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 찾는 제주도에 백화점 0개, 주민 적어 본전 못 챙기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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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기자
| 백화점은 반경 3~5km 안에 60만~70만 명의 배후 인구가 있어야 벌이가 된다. 최근엔 도로망의 발달과 신도시 계획에 따라 입점 요건이 바뀌고 있다. 왼쪽부터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 서울 신촌의 현대백화점 유플렉스점,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사진 제공=각 백화점] | |
백화점은 ‘돈이 될 만한’곳에 들어서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문제는 ‘돈이 될 만하다’는 기준. 과거에는 ‘점포 한 곳당 배후인구 60만~70만 명 이상’이 불문율이었다. 백화점 상권 범위는 점포 한 곳당 반경 3~5㎞를 기본으로 한다. 이 안에 적어도 60만~70만 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해야 백화점 점포 한 곳이 들어설 만하단 얘기다. 이를 뒷받침하는 학설 중 하나에 ‘허프(Huff) 이론’이 있다. 허프 이론은 ‘고객이 소매업체(백화점)를 찾을 확률은 매장 면적이 넓고 위치가 가까울수록 커진다’는 내용이 골자다.
최근에는 단순히 배후 인구와 백화점까지의 이동 거리만 가지고 입점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달라진 교통·사회 여건과 신도시 확산 방향 등도 검토 대상이다. 때문에 과거 기준으로는 백화점이 들어서기 어려운 곳으로 분류되던 지역에도 신규 백화점들이 대거 출점한다.
도로망 발달, 재건축 호재로 상권 만들어지기도
현대백화점 강찬석 기획담당상무는 “백화점을 열기만 하면 매년 두 자릿수 이상 매출이 늘어나던 과거에는 ‘인구 60만 명’이 절대적인 기준이었지만 사회 인프라가 급변하고 경쟁이 치열한 요즘은 고려할 변수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긍정적인 면도 생겼다”며 “포화상태일 것 같은 지역에도 잘만 고르면 새로 점포를 낼 여력이 있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변화를 이끄는 경우로 크게 ▶도시계획·도로망 변화 등으로 새 상권이 형성되는 경우 ▶기존 상권을 공략해 상권의 규모를 키우는 경우 ▶주변 재건축으로 기존 상권이 재탄생하는 경우 ▶매트릭스(Matrix) 상권 등을 꼽을 수 있다.
① 도시계획·도로망 변화 등으로 새 상권 형성=신도시나 도로망이 새로 생기면서 해당 지역 주변으로 상권이 확산되는 경우다. 때문에 각 업체들은 신도시 계획 초기부터 시장성을 검토해 도시의 일부로 자리를 잡는다. 현대백화점은 2010년 일산 킨덱스점을 시작으로 2011년 청주점(대농지구 복합단)·대구점, 2012년 양재점, 2013년 광교점(광교신도시)·천안점(아산신도시)등 주요 신도시에 잇따라 대형 점포를 열 계획이다. 대부분 도시계획과 신규 도로계획 등을 고려해 입지를 골랐다.
교통축의 발달 상황을 꼼꼼히 따지는 것도 최근의 특징이다. 신도시 거주자들은 대부분 자가용 편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동 거리가 길다. 2010년 문을 여는 현대 일산점은 기존 고양시 상권(롯데일산점)에 파주교하신도시(자유로 이용시 15분), 김포한강신도시, 검단신도시 등 배후 상권의 광역화를 감안해 출점했다.
올해 서울 강서구와 강남을 잇는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되면서 신세계 강남점을 찾는 강서 지역의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 2012년 분당선 연장선이 완공되면 왕십리와 도곡동 일대 백화점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 강남역과 수원을 잇는 신분당선을 겨냥해 현대백화점은 광교점 신축에 한창이다. 신축 예정인 현대 양재점은 용인~서울 고속도로 완공 효과를 기대하고 있고, 현대 천호점·롯데 잠실점·현대 압구정점 등은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개통의 효과를 각각 본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② 기존 상권 공략해 상권의 규모 키우는 경우=유통업체 간 집적 효과를 최대한 누리는 경우다. 경쟁업체가 이미 영업을 하고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출점한다. 언뜻 생각하면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것 같지만 경쟁이 이뤄지면서 고객의 발길을 잡는 집객 효과도 커진다. 1997년 문을 연 현대백화점 천호점도 이미 포화된 상권이라고 평가받던 지역이다. 백화점 두 곳과 대형 마트 등이 들어선 강북구 미아동도 마찬가지다. 2001년 현대백화점 미아점을 시작으로 롯데백화점도 이곳에 신규 점포를 냈다. 신세계백화점은 기존 백화점 점포를 대형 마트로 전환했다. 당초 우려와 달리 이 지역에선 ‘백화점-마트’,‘백화점-백화점’ 간 보완관계가 생기면서 상권이 더 커졌다.
신세계 죽전점은 이 같은 집적 효과를 노리고 대형 마트인 이마트를 길 하나 사이에 두고 신축했다. 올해 문을 연 이마트 목동점도 현대백화점 목동점과 함께 서울 목동 상권을 확대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세계 영등포점과 경방이 힘을 합친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도 영등포 상권의 파이를 키웠다. 덕분에 현대백화점 목동점과 영등포 등 서울 서남부 상권 자체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문을 연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은 침체에 빠진 부산 서부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③ 주변 재건축으로 기존 상권 재탄생=백화점 매장은 그대로 있는데, 주변 지역이 재개발을 하면서 갑작스레 배후 인구가 늘어 상권도 커지는 경우다. 백화점으로서는 가장 행복한 상황이다. 단 해당 지역에 이미 점포를 가진 업체들로 수혜자가 제한된다. 일종의 선점효과다. 백화점은 늘어난 쇼핑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증·개축에 나선다. 롯데 잠실점과 현대 무역센터점은 잠실 재건축 덕을 톡톡히 본 경우다. 현대 무역센터점과 롯데 강남점은 도곡동 렉슬 아파트 재건축으로 상권이 커지는 효과를 맛봤다. 압구정동 지역의 본격적인 재건축이 이뤄지면 현대 압구정 본점과 갤러리아 본점 등이 가장 큰 수혜자로 부상하게 된다.
④ 매트릭스(Matrix·복합) 상권=종전 상식을 완전히 뛰어넘는 복합 상권인 매트릭스 상권도 생겨나고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전형적인 내수 산업인 백화점 산업의 속성을 넘어 해외 고객까지 잠재고객으로 한다. 일본·중국 등 동북아는 물론 동남아 관광객까지 타깃으로 하고 있다. 사회 인프라가 개선되면서 단축된 물리적 거리가 전통적인 상권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을 낳기도 한다. 현대백화점이 자사 울산점의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 고객을 KTX열차 편에 태워 서울 루이뷔통 본사에서 쇼핑하게 한 게 대표적인 예다. 백화점 업계에선 “미래에 한~일 해저고속도로가 만들어지고 그 중간에 제주 나들목이 생긴다면 제주도에도 백화점들이 앞다퉈 점포를 낼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한곳 세우려면 면적 3만3300㎡ 이상, 기간은 최소 4년
상대적으로 매장 수가 적은 현대백화점(11곳)이나 신세계백화점(8곳)은 출점 지역을 비교적 여유롭게 고를 수 있다. 물론 신규 출점 지역에서 기존 업체들과 피 말리는 경쟁을 각오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백화점 입지와 관련해 업계 공통의 고민도 있다. 바로 백화점이 들어설 만한 새 부지를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점. 백화점이 입점하기 위해선 대지 면적이 최소 3만3300㎡(1만 평)는 돼야 한다. 건축 기간과 부지 선정 기간을 합쳐 최소 4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상권 포화상태 되면 백화점이 신도시 건설 이끌 수도
그런데 좋은 자리는 기존 점포는 물론 대형 마트 같은 다른 유통업체들이 이미 차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미래엔 백화점이 기존 상권에 새로 뿌리를 내리거나 신도시 상권을 찾아가는 종속적인 존재를 넘어 신규 도시의 건설을 주도하는 형태로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롯데백화점 이덕형 신규사업팀장은 “할인점과 영화관이 위치한 복합 쇼핑몰에 백화점이 입점하는 형태가 현재의 패러다임이지만 앞으로는 백화점이 최소 150만㎡ 규모의 소형 신도시 건설을 지역개발 방식으로 주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팀장은 “이미 필요한 콘텐트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머잖아 이 같은 계획이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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