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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실패와 방송 민주화

ngo2002 2010. 9. 8. 10:08

[디지털3.0] 시장의 실패와 방송 민주화

작년 말 여당이 미디어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야당과 일부 언론단체들이 반대한 이유는 '정권의 방송장악'이었다. 즉 불공정한 사업자가 방송을 독점하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정치권력과 유착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므로 방송 규제 완화는 결국 방송을 소수 대기업과 보수 언론사들에 넘기겠다는 것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그래서 '재벌의 방송장악' '조ㆍ중ㆍ동 방송'과 같은 극단적인 구호를 내걸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열악한 우리 방송시장 규모 때문에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사업자는 반드시 시장 실패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우선 우리 방송시장은 항상 시장 실패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구조인가 하는 점이다. 또 왜 시장 실패가 분명할 정도로 열악한 시장이 되었는가 하는 점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외형적으로 우리 방송시장은 시장 실패가 구조화된 황폐한 시장인 것은 맞다. 실제로 2000년 이후 도입된 위성방송, 위성ㆍ지상파 DMB 모두 초기 시장 안착에 실패한 것이 사실이다. 작년 말 시작한 IPTV 역시 대안 콘텐츠 부재와 저가 경쟁이라는 '시장 실패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염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시장 실패 저변에는 신규 사업자의 방송시장 진입을 꺼리는 국가의 정책 실패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방송시장은 1995년 케이블TV가 등장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소수 지상파 방송이 지배하는 전형적인 독과점 구조였다. 따라서 광고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상황에서 독점의 안락함을 구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들에게 신규 사업자의 방송시장 진입은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이들 기존 사업자는 국가가 언론의 공익성과 공정성 등을 명목으로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기를 희망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10년간 위력을 발휘해 온 '공익성' '공공적 소유구조' '공익적 민영'과 같은 정책 슬로건들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난 10여 년간 매체 종류와 숫자는 크게 늘어났지만, 모두 지상파 방송 동시 재전송과 프로그램 재활용이라는 수직적 편승구조에 편입되는 악순환을 반복해왔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방기했다는 것은 지난 정부와 기존 사업자 간 유착관계를 충분히 추측 가능하게 한다. 결국 신규 사업자의 시장 실패는 공익성에 매몰된 정책 실패였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을 보면 여전히 그러한 시장 실패를 반복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담고 있다. 지상파 방송은 신규 진입을 원천 금지하되 종합편성채널에 대해 일부 진입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장점유율 10% 이하인 신문사, 지역 방송 구역 제한, 의무 재전송 제외 등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조ㆍ중ㆍ동'은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위성방송이나 위성 DMB처럼 지역성과 지역 방송 문제로 초기에 고전하게 만들고, 의무 송신을 없애 사업자의 진입 욕구를 원천 봉쇄하자는 것이다.

결국 그동안 신규 미디어가 도입될 때마다 기존 사업자에 포획된 정책기관의 정책 실패를 그대로 반복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개정안에 따라 종합편성채널사업에 진입하고자 하는 사업자도 별로 없겠지만 진입한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열악한 자본구조와 지역성, 공익적 책무와 같은 강력한 진입장벽에 막혀 1~2년 내에 거의 실신 상태에 빠질 것이 자명하다.

그렇게 되면 이들 사업자는 정부에 직ㆍ간접 지원과 제도적 보호를 강하게 요구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등이 보장될 수 있을지 그야말로 의문이다. 지금과 같은 경직된 방송구조와 탄력적인 경쟁구조 중에 어느 것이 방송 민주화에 가까운지는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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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4 16:59:40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