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다림의 미학 `기적의 복숭아`
광주서 자연재배로 5년만에 수확 성공 맛·당도 뛰어나 신라호텔서 전량 사가 | |
| 기사입력 2011.09.04 17:37:23 | 최종수정 2011.09.04 19:55:47 | |
일본에 `기적의 사과`가 있다면 한국에는 `기적의 복숭아`가 있다. 국내에서도 자연 재배를 통해 복숭아 수확에 성공했다. 소위 `기적의 복숭아`를 탄생시킨 이는 송광일 농학박사(55). 그는 농사를 지으며 독학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땄으며 신지식인으로도 선정된 인물이다. 지난 2일 송 박사가 운영하는 광주시 광산구 양산동 복숭아 농장을 찾았다. 약 2640㎡(800평) 규모에 복숭아 나무 100그루가 심어져 있는 이곳은 자연 흐름에 맡긴 지 5년 만에 세계 최초로 `기적의 복숭아`를 수확한 곳이다. 송 박사는 "요즘 농산물은 많은 양을 수확하기 위해 각종 약재와 비료를 첨가하면서 본래 과일이 지닌 모습을 변형시킨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화학비료 대신 축분(가축 분료)을 사용하는 `유기농 재배`도 일반 재배 방식의 단순 변형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자연 재배란 환경을 자연 그대로 유지하면서 농작물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재배하는 방식이다. 화학비료와 농약은 물론 퇴비조차도 쓰지 않는다. 송 박사가 복숭아를 재배 작물로 선택한 것은 `병이 잘 들고, 잘 상하는 과일`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복숭아는 보통 크기 전에 벌레가 많이 먹고 병이 잘 들기 때문에 좋은 기후에도 수확률이 40% 불과하다는 점이 그의 도전 의식을 고취시켰다. 남부지방에 비가 많이 온 올해도 이곳에서는 60% 이상의 복숭아 수확률을 기록했다. 또 일반 농법으로 재배한 동일 품종 복숭아는 수확이 이미 보름 전에 끝났지만 이곳 복숭아 나무 3분의 1 이상에는 복숭아가 꽤 달려 있었다. 송 박사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나무에 붙어 있으려고 하는 게 자연의 섭리"라고 설명한다. 또 농장 곳곳을 날아다니는 해충과 그 천적들도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공존하며 성장을 돕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복숭아순나방은 복숭아 나무에 돋아나는 새순을 먹으면서 과한 성장을 방지시켜준다. 또 진디벌은 나뭇잎에 진딧물이 자라는 것을 막아준다. 농장을 뒤덮고 있는 울창한 풀들도 자생능력을 돕는 조력자다. 송 박사가 자연 재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78년 일본 아오모리현 농부 기무라 아키노리 씨가 자연 재배로 사과를 생산해 큰 주목을 받으면서부터다. 당시 그가 수확한 사과는 2년간 내버려둬도 썩지 않아 `기적의 사과`로 불리는 등 유명세를 탔다. 송 박사는 "5년간 기후와 해충을 스스로 이겨내온 나무의 힘만으로 복숭아 수확이 가능했다"며 "4~5년은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그 단계가 넘어서면 땅이 건강해져 생산성은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사람에게 필요한 건 `기다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자연 재배는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그는 "울창한 숲을 봐라. 내버려 둬도 알아서 잘 자라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수확량에 대한 `욕심` 때문에 비료와 퇴비로 뒤덮인 땅이 만들어졌다"고 답했다. 그래도 올해 이곳에서 수확한 복숭아는 8000개에 이른다. 내년에는 나무 한 그루당 200개씩 총 2만개 생산에, 1만개 상품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올해 생산된 `기적의 복숭아`는 서울신라호텔에서 전량 매입해 `콘티넨탈`과 `패스트리 부티크` 메뉴로 재탄생해 선보인다. 장호연 신라호텔 구매팀 주임은 "자연 재배 복숭아는 분자 간 결합이 강해 몸에 좋고 당도도 13브릭스 이상"이라며 "친환경 재료를 이용한 메뉴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말했다. [광주 = 채종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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