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 마르셀 D 발딩거 박사는
`조루증 치료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조루증 신경생물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최고 권위자다. 비뇨기과 전문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신경정신학자이자 신경정신약리학 교수다. 그는 1992년 자신이 돌보던 우울증 환자 대부분이 성적(性的)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에 착안해 본격적으로 성의학을 연구하게 된다. 이후 인간과 동물을 연구하며 사정 조절과 오르가즘 장애, 특히 조루증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해왔다. 특히 조루증 연구에서 약물 치료에 대한 실증적인 방법론을 강조하며,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와 항우울제의 사정 지연 효과에 대해 조사했다. 발딩거 박사는 조루증과 관련한 임상 연구에서 `스톱워치(stop watch)`를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스톱워치로 부부관계 시간을 체크하다 보면 여성이 체크할 때보다 남성이 체크할 때 관계 시간이 더욱 길게 나왔다"는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스톱워치를 활용하게 되면 여성과 남성 간 주관적인 차이가 약간은 있겠지만, 최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아이디어 중 하나"라며 성의학 연구에 있어서 독창성을 강조했다. 발딩거 박사는
"성기능 장애를 해결하는 해법을 정신적 측면과 성적 테크닉에서 찾지 않고 뇌 문제, 즉 중추 뇌 신경전달물질에서 찾게 된 것은 성의학 분야의 혁신"이라고 강조하고 "세계 최초 경구용 조루증 치료제인
프릴리지 탄생에 대해 학계는 단순한 성 기능 치료제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발기부전 치료제와 달리 남성 중심이 아니라 여성 파트너와 함께 교감하고 만족도를 높여주는 `관계`에 중점을 둔 약이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의사들은 조루증 치료가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지만 심리치료, 행동요법 등 효과가 제한적이고 임상적으로 널리 쓰일 수 없는 치료법만이 있었다. 그러나 피임약과 발기부전이 약물로 치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성기능 장애 문제 대부분을 정신과나 정력, 테크닉 문제가 아닌 기질적인 원인으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의학적 접근이 시작됐다. 발딩거 교수는 현재
조루증이 100% 유전학적인 요인에서 기인한다고 전제하고 이를 규명하는 연구는 물론 오르가즘 장애, 도파민과 옥시토신이 성기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문화적 차이가 존재할지 모르겠지만 성에 대한 만족과 불만족은 전 세계적으로 똑같이 개인에게 영향을 미친다"며 "성기 확대 시술이나 신경 차단술보다는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행복한 부부관계를 위한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수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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