 형제’를 이루고 있다. 집안이 다 모이면 암치료 협진을 위한 콘퍼런스가 가능할 정도다. 남편은 경제분야 공무원 출신으로 강남구청장을 지냈다.

“좌우명이 ‘큰 꿈을 꾸지 않는다.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입니다. 성경에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고 했잖아요. 성실한 자세로 정직하고 의롭게 살기 위해 늘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서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유방암의 방사선치료에 대한 대규모 임상연구(3상) 책임을 맡고 있다. 또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회장으로 의학 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만큼 아주 큰 꿈과 이상을 실현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 서창옥 교수는

경향신문과 ‘여의열전’ 인터뷰를 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서창옥 교수 | 정지윤 기자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서창옥 교수의 주요 임상분야는 유방암, 뇌종양, 소아암(소아 뇌종양, 백혈병, 림프종, 육종 등) 의 방사선치료다. 1977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다. 1982년부터 세브란스병원에서 방사선치료 전임의를 3년 했고, 1985년부터 교육·연구·진료에 30여년간 매진해왔다. 지금까지 치료한 환자 수는 유방암, 뇌종양, 소아암 등 1만2000여명(신환 기준)에 달한다.

1982년 국가의 지원으로 주요 병원에 최신 선형가속기가 도입됐는데, 이들 병원을 중심으로 학회가 만들어졌다. 지금의 대한방사선종양학회로, 서 교수는 2007년부터 2년간 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2006년부터 2년간은 대한소아외종양학회 회장을 맡았다. 1997~2005년 무려 4번이나 연세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과 주임교수 및 과장을 맡았다. 국내 방사선종양학과 의사로는 최초로 미국 학회(1988년 북미방사선의학회, RSNA)에서 논문을 구연하기도 했다. RSNA는 방사선의학 분야에서 가장 크고 권위가 있는 학회다. 그동안 국내외 학회에 27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방사선종양학(Radiation oncology)이란 방사선을 이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의학이다.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방사선종양학, 방사선의 물리학적 특성과 임상적 응용에 대해 연구하는 방사선물리학, 방사선의 생물학적 특성을 연구하는 방사선생물학 등 세 분야로 나뉜다.

방사선치료(Radiation Therapy)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방사선을 인체에 조사(照射)하는 의료행위를 말한다. 정교한 치료법과 첨단장비가 다양하게 개발돼 거의 모든 암에 방사선치료가 적용되고 있으며 완치율과 생존율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입력 : 2013-03-14 19:53:59수정 : 2013-03-15 10:4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