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참다운 지기, 재앙이 되는 지기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일생에 중요한 것은 ‘지기지우(知己之友)’, 즉 ‘서로 마음이 통하는 벗’이다. 힘들 때 서로 믿고 의지하며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마음이 든든한 일인가. 일찍이 ‘마음이 통하는 벗’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갈파한 사람이 있다. <토정비결>을 지은 토정 이지함이다. 그의 <지기(知己)를 피하라는 설>을 보자.“선비의 벼슬길은 지기로 말미암으나, 말세의 지기는 재앙의 매개가 된다. 어째서 그런가. 재용(財用)은 본래 흉물(凶物)이 아닌데 국가의 재앙은 재용에서 나오는 일이 많고, 권세는 본래 흉물이 아닌데 대부(大夫)의 재앙은 권세에서 나오는 일이 많다. 보옥(寶玉)을 품고 있는 것은 본래 흉물이 아닌데 필부의 재앙은 보옥을 갖는 데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참으로 알아주는 사람’, 즉 지기는 본래 음흉하지 않지만 어진 선비의 재앙은 지기로부터 생기는 경우가 많다. 선맹(宣孟)의 지우(知遇)가 없었다면 정영(程영)에게 어찌 재앙이 있었겠는가. 연(燕)나라 태자 단(丹)의 지우가 없었다면 형경(荊卿)에게 무슨 재앙이 있었겠는가. 소하(蕭何)의 지우가 없었다면 한신(韓信)에게 재앙이 있었겠는가. 서서(徐庶)의 지우가 없었다면 제갈공명에게 무슨 재앙이 있었겠는가. 지기를 만나고도 재앙을 당하지 않은 자는 드물다. 그리고 지기를 만나고도 곤욕을 당하지 않은 자가 있었다는 것은 전연 듣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남이 지기 되기를 원할 때 현사(賢士)는 피할 뿐이다. 서로 만나고도 재앙을 불러오지 않는 것은 오직 산수간(山水間)의 지음(知音)이며 전야간(田野間)의 지음뿐이로구나.”인생의 대부분을 아웃사이더로 살았던 이지함은 아웃사이더답게 독자적 가치관을 가지고 욕심 내지 않고 살았으므로 ‘지기’조차 바라지 않았던 사람이다. 지기라고 여긴 사람이 날선 칼을 겨누는 것이 세상사의 이치란 것을 일찍이 깨달았기 때문이었을까? 지기와 적을 구분하기란 모호하지만, 적은 항상 가까운 곳에 있다. “자네와 하룻밤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10년 동안 책을 읽는 것과 같네.” “사방 주위에는 지기지우뿐, 눈에 거슬릴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네”라는 옛사람들의 말이 있지만,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교유할 만한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김삿갓이나 이중환 같은 이들도 오직 산수간에 몸과 마음을 의탁하며 방외로만 떠돌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마음을 열어놓고 만날 수 있는 이런 지기, 저런 지기가 없는 인생은 얼마나 삭막할까? 나중에 배반을 당할지라도 지기와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꾸는 것은 정녕 무망한 일일까?
<선정길|우리땅걷기 대표·문화사학자>
<선정길|우리땅걷기 대표·문화사학자>
입력 : 2012-08-02 21:00:06ㅣ수정 : 2012-08-0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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