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일반적상식

알쏭달쏭 과학세상 ⑤ 뇌는 어떻게 기억을 업데이트하나

ngo2002 2012. 4. 27. 16:50

뇌는 어떻게 기억을 업데이트하나
기사입력 2011.10.26 17:09:55 | 최종수정 2011.10.26 20:32:52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 알쏭달쏭 과학세상 ⑤ ◆

우리가 만약 이사를 갔다면 뇌가 옛 정보 대신 새 정보로 바꿔주어야 새 집을 찾아갈 수 있다. 과음 등으로 판단력이 흐려지면 뇌가 바뀐 정보를 떠올리지 못해 이전 집을 찾아가는 일도 생긴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과거 경험에서 얻은 기억을 새 정보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것은 인지기능의 유연성 덕이다.

주변 환경 변화에 따른 현재 정보들을 적극 이용해(정보 갱신) 개체 생존에 더 유리한 새로운 학습과 기억,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인지기능의 유연성이 없다면 우리는 새 집을 찾지 못하거나 새 건물이 들어서 거리 풍경이 바뀌면 다른 장소로 인지하게 될 것이다.

기억의 유연성은 뇌 신경세포 신호전달 시스템과 관계가 있다. 새로운 정보를 기억할 때 뇌 신경세포 접합부(시냅스)는 신경전달물질을 활발히 전달한다. 신호가 많이 전달되는 이 과정을 `시냅스 강화`라고 부른다.

두뇌활동을 활발히 하면 시냅스 강화가 왕성해진다. 머리가 잘 돌아간다는 비유는 마치 회로와 같은 뇌세포 활동 방식을 볼 때 매우 잘 들어맞는 설명이다. 뇌의 시냅스가 신경전달물질을 빠르게 막힘없이 전달해야 두뇌가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술이 덜 깼을 때 말이 어눌해지는 것은 시냅스가 일부 끊어지거나 막혀 우회 경로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시냅스 강화만 있다면 우리는 기억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없다. 정보를 대체하려면 기존 정보를 약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시냅스 저하`라 부른다. 시냅스 강화와 저하를 반복하며 뇌는 기억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셈이다. 끔찍한 사고를 겪은 뒤 충격이 지워지지 않는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PTSD)도 시냅스 저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강봉균 서울대 교수팀은 최근 `PI3K감마`라는 인산화 효소가 기존 정보를 약화시키는 시냅스 저하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 효소가 없으면 뇌는 옛 정보를 새로운 정보로 대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강 교수팀은 일화와 의미를 기억하는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해마(대뇌 양쪽 측두엽에 위치)에서 PI3K감마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이 효소를 제거하거나 PI3K감마 억제제를 사용한 생쥐는 기억과 학습능력, 판단력이 떨어졌다.

강 교수는 "물에 띄워 놓은 나무조각(생쥐가 물에서 쉴 수 있는 플랫폼) 위치를 바꾸면 효소를 없앤 생쥐는 그렇지 않은 생쥐보다 이전 위치를 찾아가려는 경향이 많다"며 "새 정보를 얻어 학습한 뒤 이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시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