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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참외도 서서 따는 시대…‘디지털 농업’의 힘 [新농사직썰]

ngo2002 2021. 10. 28. 07:35

입력 2021.07.01 07:01 수정 2021.06.30 16:09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포복성 작물로 근골격계 질환 심화…단순노동으로 재배지 급감

디지털팜 시스템으로 편의성 업그레이드…“덩굴식물 무섭지 않아”

 

이상규 농촌진흥청 에너지환경공학과 과장이 디지털온실에서 연구 중인 참외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농업기업을 토대로 구상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편집자 주>

 

“안녕. 나는 참외야. 내가 이번 연중 기획 '新농사직썰'의 첫번째 주인공이 돼서 정말 기뻐. 여름철 떠오르는 과일하면 당연히 수박과 참외를 빼 놓을 수는 없겠지? 그런데 나와 수박처럼 땅바닥에 닿아 자라는 식물은 수확하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야. 일명 ‘포폭성 작물’이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니까. 어르신들이 그동안 우리를 따려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돼? 그런데 최근에 우리 넝쿨식물이 허리 높이로 올라왔어 모두 ‘디지털’의 힘이지. 이제 더 이상 허리와 무릎을 굽히지 않고 신선한 참외와 수박을 딸 수 있는 시대가 온거야.”

 

수박과 참외는 대표적 여름과일로 인식된다. 최근 하우스 재배로 수확시기가 빨라졌다고 해도 당도와 수확량은 여름에 집중돼 있다. 그런데 이 과일들을 수확하는 방법이 상당히 힘들다. 대부분 작업을 엎드려서 하는 탓에 허리와 다리 등 근골격게 질환 발생이 잦다.

 

참외와 수박 농가는 인구감소, 고령화와 작목전환 등으로 재배 면적은 해마다 줄고 있다. 특히 참외는 지난 2010년 이후 43%로 급격하게 줄었다. 전국 재배면적은 3614ha이며 이 중 96%가 시설재배다. 경북지역에서 전국 90% 이상 재배하고 성주지역은 시설 참외재배 주산지로 70%를 소화하고 있다.

 

◆디지털 활용이 어려운 참외…3가지 재배법 연구

 

 

농촌진흥청은 참외 이어짓기 피해를 줄이고 힘든 노동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첨단 디지털 온실을 이용한 참외 시설 디지털농업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참외는 줄기가 땅바닥에 닿아 자라는 포복성 작물이다. 순 제거와 수확 등 많은 작업을 엎드려 하기 때문에 허리, 다리 부위 근골격계에 가해지는 노동 부담을 호소하는 농업인이 많다.

 

또 난방하지 않고 땅에서 키우는 토양 재배가 대부분인 참외 농가에는 최근 농업 분야에서 활발히 도입 중인 정보통신 기술(ICT)과 인공지능 기술(AI) 등을 적용하기 힘들다.

 

농진청은 첨단 디지털 온실을 이용해 참외 생산성을 높이고 농작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참외 수직‧수경 재배 기술 연구에 한창이다. 첨단 디지털 온실은 반 밀폐형 온실이다. 복합 환경관리를 통한 효율적 환기와 냉·난방이 가능해 일 년 내내 참외를 재배할 수 있다. 무인 방제기를 이용해 효과적인 병해충 예방도 가능하다.

 

농촌진흥청 연구진이 개발한 내림방식 재배법. 공중에 있는 배지에 인공토양에서 참외를 심은 후 줄기를 밑으로 내려 재배하는 방식이다. ⓒ배군득 기자

연구진은 이 온실에서 농업인이 편리하게 작업하도록 올림, 내림, 베드(작업대) 이용 등 3가지 방식의 수직 재배법을 연구하고 있다.

 

올림 재배는 지면 가까운 위치에 설치된 배지에 참외를 심고 줄기를 위로 올려 재배하는 방법이다. 내림 재배는 공중에 있는 배지에 참외를 심은 후 줄기를 밑으로 내려 재배한다. 베드재배는 높이를 높인 작업대 위에서 참외를 재배하는 기술이다.

 

수직 재배 방법은 허리와 다리를 펴고 서서 작업하므로 기존 재배법보다 근골격계 작업 부담이 줄어들고 재배밀도는 기존보다 2배 정도 높여 수확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실제로 수직 재배 방법과 기존 포복 재배 방법에 대한 인체공학적 작업 자세 평가(REBA) 결과 위험수준을 8∼10점 범위의 ‘높음’ 단계에서 2∼3점 수준의 ‘낮음’ 단계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또 참외 이어짓기 피해를 줄여 수확량을 늘리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토양 재배 방식을 대신하는 수경재배법을 도입하는 방안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 첨단 디지털 온실 수경재배 설비에서 멜론의 양액 조성표를 기준으로 참외를 시험 재배하고 있다. 앞으로 참외 수직 재배 전용 양액 조성 기준을 확립할 계획이다.

 

이상규 농촌진흥청 에너지환경공학과 과장은 “첨단 디지털 온실을 이용한 참외 시설 디지털농업 연구와 함께 앞으로 복합 환경관리, 무인 로봇 방제기, 수확시기와 수확량 예측 로봇, 병충해 진단 기술 등을 참외 재배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적 토대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눈 높이에서 보는 먹음직 스러운 참외. 실제 당도도 높고 크기도 적당하다. ⓒ배군득 기자

◆수박 생산량 2~3배 증가…농가 소득 26% 껑충

참외보다 먼저 연구된 수박은 실제 농가에서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땅바닥에서 키우는 기존 포복재배보다 노동 강도를 50% 이상 낮추고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2~3배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농진청이 개발한 ‘수박 수직재배장치’는 현재 특허출원을 준비 중이다. 이번에 개발한 장치는 설치와 철거가 쉽고 고정식과 이동식 시설하우스(온실)에서 모두 사용 가능한 간이 접이식 수박 받침대를 이용한형태다. 참외 시스템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이 장치는 시설하우스 지붕 파이프에 그물망을 설치해 바닥으로 내린 후 과실이 달리는 줄기를 플라스틱 집게로 그물망에 수직으로 고정(유인)한다. 그다음 수박이 주먹만 하게 자라면 수박받침대를 설치하고 그 위에올려주면 된다.

 

수박받침대는 높이 70~100cm, 길이 1.5~2m 접이식 형태의 다리와 수박을 올려놓을 수 있는 원형 모양 판이다. 중소형과(2~5kg)는 물론 대형과(6kg 이상) 재배도 가능하다.

 

또 심는 거리(포복 재배 40cm→수직 재배 20cm)는 줄이고 이랑수(2이랑→3이랑)는 늘리는 밀식 재배가 가능해져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특히 시설비 등을 고려한 경제성 분석 결과 농가 소득은 10a(아르)기준으로 수직재배(약 697만원)가 포복재배(약 551만원)보다 약 26%(146만원) 더 많은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개발한 수직재배장치는 기존 개발된 수직재배장치와 수박받침대 형태와 적용 가능한 시설하우스에서 차이가 있다. 기존 개발된 수직재배장치는 수박받침대를 한 번 설치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고정형이다. 고정식 시설하우스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이번에 개발한 수직재배장치는 수박받침대 설치와 철거가 쉬운 이동형으로, 고정식과 이동식 시설하우스에서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시설비도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하다.

 

2019년 기준 전국 수박 재배면적은 1만1972ha로 78%(9325ha)는 시설에서, 22%(2648ha)는 노지에서 재배되고 있다. 시설재배는 고정식 시설하우스가 78%(7273ha), 이동식 시설하우스는 22%(2052ha)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경남지역은 전체 수박 시설재배 면적(1981ha)의 약 99%(1961ha)가량이 이동식 시설하우스다.

 

경남 함안에서 35년째 수박 농사를 짓고 있는 강대훈 씨는 “이번에 개발된 수박 수직재배장치를 시범 사용해본 결과 4~5kg 크기 중과형 품종을 재배했다”며 “서서 일할 수 있어 허리에 부담이 없고작업 능률을 높일 뿐 아니라 이랑 수 증가로 수박 생산량도늘었다”고 설명했다.

 

김승유 농촌진흥청 시설원예연구소 농업연구관은 “수박 수직재배장치는 노동 강도‧생산량‧농가소득 등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포복재배보다 경제적 효과가 크다”며 “앞으로 개발 장치 특허출원, 농가 시범사업을 통해 수박 수직재배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첨단디지털온실, 참외・수박도 춤추게 만든다

참외와 수박 같은 포복성 작물은 지금까지 하우스와 같은 재배 환경이 개선 됐지만 수확과 관리는 여전히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방식이 도입되면서 참외와 수박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참외 수직재배 시스템에 적용된 첨단디지털온실 모습. 중앙에는 수확 로봇이 이동하는 레일이 있고 모든 온도와 병충해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배군득 기자

첨단디지털 온실은 이렇게 까다로운 작물도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반밀폐형 온실구조로 작물 생산조건을 최적화 시켰다. 여기에 에너지 절감형 냉난방, 복합환경제어, 병충해 발생 억제 등 그동안 농가에서 겪은 어려움을 한번에 해결했다.

 

첨단디지털 온실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높이를 최소화하면서 사계절 연중 고품질 생산이 가능한 온실 구조 및 설비에 관한 연구 및 실증 온실이 꾸준히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단계별 온도제어는 자연환기→ 강제환기→ 안개→ 히트펌프가 순차적으로 가동된다. 축열조를 활용해 바닥 레일 및 덕트 난방 온도 확보도 이뤄진다.

 

또 데이터 기반 자동화, 무인화 및 로봇 기술 적용으로 편의성이 높아졌다. 무인방제기, 자율주행 방제 로봇, 추종형 운반 로봇, 수확량 예측 로봇 등으로 작업이 수월해진 것이다. 셀별 제어 및 모니터링, 복합환경제어, 원격 감시 등 ICT 접목은 첨단디지털 온실의 핵심이다.

 

농진청은 현재 셀별(5개) 수경재배 연구를 진행 중이다. 행잉거터식 유인재배 방식이다. 재배 양식은 참외 3종, 엽수 등이다. 보광효과, 생육 별 검출 방법(표준화) 등을 꾸준히 관찰해 실제 농가 활용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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