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지식

<337> 한 시대 장식한 패션 아이콘

ngo2002 2011. 8. 18. 13:58

[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337> 한 시대 장식한 패션 아이콘

청순한 오드리 헵번 … 파격적인 마돈나 … 깡마른 케이트 모스

한 시대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우상)’이 있습니다. 당시의 많은 여성들이 따라하고 흉내 내려 했던 인물이죠. 이들은 당시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또는 인기 영화, 음악 등과 인연이 깊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패션과 스타일은 한 인물의 개성이기 전에 한 시대의 문화현상으로 읽힙니다. 어떤 시대에 어떤 이들이 존재했을까. 패션 역사를 기록한 전문 서적들에서 공통적인 인물들을 뽑아봤습니다.

서정민 기자


마를렌 디트리히
1930년대

마를렌 디트리히
30년대 그레타 가르보와 쌍벽을 이뤘던 여배우다. 그레타 가르보가 신비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면 마를렌 디트리히는 남성의 카리스마와 여성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가진 중성적인 매력으로 사랑받았다. 영화 ‘모로코’에서 보여준 남장 여자 모습은 그의 매력을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디자이너 트래비스 밴튼이 디자인한 턱시도에 흰색 드레스 셔츠, 나비 넥타이, 실크 모자 등을 착용한 이 모습은 이후 많은 디자이너와 패션 잡지 기자들 사이에서 남자처럼 보이게 입는 ‘매니시 룩’의 원조로 꼽혔다.

1940년대

잉그리드 버그먼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겪었던 40년대에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화려한 분위기의 핀업 걸(군인들이 벽에 붙여놓았던 섹시한 사진 속 여성) 스타일을 동경했다. 이때 전혀 다르게 차분하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로 주목받은 여배우가 바로 잉그리드 버그먼이다. 영화 ‘카사블랑카’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에서 보여준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원피스, 실크 스카프, 단순한 셔츠 등은 일상에서도 가능한 영화 의상으로 인기를 모았다. 특히 인형머리처럼 구불거리는 금발머리는 많은 여성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대표적인 ‘헵번룩’인 발목 길이의 바지는 영화 ‘사브리나’에 출연할 때 디자이너 지방시가 만들어준 것이다.
1950년대

오드리 헵번
당시 인기를 모았던 메릴린 먼로,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관능적이고 육감적인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청순하고 지적인 이미지로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었던 여배우다. 볼륨 없는 몸매에 짧은 커트 머리의 모습을 한 소년 같은 그가 ‘헵번 룩’을 탄생시킨 데는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의 역할이 크다. 무명의 10대 신인 배우 오드리 헵번은 지방시를 직접 찾아가 새로 출연하게 된 배역의 의상을 부탁했다. 그의 열정과 색다른 매력을 눈여겨본 지방시는 영화 ‘사브리나’ 의상을 제작해 줬다. 헵번 룩의 첫 번째로 꼽히는 복사뼈 위 길이의 ‘크롭 팬츠’가 이때 제작된 것이다. 이후 지방시는 오드리 헵번을 위해 영화 ‘로마의 휴일’ 의상으로 화이트 드레스 셔츠에 주름 잡힌 개더 스커트를, ‘티파니에서의 아침을’ 의상으로 고급스러운 검정 드레스를 연달아 제작해 줬다. 오드리 헵번을 사랑한 디자이너는 또 있다. 보석 브랜드 티파니의 디자이너인 장 슐럼버제는 지방시의 검정 드레스에 어울리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디자인했는데 이게 바로 영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을 빛낸 ‘리본 목걸이’다. 구두 장인 살바토레 페라가모 역시 오드리 헵번을 위해 굽이 없이 편평하면서도 발이 예뻐 보이는 구두를 만들어 줬다. 이 구두는 헵번 룩에서 빠질 수 없는 제품으로 현재도 ‘오드리 슈즈’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1960년대

트위기
나뭇가지처럼 깡마른 모델 트위기는 미니스커트를 가장 잘 소화시킨 모델로 유명하다. 미니스커트뿐 아니라 무늬가 들어간 장식용 스타킹 등 일명 ‘트위기 룩’을 유행시켰다. 패션 전문가들은 트위기를 ‘1960년대의 얼굴’이라고 부른다. 의상뿐 아니라 화장법, 헤어스타일에서도 당대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60년대는 입술과 피부를 창백하게 하고 진한 검은색 눈 화장을 하는 게 유행이었다. 반항심 많은 소년의 얼굴처럼 화장기 없이 속눈썹만 검고 진하게 칠한 트위기의 얼굴처럼. 헤어디자이너인 비달 사순이 만들어낸 보브 헤어(기하학적인 단발 커트 머리) 또한 트위기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재클린 케네디 1960년 미국의 영부인이 되면서 남편인 케네디가 암살되기 전까지 3년간 패션계의 베스트 드레서로 세계의 언론을 집중시켰다. 패션 전문가들은 재클린 케네디의 패션 감각을 “여성스럽지만 젊고 격식을 차렸지만 패셔너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장식과 무늬가 전혀 없는 단순한 코트, 허리 밑에서부터 A라인으로 살짝 퍼지는 소매 없는 원피스, 흰 장갑, 필박스 모자(위가 평평하고 얕은 원형의 챙 없는 모자) 등이 ‘재키 스타일’을 대표하는 옷이다. 이외에도 줄무늬 셔츠, 테가 두껍고 사이즈가 큰 선글라스, 진주 귀고리 등에는 늘 ‘재키 스타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1970년대

알리 맥그로
70년대는 청바지의 시대였다. 유럽에선 영국의 로큰롤 그룹인 섹스 피스톨스의 무대의상을 시작으로 화려하고 요란한 펑크 룩이 유행했지만 미국에서는 청바지가 대세였다. 그리고 영화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 알리 맥그로를 따라 하려는 여성들이 많았다. 긴 생머리를 청순하게 늘어뜨리고 할머니가 떠준 것 같은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고 밝고 환하게 웃던 영화 속 장면이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1980년대

다이애나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보여준 스타일은 ‘고급스러운 여성 패션’으로 정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의상 중 하나가 어깨에 두툼하게 패드가 들어간 ‘파워 수트’ 재킷이다. 80년대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아졌다. 더불어 많은 직장 여성들 사이에서 자신감을 표현하기 위한, 각진 어깨의 파워 수트가 유행이었다. 다이애나 역시 공식 석상에선 단정하면서도 존재감이 느껴지는 유선형(물 흐르듯 몸의 곡선을 따라 흘러내리는)의 파워 수트를 즐겨 입었다. 한편으론 보수적인 섹시미를 선보이기도 했다. 왕세자비라는 신분 때문에 조심스럽긴 했지만 몸에 밀착되고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이브닝드레스 차림의 대담한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왕실의 공식 행사에는 모자를 써야 한다는 엄격한 규칙 때문에 다이애나 역시 다양한 모자를 즐겨 썼고, 그의 모자들은 후에 『다이애나의 모자』라는 책으로 소개될 만큼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자연스럽게 빗어 넘긴 짧은 커트 머리 또한 다이애나가 유행시킨 헤어스타일이다.

마돈나
마돈나 80년대 수퍼스타인 마돈나는 파격적인 무대의상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앨범을 낼 때마다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변신시켜 왔고 그때마다 십대들은 열광했다. 레이스와 망사로 된 미니스커트에 가죽점퍼, 찢어진 청바지와 망사 스타킹, 금속 사슬로 된 여러 줄의 목걸이, 무릎까지 오는 가죽 부츠 등이 십대들 사이에 급속하게 전파됐다. ‘수퍼스타’라는 권력이 전 세계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로 하여금 색다른 디자인을 창조하도록 이끌기도 했다. ‘속옷의 겉옷화’라는 획기적인 시도를 선보인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는 90년에 마돈나의 무대의상으로 고깔 모양의 브라가 달린 코르셋을 제작했고, 돌체 앤 가바나 역시 마돈나를 위해 93년에 야릇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섹시한 검정 반바지와 조끼를 제작했다.

1990년대

케이트 모스
뉴욕의 JFK 공항에서 모델 에이전시 스톰의 대표에게 발탁될 때 케이트 모스의 나이는 열네 살이었다. 당시 1m67.5㎝의 작은 키에 안짱다리를 한 말라깽이 소녀는 이후 90년대를 관통해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모델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의 매력은 ‘제2의 트위기’라고 불릴 만큼 깡마른 체구. 수많은 패션 디자이너와 사진가들은 이 볼륨 없는 마른 몸매에서 소녀의 순수함과 여성의 섹시함을 동시에 느꼈다. 무대 위에선 화려한 옷들을 수시로 소화해 내지만 그가 대중에게 영향을 끼친 일상적인 스타일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티셔츠·청바지·점퍼·재킷 등을 무심히 겹쳐 입은 중성적인 느낌의 ‘그런지 룩’이다.

샬럿 갱스부르 프랑스 배우 세르주 갱스부르와 영국 가수이자 배우인 제인 버킨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인 제인 버킨은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버킨 백을 탄생시킨 주인공. 비행기 안에서 에르메스의 뒤마 회장과 만난 제인 버킨이 “편하게 쓸 커다란 가방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고 뒤마 회장이 그를 위해 만들어 선물한 백이 버킨 백이 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샹송 가수이자 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샬럿은 ‘프렌치 시크’의 대표 주자로 불리고 있다. 검은색 레깅스, 허리끈을 대충 동여맨 트렌치코트, 검정 가죽 재킷과 원피스, 굽이 낮은 검정 부츠 그리고 무엇보다 꾸미지 않은 듯 흐트러진 긴 생머리가 샬럿을 통해 전파된 ‘프렌치 시크 룩’이다. 꾸미지 않은 듯하지만 지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게 특징.

샬럿 갱스부르(左), 레이디 가가(右)
2000년

레이디 가가
‘제2의 마돈나’로 불리는데 파격성과 문제를 일으키는 데선 마돈나보다 한 수 위다. 커다란 검정 공 사이로 몸을 끼운 듯한 ‘양파 패션’을 비롯해서 생고기를 엮어 만든 옷 등 언제나 그의 의상은 언론과 대중을 놀라게 할 만큼 ‘세다’. 속옷 차림으로만 등장하는 것은 평범한 정도. 21세기 패션 아이콘으로 기록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파격이 창조의 다른 이름일 수는 있지만 그렇게 창조된 옷이 모두 대중의 눈에 ‘멋지게’ 기억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참고 서적: 『현대 패션&디자이너』(신정)
『20세기 패션』(시공사), 『더패션북』(마로니에북스)
『에디터 T의 스타일 사전』(삼성출판사), 『패션의 탄생』(루비박스)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롱샴,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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