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1.08.05 07:01 수정 2021.08.05 08:20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2030년 6300억원대 급성장
애완곤충에서 식용으로 확대
곤충인식 개선 등 안정화도 한 몫
실버푸드・환자식으로도 주목
곤충산업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애완용 시장은 이미 안정화됐다. 지난 1일 서울 세텍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애완곤충경진대회에서 아이들이 대표 애완곤충인 장수풍뎅이를 직접 만져보고 있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서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는 ‘징그러운 벌레’가 아니야. 사랑과 정성으로 키워야 하는 ‘반려곤충’이지. 곤충의 생태계를 관찰하는 학습효과는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이 끝났어. 국내에서 곤충산업은 애완용을 뛰어 넘어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환자식, 반려동물을 위한 각종 사료와 영양제에도 활용되고 있어. 혐오식품이라는 인식이 개선되고 곤충산업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자리 잡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인거야.”
애완용으로 시작된 곤충산업이 전방위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학습효과 이외에 식품・식약 등에서 효능을 인정받으며 규모도 수직 상승 중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곤충산업 시장은 2650억원 수준이다. 오는 2030년에는 2.5배인 6300억원 규모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농림축산식품부 곤충산업 실태조사에서도 종사하는 신고 농가·법인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완용을 제외한 곤충산업은 양봉과 양잠이 대표적이다. 벌꿀과 누에는 전통산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곤충산업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각인이 된 것은 애완시장이 확대된 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천적활용, 화분매개, 곤충전시, 교육, 기능식품, 음식물처리, 가축사료, 바이오 에너지 등으로 외연을 넓히는 모양새다. 더구나 곤충이 가축으로 분류되면서 식용곤충 영역이 확대되는 등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한 어린이가 넓적배사마귀를 만져보고 있다. 넓적배사마귀는 희귀종으로 환경에 따라 몸 색깔을 갈색으로 바꾼다. ⓒ배군득 기자
◆어린 자녀 있는 40대 가정…곤충에 지갑을 열다
곤충시장에서 지출을 가장 많이 하는 연령대는 40대다. 대부분 12세 이하 어린 자녀를 둔 가정들이다. 통상적으로 호기심이 가장 강한 시기인 7~10세가 애완곤충 소비 타겟인 셈이다.
곤충산업 실태조사에서도 40대 이상과 월평균 가구소득 700만원 이상이 곤충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았다. 이들은 곤충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것에 대해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 같다(78.3%)’ ‘관찰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77.0%)’라고 응답한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두개의 응답 조사에서 40대는 각각 82.7%, 90.7%로 나타났는데, 이는 그만큼 곤충이 어린 자녀들에게 교육적, 정서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사육해본 애완곤충 종류는 단연 장수풍뎅이(65.6%)가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치유곤충’으로 부상하는 귀뚜라미류(16.0%)가 약진한 부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20대에서 귀뚜라미류(31.6%)를 사육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애완곤충 선호도가 높은 것은 주 소비층인 40~50대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등 수도권은 반려곤충, 교육 목적으로 수요가 많아 곤충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또 곤충 페스티벌, 곤충과학교실 등 사업으로 수도권은 수요가 더 커지는 추세다.
정부 차원에서도 곤충산업에 대한 홍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인식이 많이 바꼈다. 요즘은 유치원생 중 곤충체험관을 안 다녀본 아이가 없을 정도로 어려서부터 곤충에 대한 경험을 많이 한다. 곤충을 직접 키우는 유치원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곤충산업은 식약용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치유곤충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배군득 기자
◆미래식품산업으로 주목 받는 ‘갈색거저리’
곤충산업을 ‘미래식품산업’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남다르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곤충산업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 92.7%가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34.7%가 미래식품산업을 꼽았다.
실제로 식약용은 애완용 중심 곤충산업의 대안으로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아직까지 식용곤충에 대한 소비자 선호는 낮지만 세브란스 병원 연구 발표 후 실버푸드, 환자식 등 수요는 어느 정도 존재하고 있다.
식약용의 대표적 곤충인 갈색거저리의 경우 단가는 낮아지고 기능, 임상 효능은 밝혀지는 교착점에 도달했다. 지난 2019년 8월 세브란스병원 연구결과가 발표된 시점이 소비 촉발의 시작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세브란스병원 발표 후 1주일 만에 전국 갈색거저리가 동이 날 정도로 수요가 급증한 것이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갈색거저리가 환자 회복식으로 수요확장이 가능하다는 견해다. 우유의 카제인 단백질 보다 갈색거저리 단백질이 10~15% 더 흡수율이 좋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연구결과 암과 특정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체지방률도 높아지고 면역에도 효과가 있다는 부분도 확인했다. 암환자들을 대상으로한 제품 반응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다니는 사람이 구매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남성희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산업과 과장은 “연세가 있는 분들은 인터넷 검색이 어려워서 농가에서 생산한 식품을 주로 구입하고 젊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보고 연락이 온다. 재구매율도 높다”며 “대기업 진입 등 여러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지만 식용곤충이 홍삼과 같은 건강식품으로 인식된다면 수요와 시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장수풍뎅이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에서 사랑받는 애완곤충이다. ⓒ배군득 기자
◆참여형 전시회로 진화하는 애완곤충경진대회
곤충박람회와 체험전시회는 각 지역에서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단체관람객도 늘어 해마다 참관객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시산업이 위축된 탓에 곤충시장도 홍보와 수익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 7월 19일부터 8월 1일까지 서울 세텍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애완곤충경진대회는 서울시와 농촌진흥청이 주최하는 곤충산업관련 행사다. 애완용 곤충판매를 위주로하는 여타 박람회와 달리 곤충산업 전반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차별화로 내세웠다. 서울시와 농진청 등 신뢰성 있는 주최기관도 강점이다.
올해는 코로나 4차 유행으로 행사가 대폭 축소됐음에도 주말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실제로 참여하고 체험해보는 코너들이 많다는 점에서 관람객 만족도도 높았다.
한 관람객은 “딸 둘과 왔는데 곤충에 대한 호기심도 있고 이 기회에 키워볼까 하는 마음에 행사장을 찾았다”며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가 생각보다 깔끔하고 아이들에게 교육적, 시각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행사장이 체험 위주로 이뤄져 있고 다양한 곤충산업을 접할 기회였다”고 말했다.
호랑나비 애벌레는 생존을 위해 눈 모양 무늬로 자신을 보호한다. ⓒ배군득 기자
체험형 행사답게 각 부스별 체험장이 곳곳에 마련돼 있었다. 국립농업과학원은 ‘치유곤충체험’ 부스에서 왕귀뚜라미 등 정서곤충 4종과 직접 교감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딱정벌레과 부스에서는 신규 애완곤충으로 매력적인 딱정벌레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곤충이 지닌 치유효능을 활용하는 정서곤충산업 활성화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정서곤충산업 활성화 국민포럼’도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됐다. 포럼에서는 ‘치유농업 소재로서 정서곤충 연구 현황’ 등 5가지 주제로 발표와 토의가 진행됐다.
조은희 서울농업기술센터 환경농업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방역지침에 따라 관람은 하루 3회로 나눠 동시관람객을 500명 이하로 운영했다”며 “많은 관람객들이 곤충산업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 향후 전시회도 곤충산업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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