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 인술]미국 대선 속 다발성경화증
미국도 대선 열기가 뜨겁다. 공화당 대선 후보 미트 롬니의 부인 앤 롬니 여사는 미국에서 난치 신경질환으로 알려진 다발성경화증 투병기로 유권자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 세상 물정 모르는 부잣집 마나님이라는 비판을 다발성경화증으로 막아내는 대선 캠프의 전략이라고 한다. 롬니 여사는 약 20년 전 다발성경화증 진단을 받은 후 힘들게 투병해왔으며, 다발성경화증협회를 통해 환자들을 돕고 질병 연구를 위한 기금 마련에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다발성경화증 투병기를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호소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논평했을 정도로 이 대선 전략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롬니 여사는 사실 몇 년 전 유방암과도 싸웠다고 한다. 비록 암 치료의 발전으로 생존율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암은 많은 환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공포의 대상이다.
그런데 왜 롬니 캠프는 이런 중한 질환인 암보다 다발성경화증을 더 앞에 내세우는 것일까? 그것은 다발성경화증이 젊은 연령에 발병하여 평생 동안 수시로 재발하며 고통스러운 통증과 장애로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을 위협하는 난치병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다발성경화증은 우리 몸을 지켜야 할 면역세포가 뇌와 척수의 여러 곳을 공격해 염증을 일으켜 다양한 신경장애 증상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신체마비, 시각장애, 통증 등의 증상이 평생 다양한 시간 차를 두고 재발하는데,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하면 많은 신경세포가 죽게 되어 빠른 속도로 인지 및 신체 장애가 악화되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약 250만명이 앓고 있는 다발성경화증은 백인들에게는 흔한 질환이지만, 국내에는 약 1600명의 환자가 있어 희귀 난치성질환으로 분류돼 있다.
국내에는 이 병이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환자들은 병마 이외에도 사회나 정부로부터 그 심각성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적 고통과도 싸우고 있다. 비록 환자 수가 다른 대중적인 질환들에 비해 극히 적어 관심을 많이 끌지 못한다 할지라도 환자 개개인을 놓고 보면 미국의 환자와 차이 없이 험난한 투병 생활을 겪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인 관심의 부족으로 인해 미국을 포함한 다른 많은 국가들에 비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데 제약이 있다는 점이다.
다발성경화증은 한번 중추신경이 손상되면 다시 살릴 수 없는 비가역적 질환으로, 환자의 다양한 증상과 병의 진행에 따라 적절한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미국 등 해외에서는 환자의 증상과 질병 단계에 적합한 다양한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단지 2종류의 인터페론 주사제가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어 여기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거나 병의 진행이 빠른 환자에게 사용할 대안의 치료제가 미국만큼 다양하지 않은 실정이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의 한계를 뛰어넘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약들이 국내에서도 식약청의 승인을 얻어 곧 보급될 예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에게는 식약청의 허가뿐만 아니라 약제의 보험급여 결정도 중요한 사안이다. 보험재정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 기관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진행성 질병인 다발성경화증 환자들에게는 시간을 다투어 다양한 약제들의 투여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빠른 정부의 결정을 기다린다.
젊은 시절 직업을 갖자마자 다발성경화증을 앓게 된 탓에 전업주부의 길을 걸었던 롬니 여사는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다발성경화증은 제게 잔인한 병이지만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돌보도록 저를 가르쳐주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허가받은 약제들을 조속히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다면 좀 더 시기적절한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고, 환자와 그 가족들의 삶에도 새로운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병조 | 고려대학교 신경과 교수>
워싱턴포스트는 “다발성경화증 투병기를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호소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논평했을 정도로 이 대선 전략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롬니 여사는 사실 몇 년 전 유방암과도 싸웠다고 한다. 비록 암 치료의 발전으로 생존율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암은 많은 환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공포의 대상이다.

다발성경화증은 우리 몸을 지켜야 할 면역세포가 뇌와 척수의 여러 곳을 공격해 염증을 일으켜 다양한 신경장애 증상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신체마비, 시각장애, 통증 등의 증상이 평생 다양한 시간 차를 두고 재발하는데,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하면 많은 신경세포가 죽게 되어 빠른 속도로 인지 및 신체 장애가 악화되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약 250만명이 앓고 있는 다발성경화증은 백인들에게는 흔한 질환이지만, 국내에는 약 1600명의 환자가 있어 희귀 난치성질환으로 분류돼 있다.
국내에는 이 병이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환자들은 병마 이외에도 사회나 정부로부터 그 심각성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적 고통과도 싸우고 있다. 비록 환자 수가 다른 대중적인 질환들에 비해 극히 적어 관심을 많이 끌지 못한다 할지라도 환자 개개인을 놓고 보면 미국의 환자와 차이 없이 험난한 투병 생활을 겪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인 관심의 부족으로 인해 미국을 포함한 다른 많은 국가들에 비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데 제약이 있다는 점이다.
다발성경화증은 한번 중추신경이 손상되면 다시 살릴 수 없는 비가역적 질환으로, 환자의 다양한 증상과 병의 진행에 따라 적절한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미국 등 해외에서는 환자의 증상과 질병 단계에 적합한 다양한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단지 2종류의 인터페론 주사제가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어 여기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거나 병의 진행이 빠른 환자에게 사용할 대안의 치료제가 미국만큼 다양하지 않은 실정이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의 한계를 뛰어넘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약들이 국내에서도 식약청의 승인을 얻어 곧 보급될 예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에게는 식약청의 허가뿐만 아니라 약제의 보험급여 결정도 중요한 사안이다. 보험재정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 기관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진행성 질병인 다발성경화증 환자들에게는 시간을 다투어 다양한 약제들의 투여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빠른 정부의 결정을 기다린다.
젊은 시절 직업을 갖자마자 다발성경화증을 앓게 된 탓에 전업주부의 길을 걸었던 롬니 여사는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다발성경화증은 제게 잔인한 병이지만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돌보도록 저를 가르쳐주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허가받은 약제들을 조속히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다면 좀 더 시기적절한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고, 환자와 그 가족들의 삶에도 새로운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병조 | 고려대학교 신경과 교수>
입력 : 2012-09-20 21:08:09ㅣ수정 : 2012-09-21 0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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