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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사람]구석구석 진풍경, 통영의 매력

ngo2002 2012. 6. 22. 13:56

[길에서 만난 사람]구석구석 진풍경, 통영의 매력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은 해외로 나가는 발길을 돌려도 아쉽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이 곳은 발길을 머물게 하는 추억의 풍경 과 쏠쏠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통영의 작은 앞바다 강구안을 지키고 있는 거북선.

우리나라에서 제주와 더불어 3박4일을 비워놓고 떠나도 좋을 곳이 통영이다. 통영은 항구도시 특유의 풍광과 아름다운 다도해, 소금기가 배어든 좁은 골목길까지 볼거리가 풍부하고 알차다. 산언덕 달동네 동피랑은 한국의 몽마르트 언덕으로 다시 태어났고, 한려수도 케이블카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서두름 없이 통영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여행이다.

뽐내도 좋을 우리 땅, 통영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은 해외로 나가는 발길을 돌려도 아쉽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은 발길을 머물게 하는 추억의 풍경과 쏠쏠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항구도시 특유의 비릿한 내음과 활기차고 부지런한 일상의 풍경들은 언젠가 본 듯 익숙하다. 작은 앞바다 강구안을 지키고 있는 거북선을 비롯해 통영시내 일원에 충무공 이순신의 문화유적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바다에 떠 있는 거북선을 따라 걷다보면 역사유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통영 시내가 한 발치다.

중앙시장이 자리한 중앙동 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통영시 향토역사관, 세병관, 통영 충렬사 등 부근의 유적지들에 다다른다. 임진왜란 때 삼남의 군사를 모았던 곳이 바로 통영. ‘통영’이라는 이름 역시 이곳에 ‘삼도수군 통제사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군사들이 머물던 객사가 바로 지금도 남아 있는 세병관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남해의 제해권을 차지한 뒤 삼도수군 통제영을 여수에서 통영 앞바다의 한산도로 옮겨 왜적과 대치했는데, 전란이 끝난 후 6대 통제사 이경준이 이곳으로 통제영을 옮겨와 세운 건물이 바로 세병관인 것이다. 이후 증축과 재건을 하여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세병관은 ‘은하수를 옮겨와 병기를 씻는 곳’이라는 뜻으로, 국보 제305호로 지정되어 있다. 얼핏 보면 경복궁의 경회루와 비슷한 모습의 건물구조를 가졌으며 독특한 무늬의 기와와 함께 출입문에서 바라본 통영항의 전경이 눈여겨볼 만하다. 세병관을 둘러보고, 이순신 장군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인 충렬사에 올라 통영 시내를 내려보다 벽화마을로 유명한 동피랑 마을로 길을 잡아본다.

통영을 대표하는 이색마을인 동피랑은 벽화마을로 유명하다.


동피랑, 이름 참 예쁘다. 동피랑 마을은 통영을 대표하는 이색명소로 세병관에서 중앙시장을 지나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강구안의 앞바다를 바라보는 동피랑 마을은 본래가 바람이 가장 센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동쪽 벼랑의 사투리인 동피랑은 한동안 벼랑 끝 삶의 애환을 담고 있는 어려운 동네였다. 하지만 이제 그 아득하고 지난했던 삶의 골목길 구석구석에 지난 시절의 이야기가 색색이 벽화로 채워졌다. 마을의 벽화는 철거가 예정돼 오갈 데 없어진 마을사람들이 궁여지책으로 벽화공모전을 열면서 탄생된 것. 마을을 지키기 위해 상금을 내걸자 가난한 미대생들이 시멘트 담장에 원색의 그림을 그렸고, 가난한 달동네 마을에 벽화가 그려진 것이다.

팔 벌린 아이의 웃음소리와 앞바다 등대의 고독, 밤새 우는 파도소리. 그리고 무서운 태풍의 눈과 눈물을 머금고 삼켰던 소주 한 잔의 추억까지 모두가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그림을 보며 골목길을 걸으면서 우리네 삶의 풍경과 사뭇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알록달록 빨래를 널어놓은 집에 반짝이는 햇살 조각이 머무르고, 그 햇살을 쫓는 아이의 모습에서 삶과 꿈이 숨 쉬고 정감 넘치는 우리네 옛 시절을 떠올리는 것이다. 언덕 꼭대기쯤에 올라서자 좁은 골목 사이로 멀리 통영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강구안으로 거북선 한 척이 유유히 흐르며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활력이 넘치는 서호시장과 중앙시장
동피랑 마을에서 내려오면 바로 중앙시장이다. 통영을 대표하는 중앙시장·서호시장은 강구안을 끼고 연결되어 있는데, 산책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걸어서 구경할 수 있다. 중앙시장·서호시장은 지역주민뿐 아니라 통영을 찾는 관광객들이 꼭 둘러보는 필수 코스 중 한 곳이다. 시장에는 싱싱한 각종 해산물과 먹거리들이 풍부해 관광객의 발길을 이끈다. 통영의 대표적인 먹거리인 굴과 멸치, 충무김밥과 복국, 그리고 우짜, 꿀빵, 빼떼기죽, 시락국 등 이름만 들어도 궁금해지는 별미들이 발목을 잡는다.

서호시장에서 시락국 한 그릇으로 요기를 하고 어머니들의 장판을 구경하고 중앙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중앙시장에 들어서니 입구 쪽 목 좋은 자리에서 전통 생과자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이창영씨(43·과자이야기)가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우리 옛날과자가 있심더. 둘이 먹다가 하나가 고마 팍 해도 모르는 맛. 맛만 보는 것도 공짜. 말만 잘해도 공짜”라고 옛날 과자가게의 구수한 목청으로 손님을 불러 모은다. “전병 등 옛 전통과자 종류가 한 80가지 남짓 있십니더. 과자 맛을 기억하는 어르신들이 주로 찾는데, 요즘은 외지에서 오신 관광객들이 주전부리로 많이들 사가심니더. 그래서 장사하는 재미가 더 있십니더.”

지난해부터 중앙시장에서 과자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창영씨. 중앙시장의 명물로 단골이 늘어나고 있다.


작년부터 과자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씨는 사람 만나는 재미로 장사에 신바람이 붙었다. 다행히 ‘맛 좋은 과자가게’로 입소문이 나면서 중앙시장의 명물로 단골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월세를 치르고도 살림에 보탤 만큼의 수입도 된다는 이씨는 그래서 요즘 제법 살맛이 난다고 너스레를 떤다. “몇 달 전 바로 옆으로 과자가게가 들어섰지만, 주말이면 억수로 바빠가 하루 종일 밥 먹을 새가 없십니더. 모두가 한 식구니까, 나도 잘 되고 서로 잘 되어야 우리 중앙시장을 찾는 관광객들도 즐겁지 않겠심니꺼.” 이씨의 환한 웃음에서 후한 인심과 투박한 경상도 사나이의 정이 묻어난다.

통영은 몇 해 전 미륵산 정상까지 오르는 한려수도 케이블카가 생기고 나서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덕분에 시장통은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생생한 활기로 가득 차 있다.

미륵산에서 내려다본 한려수도
통영의 진면목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에서 가장 큰 섬인 미륵도의 한가운데 솟아 있는 미륵산(461m)이다. 케이블카를 타러 미륵도로 향한다. 2008년 운행을 시작한 이래 지난해까지 130만명이 통영케이블카를 이용하면서 통영시 관광의 활성화를 이끌었다. 도남관광지에서 출발하는 1975m 길이의 통영케이블카를 타고 상부정류장(미륵산 8부능선)에 도착하면 한려수도해상공원의 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동안 발 아래로 미륵산과 통영 시내의 전경이 펼쳐진다.

몇 해 전 미륵산 정상까지 오르는 한려수도 케이블카가 생긴 후 통영에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더욱이 미륵산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전망은 가히 일품이다. 정상에 서면 한려수도의 풍광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통영 앞바다가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맑은 날에는 일본 대마도까지 시야에 들어오는데, 미륵산 정상 표지석이 하늘과 맞닿은 전망대에 올라서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저 넓은 바다에 섬이 없었다면 얼마나 적적할까. 통영 시가지의 아름다움과 다도해의 섬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파노라마의 장관을 연출한다. 통영은 섬을 간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아침 햇귀가 밝아오고 강구안까지 햇살이 들이치면, 바다는 이내 황금빛으로 빛나고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한순간 일렁인다.

특히 통영은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게 주간 관광과 야간 관광의 요소를 고루 갖춘 곳이다. 국내 최고의 일몰 포인트 중 한 곳인 달아공원과 통영운하·통영대교의 야경, 그리고 해저터널의 독특한 조형미는 통영의 밤을 수놓는다. 특히 23㎞의 산양일주도로 중간에 위치한 달아공원의 일몰은 환상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또 통영대교와 충무교는 밤이면 오색찬란한 조명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한다. 이 밖에도 통영에는 ‘통영 이야길’을 따라 문화역사 명소가 즐비하다. 박경리기념관, 전혁림미술관 등도 꼭 들러보아야 할 곳이다.

글·사진|이강<여행작가·콘텐츠 스토리텔러> leegha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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