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3.0] IT오케스트라 지휘자는… | ||||||||||
사실 정보통신부가 발족하기 전에는 상공부, 체신부, 과학기술처 등 3개 부처가 서로 경쟁하고 또 한편으로 협력하는 기본 프레임 하에서 각 부처 정책수단을 적절히 활용하여 나름대로 IT 산업 육성을 이끌어 온 셈이고, 당시 청와대는 비서관 1명과 행정관 2명에 불과한 작은 조직으로 소위 컨트롤 타워 구실을 무리 없이 수행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상공부는 국산화 정책과 IT 통상 정책을 담당했으며 체신부는 통신기기 수요 창출 정책, 그리고 과학기술처는 소프트웨어 등 연구개발 정책을 맡아 나름대로 조화를 이루었다. 그러던 것이 전반적인 규제 완화 흐름과 함께 각 부처가 연구개발과 인프라스트럭처 지원 등 기능별 지원 중심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면서 세 부처 간 기능 충돌 사례가 빈발하고 결국 1995년에 정보통신부로 정책기구 일원화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IT 산업을 다른 기존 산업과 구분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IT와 타 산업 간 융합이 중요한 화두가 되면서 IT 관련 행정 조직이 분산형 모델로 다시 바뀌게 되었는데 이러한 체제에서 정책 조화 내지 일관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IT 컨트롤 타워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판단된다. 새로운 IT 컨트롤 타워 기능과 임무에 대해서는 과거 정통부 기능을 다시 떠올리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새로운 옥상옥 구조를 만들어서 부처별 정책혁신 능력을 제약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또 세계적으로 성장하게 된 민간 산업계의 달라진 위상과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좀 더 수준 높은 국가시스템 관점에서 IT 오케스트라 지휘자 역할을 기대해야 한다. 지휘자는 바이올리니스트 연주가 마음에 안 든다고 대신 연주를 하는 식으로 일을 할 수는 없다. 컨트롤 타워 조직이 너무 커지면 당초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관료 조직 특성상 역기능은 항상 생기게 되어 있다.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산업 시대 관료주의는 부의 창출을 위한 지식기반시스템 발전을 방해한다고 지적하면서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빠르게 변화하는데 소리만 요란한 정부 조직은 시속 25마일, 법은 시속 1마일로 움직이는 느림보라고 비판하였다. 어찌 보면 요즘은 정부에서 발의한 법이라도 국회에서 처리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민의 수렴 후 법안 내용이 수정되는 사례도 많으므로 IT 산업정책에 있어서 국회 역할이 과거보다 훨씬 중요해진 셈이다. 또 미래를 앞서 나가는 몇몇 국회의원들이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하는 지식재산기본법 같은 것을 보면 오히려 우리 정부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일 때도 있어서 창조경제 시대에 국회 역할에 대해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된다. 결론적으로 요약하자면 새로운 IT 정책 컨트롤 타워는 개별 기업 애로 사항을 해결하는 실무적 창구가 아니라 IT 산업 생태계를 국가 전체 혁신시스템 관점에서 그랜드 디자인을 하되 전면에 직접 나서기보다는 관련 부처와 국회 협조를 얻어 IT 관련 법과 제도 변화를 신속히 이끌어 내는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것이 시대적인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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