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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남도에서 쌀농사를 하는 H씨(77)는 최근 수년 동안 매년 강한 태풍으로 농경지가 물에 잠겨 걱정이었다. 생산량이 줄어든 통에 농사만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하기도 쉽지 않아 매년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아 생활비에 보탰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더 이상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지 않는다. 지난해 농지연금에 가입한 덕분이다. H씨는 농지연금으로 매달 76만원을 받아 생활비에 충당한다. H씨는 “명절 때 자식들이 용돈을 쥐어줘도 딱히 필요하지 않아 그대로 예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밭 등 농지를 담보로 생활자금을 받는 농지연금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다. 시행 1년 만에 가입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년 동안 1007명이 농지연금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농지연금은 앞으로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해 11월 농지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의 77%가 농지연금 가입에 대해 ‘만족한다’고 했다. 설문조사 결과 농지연금 가입자들의 만족 이유는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서(36%)’, 또는 ‘노후생활이 여유로워져서(31%)’였다. 농지연금은 농지를 담보로 잡고, 매월 연금 형식으로 생활자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부부 모두 65세 이상이고 3만㎡ 이하 농지를 보유하고 있으면 농지연금 가입 대상이 된다. 다만 귀농을 한 사람들의 경우 ‘영농 경력 5년 이상’의 조건을 추가로 충족해야 농지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담보로 제공할 농지는 농지연금 신청 당시 논, 밭, 과수원 등 실제 영농에 이용 중인 농지만 가능하다. 압류, 가압류, 가처분 상태거나 저당권 등이 설정된 농지는 농지연금 대상 농지에서 제외된다. 가입자 월평균 97만원 받아 농지연금은 종신형과 기간형 등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종신형은 농지연금 가입자 본인이나 배우자가 65세부터 사망할 때까지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기간형은 가입자가 선택한 일정 기간 동안 매월 돈을 받는다. 홍수민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사업팀 계장은 “매월 지급받는 월지급금은 아무래도 종신형보다 기간형이 많을 수밖에 없다. 또 가입자 연령이 높을수록, 담보 농지 평가 가격이 클수록 월지급금을 많이 받는다. 기간형 중에서는 지급 기간이 짧은 유형을 선택할수록 월지급금이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현재 농지연금 가입자는 종신형이 380명으로 가장 많고, 10년형 348명, 5년형 194명, 15년형 85명 순이다. 70세로 공시지가 1억원 상당의 농지를 가진 사람이 농지연금에 가입할 경우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종신형이면 매월 38만8000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5년형과 10년형에 가입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연금은 각각 122만원과 68만3000원이 된다. 15년형에 가입하면 매월 50만7000원을 받는다. 지난해 농지연금 가입자들이 연금으로 지급받은 실제 금액은 월평균 97만원이었다. 농지연금 종신형에 가입하면 농지연금을 받던 가입자가 사망하더라도 배우자가 승계할 수 있다. 담보가 있는 연금인 만큼 사망한 배우자가 받던 금액을 100% 남은 배우자가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다. 농지연금은 또 연금을 받으면서 담보로 잡힌 농지를 직접 경작하거나 임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기존에 농지를 경작 또는 임대하며 얻던 소득을 그대로 얻으면서도, 월 수십만원 이상의 연금이 추가로 들어오는 만큼 훨씬 안정적인 노후를 즐길 수 있다. 정부가 운용하는 연금인 만큼 안정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농지연금은 정부가 정부 예산으로 직접 운용한다. 경기가 나빠진다고 연금을 못 받거나 덜 받게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개인연금·즉시연금보다 이득 비슷한 유형의 금융 상품과 비교해도 농지연금은 비교 우위에 있다. 일단 공시지가 1억원 상당의 농지를 가진 사람이 종신형 농지연금에 가입하면, 매월 38만8000원을 지급받는다. 이 사람이 13년 동안 받을 수 있는 금액은 6059만9000 원. 여기에 가입자 사망 후 배우자에게 수급권이 이전되기 때문에 배우자는 4658만4000원을 더 받을 수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완전생명표에 따르면 남성이 83세일 때 배우자 여성의 평균 연령은 79세이며, 79세 여성의 기대여명이 10년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받을 수 있는 총금액은 1억718만3000원이다. 더불어 농지연금은 농지를 팔지 않고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5000m²의 농지에서 벼농사를 지을 경우 월평균 기대소득은 22만9000원, 임대할 경우 월평균 기대소득은 8만8000원이다. 이를 23년 동안 받는다면 자경은 6320만4000원, 임대는 2428만8000원의 추가 소득을 별도로 거둘 수 있다. 그렇다면 개인연금은 어떨까. 공시지가 1억원 정도의 농지를 가진 70세 남성이 1억원을 종신보장형, 10년 보증 개인연금 상품에 일시납으로 가입한다고 가정하자. 지난해 연말 NH농협의 상품몰 공시이율 4.4%를 기준으로 매월 약 63만3000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기대여명에 따라 가입자가 83세까지 생존한다고 가정하면, 이 가입자가 13년 동안 받을 수 있는 연금의 총액은 9887만9000원이다. 농지 임대나 자경 소득을 제외하고도 농지연금 가입자가 개인연금 가입자보다 830만4000원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은행 예치 이자수익과 비교해도 농지연금이 비교 우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평균 장기수신금리는 4.39%다. 여기서 이자소득세 15.4%가 빠진다. 이를 감안하면 1억원을 시중은행에 예치할 경우 월평균 30만9000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23년 동안 이자를 받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이자 총액은 8542만원. 역시 위에서 계산한 1억원 농지를 가진 70세 남성이 농지연금에 가입하고 자경을 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예상금액인 1억7038만7000원보다 크게 적다. 참고로 농지연금은 대출 개념이기 때문에 이자소득세가 붙지 않는다. 즉시연금과 비교해도 농지연금이 유리하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꺼번에 맡긴 뒤 가입 다음 달부터 사망할 때까지 매달 일정한 금액을 연금 형태로 받는 상품이다. 따라서 원금에 붙는 이자가 중요한데, 보험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형 보험사들의 즉시연금 공시 이율은 평균 4.5~4.8%가량으로 은행 예치 이자수익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이렇게 농지연금이 다른 상품보다 가입자에게 유리한 이유는 농지연금제도가 농촌 사회 안전망의 일환으로 도입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가인구 고령화율은 34.2%로, 전체 인구 고령화율 10.6%보다 3배 이상 높다. 고령화로 농촌 생산력이 감소하고 농가 호당 평균 영농 규모도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고령 농업인의 안정적인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농지연금제도를 도입했다. 박운근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사업팀 차장은 “농지연금제도를 도입할 때부터 연구용역을 통해 농지만 있으면 특별한 소득원이 없더라도 농지를 활용해 생활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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