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손자 육아일기` 펴낸 정석희 할아버지 | |
| 기사입력 2011.09.02 17:14:36 | 최종수정 2011.09.02 20:01:38 | |
◆ 대한민국 은퇴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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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키울 때는 고맙다는 말을 잘 듣지 못했지만, 외손자를 키울 때는 감사의 메아리가 넘치더군요." 자녀 양육부담을 벗고 편안한 노후를 즐기던 정석희 씨(67)가 5년 전 두 외손자를 키우기로 마음먹은 건 두 딸에 대한 일종의 `애프터서비스` 차원이었다. 정씨는 1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물려줄 재력도 없는 아비가 잘 자란 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었다"며 "내리사랑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끌림이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한일은행 지점장을 지내다 13년 전 외환위기 때 명예퇴직한 정씨는 딸들을 출가시킨 후 아내와 단란한 노후를 보내고 있었다. 그의 인생이 다시 육아라는 고생길로 접어든 것은 5년 전 두 외손자 도헌과 경모가 50일 간격으로 태어나면서부터다. 그의 `외손자 육아기`는 지난달 에세이집 `네가 기억하지 못할 것들에 대하여(황소자리)`로 출간됐다. 정씨가 두 외손자를 맡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자 친구들은 왜 다시 `감옥살이`로 들어가느냐며 손사래를 쳤다. 정씨에게도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주위 모든 사람들이 노년에 애기 보면 골병든다고 만류했다. 하지만 정씨는 도헌이와 경모를 보는 순간 `쏙` 빠져 버리고 말았다. 결국 행정공무원과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두 딸의 짐을 덜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잠을 설쳐가면서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이는 번거로움은 큰 문제가 되지 못했다. 두 외손자를 안고 집 근처 놀이터를 순례하고, 냉장고에 주전부리를 감춰두고 보물찾기 놀이를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정씨는 "외손자 둘을 돌봐온 지난 3년은 노년에 찾아온 파릇한 봄이었다"며 "딸을 키울 때보다도 육아에 대한 사색과 교감으로 정신이 충만했고, 헌신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정씨의 육아 철칙은 절대로 아이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정씨는 자녀들이 부모에게 아이 맡기기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육아관이나 교육관의 차이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심어줄 위험이 있기 때문에 무엇이 좋고 나쁜지는 물론 인사하는 법조차 일부러 가르치지 않았다"며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에 할아버지 할머니의 가치관을 억지로 심어주려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외손자 육아를 통해 정씨는 사랑은 뿌리는 만큼 거두는 것이라는 삶의 진실을 체득했다. 늙은 부모가 자식에게 관심을 요구하기 전에 그들이 가장 사랑을 쏟는 손자나 손녀에게 관심을 보일 때 자식과의 관계도 한층 돈독해진다는 것을 경험한 것. 정씨는 자식이나 사회로부터 소외당하는 실버세대를 안타까워했다. 그는`100세 시대`의 인간관계는 스스로 성찰하고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아랫사람에게 대접받으려 하지 말고 먼저 따뜻하게 다가서면 노후의 인간관계도 풍부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외손자들을 떠나보낼 때 정씨는 체면도 잊고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아이들이 기억해줄지 모르겠어요. 한때 우리가 서로의 인간관계에서 일등이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기획취재팀 / 동남아 = 서양원 팀장 / 북유럽 = 이창훈 / 일본 임상균 기자 / 미국 = 김인수 기자 / 중유럽 = 송성훈 기자 / 호주·뉴질랜드 = 전정홍 기자 / 남미 = 김유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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