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선생이 아니고 도반이다
이 세상에 넘쳐나는 사람이 선생(先生)이다. 어떤 직업의 사람에게도 어울리는 직함인 ‘선생’은 ‘동무’나 ‘씨’보다 더 많이 불리는 호칭이다. 그대 역시 나를 선생이라 부르며, 나 또한 그대를 선생이라 부른다. 하지만 걷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린 내가 그대에게 선생이라 불리는 것도, 늘 걷기를 함께하는 그대에게 내가 선생이라 부르는 것도 과연 어울리는 호칭일까?
G B 쇼는 <결혼하는 것>에서 말했다.
“나는 선생이 아니다. 다만 당신들이 길을 묻는 길동무일 뿐이다. 나는 갈 길을 가리켰다. 당신들의 갈 길과 마찬가지로 내 자신의 갈 길도….”
그의 말처럼 나는 선생이 아니다. 어느새 공급 과잉이 되어버린 선생이라기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가는 길동무요, 같은 길을 걸으면서 도를 닦는 벗, 즉 도반(道伴)일 뿐이다. 나는 그대의 곁에 있으면서 그대에게, 그대는 가끔 내게 길을 묻고 가르쳐 주기도 하는 길동무인 것이다. 또한 신새벽에 잠에서 깨어 어둠을 직시하다 어쩌지 못해 일어나 불을 켜고 습관처럼 잃어버린 길을 간절히 묻는 도반인 것이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목적으로 같은 도를 수행하는 벗을 도반이라 부른다. 형제보다도 더 큰 인연을 가진 것을 도반이라 여기며, 그 인연의 크기와 의미를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것을 도반이라 여긴다. 살아생전에 법정 스님은 그 도반을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진정한 도반은 내 영혼의 얼굴이다. 내 마음의 소망이 응답한 것, 도반을 위해 나직이 기도할 때 두 영혼은 하나가 된다. 맑고 투명하게 서로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도반 사이에는 말이 없어도 모든 생각과 소원과 기대가 소리 없는 기쁨으로 교류된다. 이때 비로소 눈과 마음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하나가 된다.”
진정한 도반은 선후가 따로 없다. 앞서가던 사람도 조금만 해찰을 하다보면 뒤처져 걸어가고, 뒤따라가던 사람도 어느 사이에 앞서갈 때가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가면서 서로 이해하고 보듬고, 서로 존경하며 먼 길 가는 도반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나는 지금도 그대와 함께 길을 걷는다.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 인연이 되어서 몸서리치도록 사랑하는 이 땅을 함께 걷는다. 그럼에도 나는 그대를 도반이라 부르지 못하고 선생이라 부른다. “김 도반님, 박 도반님!” 하자니, 그건 마치 북조선에서 “김 동무, 박 동무” 하는 것처럼 이상하게 여긴다. 이보다 더 좋은 의미가 어디 있을까마는, 아직은 호칭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탓이다. 그래서 나직하게 속삭인다. “이봐, 박 도반. 내 말 들리는가?”
<신정일 | 우리땅걷기 대표·문화사학자>
G B 쇼는 <결혼하는 것>에서 말했다.
“나는 선생이 아니다. 다만 당신들이 길을 묻는 길동무일 뿐이다. 나는 갈 길을 가리켰다. 당신들의 갈 길과 마찬가지로 내 자신의 갈 길도….”
그의 말처럼 나는 선생이 아니다. 어느새 공급 과잉이 되어버린 선생이라기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가는 길동무요, 같은 길을 걸으면서 도를 닦는 벗, 즉 도반(道伴)일 뿐이다. 나는 그대의 곁에 있으면서 그대에게, 그대는 가끔 내게 길을 묻고 가르쳐 주기도 하는 길동무인 것이다. 또한 신새벽에 잠에서 깨어 어둠을 직시하다 어쩌지 못해 일어나 불을 켜고 습관처럼 잃어버린 길을 간절히 묻는 도반인 것이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목적으로 같은 도를 수행하는 벗을 도반이라 부른다. 형제보다도 더 큰 인연을 가진 것을 도반이라 여기며, 그 인연의 크기와 의미를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것을 도반이라 여긴다. 살아생전에 법정 스님은 그 도반을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진정한 도반은 내 영혼의 얼굴이다. 내 마음의 소망이 응답한 것, 도반을 위해 나직이 기도할 때 두 영혼은 하나가 된다. 맑고 투명하게 서로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도반 사이에는 말이 없어도 모든 생각과 소원과 기대가 소리 없는 기쁨으로 교류된다. 이때 비로소 눈과 마음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하나가 된다.”
진정한 도반은 선후가 따로 없다. 앞서가던 사람도 조금만 해찰을 하다보면 뒤처져 걸어가고, 뒤따라가던 사람도 어느 사이에 앞서갈 때가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가면서 서로 이해하고 보듬고, 서로 존경하며 먼 길 가는 도반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나는 지금도 그대와 함께 길을 걷는다.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 인연이 되어서 몸서리치도록 사랑하는 이 땅을 함께 걷는다. 그럼에도 나는 그대를 도반이라 부르지 못하고 선생이라 부른다. “김 도반님, 박 도반님!” 하자니, 그건 마치 북조선에서 “김 동무, 박 동무” 하는 것처럼 이상하게 여긴다. 이보다 더 좋은 의미가 어디 있을까마는, 아직은 호칭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탓이다. 그래서 나직하게 속삭인다. “이봐, 박 도반. 내 말 들리는가?”
<신정일 | 우리땅걷기 대표·문화사학자>
입력 : 2012-11-08 21:12:45ㅣ수정 : 2012-11-08 21: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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