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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위키리크스

ngo2002 2011. 2. 14. 14:25

[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158] 위키리크스

외교 기밀 폭로해 세계를 발칵 뒤집은 어산지, 미국의 처벌 쉽지 않아

‘진실을 추구하는 용감한 활동가’ vs. ‘민감한 정보를 공개해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영웅주의자’. 폭로 전문 인터넷사이트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39)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해 말 미국의 외교전문을 공개함으로써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유례 없는 기밀 유출 사태를 주도했던 위키리크스와 어산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최익재 기자

줄리안 어산지는 누구인가

14세까지 37번 이사, 평탄치 않은 유년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는 1971년 호주 북부 퀸즐랜드주 타운스빌에서 태어났다. 그는 유랑극단을 운영했던 부모의 직업 탓에 평탄치 않은 유년 시절을 보냈다. 전국을 떠돌아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어산지는 14세가 될 때까지 37번이나 이사를 다녔으며 정규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어산지는 자연스레 반항의식을 갖게 됐으며 컴퓨터에 빠져들었다. 87년에는 친구들과 함께 해커그룹을 결성해 활동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어산지는 “나는 톰 소여와 같은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혼자서 공부하다가 과학에 흥미를 갖게 됐다”고 회상했다. “해킹한 컴퓨터를 고장내지 않고 담겨 있는 정보만 공유하겠다”는 생각으로 해킹에 심취했던 어산지는 결국 91년 호주경찰에 의해 해킹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어산지는 2100호주달러(약 240만원)의 벌금을 내고 풀려났지만 이 과정에서 그가 꾸렸던 가정도 파탄 났다. 89년부터 동거했던 여자친구가 어산지가 체포된 후 아들을 데리고 떠났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 내걸고 폭로 사이트 만들어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미국의 외교전문을 공개한 것을 놓고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는 측과 간첩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중앙포토]
어산지는 석방된 후 멜버른대에 입학해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했다. 2006년에는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내부 고발자들을 위한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를 설립했다. 그의 모토는 ▶언론의 자유 ▶폭로를 통한 잘못 지적 ▶역사적 기록 보관 등이었다.

 이에 따라 위키리크스는 지난해 4월과 7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관련 기밀자료 등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국무부의 외교전문을 공개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대해 서방 국가들은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무분별하고 위험한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어산지는 “위키리크스는 대중이 알아야 할 사실을 두려움 없이 폭로하고 있다”며 “민주사회는 위키리크스처럼 정부의 거짓말을 감시하는 강력한 미디어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뜨거운 위키리크스 찬반 논쟁

미 정부는 지난해 어산지에 대해 간첩법을 적용해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안보와 관련 있는 정보를 허가 없이 취득한 뒤 정부로부터 그 자료의 반환을 요구받고도 이를 공개했을 때는 간첩법 처벌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어산지가 호주 국적을 갖고 있는 데다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미국의 수정헌법 1조와 법리적 충돌 가능성이 커 간첩법 적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줄리안 어산지의 유명세에 따라 그의 모습을 본 뜬 인형이 등장했다. 어산지가 인터넷을 통해 기밀을 폭로한 만큼 어산지 인형도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있다. [중앙포토]
어산지 간첩죄 처벌 가능한가

어산지에 간첩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일부 미국의 법률 전문가들조차 기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미국의 간첩법(Espionage Act)은 1917년 제정된 만큼 현 상황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일각에선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감안할 때 미국 정부가 어산지를 기소하는 것은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어떤 언론도 기밀 유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적이 없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 의회조사국(CRS)도 “어산지에 대해 간첩법 등 미국법을 적용할 수 있는 있겠지만 이런 사건에서 정보 공개자를 처벌한 전례가 없다”며 어산지의 사법처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이처럼 어산지에 대한 사법처리가 국제사회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그는 이미 스웨덴 여성 2명으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한 여성은 지난해 8월 어산지가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성관계를 가졌으며, 또 다른 여성은 자신이 잠든 사이 어산지가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일각에서는 어산지의 활동을 막기 위한 궁색한 대응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편 위키리크스에 미 외교전문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브래들리 매닝(23) 미 육군 일병의 상황은 다르다. 그가 현역 군인이기 때문이다. 매닝은 현재 미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기지 교도소의 독방에 수감돼 있다. 매닝은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고 52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위키리크스 둘러싼 사이버 전쟁

위키리크스를 둘러싼 찬반 논쟁으로 인해 지지파와 반대파 간 사이버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반대파는 위키리크스의 스웨덴 서버를 공격해 작동을 중단시켰다. 또 아마존닷컴도 위키리크스에 대한 서버 제공을 중단시켰고 미국의 인터넷 도메인 업체는 위키리크스 홈페이지 서비스를 중단했다. 스위스 우체국 은행인 포스트파이낸스는 어산지의 계좌를 동결시켰다.

 반면 지지파는 위키리크스 후원 계좌를 폐쇄한 온라인 결제 서비스업체인 페이팔 등에 대해 사이버 공격을 가하고 위키리크스 폭로 내용을 복제한 미러(mirror) 사이트 수백 개를 만들어 미 외교전문을 퍼뜨리고 있다. 또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는 비공식 해커단체인 ‘어나니머스(anonymous)’는 위키리크스를 탄압하는 세력들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언어학자이자 좌파 지식인인 노엄 촘스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와 호주의 인권변호사와 언론인들은 어산지 지지를 표명했다. 한편 어산지는 지난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 온라인 투표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위키리크스 주요 폭로 내용

“정당한 전쟁은 지지하지만 전쟁과 관련해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는 정부는 가장 나쁘다. 그 정부는 국민이 내는 세금을 낭비하고 국민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어산지는 위키리크스를 통해 각종 기밀을 폭로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현재까지 자신이 확보한 미 외교전문 25만 건 중 극히 일부만을 공개했다. 하지만 미국의 해외공관 270곳에서 일하는 외교관들이 상대국 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만난 전해들은 정보인 만큼 그 파괴력은 엄청났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은 “어산지는 하이테크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다음은 주요 폭로 내용.

"한국, 통일 대비해 중국에 경제적 유인책 고려”

서울 주재 미 대사관은 “한국 정부가 통일한국에 대비해 중국에 경제적인 유인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또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경제난과 권력 승계 문제 등으로 붕괴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대해 양국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의 고위 관리들이 한국에 망명했다는 것도 위키리크스를 통해 밝혀졌다.

 또 북한이 미얀마의 핵개발을 지원했고, 북한과 이란이 무기를 밀거래하고 있다는 내용도 전문에 포함돼 있다. 북한이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가수이자 기타리스트인 에릭 클랩턴의 평양 공연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미끼로 미국 등 해외에 거주하는 이산가족들로부터 돈을 갈취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에 관한 정보의 상당수가 사실보다는 추측과 과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한국 정부는 위키리크스에 의해 폭로된 내용에 대해 확인을 하지 않았다.

세계 각국도 폭로 정보로 시끌

유엔 주재 미국 외교관들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수뇌부의 신상정보를 수집했다. 개인의 생체 정보는 물론 신용카드번호 같은 금융정보 등 다양한 정보가 미 국무부에 보고됐다.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 아라비아도 위키리크스로 인해 곤혹을 치렀다. 공개된 외교전문에 따르면 사우디 왕실의 젊은이들이 비밀 파티를 열고 율법이 금지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파티장에는 이슬람 세계에서 금지하는 술이 넘쳐났으며 참가 여성 중 상당수가 성매매 여성이라는 것이다. 또 아프리카 일부 국가의 지도자들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불신하고 두려워한다는 내용을 담은 외교전문도 있었다.

 각국 지도자들에 대한 평가도 큰 관심을 끌었다. 미 외교전문에 따르면 김정일은 ‘무기력한 늙은이’‘술을 잘 마시는 애주가’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벌거벗은 황제’이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무기력하고 허영심이 강하며 파티를 무척 좋아하는 인물’로 묘사됐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외교전문에서 ‘미친 지도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위키리크스의 폭로가 중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산지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 있지만 내가 감옥의 독방에 갇혀 있을 때도 기밀공개가 계속된 만큼 폭로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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