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부채 1000조시대 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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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도 손님이 없는 한 식당. <매경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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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빵집을 개업한 지 2년 만에 문을 닫은 김정국 씨(가명ㆍ48)는 대형마트에 입점한 베이커리에 일자리를 구했다. 김씨 가게에서 판매를 맡았던 아내는 같은 대형마트에서 반찬코너 판매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2010년 3월, 김씨는 남의 가게를 전전한 지 20년 만에 울산 범서읍 한 아파트 상가에서 빵집을 열었다. 하지만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는 프랜차이즈 빵집의 등쌀에 못이겨 2년을 버티기도 힘들었다.
김씨는 가게를 열면서 냉장고, 오븐, 진열장 등을 마련하는데 7600만원, 가게를 꾸미는 데만 3000만원을 썼다.
가게보증금 1억원은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마련했지만 나머지는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빌려 마련했다.
김씨는 "개업 직후에는 매월 400만~500만원을 벌어들여 이자 100만원과 월세 100만원을 갚고도 살 수 있었지만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들어오면서 크게 어려워졌다"며 "가게를 정리하면서 권리금을 한푼도 못 건져 수중에는 빚만 남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영업자가 가계대출의 뇌관으로 꼽힌 건 수익을 내는 자영업자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0년 107만1684명이 창업을 하는 동안 86만335명은 사업을 접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영업자 비율이 네 번째로 높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우리나라 음식점 수가 60만개로 적정수준인 40만개를 150%가량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장에 비해 많은 사업자들이 경쟁하다보니 자연히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별다른 경쟁력 없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빚을 내고 사업을 시작한 다음 더 큰 빚을 안고 폐업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계청이 2009년 발표한 `사업별 생명 분석`에 따르면 자영업자 중 절반 이상이 창업 후 3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창업 점포의 1년간 생존율은 70% 수준. 그러나 2년차, 3년차에 들어서면 생존율이 55%, 45%로 급격히 떨어진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구멍가게는 폐업하거나 프랜차이즈 점포로 전환하는 등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막다른 길에 몰리기 일쑤다. 그러나 매출 일부분을 가맹본부와 나눠야 하는 프랜차이즈 점포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서울 휘경동에서 운영하던 음식점을 접고 프랜차이즈 점포로 전환한 전승일 씨(가명ㆍ54). 그는 최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인테리어 교체 요구에 고심하고 있다.
최씨는 "가맹본부가 3년마다 멀쩡한 인테리어를 바꾸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한꺼번에 4000만원을 대출받아야 한다"며 "한 달 순수익은 200만원으로 옛날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는데 이자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비싼 권리금이 자영업자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주요 상권의 권리금은 2억~3억원을 웃돈다. 장사가 될 만한 곳은 비싼 권리금을 물 수밖에 없으니 창업을 하는 순간부터 빚더미에 앉을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의 적자는 바로 연체로 이어진다. 당장의 생활도 힘든 마당에 원금과 이자를 갚을 여력이 없는 것이다. 심지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을 더 내는 자영업자도 부지기수다.
소상공인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소상공인통계집`에 따르면 5인 이하 자영업자 중 지난해 월평균 순이익 100만원 이하는 전체의 57.6%를 차지했다.
적자를 본 자영업자도 26.8%에 이르렀다. 월 매출액은 400만원 이하가 58.3%, 400만원 초과 1000만원 이하가 25.4%로 1000만원 이하 월 매출이 전체의 80%를 넘었다.
임차료와 재료비,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을 감안하고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되는 월 3000만~4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자영업자는 1.3%에 그쳤다.
[기획취재팀=김인수 차장(팀장) / 손일선 기자 / 한우람 기자 / 이상덕 기자 / 석민수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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