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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 인술]찬바람 불면 눈물이 나요

ngo2002 2013. 1. 11. 09:53

[의술 인술]찬바람 불면 눈물이 나요

“슬퍼서 우는 거 아냐, 바람 불어 눈이 시려서 그래.”

요즘 주목받고 있는 한 TV드라마에서 중학생 수연이는 정우 앞에서 흐르는 눈물이 멋쩍어 이렇게 말한다. 많은 시청자들의 맘을 짠하게 울렸을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대사를 들으면서도 직업정신이 발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쟤, 뭘 좀 아네.”

찬바람 부는 겨울철이면 눈물이 줄줄 흘러 힘들다는 50대 이상의 환자들이 내원하곤 한다. 10대 아이들은 울면서도 ‘우는 게 아니라 눈이 시어서 눈물이 난다’고 말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울지 않는데도 ‘왜 우느냐?’는 질문을 받게 되니 난감하고 속이 상할 법하다. 계속 눈물을 닦아내다 보면 번거롭기도 하고 눈 주위가 짓무르거나 세균에 감염되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드라마에서 수연이가 한 말이 실제로 중요한 원인이 된다. 흔히 이런 증상의 환자들은 눈물길이 막히지 않았나 걱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눈물길이 막혔다면 바람이 불거나 불지 않거나 항상 눈물이 흐르는 것이 보통이다. 바람이 불 때 유독 눈물이 흐르는 경우는 평소 눈물의 양이 충분하지 않거나 눈물 지속시간이 짧은 건성안(안구건조증)인 경우가 훨씬 많다. 하지만 눈물이 부족한 건성안에서도 역설적으로 눈물흘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바람 부는 날은 빨래가 잘 마르듯 눈 표면도 쉽게 마른다. 가뜩이나 부족한 눈물이 증발되면서 각막이 외부에 직접 노출되고, 각막신경이 자극을 받는다. 눈물에 의해 외부와 차단되어 보호받던 각막신경이 자극되면 눈이 시고 반사눈물이 나게 된다. 이때 흐르는 눈물은 정상적인 눈물의 눈 보호기능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

눈물은 윗 눈두덩이에 있는 눈물샘에서 만들어져서 안구를 촉촉하게 적신 후에 눈을 깜박일 때 생기는 펌프작용에 의해 코 쪽 눈구석 눈꺼풀에 뚫려 있는 눈물구멍을 통해 코와 연결된 눈물길로 빠져나가게 된다. 따라서 눈물흘림을 호소하는 환자를 진단할 때 눈물 생성이 많아서인지, 눈물길이 막혀 있는지를 감별한다. 이 두 가지 모두 해당하지 않는 경우는 앞서 얘기한 건성안 여부를 살펴본다. 눈물 생성이 증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신경학적인 질환이나 눈물샘 종양 때문이다.

바람 부는 날 눈물이 나는 환자가 유독 장년층 이상에 많은 이유는 나이가 들수록 눈물 분비량이 줄고 눈꺼풀 기능이 저하되어 눈깜박임이 원활치 않기 때문이다. 쉽게 건성안이 되는 것이다. 또 결막이 늘어나 눈물순환을 방해하거나 눈물구멍을 막을 수도 있다. 눈물길의 부분폐쇄나 기능 저하로 인해 갑자기 생기는 반사눈물의 배출이 좋지 않은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눈물흘림의 주 원인인 건성안은 환경요법이 가장 중요하다. 눈물을 마르게 할 수 있는 조건을 피해서 눈물을 최대한 뺏기지 않는 것이다. 건조증은 환경이 매우 건조하거나 바람이 많은 경우 심해진다. 냉방이나 난방은 실내를 건조하게 만든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온풍기 바람이 얼굴 쪽으로 직접 향하면 눈이 시리고 눈물 나는 증상이 더 심해진다.

눈을 깜박이면 눈꺼풀에 머금은 눈물이 눈표면을 적셔주는데, 이런 눈깜박임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상황이 반복되는 경우도 건성안이 심해진다. 하루 종일 컴퓨터나 책을 보거나 오랫동안 운전하는 경우 눈깜박임이 급속도로 줄어들기 때문에 눈물 증발이 늘고 눈물이 적셔질 기회가 줄어 건성안이 심해진다. 이때 역시 눈이 시고 눈물이 어리는 것을 경험한다.

최근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끼고 사는 청소년 및 젊은층에서도 건성안이 매우 흔해졌다. 눈을 최대한 쉬게 해주는 것이 건성안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손쉽고 중요한 방법이다. 특히 밤에 충분한 수면을 못 이루면 건성안이 악화되기 쉽다. 건성안 환자는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엔 외출을 피하거나, 외출시 보안경이나 선글라스 등을 착용해 눈을 보호해 주는 것이 좋다. 물론 인공누액으로 건조한 눈에 눈물을 공급하고, 건성안 증상이 심한 경우 염증조절제나 눈물구멍 마개, 눈물생성촉진제 등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김진형 교수| 인제대 의대 일산백병원 안과>


 

입력 : 2013-01-10 20:05:55수정 : 2013-01-10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