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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경기 현장] 경기 바닥 논란…“바닥 쳤다” vs “깊고 긴 불황 온다”

ngo2002 2012. 6. 5. 11:06

[바닥경기 현장] 경기 바닥 논란…“바닥 쳤다” vs “깊고 긴 불황 온다”
기사입력 2012.06.04 09:34:55 | 최종수정 2012.06.04 09:44:48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지난해 말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비관적인 시선이 팽배했다. 수출 둔화, 물가 급등, 가계부채 급등, 금융 불안 등 4대 불안요인 때문에 한국 경제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비관적인 견해가 확산됐다.

올 들어 불안 요인이 다소 진정되면서 한국 경제가 이제 오랜 부진에서 빠져나올 것 같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지난해 4분기나 올 1분기가 경기 바닥일 것이라는 ‘경기 바닥론’이 힘을 얻었다. 가장 큰 이유는 1분기의 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었다. 1분기 전기 대비 GDP 성장률은 0.9%로 1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2011년 1분기 1.3%에서 2분기 0.8%로 내려앉은 뒤 계속 하강곡선을 그렸던 그래프가 비로소 반등곡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채 얼마 되지 않아 ‘경기 바닥론’이 급격하게 힘을 잃고 있다. 유로존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2분기에 한국 경제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심지어 내년부터 ‘깊고도 긴 불황에 빠져들 것’이란 더 심각한 전망까지 나왔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아직 바닥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내외 경제연구소들은 줄줄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리기 시작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낮춘 3.6%로 제시했다. 아시아개발은행은 3.4%로 하향 조정했고, 해외 투자은행들은 3.3%로 더 낮게 본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비슷하다. 지난해 8월과 9월에 각각 4.2%, 4.4%로 예상했던 IMF는 올 4월 3.5%로 하향 조정했다.

이뿐인가. 전망기관들은 하나같이 ‘하방 위험(예상보다 성장률이 더 떨어질 위험)’이 높다고 판단한다.

‘상저하저(上低下低)’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상반기도 경기가 저조하고 하반기도 경기가 저조하다는 의미다. 결국 올 들어 내내 경기가 풀리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다시 풀어보면 올해 내내 경기가 바닥을 길 것이란 뜻도 된다.



상반기도 저조하고 하반기도 저조

일단 올해 내내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란 전제 아래 그렇다면 언제가 바닥인가 하는 질문이 다시 대두된다.

이석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 사이클의 바닥은 3분기 중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물론 이 또한 확실하지 않다. 이재준 KDI 연구위원은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거나 유가 상승 등의 요인이 한국 경제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재정긴축과 부채 조정에 대해 유로 국가들이 원만하게 합의하지 못할 경우 금융 불안이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 성장세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다.

한편 김경원 CJ그룹 경영고문은 최근 발간된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 경제 2013 그 이후’에서 “깊고 긴 불황이 온다”고 단언했다. 김 고문의 주장 근거는 이렇다.

“통화정책에 한계가 있으며 재정 상황도 이미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또 다른 경기불황이 오면 어떻게 될까? 지난 20년간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불황 때마다 전가의 보도로 썼던 저금리와 통화 공급 증대는 돈을 풀어도 물가가 오르지 않으리란 확신이 전제된 때문에 가능했다. 1990년대 초에 세계 경제에 편입된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전 세계 인플레이션을 막아준 덕분이다. 이제 이런 전제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중국인의 임금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으며 중국인들이 오른 임금을 배경으로 소비에 나서면서 농산물과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시작될 조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또 다른 불황이 올 경우 각국은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김 고문은 “지난 15년간의 평균적인 경기 사이클 주기(상승기 31개월, 하강기 18개월)를 적용하면 2013년에 불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그러나 별다른 대응책이 없는 관계로 2013년에 도래할 불황은 ‘깊고도 긴 불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기 바닥 여부와 상관없이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의 두 축인 수출과 민간소비 중 수출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민간소비 부진이 여전해 걱정”이라며 “민간부문 자생력 회복이 바닥을 치고 일어서는 힘이 될 것”이라 부연 설명했다.

[김소연 기자 sky6592@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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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경기 현장] 경기지표 개선 아직 멀어 …소비 둔화에 성장률 하향 조정
기사입력 2012.06.04 09:35:10 | 최종수정 2012.06.04 09:44:34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경기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에 빨간불이켜졌다.

국내 자동차 판매대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 3월 12만1000대에서 4월 11만8000대로 3000대가량 줄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판매대수는 총 45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2% 줄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경차, 소형차 비중은 상승했지만 준중형, 대형차 비중은 하락했다”고 전했다. 통상 경차, 소형차 비중 증가는 경기가 악화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내수 경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소비가 심상치 않다. 통계청의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매 판매액은 전월 대비 2.7% 감소했다. 음·식료품, 차량 연료 등 비내구재(-4.5%)와 의복 등 준내구재(-3.2%)의 판매가 줄어든 까닭이다. 한국은행도 올 1분기 민간소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소비 둔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소비 둔화 폭이 커지자 올해 성장 전망치를 수정했다. 성장률을 종전 3.8%에서 3.6%로 하향 조정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불과 한 달 만에 3.5%에서 3.3%로 0.2%포인트나 내렸다. OECD는 대외 환경이 악화되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고 하지만 국내 가계부채 증가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계부채 부담이 커져 민간소비 둔화가 예상보다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 신용잔액은 912조9000억원으로 이 중 부실 위험이 높은 주택 관련 대출이 392조원에 달한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은 진정되겠으나 체감 물가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소비심리 개선이 미흡하다. 가계부채의 총체적 부실화 가능성은 낮으나 부채 상환 부담의 증대로 인해 소비 여력이 제한된다”고 분석했다.



생산·투자 모두 감소세로 전환

소비 부진에 내수 출하도 감소(3.7%)하면서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8.2%를 기록했다. 2월 가까스로 80%를 넘겼지만 한 달 만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통계청의 3월 산업활동동향을 살펴보면 생산 부문에서의 감소세가 확연하게 나타난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3.1% 감소했다. 1월만 해도 3.2%의 증가세를 보이며 산업 생산이 회복될 기미가 보였지만, 2월(0.6%)에 주춤하더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서비스업과 건설업 등 전체 산업 생산도 1.4% 줄었다.

투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 3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7% 감소했다. 기계류, 운송장비에서 각각 8%, 1.6% 줄어든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평판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등 일반기계류와 함께 전기·전자기기의 감소 폭이 확대됐다. 또 항공기 수입액이 줄어들면서 투자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금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하락세로 전환했다. 3월 경기동행지수는 99.6을 기록해 전월 대비 0.4포인트 떨어졌다. 향후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8로 전월 대비 변함이 없었다. 김정관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3월 주요 지표들만 보면 전망이 밝지 않다.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면서도 “다만 1, 2월 지표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와 계절·일시적 요인 등으로 인해 월별 지표만으로 경기흐름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올 1월부터 3개월 연속 오름세다. 1월 BSI는 78에서 4월에는 84로 전월 대비 3포인트 상승했다. 5월 업황전망BSI는 90으로 4월보다 5포인트 올랐다. 아직 BSI가 100을 넘지는 않고 있지만 이 정도 속도라면 조만간 100을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해당 항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더 많다는 걸 의미한다.

[김헌주 기자 donga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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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경기 현장] 경기침체 직격탄 맞은 중소기업들… 일감 30~40% 줄고 ‘하루살이 신세’
기사입력 2012.06.04 09:35:32 | 최종수정 2012.06.04 09:44:09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경남 창원시 소재 기계부품 가공업체 A사. 지난 5월 23일 찾은 이 업체의 공장 내부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기계 중 절반 이상이 멈춰 있었고, 그나마 옆에 사람이 붙어 있는 기계도 제품 생산 중이 아니라 수리 중인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15명이던 이 회사의 직원 수는 현재 갓 입사한 견습생 2명을 포함해 10명에 불과하다. 견습생을 제외하면 1년 새 직원 수가 반으로 준 셈이다. 이 회사 공장장 이 모 씨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우리 같은 작은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지출을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다”며 “지출 중 인건비 비중이 크다 보니 인원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 들어 심각한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들어 일감이 30% 이상 줄었다”는 게 이 씨 얘기다. 지난해 14억원에 육박했던 A사 매출은 올해는 10억원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A사가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거래업체들의 설비투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산업용 기계 모듈을 제작하거나 부품을 가공해 자동차 부품업체에 납품하는데, 올해 들어 신규 제작 주문이 끊기다시피 했다. 이미 납품한 제품을 수리하거나 망가진 부품을 교환하는 등 유지보수 매출만 발생하고 있다.

공장장 이 씨는 “지난해 월 1억원 이상이던 자동차 부품업체 관련 매출이 올해 들어서는 2000만~3000만원, 많아야 500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며 “공장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보니 대표가 거래업체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수리 용역이라도 더 달라고 사정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거래업체들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여서,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우리 같은 업체에 외주 주던 물량을 거둬들여 자체 해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공이 어려워 클레임 위험이 높은 일감도 닥치는 대로 수주하고 있다”며 “불량 때문에 제품 값을 물어주고 가공비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등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반성장은 남의 나라 얘기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국내 실물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중소기업들이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동안 경기침체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왔던 지역들 역시 업황 악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대표적인 곳이 창원산단이다. 창원산단은 자동차 부품, 기계, 플랜트 등 상대적으로 업황 호조를 보이고 있는 업종에 속하는 업체들이 많아 최근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울산공단과 더불어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산업단지공단 통계에 따르면 창원산단은 올 2월 인천 남동공단 생산이 28% 감소하고 구미공단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하는 등 타 지역 산업단지 업황이 악화되는 와중에도 생산이 20.1%, 수출이 20.5% 증가하는 등 호조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다. 휴대폰, 가전 부품업체 등 전자 분야 중소기업들과 규모가 작은 2차, 3차 납품업체들의 어려움이 특히 크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용 부품 생산업체 B사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평소 20억원 안팎이던 연매출이 지난해 1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에는 이마저도 힘들 전망이다.

B사 대표 김 모 씨는 현상 유지에 급급한 회사 상황을 ‘하루살이’에 비유한다. 스마트폰이 대세로 자리 잡은 최근 2~3년 새 인근 휴대폰 부품업체 2곳 중 1곳은 문을 닫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김 대표는 “연매출이 600억원에 달하던 모 업체의 경우 3~4년 사이에 50억원 안팎으로 쪼그라들어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며 “휴대폰 케이스를 만들던 한 사출업체의 경우 일감이 없어 주말마다 공장에 있던 기계를 뜯어내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업체는 많은데 일감은 정해져 있다 보니 업체들 간에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수주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납품단가도 꾸준히 내려, 5년 전에 개당 25원 하던 부품을 지금은 개당 5원 미만에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부품을 조달하던 노키아가 비용 절감을 위해 부품 조달선을 중국으로 옮기면서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납품단가 인하 압력, 대금결제 지연 등 여전한 불공정거래 관행도 중소기업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3차 협력업체 C사는 ‘지난해 물량을 유지해 주는 대신 전년 매출의 5%만큼을 구매 대금에서 깎겠다’는 거래업체 제안을 거부했다 납품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 업체 대표는 “재료비, 인건비가 모두 올랐고 별도의 시설투자도 필요한데 이익의 5%도 아니고 매출의 5%를 깎아달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며 “그랬더니 ‘너희 말고도 할 곳은 많다’는 대답이 돌아오더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같은 재하청업체들에는 딴 세상 얘기일 뿐”이라며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수준에서 납품가격을 깎지 않기로 1차 협력업체들과 협상을 마무리했다는데, 1차 협력업체들의 2차, 3차 협력업체들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는 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토로했다.

플라스틱 가공업체 D사 이 모 씨는 “지난해 대비 30%가량 매출 증가를 기대했는데 오히려 매출이 10~20% 줄었다”며 “기술개발을 위해 R&D센터를 만들 계획이었으나 보류 중”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매출 감소도 매출 감소지만 대금 결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고통스럽다고 했다. 6000만원 대금을 받는 데 8개월이나 걸린 경우도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이 씨는 “지난해 11월 납품한 제품에 대해 아직도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실제로 돈이 필요할 때 대금을 받지 못하니 당장 급한 돈을 다른 데서 빌려다 쓰고, 대금을 받아 빚을 메꾸고, 그 와중에 불필요한 금융비용을 부담하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황 BSI, 대기업 98 중소기업 86

이 씨는 “전자부품의 경우 분기마다 납품단가를 깎는다”며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서인지 대놓고 단가를 깎자는 얘기는 없지만 단가를 깎아주지 않으면 ‘제품에 하자가 있다’는 식으로 계속 시비를 걸고 최종 납품 승인도 내주지 않기 때문에 납품업체가 먼저 ‘얼마 깎아드리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2차 이하 협력업체들에는 경기 걱정을 하는 것 자체가 호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약간 과장하자면 경기가 좋아지느냐 안 좋아지고 있느냐 여부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며 “그것보다는 대기업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인한 중소기업 체감경기 악화는 각종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지방 소재 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지방기업의 경영여건과 애로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4월까지 매출과 영업이익 등의 목표실적 달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58.7%의 기업이 ‘달성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대기업의 48.4%가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거둔 반면 중소기업은 62.4%가 목표 달성을 못 한 것으로 조사되는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온도차가 확연했다.

지방 기업들 체감경기도 좋지 못했다. 최근 경기 상황에 대해 응답기업의 69%가 ‘경기 회복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53%의 기업이 내년 이후에나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체 138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5월 중소기업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는 93.8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SBH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달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 업체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SBHI 지수가 하락했다는 것은 경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자동차 분야 수출 호조와 건설경기 개선에도 불구하고 유통업 매출 하락과 IT 수출 감소세,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가 경기 전망을 악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역시 마찬가지 추세를 보여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조업의 5월 업황 BSI는 90으로, 향후 경기가 나빠질 것이란 응답이 우세했다. 특히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의 업황 전망이 나빴다. 대기업 업황 BSI가 98인 반면 중소기업은 86으로 나타났으며 수출기업은 94, 내수기업은 87을 기록했다.

[노현 매일경제 중소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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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경기 현장] 명품 백화점은 옛말…판매 부진에 땡처리 매달리는 신세
기사입력 2012.06.04 09:35:43 | 최종수정 2012.06.04 09:43:55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명동 모 백화점의 텅 빈 매장 모습.
국내 백화점 매출 1위인 롯데백화점 본점 9층 행사장에서는 최근 연일 ‘땡처리’ 수준의 할인행사가 이어진다. 지난 4월 중순부터 이곳에서 땡처리 된 물품이 무려 200억원어치에 이른다. 4월에는 구매액의 7%를 상품권으로 증정하는 행사를 전점에서 실시했다. 전점에서 동시에 7% 상품권 행사를 실시한 것은 2006년 이후 무려 6년 만이다.

롯데백화점은 또 최근 이벤트용 전단지를 원색으로 제작했다. 일반적으로 백화점 전단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원색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원색이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고급스러운 맛은 나지 않는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백화점 매출 정체가 계속되면서 백화점이 파격적인 시도를 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지난 5월 19일 토요일 롯데백화점 강남점 직원들은 음료수가 담긴 카트를 끌고 매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더운 날씨에 좀 더 시원하게 쇼핑하시라고 음료수를 준비했다”고 했다. 워낙 백화점을 찾는 고객이 적다 보니 찾아준 고객에게라도 잘해보자는 취지다. 이날 여성의류를 구경하다 음료수 서비스를 받은 A씨는 “미안하고 고마워서 뭐라도 하나 사야겠다”고 전했다. “체감경기는 금융위기 때보다 더 좋지 않습니다. 백화점 손님이 줄어서 신규 카드를 발급받는 분들도 덩달아 줄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내부 삼성카드에서 근무하는 카드 모집인 B씨의 귀띔이다. B씨는 통상 백화점이 세일을 하는 기간에는 손님이 눈에 확 띌 정도로 백화점이 번잡해지는데, 이번 봄 세일 기간에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정기세일 기간에 별 재미를 못 보다 보니 백화점들은 세일 횟수를 늘렸다. 고객 입장에선 매일매일이 세일 기간 같다. 정기세일이 끝난 지 한참 지난 5월 하순 현재도 5% 상품권 행사는 계속되고 있다.

봄 정기세일에도 매출 기대 이하

그럼에도 썰렁함은 가시지 않는다.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신세계 본점도 평일 오전이면 6층 남성캐주얼 매장과 8층 스포츠·아웃도어 매장은 거의 텅 비어 있을 정도다. 직원이 손님보다 많을 때가 태반이다. 1층 명품잡화 매장과 2층 여성정장 매장, 4층 여성캐주얼 매장에는 무리 지어 다니는 중년 여성 고객이 종종 눈에 띈다. 그러나 이들도 지갑을 여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이 매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백화점은 소매유통업에서 체감경기를 진단할 수 있는 주요 지표다. 기획재정부는 “자체 모니터링한 결과 4월 백화점 매출액이 전년 대비 3.8%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1분기보다 더 안 좋아진 수치다. 올 1분기 백화점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1~3%(기존점 기준)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괜찮은 수치는 아니지만, 어쨌든 플러스였다. 그에 비해 4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다 유럽 경제가 다시 악화되면서 불거진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겹치면서 백화점 업계의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이상구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물가가 상승하고 가계비용이 증가해 가계부채가 커지면서 중산층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 백화점 매출에서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나마 백화점 매출액을 지탱해주는 것은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는 다양한 이벤트다. 그러나 이벤트 구매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최근 30여개 명품 브랜드를 최고 80% 할인한 가격에 선보이는, 총 100억원 규모의 해외 명품 대전을 진행했다. 현대백화점 이벤트홀에서 근무하는 직원 C씨는 “예전엔 이런 행사를 하면 아침부터 몰려와서 양손에 다 들고 갈 수 없을 정도로 사가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엔 미끼 상품 수준의 싼 물건이 아니면 구매를 꺼리는 모습이 확연했다.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상당히 위축됐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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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경기 현장] 손님 찾아보기 힘든 재래시장 …경동시장 점포 3분의 1 비었다
기사입력 2012.06.04 09:35:58 | 최종수정 2012.06.04 09:43:42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평일 오후의 썰렁한 경동시장 전경.
지난 5월 23일 오후 4시. 제기동역 2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알싸한 한약재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양편으로 한약방이 죽 늘어선 대로는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지만, 정작 약재 상가에 들어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골목으로 들어서자 갑작스레 풍경이 싹 달라진다. ‘OO물산’이라는 간판을 내건 가게들, 뻥튀기나 두부, 반찬 등을 파는 가게들이 한약상점 사이에 군데군데 섞여 있었다. 경동시장이 한창 잘나갈 땐 상상도 할 수 없던 풍경이다. 아예 문을 닫은 가게도 열 집 중 하나꼴로 눈에 띈다.

인삼을 파는 손승식 씨는 “경기가 나쁘면 건강식품 판매는 바로 급감한다.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개시도 못 하는 날이 부지기수다. 우리 가게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이 다 그렇다. 단골도 옛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재래시장도 변화해야 한다고 해서 이젠 카드도 받고 재래시장 전용 상품권도 받지만 손님들 자체가 오지 않으니 아무리 정부에서 각종 지원을 한다고 해도 매출이 느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경동시장에서 김, 멸치 등 건어물을 29년째 도매로 팔고 있다는 이미영 씨는 “2월부터 매출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고 하소연한다. 이 씨는 “도미노다. 한약상점이 잘 안되니까 주변 식당이 잘 안되고, 식당이 안되니까 우리 같은 건어물점도 잘 안된다. 단골로 거래하던 이들의 발길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나마 오는 이들도 구입하던 물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며 한숨을 쉬었다.

직물, 한복, 침구, 수예용품, 폐백, 제수용품 등을 취급하는 종합시장인 광장시장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107년 역사를 자랑하는 광장시장은 한때 맞춤 한복과 직물원단 수요가 많아 발 디딜 틈이 없었던 곳. 지금은 먹거리, 구제의류 잡화 정도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광장시장에서 주력으로 취급하던 직물원단과 한복은 판매 감소가 심각하다. 조병옥 광장시장상인총연합회 사무국장은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직물원단은 물론 의류 부자재 시장까지 축소됐다. 한복은 특히 경기에 민감하다. 경기가 안 좋으면 혼수용품 장만, 회갑·칠순 잔치나 명절 때 한복을 입는 것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당연히 광장시장은 직격탄을 맞는다”며 안타까워했다.

광장시장에서 수십 년째 전통혼례용품과 민예품을 팔고 있는 비단금장. 요즘 하루에 비단금장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은 6~7명 정도에 불과하다. 김대승 비단금장 대표는 “장사가 요즘처럼 안 되는 적이 없었다. 매장에 방문하는 손님 수도 들쑥날쑥해 장사가 안 되는 날은 3~4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가끔 손님이 찾아와도 가격을 크게 깎아주지 않으면 발길을 돌려버린다. 김대승 대표는 “어쩌다 가격을 물어보는 손님이 있으면 손님을 안 뺏기려고 울며 겨자 먹기로 대형매장보다 10% 정도 저렴하게 부른다. 마진은 거의 생각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당장 장사할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일단 팔고 본다는 설명이다.

평일 오후 2시의 중부시장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시장 한복판에 서 있어도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1분에 한 명꼴에 불과하다.

중부시장에서 23년째 김과 멸치를 팔고 있는 한복순 씨는 “올 들어 사람들이 통 나오질 않는다. 예전엔 새벽 3~4시부터 개시를 해서 9시까지 아침도 못 먹고 일할 정도였는데 이젠 7시면 칼같이 밥을 챙겨 먹는다.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옆에서 북어포를 파는 김형석 씨도 “예전엔 2m 폭의 이 골목이 사람들로 막혀서 걸어다니기 힘들었는데 이젠 대로변처럼 휑하게 느껴진다”며 고개를 저었다.

매출 감소는 고스란히 세수에 반영이 된다. 상인들에게 세금을 대신 걷어 납부하는 중부시장 상인연합회 납세조합의 김상만 사무장은 “세금을 한 푼도 못 내는 이들이 40%다. 400명 조합원들이 한 달에 600만원 세금을 낸다. 1인당 1만5000원씩 내는 꼴”이라며 “한때 800만원까지 걷히던 세금이 25% 줄어들었다. 요즘은 카드결제를 해서 세원이 더 투명해졌는데도 내는 세금이 더 줄었다는 건 사실상 소득이 25% 넘게 줄어든 셈”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권리금은 남의 나라 얘기다. 경동시장 상인 박현상 씨는 “예전에는 약초 골목에서 가게를 내기 위해서는 최소 2000만~3000만원 정도 권리금을 내야 했다. 하지만 요즘은 차로 바로 옆 큰길가가 아니면 권리금의 ‘권’ 자도 못 꺼내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상인들은 권리금 내고 들어왔는데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당장 나가도 돈이 부족해 권리금을 줄 수 없다고 상가 주인들이 버티고 있다. 그게 억울해서 못 나가고 있는 상인들이 부지기수다. 여기 남아 있는 재래시장 상인들이 장사가 잘돼서 남아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동시장 신관 1층은 점포 수가 총 80여개지만 영업을 하는 곳은 70여개에 불과하다. 2층은 더 심각하다. 총 65개의 점포 중 33개 점포만 문을 열었다. 나천수 경동시장 발전위원회 사무국장은 “1층도 실제 점포 주인은 31명뿐이다. 외부에서 상인이 안 들어오니까 기존 상인들이 옆의 점포를 2개, 3개씩 쓰고 있어 장사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래시장 상인들의 대부분은 맞벌이를 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간다. 손승식 씨는 “부부가 같이 주업으로 약재를 팔던 사람들은 대부분 불황을 못 버티고 다 나갔다. 지금 시장에 남아 있는 상인들은 남편이나 부인이 택시, 경비를 하거나 야쿠르트를 배달해서 버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나가면 권리금 못 받아 장사한다”

손님의 발길이 보이지 않는 제기동 약재시장.
그래도 죽을 수는 없는 노릇. 원래 주력으로 하던 업종에서 벗어나 당장 입에 풀칠할 수 있는 업종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한복보다는 구제의류가 그나마 잘 팔리는 분위기라 전통 의류업체는 구제의류로 업종을 바꾸는 추세다. 광장시장 안의 구제상가는 50년 이상 된 오상상가 2, 3층의 구상가, 최근 들어 리모델링한 신상가로 구분된다. 이 두 공간은 연결돼 있는데, 이곳을 찾는 국내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근 몇 년 새 점포 수가 증가하고 있다.

김사직 대한직물번영회장은 “재래시장에서 수십 년간 장사를 하던 한복집도 경기 불황의 여파를 버티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새 한복집 수는 20~30% 이상 감소했다. 반면 한복집을 운영하다가 마약김밥 등 먹거리로 업종을 변경하거나 직물원단을 취급하는 가계가 구제의류, 잡화를 판매하는 쪽으로 업종을 바꾸는 등 사례가 많다”며 “결국은 경기 불황이 시장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광장시장은 얼마 전 각 대학 의상학과 수십 군데에 홍보 팸플릿을 보냈다. 의류에 사용할 수 있는 부자재가 광장시장에 많이 있고, 가격 역시 백화점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가판대에 가격표를 붙여 정가제를 실시하고,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3가지로 가격을 표시하기도 한다. 조병옥 광장시장총연합회 사무국장은 “자구책 차원에서 광장 재래시장 내 전 상가에 정가제 실시를 요청했다. 자체 규정도 엄격하게 적용해 정가제 규정을 어길 경우 한 번 적발 시 3일간 영업정지, 두 번 이상 적발 시 7일간 영업정지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언제 좋은 날이 올지는 모른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해가 환한 오후 6시에 셔터를 내린다. 한약 제조기 판매상 김재현 씨는 “재래시장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지만 경기 불황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것 같다. 예전에는 저녁 9시 반까지도 불빛이 환했는데 요즘은 손님이 없어 6시만 넘으면 파장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문희철·노승욱·임혜린 기자 / 사진 : 박정희 류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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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경기 현장] 경기침체 현장을 가다 … 어디쯤이 바닥인지 모르겠다
기사입력 2012.06.04 09:36:10 | 최종수정 2012.06.04 09:43:22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유로존 위기가 다시 부각되면서 한국 경제도 또 한 번 추락 중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8%에서 3.6%로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시아개발은행(ADB), 국내 연구소와 해외 투자은행도 전망치 하향 수정 대열에 줄줄이 들어섰다. 유럽 경제가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3% 이내 성장도 각오해야 한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지난 1분기 이후 ‘경기가 바닥을 쳤다’던 경기 바닥론 목소리도 쏙 들어갔다. 사실 체감경기는 언제부터 바닥이었는지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거시 지표가 좋지 않으면서 체감경기가 더욱 쌀쌀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위기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조차 나온다.

매경이코노미가 싸늘한 경기 현장을 직접 살펴보고 경기 바닥 논란에 대해서도 짚어봤다.

[특별취재팀 : 김소연(팀장)·문희철·김헌주·노승욱·임혜린 기자 / 사진 : 박정희·류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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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경기 현장] 부동산 시장 빙하기 ‘꽁꽁’ … 서울 중개업소 1년 새 500곳 문 닫아
기사입력 2012.06.04 09:35:21 | 최종수정 2012.06.04 09:44:25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발길이 뚝 끊겼어요. 찾는 사람이 없으니 하나둘씩 문을 닫는 중개업소들이 생겨나요. 최근에만 4군데가 폐업했죠. 앞으로 문 닫는 중개업소가 여럿 나올 거예요.” (서울 송파구 잠실동 J부동산 대표)

“주변 중개업소는 아예 저희 부동산에 가게를 내놨어요. 권리금이라도 받고 싶다며 아는 사람 있으면 소개를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서울 강남구 개포동 B부동산 대표)

부동산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문을 닫는 중개업소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서울에서만 총 400~500개의 중개업소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내에서도 강남구에 위치한 중개업소가 집중적으로 폐업했다. 지난 4월 강남에서는 37곳의 중개업소가 문을 닫았고, 3곳이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공식적으로 폐업이나 휴업을 하지 않더라도 ‘개점 휴업’인 중개업소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 중개업소 관계자는 “거래가 줄다 보니 중개수수료만으로는 생활이 여의치 않아 투잡(two-job)을 하는 사람이 많다. 소속 직원을 줄이거나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게 이유다. 지난 1~4월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총 1만2658건으로 2008년 3만1380건에 비해 약 2만건 정도가 줄었다. 최근 4년 이래 가장 적은 거래량이다.

특히 이사철 시즌인 4월 거래건수가 급감했다. 지난해 4월 5101건에 비해 1300여건이 감소한 3802건에 그쳤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특단의 대책(5·10 대책)도 역부족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와 취득세 감면 등 시장에서 기대했던 부분들이 대책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4월 총선 이후 한 달간 7000만~8000만원가량 오르면서 6억9500만원까지 치솟았던 개포주공 1단지 전용 42㎡는 대책이 나오고 나서 6억8000만원 선으로 밀렸다.

김은선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대책이 나오기 전에는 기대감 때문에 집값이 오르고 거래도 되는 듯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 거래 자체가 실종됐다. 매물이 늘어나면서 올랐던 가격도 떨어지는 추세다”라고 전했다.

미분양 문제도 골칫거리다. 서울 왕십리뉴타운 2구역 텐즈힐, 가재울뉴타운 래미안 e편한세상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미분양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왕십리 2구역 텐즈힐은 지난 4월 말 현재 미분양 가구 수가 180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10월 입주를 앞둔 가재울 래미안 e편한세상도 50가구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재울뉴타운의 분양 관계자는 “잔금을 유예하는 등 입주조건을 변경하면서 실입주금을 1억원대 초반으로 낮췄다. 이로 인해 미분양 100가구 중 절반 정도는 해소됐다”고 했다.

서울 한복판도 미분양에 골머리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건 서울만이 아니다. 찬바람이 부는 건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김포 한강신도시를 찾은 5월 22일. 이날은 마침 서울역까지 오가는 수도권 광역급행M버스(M6117)가 운행을 시작한 날이다. 1시간 안에 서울 도심까지 접근할 수 있을 만큼 교통 접근성이 좋아졌지만,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이마저도 호재로 작용할지 의문이라고 전한다.

김포 한강신도시의 올해 입주 물량은 1만1388호로 본격적인 입주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파트 가격은 아직 분양가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분양가 대비 평균 -10% 정도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

“지난 3월 김포도시철도 기본계획 변경안이 통과됐어요. 숙원사업이던 경전철이 들어서기로 했으니 미분양이 금방이라도 해소될 걸로 봤는데 그렇지 않네요. 최근 급매물이 나오면서 일부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요지부동이죠. 최근 5·10 대책 이후 더 조용해졌어요.” (김포시 장기지구 S부동산 대표)

[김헌주 기자 donga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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