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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을 둘러싼 비밀 7가지] ⑦ 자동차보험의 진실

ngo2002 2010. 10. 7. 11:16

[보험을 둘러싼 비밀 7가지] ⑦ 자동차보험의 진실

외제차 피해 과장해 억대 보험 들도록 유도

지난해 쏘나타 운전자가 이탈리아제 고급 스포츠카를 운송하던 탁송차와 충돌, 거액의 피해금액이 나온 것이 화제가 됐다. 당시 쏘나타 운전자는 1억원의 대물배상보험(잠깐용어 참조)에 가입했지만 사고 차량이 4억원이 넘는 고가라 개인이 나머지 비용을 물어야 했다.

이 사건이 화제가 되면서 운전자 사이에서 고액 대물배상보험 가입이 유행처럼 번졌다.

일부 설계사들도 “보험료 1~2만원만 더 내면 최소 2억원에서 5억원까지 억대 보장을 받을 수 있어 외제차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가입자들에게 고액 보험 가입을 권유한다.

현재 대물배상보험 가입금액 범위는 1000만원, 2000만원, 3000만원, 5000만원, 1억원, 2억원, 3억원, 5억원 순으로 나뉘어 있다. 지난 8월 7000만원이 추가됐다. 현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1000만원까지는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가장 많은 가입자가 선택하는 대물 보장기준은 2005년에는 3000만원(49.6%)이었으나 지난해 1억원까지 늘려 보장받는 가입자가 76.5%로 가장 많았다. 동시에 2억원 이상 대물배상도 급증했다. 2006년 2.6%에 불과했던 2억원 이상 대물배상은 지난해 5.2%에 이어 올해 3월 9.5%까지 늘어 10%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외제차 수입대수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등록된 수입차는 총 6만993대로 2000년 4414대의 13.8배, 1990년 2325대의 26.2배다.

전문가들은 외제차 ‘사고폭탄’을 두려워하는 보험자들의 심리는 이해되지만 외제차가 많지 않은 지역이 아니라면 굳이 고액의 억대 보험에 들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정태윤 보험개발원 자동차보험본부 상품팀장은 “보험료 간 큰 금액 차이가 나는 게 아니지만 실제 1억원 이상의 대물피해가 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무작정 고액 보험에 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고액보험으로 갈수록 상품 간 보험금 차이가 적은 것도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부분이다. 보험개발원에서 예시한 중형차의 대물배상 보험료를 보면 3000만원과 5000만원을 보상해주는 대물보상 보험료는 각각 21만1800원, 22만3000원이다. 두 상품의 1년 보험료 차이는 1만1200원이다.

반면, 1억원을 보상해주는 대물보상 보험료는 22만7900원으로 5000만원 상품과는 4900원 차이에 불과하다. 5000만원을 대물보험을 생각했던 소비자라면 5000원을 더 내고 1억원 상품에 가입할 확률이 높다. 3억원과 2억원 보험 간의 차이도 6000원에 불과하다.

한 보험 전문가는 “소비자 입장에선 큰 금액이 아닐지 몰라도 1대당 5000원씩 더 내면 보험사는 1년에 수백억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더 받아내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보험사 측에선 “고액으로 갈수록 사고 확률이 적어지기 때문에 보험료 간 금액차이가 적다”고 항변하지만 문제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보험사에선 1억원이 지급되는 사건이 실제 얼마나 되는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수입차가 늘어났기 때문에 억대 보험에 들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실제 억대 사고가 얼마나 나는지는 보험사만이 알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보험료가 오르는 데는 대차료제도의 취약함이 한몫했다. 대차료는 자동차 사고 발생 시 차 수리기간 피해자가 다른 자동차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대여차량 비용을 보험사가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일부 렌터카 업체들이 약관상 명확한 대차료 지급기준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과도하게 청구해왔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 피해자가 차를 빌리지 않을 때 지급되는 금액(비대차료)이 적었기 때문이다. 차량 피해자의 상당수는 차량 렌트 대신 비대차를 원했지만 비대차료가 실제 대차료의 20%에 불과해 불만이 높았고 일부 렌터카 업체에선 소비자에게 돈을 주면서 대차선택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는 결국 보험금 누수로 이어지고 보험료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감원에선 최근 내년 상반기 중 현재 대차료의 20%인 비대차료 지급액을 30%로 10%포인트 상향 조절하기로 했다. 과도하게 지급되는 대차료를 줄여 비대차료 지급액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입차 운전자들의 보험료는 크게 올랐다. 9월부터 자동차 보험료가 기본보험료 기준으로 평균 4% 정도 올랐지만 수입차 운전자의 체감 인상폭은 이보다 훨씬 커졌다. 이유는 지난 4월 ‘차량 모델별 등급제도’가 개선되면서 제작사별로 같은 보험료를 적용받던 외제차의 등급이 국산차와 마찬가지로 차종별로 21등급으로 세분화됐기 때문이다. 결국 수입차 운전자들은 기본보험료 4% 인상분 외에 추가로 자차보험료 인상분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 이로 인해 수리비와 부품값이 비싼 수입차의 자차보험료는 최고 45%까지 올랐다.

잠깐용어 대물배상보험
자동차 사고로 다른 운전자의 차량을 훼손했을 때 수리비 등 각종 손실 등을 가입한도 내에서 보상하는 자동차보험 담보를 말한다. 가입금액 한도 내에서만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도를 넘는 비용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김충일 기자 loyal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75호(10.1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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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4 09:47:26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