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02년 우리나라 평균 건강수명은 67.8세(남자 64.8세, 여자 70.8세)로 동일 시기 평균 수명 77.0세와의 간격이 무려 10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인생 마지막 10년간은 신체 기능 저하로 타인의 수발을 받아야 하는 `의존생활`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과 건강수명 간 간극은 6~8년 정도를 보이고 있는 일본이나 독일, 스페인, 미국 등 선진 고령국의 평균 수명과 건강 수명 간 간격에 비해 월등히 높다.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닌 건강수명의 연장 즉, 질병회피(disease-free), 장애예방(disability-free) 등으로 확대한 개념의 건강한 노후 대비가 필요하다. 고령화에 따라 고혈압, 만성폐쇄성폐질환, 구강질환, 빈혈, 안질환, 난청, 골다공증, 골관절염, 당뇨병, 뇌졸중 등 노인성 만성퇴행성 질환들이 급증한다. 노년기에는 이 같은 노인성 질병의 조기진단뿐 아니라 이미 발생한 기존의 만성질환으로부터 생활의존성을 유발하게 되는 기능장애의 발생 위험성을 조기에 확인한 후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는 이를 위해 반드시 지역사회 거주지에서 적극적으로 예방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미국 워싱턴주의 경우 1997년부터 지역사회 노인보건사업 중 하나로 건강 증진 프로그램인 `Enhance Wellness`를 시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따라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만성질환을 지닌 노인들을 대상으로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멘토들이 노인의 개별적 건강 상태에 맞춰 건강 목표를 세우고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인들의 향정신성 약물복용 수치는 35%가량 감소했고, 재원일수도 72% 줄어 1인당 연간 1200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뉴질랜드 역시 2009년부터 노인들의 낙상 예방을 목표로 하는 `Otago Exercise Program` 시행으로 초고령 노인들의 하지 근력을 강화하고 균형 유지 운동과 걷기 운동을 주 3회 이상 실시했다. 또한 훈련된 간호사나 물리치료사가 재가 방문이나 전화상담으로 꾸준한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실행한 결과, 노인의 낙상 발생률과 낙상으로 인한 손상의 중증도가 각각 35%씩 감소했고 입원율과 입원비용이 절감됐다. 우리나라에는 지역보건사업의 하나로 보건소 중심의 노인건강 증진허브보건소사업 경험과 맞춤형 방문 건강관리에 의한 건강 증진 사업이 있지만 그 실질적인 적용 규모와 효과가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노인 건강관리의 핵심 목표를 질병 자체의 예방보다는 생활기능 저하에 의한 장기요양 상태 예방으로 삼고, 적극적인 기능 중심 노년기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여기에는 각종 노인성 질병의 조기검진 항목과 더불어 일상생활 기능 상태, 영양 문제, 적절한 운동 여부, 시력이나 청력, 낙상 위험, 약물복용의 적절성같이 입원이나 요양시설 입소를 유발하는 문제 항목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러한 항목들의 정기평가를 통해 의존적 삶을 살게 되거나 장기 요양 상태에 진입할 위험이 큰 문제점들을 중점적으로 찾아내 교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노년기 건강 증진 목표이자 내용이 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정기적인 노년기 건강검진과 그 결과에 대한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상담과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노년기 보건학적 지식을 갖춘 보건복지 인력 양성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노년기에는 금연이나 금주보다 규칙적인 운동이 몇 배나 더 중요한 건강 증진 효과를 갖는다. 마지막으로 노인주치의 제도를 마련해 이들이 직접 정기적으로 노인건강상태를 평가해 연속적으로 예방법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 [윤종률 한림대 가정의학과 교수[ⓒ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