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화

[커버스토리] 10%는 상품옵션 90%는 국채에 투자하라

ngo2002 2009. 10. 30. 10:37

탈레브의 `블랙스완과 함께 살기` 사상과 철학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는 10여 년간 월스트리트에서 직접투자와 분석을 해온 전문가다. 그가 귀띔해 줄 수 있는 `재테크의 팁`은 무엇일까. 인터뷰 중 `한국 투자자들에게 팁을 달라`고 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사절`이다. 그는 "난 경제학자들처럼 전망을 하거나 증권사 직원처럼 팁을 주지 못한다. 하고 싶지도 않다"면서 "틀릴 조언을 뭣하러 하나"고 반문했다. "블랙 스완에 썼던 중요한 메시지 중 한 가지가 `팁을 찾아 헤매지 말라`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탈레브는 `부정적 조언(Negative Advise)`을 하겠다고 말했다. 누군가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할까요"라고 물으면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한마디 조언이 "60년 동안 이러이러한 약을 찾아서 매일 복용하라"는 말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만약 `폐암`이라는 블랙 스완을 담배를 피우지 않는 습관 하나만으로 막을 수 있다면 그의 지적은 옳다. 그렇다면 그가 하지 말라는 재테크의 전략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그것은 현재 금융 전문가들이 대부분 권하고 있는 `중간값 위험도(median risk)` 투자를 절대 하지 말라는 것이다.(Do not go on `median risk investment`.) 투자에 위험(risk) 개념이 광범위하게 도입된 이후 극단적인 위험선호자(risk taker)나 반대로 극단적인 위험기피자(risk reverser)가 아니면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를 중간 정도의 위험도에 맞춰 투자를 하곤 한다. 그러나 탈레브는 묻는다. "누가 그 위험이 `중간 정도(median)`라고 보장할 수 있나?"라고. 적어도 `블랙 스완`의 세계에선 절대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주식이나 펀드 투자를 보자. 은행이나 증권사 등에서 권하는 전형적인 `포트폴리오`는 위험분산이란 명목으로 어중간한 주식들을 모아놓은 경우가 많다. 인기가 높은 펀드도 주식편입 종목이 약간의 우량주와 약간의 중소형주를 모아 조합을 짓곤 한다. 평상시엔 이들이 `중간 정도`의 수익과 `중간 정도`의 위험이 있는 것이 맞다. 그러나 `블랙 스완`이 돌아다니는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탈레브가 말하는 `극단의 세계(Extremistan)`에서는 이런 것을 경계해야 한다. 한 마리의 `블랙 스완`은 투자자의 운명 자체를 한순간에 바꿔 놓을 수도 있으니까. 그는 대신에 `바벨 전략`을 권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바벨 전략이란 `초보수적인 투자 대상과 초공격적인 투자 대상의 조합`이다.

바벨(역기)의 무거운 추가 가운데가 아닌 양쪽 끝에만 달려 있는 것을 빗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바벨 전략이란 채권 운용에서 쓰이는 개념으로 듀레이션이 중간 정도인 채권에 전부 투자하기보다는 양극단에 투자해야 이자율 급변 시기에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탈레브는 "예를 들어 85~90%를 국채 등 거의 완전한 안전 자산에 넣어두고 나머지 10~15%를 위험에 완전히 노출되는 극단적인 투자상품에 넣어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지난해 말 전 세계에 충격을 줬던 `블랙 스완`이 출몰하더라도 자산의 85~90%는 지키고 나머지만 잃으면 된다. 만약 `긍정적인 블랙 스완`이 올 경우 10~15%로 배분해뒀던 공격 상품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블랙 스완`이 돌아다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보는 것일까. 그에게 `당신은 여전히 부정적인(gloomy) 전망을 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한 술 더 뜬다. "나는 부정적이지 않고 크게 염려스럽다(I`m not gloomy. But `Mega Worry`)"는 대답이다. 특히 미국 경제에 대해 염려스럽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조지 부시 전 대통령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더 형편없다(worse)고도 했다. 부채를 줄여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개인의 부채를 사회적 부채로 이전시키며 더 늘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투자자들의 부채를 부채질하는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같은 투자은행(IB)들이 주범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부채를 늘리는 이런 행태를 `월스트리트의 병(Disease)`으로 표현했다. 그는 "(블랙 스완이 나타나는 시대에서는) 높은 부채는 곧 높은 위험이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에 비해 개인 부채가 적어 부럽다고 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환경에서는 훨씬 유리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탈레브는 세계적으로 증폭되고 있는 빚더미가 새로운 블랙 스완을 불러들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 독설가 탈레브의 말ㆍ말ㆍ말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의 냉소는 매우 단호하고 유쾌했다. 그에겐 `예의상 눈감아주는` 허식 따위는 없었다. 세계지식포럼에서 그의 강연이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 참석자가 "한국이 내년 G20 개최국으로 결정돼 국민 기대가 크다. G20가 세계 경제에서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한국인 참석자들을 배려해 입에 발린 답변을 예상했지만 그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No!`라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그는 "G20에 참석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나 서머스(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가 금융위기에 대해 제대로 이해나 하고 있을지나 모르겠다. 다른 나라 정상도 다들 비슷한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그의 냉소에는 거침이 없었다. "한국 국민은 참 행복하다. (미국 FRB 의장인) 버냉키가 없으니"라든가, "오바마가 상황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저명한 경제학자와 증권가 애널리스트도 그의 조롱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그는 "저명하다는 경제학자들은 말할 때는 똑똑해(smart) 보이지만 대부분 틀린다"고 말했다. 그에게 경제 전망을 묻자 "경제학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정확하지 않은) 전망을 한다. 난 틀린 전망을 하기도 싫고 전망을 한다고 돈 주는 사람도 없으니 안 한다"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골드만삭스와 같은 세계적인 투자은행도 단골 비아냥 대상이다. 그는 인터뷰 직전 참석했던 세션에서 IMF의 한 전문가가 2010년, 2011년, 2012년 경제전망을 했다면서 "2007년에 2009년을 전망했던 내용이 완전히 틀려버렸는데도 또 내년, 내후년을 거론하고 있다"면서 "그들의 말이 맞는 것을 본 적 있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그가 대형 투자은행이나 혹은 초특급 트레이더 등 월스트리트의 메이저 출신이 아니어서 냉소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김선걸 기자]

2009.10.30 08:58:47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