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52> 인류 문화유산이 된 세계의 성(城)
34개월 만에 지은 수원화성 … 햄릿 무대 크론보르그성 … 부채꼴 히메지죠성
유길용 기자유길용 기자
● 수원 화성 당대 과학기술 총동원
조선 정조대왕이 건설한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 수원의 방어용 성곽인 화성(華城)의 서쪽 관문인 화서문. 보물 제403호로 지정됐다. 왼쪽은 망루인 서북각루. [중앙 포토]1796년 조선 22대 임금 정조의 명(命)에 따라 34개월 만에 축조된 수원 화성은 평지의 도시에 성곽을 두른 조선 최초의 계획도시였다. 도시를 5.7㎞ 길이에 이르는 성곽으로 둘러싸 읍성 자체를 요새화한 실용적 형태였다. 축성에는 도르래 원리를 이용한 거중기를 활용하고 성벽을 구불구불하게 해 견고성을 높이는 등 당대의 과학기술이 총동원됐다. 성벽의 높이는 4m로 낮았는데 이는 적이 오르는 것보다 화포의 공격에 견디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파손됐다가 축성의 전 과정을 기록한 화성성역의궤에 따라 1975년부터 복원을 시작해 97년 세계유산으로 등록됐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의 무대가 된 성이다. 덴마크와 스웨덴 사이의 순드해협의 전략적 요충지에 있다. 1574년 프레데릭 2세에 의해 건설이 시작돼 화재와 스웨덴의 침략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1690년까지 방어시설을 강화해 중세유럽 최강의 요새가 됐다. ‘제왕의 성’이란 이름에 걸맞게 덴마크 왕 100명의 초상화가 보관돼 있었으나 왕권 몰락 후 노예감옥으로 사용되는 등 내부가 훼손됐다. 2000년에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벨라루스의 북서쪽 미르 지역에 위치한 중부유럽의 전형적인 성이다. 15세기 말 고딕양식으로 짓기 시작해 16세기 초 일니크 공작이 공사를 마쳤다. 성벽의 길이는 75m이고 높이는 13m나 된다. 1568년 리투아니아의 라드빌라 공작에게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르네상스 건축양식으로 새롭게 꾸며졌다. 성 주변은 해자를 만들어 적의 침입을 막았다. 라드빌라 공작이 죽은 뒤 한 세기 동안 소유자가 없이 버려졌다가 나폴레옹 1세 치하에서 성채가 파괴되는 수모를 겪었다. 본래대로 복원된 것은 19세기 말엽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이 유대인을 학살하기 전 이곳에 수용했다. 시대 변화에 따라 고딕·바로크·르네상스 양식이 모두 적용됐으며 2000년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세계유산에 등재한 독특한 이름만큼이나 영화에 나올 법한 경관을 자랑한다. 스위스 남부 티치노주의 주도인 벨린초나의 마을을 3개의 성과 성벽이 둘러싸고 있다. 마을 옆 티치노 계곡과 티치노강 쪽으로부터 오는 침략자로부터 마을을 방어하기 위해 1500년께 계곡을 가로질러 성벽이 건설됐다. 3채의 성은 모두 15세기 명문가인 밀라노 공작가의 소유였다. 바위 언덕 위에 우뚝 솟은 가스텔그란데 성이 가장 크고 오래됐다. 적이 침입하면 주민들도 성곽과 성 안으로 들어가 항전할 수 있도록 돼 있다. 2000년에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철옹성’은 이 성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십자군 전쟁에서 이슬람세계를 지켜낸 살라딘조차 이 성을 함락하지 못했다. 십자군 시대(11~13세기)에 유럽의 원정대들은 베이스 캠프(터키 안타키아)에서 예루살렘까지 700여㎞에 방어용 성 50여 개를 건설했다. 해발 750m의 칼릴산 정상에 지은 크락데슈발리에도 그중 하나다. 십자군이 쇠퇴하면서 대부분 이슬람 세력에 함락돼 파괴됐지만 이 성만은 난공불락이었다. 성에는 13개의 감시탑과 외성, 내성 이중구조로 돼 있다. 성채 안에는 몇 년치 식량을 저장할 수 있는 곡식저장소와 수조, 길이 120m의 대집회소, 예배소, 식당, 숙소 등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1271년 기사들의 투항으로 성이 이슬람 술탄에게 넘어간 지 20년 뒤 십자군 전쟁은 유럽의 패배로 끝났다. 2006년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중세 유럽에서 가장 견고한 형태의 성이 바로 웨일스에 건설된 성들이다. 1283~1330년 에드워드 1세가 웨일스 중심부에 10개의 성을 건설했다. 웨일스인들의 독립운동을 막기 위해서다. 십자군전쟁 때 동아시아에서 전해진 투석기에 버틸 수 있도록 자연산 콘크리트를 원료로 사용했다. 성벽은 2중으로 쌓았는데 두께는 3m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정방형에 여러 개의 대문이 있고 네 귀퉁이에 탑을 세워 주변 감시와 화살 공격을 병행했다. 이 성은 1400년대 성벽을 부술 만큼 강력한 무기인 대포가 등장하기까지 난공불락의 요새로 명성을 떨쳤고 유럽 각지의 군주들도 앞다퉈 이 성의 디자인을 차용했다. 할렉성·보매리스성·카나번성·콘위성 4개의 성이 옛 모습대로 보존돼 있다. 세계유산에는 1986년 등재됐다.

20세기 초 여행자들은 예멘의 사막에서 마천루를 발견하고 ‘사막의 맨해튼’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곳은 ‘인류 최초의 고층빌딩 숲’으로도 불린다. 도시가 세워진 시기는 2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3세기께 이 지역을 장악한 하드라마우트 왕국의 수도였다. 동서 길이 약 500m, 남북 길이 약 400m에 이르는 성벽이 도시 전체를 둘러싸고 안쪽에 5~9층 높이의 진흙 벽돌집들이 밀집해 있다. 성곽 안에는 500채 이상의 주택이 있고 7000명 정도가 거주하는 요새도시다. 성곽은 외부의 적들로부터 보호하는 기능보다 잦은 홍수로부터 도시를 보호하는 역할이 더 컸다. 전통적으로 지상층과 1층(우리나라의 2층에 해당)에는 상점이 들어섰고, 3층 이상부터 주거용으로 쓰였다. 이 역시 홍수로부터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1982년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일본의 성채 중 아름다움과 요새의 기능을 동시에 갖춘 최고의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흰색의 외벽과 날개 모양의 지붕이 마치 백로와 비슷해 ‘시라사키조(白鷺城)’라고도 불린다. 1333년에 지어져 1600년대 초까지 증개축을 거듭했다. 성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방어 체계에 충실했다. 성벽을 따라 해자(垓子·성 밖을 둘러 파 못으로 만든 방어시설)를 설치하고 성벽을 부채꼴로 만들어 적이 올라오지 못하게 설계했다. 성 안쪽에는 천수각으로 가는 길 곳곳에 미로와 함정을 만들고 숨어서 총과 화살 공격을 할 수 있는 장소가 2522곳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건축재료가 대부분 목재여서 화재에 취약한 단점을 갖고 있다. 일본의 성들 중 거의 유일하게 옛 모습을 갖춰 1993년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대표적인 군사 요새로 축성한 방어용 성곽. 흉노족 등 북방 민족의 침략을 막기 위해 기원전 208년 전국시대 때 제나라에 의해 처음 건설되기 시작해 진시황제 때까지 건설이 계속됐다. 지금의 모습을 갖춘 건 명나라 때 몽골 침략에 대비해 대대적인 증축을 하면서부터다. 인류 최대의 토목공사로 불리는 만리장성은 지도상 길이가 2700㎞이며, 중간에 갈라져 나온 지선들까지 합치면 총 길이는 5000~6000㎞에 이른다. 성벽의 높이는 6~9m, 아래쪽 폭은 9m에서 위로 갈수록 가늘어져 상단 평균 폭은 4.5m다. 100여m 간격으로 망루를 설치해 군대를 주둔시켰다. 북방민족인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가 들어선 뒤 군사적 가치를 상실해 방치되다가 현대에 들어서 관광 목적으로 보수공사가 이뤄졌다.

1309년 독일기사단(튜튼기사단)장의 자리가 베네치아에서 당시 마리안베르그(현재 말보크)로 옮겨졌다. 기사단은 즉시 본부로 사용할 성채 건설에 착수했다. 노가트강 남동쪽 언덕에 유럽에서 가장 큰 고딕 양식의 벽돌 성을 지었다. 여러 번의 증개축을 거친 끝에 500년이 지나서야 오늘날의 위용을 갖추게 됐다. 성은 하이 캐슬, 미들 캐슬, 로 캐슬로 구성돼 있는데 각 캐슬 사이에는 해자와 탑이 있다. 외성이 둘러싼 지역의 넓이는 21만㎡나 된다. 한때 성 안에 3000명이 살았다고 한다. 이 성은 폴란드와 독일 기사단 사이에 벌어진 13년 전쟁(1454~1466년) 때 폴란드군에 빼앗겼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성의 절반이 파괴돼 복원을 거쳐 1997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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