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브의 `블랙스완과 함께 살기` 사상과 철학 1000일 동안 먹이 받아먹고 안심한 칠면조, 1001일째 목 날아가는게 세상 4가지 방책 ① 모델보다 경험을 믿어라 ② 부정적 조언에 주목 ③ 과도한 낙관 경계해야 ④ 이기기보다 실수를 피해라 | ||||||||||
"칠면조 한 마리가 있습니다. 푸줏간 주인이 1000일 동안 매일 맛있는 먹이를 주고 정성껏 돌봐주자 자기를 끔찍이 사랑한다고 착각하죠. 그러나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1001일이 되는 날 주인에게 목이 날아가는 순간 `아차, 속았다` 싶지만 너무 늦은 거죠."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 교수는 그의 저작 `블랙 스완(Black Swanㆍ검은 백조)`의 요지를 간단한 우화로 표현했다. 그가 말하는 `블랙 스완`이란 서구인들이 18세기 호주에 진출했을 때 검은색 고니를 처음 발견한 사건에서 따온 은유적 표현이다. 흑고니의 발견으로 `백조가 희다`는 경험칙은 완전히 무너졌다. 탈레브 교수는 "블랙 스완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대단한 파급 효과를 갖는 사건이다. 또 비록 사람들이 예상하지는 못했으나 나중에 그 사건이 불가피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인간이 세상을 통제하고 있다는 오만과 착각에서 비롯되는 셈이다. 마치 부처님 손바닥 안에 갇혀 있는 손오공 신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금융위기 때 1만 년 만의 위기라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100년도 채 못 사는 인간이 1만 년 만의 위기라는 것을 어찌 검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금융위기는 금융회사들이 마치 1000일 동안 착각했던 칠면조처럼 굴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블랙 스완은 극단적인 사례를 일컫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전혀 불가피한 것도 아니었다는 해석이다. 엄청난 위험이 곳곳에 널려 있지만 도구를 잘못 선택해서 무엇이 닥치고 있는지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격이란 말이다. 탈레브 교수는 나무 바퀴와 인터넷 등의 사례를 들어 우리의 자만을 꾸짖었다. 바퀴는 6000년 전 메소포타미아문명에서 처음 나타난 중요한 발명이다. 바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실생활에 큰 변화를 일으킨 혁신 중 하나다. 그는 바퀴가 달린 여행용가방(carrier)을 제시하면서 "6000년 전부터 바퀴가 존재해 왔지만 이렇게 편리한 여행가방은 아주 최근에야 발명됐다. 이렇게 단순한 응용을 왜 수천 년 동안 하지 못했을까 생각해 보면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이처럼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냉전이 정점에 달했던 시절)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모든 정부 예산을 삭감했지만 소련의 멸망에 집착한 나머지 국방비는 줄이지 않았다. 소련과 대적하기 위해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개발한 것이 인터넷이다. 그러나 25년가량 지난 오늘날 러시아 사람들이 수다를 떨거나 데이트 상대를 찾는 도구로 유용하게 잘 활용되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이 옛 소련을 무너뜨리려고 개발했는데 결국 자체의 생명력을 갖게 됐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탈레브 교수는 "우리는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을수록 이론(theory)이란 것에 의존하려고 하지만 과거 데이터는 너무 짧은 사례가 많다"고 꼬집었다. 또 "데이터가 보통 중간값(Mediocristan)이란 것을 찾고자 해서 오류가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포트폴리오 이론에서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이란 게 있다. 표본이 커지고 분산될수록 그 통계 결과는 대부분 유의미하고, 일부 예외적인 표본이 전체 결과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탈레브는 이런 세계는 사람들의 생각일 뿐 우리 주변엔 이와 다른 `극단의 세계(extremistan)`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경제학에서는 대수의 법칙이란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1000명 표본을 구해서 이 중 최고 부자의 재산 규모를 알아보면 오히려 그를 뺀 이들이 가진 재산의 합계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경험을 살려 미국 출판계 사례도 더했다. 매년 100만권이 넘는 책이 나와도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책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극한의 값의 세계가 있고, 바로 블랙 스완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이처럼 역사상 전례가 없는 사건들은 준비가 안 됐고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결국 이런 사건들이 세상을 이끌었음을 주지해야 한다. 탈레브 교수는 "데이터를 맹신하면 안 된다. 데이터란 것은 스스로 예측하지 못하는 법"이라며 "같은 현상이 일어나도 예상하지 못하는 칠면조 신세가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탈레브 교수는 "현대 사회는 인터넷과 글로벌라이제이션이란 두 가지 요소 때문에 리스크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여러 변수 간 상호의존성과 복잡성이 커지면서 블랙 스완 이벤트처럼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변수의 극단값에 대응하려면 역사 경험이나 데이터 분석만 믿고 순진하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면서 블랙 스완의 시대에 살기 위한 방책으로 다음 4가지를 추려서 제시했다.
첫째 과거 역사나 데이터를 통한 `모델`보다는 경험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복잡한 현상을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모델을 믿고 자만하는 것은 위험하다. 데이터를 맹신하면서 생기는 오만은 결국 파멸을 낳는 법이다. 탈레브 교수는 "통계학 박사학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델을 별로 믿지 않는다"며 "코끼리 조직을 연구해 보면 최고령 암컷에게 권위를 부여하듯 연장자 머릿속 경험을 중시해 인간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는데, 아시아 문화권에도 이와 유사한 전통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둘째, `무엇을 하라(Do)`고 하기보다는 `하지 말라(Do not)`는 부정적 조언(negative advice)을 명료하게 던지는 것이 낫다. 담배를 끊으라`는 말 한마디가 의료 기술 관련 데이터보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 명쾌할수록 효과가 크다. 탈레브 교수는 "모세의 십계명도 대부분 부정적 조언으로 이뤄지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결코 빚을 지지 말라`는 것은 이슬람 문명이 중시하는 덕목이지만, 대공황을 겪은 우리 할머니 세대는 거듭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비즈니스스쿨에서는 차입해(빚을 지고)서 투자해 차익을 내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현실이고 결국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갔다. 셋째, 지나친 전문화는 위험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과도한 낙관도 경계해야 한다. 데이비드 리카르도의 경제학 이론처럼 전문화되면 수익성이 높을지라도 그만큼 취약성에 대한 노출이 커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는 "기업도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4달러를 버는 곳과 보험에 가입하고 2달러만 버는 곳을 비교하자면 후자가 훨씬 낫다"고 덧붙였다. 넷째, 이기려고 애쓰기보다는 실수를 피하는 게 결과적으로 이득이다. 한꺼번에 모두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실수 때 조금 잃더라도 성공하면 대박을 낼 수 있는 옵션성(Option)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말이다. 탈레브 교수는 "체스경기를 잘 관찰해 보면 초보선수들은 이기려고 애쓰지만 노련한 고수들은 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실수만 피해도 꾸준히 노력하면 일류보다 앞서가고 행운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가 되면 블랙 스완이 닥쳤을 때 위험해질 수 있다. S&P500 상장 기업들 흥망성쇠를 보면 큰 기업들은 사라지지만 작은 기업들이 위기 때 더 잘 버티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고 전했다. ■ He is…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4일 새벽 비행기로 한국에 처음 도착한 그는 오전 세션 패널로 참석한 직후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시차 때문에 생긴 두통을 호소했다. 답답한 인터뷰 룸보다 시원한 바람을 쐬고 싶다고 해서 함께 호텔 정원으로 나갔을 때 그는 푸르른 잔디 옆에서 훨씬 자유로워 보였다.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는 현재 뉴욕대학 폴리테크닉연구소 특훈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직접투자와 투자컨설팅을 하는 `유니버사인베스트먼츠`도 이끌고 있다. 레바논 혈통 그리스정교 가문 출신으로 프랑스시민권자인 부모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파리대 학사와 와튼 MBA, 파리대학(Paris 9 Dauphine) 박사를 거쳐 월가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한 경험이 있다. 투자은행에서 1987년 블랙 먼데이를 겪으면서 `블랙 스완`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생각을 체계화한 첫 번째 책 `능력과 운의 절묘한 조화(Fooled by Randomness)`를 2004년 출간했고, 2007년 `블랙 스완` 출간으로 전 세계 30여 개 국가에서 번역돼 250만부가 팔리면서 유명세를 타게 됐다. 400만달러나 되는 인세를 미리 받은 다음 저작에서는 인류가 복잡한 세계에서 아이디어를 어떻게 행동으로 옮겨왔는지에 대해 분석할 계획이라고 한다. 2009년 다보스포럼에서도 빌 게이츠 등 명사들이 길게 줄을 서 그의 강연을 들으려고 몰려들었을 정도로 상한가를 치고 있는 학자다. 특히 어느 쪽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입장에서 박식함을 과시하면서 신랄하고 통렬한 독설을 날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지식포럼 연사로 초청돼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는 탈레브 교수. 낮에는 눈동자에 핏발이 설 정도로 열정적인 강연을 하면서도 밤에는 시차를 극복하지 못해 몽유병자처럼 호텔 바를 서성거렸다고 털어놨다. [이한나 기자] 2009.10.30 08:58:4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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