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늘 오른다.` 반세기 이상 한국 경제를 지탱해왔던 기본 전제다. 그런데 이게 허물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넘치는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에 흘러들 것이란 일말의 기대감마저 사그라지고 있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극심한 주택거래 침체, 전세금 급등, 반전세ㆍ월세 확대 등에서 보듯이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도 제도는 수십 년 전 그대로다. 지난 1일 발표된 5ㆍ1대책도 마찬가지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서울ㆍ과천 및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 거주요건 2년을 채우지 않아도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를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에서 주택거래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못 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ㆍ월세 등 임대시장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시장 변화에 역행하면서 양도세 규제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에 맞춰 주택임대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그 출발점으로는 주택 관련 세금시스템이 꼽힌다. 집값 급등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부동산 투기억제`라는 명분하에 짜여진 `1가구 1주택 비과세, 다주택자 중과세` 시스템부터 뜯어고치라는 것이다. 매매가 아닌 임대로 몰리고 있는 주거수요를 맞춰주려면 다주택자의 임대공급을 늘리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다주택 보유자는 투기자로 볼 수도 있지만 지속적인 주택 공급을 위한 1차적인 투자자로도 기능을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기업형 민간 임대사업자의 출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ㆍ전세금은 4주째 동반 하락했다. 아파트값 내림세는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중대형에서 소형아파트로 번져가는 양상이다. 지난주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서울 -0.02%, 신도시 -0.02%, 수도권 -0.01%로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또 66㎡(20평) 이하 서울 아파트값 월간 변동률은 4월 -0.09%로 지난해 10월(-0.35%) 이후 6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전문가마다 전망이 다소 엇갈리지만 대체적으로 앞으로 급격한 집값 상승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대세다. `집값 상승 시대`에서 `집값 유지ㆍ하락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것은 한국 경제와 재테크 전략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깡통 아파트(매매가격이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의 합보다 낮아진 아파트)`는 더 이상 가상현실이 아니다. 집값 폭락은 없더라도 아파트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지면 경제지형에 급격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별기획팀 = 이진우(팀장) / 이은아 기자 / 전병득 기자 / 신헌철 기자 / 이지용 기자 / 강계만 기자 / 임성현 기자 / 이상덕 기자 /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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