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 1주택은 `부동산 불패` 신화가 뿌리깊게 자리잡은 한국 부동산 정책의 근간이었다. 집을 한 채만 갖고 있다면 실수요자지만, 두 채 이상 갖고 있다면 투기세력이라는 것이다. 자고 나면 집값이 뛰었던 부동산 대세 상승기에 투기를 막기 위한 원칙으로서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투기 우려가 과거에 비해 줄어든 만큼 이제는 이 원칙과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가구 1주택` 도그마 탈피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근거로 달라진 주택시장 환경을 꼽는다. `부동산 투자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인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미 폭넓게 확산돼 있다. 2000년대 들어 2008년까지 서울 집값은 104%, 전국 집값은 63.5% 급등했다. 하지만 2009~2010년 서울 집값은 평균 1.4% 오르는 데 그쳤다. 거래 침체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3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5만9142건이다. 2006년만 해도 월평균 8만~9만건에 달했다. 작년 한 해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월평균 6만건에 못 미쳤다. 시장 변화의 핵심요인 가운데 하나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다. 이로 인한 부동산 수요 하락이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서 2019년부터는 총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생산가능인구(16~64세)는 2016년 정점에 이른 뒤 감소할 전망이다.
총인구 못지 않게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인 주택 주수요층, 즉 34~54세 인구는 지방의 경우 2009년부터 이미 줄어들기 시작했고, 수도권은 2018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1955~1983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 주택 수요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미국에서도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함께 부동산 수요 감소와 토지 가격 하락이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한다. 현재 9.1%인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율은 2018년에 14%, 2050년엔 38.2%로 높아진다. 베이비부머 가계는 은퇴 후 보유하고 있는 중대형 아파트를 팔아 노후 자금을 준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을 매각하는 대신 금융자산화하는 역모기지(주택연금) 가입자도 지난 3월 284명이 가입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부동산 투자 선호도 아파트에서 수익형 부동산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집값 급등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면서 집에 거액을 투자하기보다는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 상대적으로 소액을 투자하겠다는 분위기가 대세로 자리잡는 등 부동산 투자 지형도 변화가 확연하다. 요지에서 분양되는 수익형 부동산은 수십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일 정부가 서울과 과천, 5대 신도시에 9억원 이하 집을 한 채만 가진 사람들은 거주 기간에 상관없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도록 대책을 내놓은 것은 그동안 정부가 손대기를 꺼렸던 `1가구 1주택` 세금정책을 손댔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변화다. `거주하지 않을 집을 사서 세를 주는 것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라고 보던 정부 시각이 `거주 여부에 관계없이 1주택자라면 투기세력이 아니라 실수요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거주 여부를 실수요 목적이냐 투기냐를 가르는 주요 기준으로 삼아왔던 정부가 `거주요건 폐지` 카드를 빼든 것은 부동산 대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집을 투기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줄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번 조치 덕분에 집을 살 여력은 안되지만 집값이 더 오를 것을 염려해 전세를 끼고 서울ㆍ수도권에 집을 샀다가 거주요건을 채우지 못한 많은 서민도 `투기세력`이라는 굴레를 벗을 수 있게 됐다. 양도세를 내지 않기 위해 소유주택에 주소만 옮겨놓는 편법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별기획팀 = 이진우(팀장) / 이은아 기자 / 전병득 기자 / 신헌철 기자 / 이지용 기자 / 강계만 기자 / 임성현 기자 / 이상덕 기자 / 김제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