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 인술]소아암 환자들에게 완치 희망을
최근 한 프로게이머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 2년 전 백혈병 진단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헌혈증을 기증하거나 골수기증자를 찾는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지만, 골수(조혈모세포)이식 수술을 앞두고 합병증과 증상 악화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꿈 많은 24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백혈병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로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고인이 앓던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주로 소아에게 나타나는 악성 종양이다. 소아 백혈병 환자 중 67% 정도가 이 질환을 앓고 있다. 전체 환자 수로 계산하면 희귀난치성 질환의 기준보다 유병률이 낮은 소아암의 일종이다. 다행인 것은 현대 의학기술 덕분에 과거에는 죽음으로 직결되던 백혈병이 이제는 매우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인다는 점이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주로 항암 약물요법을 통해 치료하는데, 연구에 따르면 생존율이 80% 이상이다.
하지만 백혈병은 두 가지 이상의 항암치료를 받았음에도 치료 경과가 좋지 않거나 재발하는 20%의 환자군에 있어서는 진행속도가 아주 빠르다. 생존 여명이 불과 몇 주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어린아이의 몸으로 여러 차례의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이 극히 고통스럽기도 하고, 부모들이 장기간의 치료 기간 동안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 고통도 매우 크다. 특히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치료 성공률이 높기 때문에, 치료하면서 완치할 것으로 기대했다가 절망하는 환자와 부모의 심정은 미뤄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두 가지 이상의 항암치료 결과가 좋지 않은 환자들이 조혈모세포이식 수술을 받으려면, 약물치료를 통해 몸속에 백혈병 세포가 소멸된 상태(의학적으로는 ‘관해 상태’)로 유도하는 치료가 선행돼야 한다. 다행히 재발한 환자들에게서 완전 관해 상태로 유도가 가능한 치료제가 개발돼, 치료에 실패한 소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와 가족들에게 한 가닥 희망이 되고 있다. 환자와 가족, 의료진 모두가 한시라도 빨리 해당 치료제가 국내에서도 보험이 적용돼 의료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다.
기본적으로 소아암과 성인 암은 정책적으로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수십 년 만에 신약이 등장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백혈병과 같은 소아암의 경우 환자 수가 극히 적어 임상시험과 같이 약제 개발에 필수적인 과정을 밟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치료제를 개발하기가 매우 힘들다. 둘째, 소아암 치료는 성인 암처럼 생존 기간을 늘리는 것에 그 목표를 두는 것이 아니라 완치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즉 치료를 통해 병이 완전히 낫게 되면 60~70년 동안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상당수에서) 생존 기간을 3년에서 5년까지 늘리다 결국 사망하게 되는 성인 암 치료와 차별된다.
이러한 점 때문에, 미국과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소아 대상 치료제에 대한 특허를 연장해 주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통해 소아 대상 치료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두 가지 이상의 항암 치료를 실패한 소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에 대해서 신속허가 제도를 적용한 바 있다. 대체할 치료제가 없는 유일한 치료제인데다 완치가 가능한 치료제 도입을 통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완치 가능성이 있는 소아암 환자들이 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생명을 위협 받고 있다.
의료 선진국의 위상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와 같은 소아암 환자들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치료제를 눈앞에 두고도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생사의 기로에 있는 어린 환자들에게 완치의 희망을 줄 수 있는 환경이 조속히 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신희영 |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고인이 앓던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주로 소아에게 나타나는 악성 종양이다. 소아 백혈병 환자 중 67% 정도가 이 질환을 앓고 있다. 전체 환자 수로 계산하면 희귀난치성 질환의 기준보다 유병률이 낮은 소아암의 일종이다. 다행인 것은 현대 의학기술 덕분에 과거에는 죽음으로 직결되던 백혈병이 이제는 매우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인다는 점이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주로 항암 약물요법을 통해 치료하는데, 연구에 따르면 생존율이 80% 이상이다.

두 가지 이상의 항암치료 결과가 좋지 않은 환자들이 조혈모세포이식 수술을 받으려면, 약물치료를 통해 몸속에 백혈병 세포가 소멸된 상태(의학적으로는 ‘관해 상태’)로 유도하는 치료가 선행돼야 한다. 다행히 재발한 환자들에게서 완전 관해 상태로 유도가 가능한 치료제가 개발돼, 치료에 실패한 소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와 가족들에게 한 가닥 희망이 되고 있다. 환자와 가족, 의료진 모두가 한시라도 빨리 해당 치료제가 국내에서도 보험이 적용돼 의료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다.
기본적으로 소아암과 성인 암은 정책적으로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수십 년 만에 신약이 등장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백혈병과 같은 소아암의 경우 환자 수가 극히 적어 임상시험과 같이 약제 개발에 필수적인 과정을 밟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치료제를 개발하기가 매우 힘들다. 둘째, 소아암 치료는 성인 암처럼 생존 기간을 늘리는 것에 그 목표를 두는 것이 아니라 완치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즉 치료를 통해 병이 완전히 낫게 되면 60~70년 동안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상당수에서) 생존 기간을 3년에서 5년까지 늘리다 결국 사망하게 되는 성인 암 치료와 차별된다.
이러한 점 때문에, 미국과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소아 대상 치료제에 대한 특허를 연장해 주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통해 소아 대상 치료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두 가지 이상의 항암 치료를 실패한 소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에 대해서 신속허가 제도를 적용한 바 있다. 대체할 치료제가 없는 유일한 치료제인데다 완치가 가능한 치료제 도입을 통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완치 가능성이 있는 소아암 환자들이 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생명을 위협 받고 있다.
의료 선진국의 위상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와 같은 소아암 환자들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치료제를 눈앞에 두고도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생사의 기로에 있는 어린 환자들에게 완치의 희망을 줄 수 있는 환경이 조속히 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신희영 |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입력 : 2012-08-29 19:00:36ㅣ수정 : 2012-08-29 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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