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ㆍ건설 살리자 ◆
#1.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 평창올림픽 경기장, 4대강 마무리 공사 등 전국의 굵직한 공사현장이 올스톱될 수도 있다. 건설장비 임대료나 근로자들의 임금체불이 반복되다 보니 `밥벌이`조차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임대료 체불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만 지난 2년간 1100건에 달한다. 액수만 200억원에 가깝다.
#2. 국내 가구산업의 터줏대감인 보루네오는 2007년 1912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이 지난해 1530억원으로 20%가량 줄었다. 이익률도 계속 감소해 2011년 5억7600만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1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악전고투 중이다. 가구회사들이 매트리스, 몰딩 산업에까지 진출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매출은 늘었지만 정작 이익률은 뚝 떨어졌다.
주택ㆍ건설경기 침체의 여파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일감이 없어 `돈 버는 날`보다 `노는 날`이 더 많아진 것은 일부 건설사만의 고충이 아니다. 민간 개발사업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고 정부나 공공기관의 발주 공사도 눈에 띄게 줄었다.
대형사의 `위기감`은 전문건설업계로, 다시 설비나 기계업체에 `좌절감`으로 전이되고 있다. 불황의 하방압력이 거세지면 원도급업체에서 하도급업체로 내려갈수록 그 하중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마련이다.
유관산업에까지 불똥이 튀면서 한계상황에 다다른 업체들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속출하고 있다. 건설산업의 `피라미드`가 밑에서부터 붕괴하고 있는 것이다.
강팔문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은 "건설경기 침체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용근로자들 일감이 떨어져 상당수가 생활고를 걱정해야 할 처지로 전락했다"고 토로했다.
◆ 붕괴 직전 주택ㆍ건설업계
전문건설공제조합에 따르면 2004년 39.1%였던 중소건설사의 수주비율은 2010년 30.5%로 내려앉았다. 전문건설업체 평균 영업이익률도 -6%로 곤두박질쳤다. 결과는 대규모 부도로 나타났다. 작년 한 해 3637개 전문건설업체가 업계에서 사라졌다. 전체 조합원의 약 8% 수준이다.
이종상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은 "종합건설사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공사를 시행하는 전문건설업계는 경기침체에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까지 감내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방의 설비업체 A사 대표는 "마누라 재산까지 다 팔았는데도 부도날 지경"이라며 하소연했다. 일감이 떨어져 허덕이는 것도 모자라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 수주한 공사도 공사비를 떼이기 일쑤다.
대형 종합건설사도 어렵다 보니 공사비에도 못 미치는 예산으로 낙찰자가 선정될 때까지 계속 입찰에 부치는 일이 일상화됐다.
역마진에라도 공사를 수주해왔지만 어음 결제를 차일피일 미루던 하도급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불똥이 설비업체인 A사에까지 튄 것이다.
정해돈 대한설비건설협회 회장은 "경기가 위축돼 대형사가 어려워지니 리스크가 소형업체들에까지 전가되고 있다"며 "전문건설업체들이 아사 직전"이라고 말했다.
김명국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은 "미분양 주택의 증가로 공사대금 수령이 늦어지면서 대부분이 하도급 업체인 조합원들의 부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건설 중장비 20만대 중 현재 절반인 10만대가 시동을 끈 채 놀고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SOC예산은 점점 줄어 일감이 없다. 그나마 일감이 생겨도 장비 임대료는 체불되기 일쑤다. 정순귀 대한건설기계협회 회장은 "하도급업체들이 임대료를 체불하거나 부도를 내고 잠적해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지적했다.
◆ 유관산업도 아사 직전
주택ㆍ건설업계의 불황에 유관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각종 건물 및 시설에 대한 유지관리 업무를 맡는 시설물 유지관리 업계도 기나긴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시설물유지관리업체 수는 총 4249개, 총실적은 3조2000억원이었다. 2010년 말보다 총실적 규모는 1000억원 늘었지만 회사당 평균 실적금액은 되레 평균 1000만원씩 줄어들었다.
박순만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장은 "직접적인 사회복지에 대한 정부예산은 증가한 반면 공공공사 예산은 상대적으로 축소돼 많은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한때 전국을 무대로 부동산 개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던 민간 개발업체들은 이제 명맥을 유지하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정춘보 부동산개발협회장은 "정부가 개발업체들에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줘 건전한 사업만큼은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개발협회에 따르면 전국에 개발업으로 등록된 회사는 2000개에 달하지만 실제로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곳이 100개도 안 된다.
김민수 자산관리사협회장은 "부동산 중개사무소 중에는 거래가 없어 분식집이나 커피점으로 아예 업종을 전환한 곳이 늘어난다는 소식까지 들린다"고 우려했다.
[임성현 기자 / 우제윤 기자 / 백상경 기자 /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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