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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길]그 많던 똥개는 어디로 갔을까

ngo2002 2012. 11. 16. 14:12

[신정일의 길]그 많던 똥개는 어디로 갔을까

해남에서 서울 숭례문까지 삼남대로를 혼자서 걸을 때의 일이다. 세상의 발길이 끊긴 절대 오지를 걸으며 외롭다고 생각될 때 그 고요한 정적을 깨고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만들어놓은 철창 속에 갇힌 개들이 나를 보고 결사적으로 짖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개 사육장이었다. 그 개들은 모두 외래종이었고 우리나라 토종 똥개는 눈 씻고 봐도 없었다.  우리에게는 마을 골목마다 아무렇게나 싼 개똥이 발에 밟혀도 눈살을 찌푸리기보다 그저 그러려니 하던 옛시절이 있었다.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어린아이가 뜰에서 일을 보면 집에서 키우는 개들이 행여 다른 놈에게 빼앗길세라 잽싸게 달려와서 냉큼 주워 먹었다. 심지어는 어린아이 엉덩이 밑까지 넘보다가 어른들의 고함벼락을 맞고서야 줄행랑을 쳤다. 그래서 ‘일찍 일어난 개가 더운 똥을 먹는다’는 속담이 만들어지기도 했다.진돗개나 풍산개 같은 이름난 개는 본 적도 없는 그 시절에 개 이름의 대부분은 ‘워리’나 ‘메리’ 그리고 ‘쫑’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조금 모양새 있게 지으면 ‘복실이’ 또는 ‘언년이’ 등이었다.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우리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똥개들. 집에선 엄연한 식구였다. 집을 지키고, 심심하거나 무서움을 잘 타는 주인에게는 절친한 친구이자 경호원이었다. 그뿐인가. 고기 맛을 보기 어려웠던 서민들에겐 최고의 단백질 공급원이었고 특히 환자들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회복식품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나라 어디서건 흔하게 눈에 띄던 그 많던 똥개는 다 어디로 갔을까? 불과 수십년 전만 해도 그렇게 흔했던 토종 똥개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았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사의하다. 그 사이 외래종 개들이 쇠창살에 갇힌 채 집을 지키면서 악을 쓰고 있는 것이다. 똥개는 워낙 맛이 좋아서 다 잡아먹은 탓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크기가 작아서 채산성이 맞지 않아 저절로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어느 말이 맞는지는 알 길이 없다. 어쨌든 그 많던 똥개는 사라지고 말티즈, 시추, 슈나우저 등 애완견들이 물 건너와서 왕자나 공주 대접을 받고 있다. 집을 지키는 것도 그들이고, 깊은 산골마을이나 바닷가 외진 곳까지 우리 국토를 불철주야 지키는 것도 그 외래종 개들이다. 요즘엔 ‘신토불이’를 외치면서 곡식 종자며, 꽃이며, 물고기며, 나무까지 토종을 지키고 보호하겠다는 사람과 단체들이 많다. 하지만 정작 우리와 가장 가까이 지냈던 그 토종 똥개는 사라지고, 토종 똥개를 찾아서 기르겠다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길을 걸을 때, 토종 똥개가 꼬리를 치며 달려오는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건 망상일까, 아닐까.<신정일|우리땅걷기 대표·문화사학자>


 

입력 : 2012-11-15 20:59:59수정 : 2012-11-15 20:5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