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지식/귀농시대

[시골.도시 오가는 노학자의 즐거운 이중생활]

ngo2002 2010. 10. 15. 09:36

[시골.도시 오가는 노학자의 즐거운 이중생활]

최영준 교수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 출간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산수리 논골마을 작은 오리나무 구렁 '외딴집'. 역사지리학자 최영준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서울과 이곳을 오가며 '이중생활'을 해왔다.홍천강변에 있는 논골마을에 허름한 집 한 채를 마련해 주중에는 서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주말과 방학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연에 묻혀 지낸 것. 최 교수가 시골행을 택한 이유는 남다르다. 은퇴 이후의 삶으로 막연히 전원생활을 택한 것은 아니었다. "만 49세 생일날 조상님들 중 49세 이상 사신 분이 없다고 초조해하던 선친의 모습이 떠오르며 내가 벌써 그 나이에 도달하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마(魔)의 마흔아홉 고비를 넘겼으니 앞으로 내 생애는 덤으로 사는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좋은 글을 읽으며 공부한 내용을 다듬어 글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리라는 생각을 굳혔다." (벼를 말리고 있는 최 교수)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한길사 펴냄)은 최 교수가 지난 20년간 쓴 귀농일기를 정리한 것이다. 그는 다산 정약용의 시 '협곡을 나오며(出峽)'의 제목을 따서 귀농일기를 '입출협기(入出峽記)'라고 이름 지었다. 일기에는 노동의 신성함에 대한 그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노동을 신성하다고 말하면서 땀 흘려 일하기를 꺼린다. 상당수의 도시 사람들은 체육관에서 흘리는 땀은 귀하고 고급스럽지만 노동으로 흘리는 땀은 천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노동을 하는 동안에는 미움과 욕망과 고뇌를 잊을 수 있다. 노동을 통해 무아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으므로 노동은 신성하다."(1999년 3월19일) "농사는 결코 선비가 해서는 안 될 일은 아니다. (중략) 농사일이야말로 가장 좋은 수신(修身)의 길이라고 생각한다."(2001년 4월18일) 일기 곳곳에서는 가족의 단란한 모습도 묻어난다. "나는 고추 모를 심을 구멍을 파고 아내는 고추 모를 구멍에 넣고 아들들은 물을 부은 후 북을 주었다. 우리 가족의 정성으로 금년에는 120주의 고추들이 건강하게 잘 자랄 것이다."(1997년 5월9일) 농사일이 쉽지만은 않다. "나는 고랑의 넓이와 깊이, 이랑의 높이를 조절하는데 익숙지 않아 지난해에는 작물의 간격이 너무 촘촘했다. K군은 이랑과 고랑을 일정한 간격으로 매끄럽게 다듬는 데 비해 내가 만든 것은 비뚤비뚤하고 높낮이도 고르지 못하다."(1993년 5월6일) "가을걷이로 바쁜 하루였다. 콩은 일조량 부족으로 콩깍지 대부분이 쭉정이지만 우선 뽑아서 대여섯 포기를 묶어 밭고랑에 거꾸로 세웠다. 어제 갈은 밭에는 마늘을 심었다."(2007년 11월1일)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도시생활을 하던 사람이 농토를 소유하고자 한다면 우선 땅을 사랑해야 하고 작물을 가꿀 체력이 있어야 하며 누구에게나 농사일을 배울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작물이 싹이 터서 자라는 과정을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인내력이 있어야 한다."
688쪽. 1만8천원.

yunzhen@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2010.07.27 10:09:36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