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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용의 화식열전] LG화학 분할, 매수청구권으로 무산될까

ngo2002 2020. 9. 18. 09:45

입력 2020.09.18 09:38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LG화학 물적분할이 ‘뜨거운 감자’다. 빅히트엔터에서 BTS를 떼어냈다는 불만과, 분할해도 자회사로 그 가치를 누릴 수 있으니 괜찮다는 반론이 팽팽하다.애초 LG화학 기업분할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부정적 시각이 그리 크지 않았다. 분할방식이 지배구조가그대로 유지되는 인적분할이 아닌, 사업부문을 100% 자회사로 떼어내는 물적분할로 확정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주가가 급락했으니 일단 시장에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봐야 한다.LG화학이 2차전지 사업부분인 LG에너지솔루션을 떼어내는 명분은 투자자금 마련이다. 아직 제대로 수익이 나지 않는 만큼 외부에서 투자할 돈을 구해야 한다. 빌리면 재무부담이다. 자본으로 조달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문제는 주식을 더 발행하면 지배구조에 영향을 준다.

우선 3자 배정증자는 기존주주 지분가치가 희석된다. 현재 ㈜LG의 LG화학 지분율은 30.6%다. 최소한의 지배력으로 인정되는 30%를 간신히 넘긴다. 3자 배정증자가 이뤄지면 지분율이 하락한다.지분률 하락을 막으려면 구주주 대상 증자가 필요하다. 주주들이 돈을 더 내야한다. 최대주주인 ㈜LG의부담이 가장 크다. 물적분할은 ㈜LG 입장에서 3자 배정과 구주주증자의 문제를 해결할 묘수다.물적분할을 하면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 100%를 갖는다. LG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을 팔 게 아니라면 중요한 것은 지배력이다. 기업공개(IPO)해서 지분율을 70%로 떨어뜨려도 ㈜LG는 LG화학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의 경영권을 견고히 유지할 수 있다.

기존 LG화학 일반주주들은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기업가치를 충분히 누리기 어렵다. 연결재무제표로 이어지지만, 실제 시장에서 연결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누리는 사례는 거의 없다. 삼성전자 지분 9%를 가진 삼성생명을 보자. 삼성전자 지분가치는 30조원에 달하지만, 삼성생명 시가총액은 13조원이다.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4%를 가진 삼성물산도 마찬가지다. 삼성바이오 지분가치는 20조원이 넘지만 삼성물산 시총은 20조원이다. ㈜LG의 LG화학 지분가치는 15조원인데 시총은 14조원이다. 지배주주 가치는 지배력이 목적인 만큼 시장가치로 평가되지 않는다.

논란이 큰 만큼 결국 주주총회가 분수령이다. 회사 분할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LG측이 최소요건인 발행주식 1/3을 보유하고 있지만, 주총 참석주주 2/3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부결된다.36%를 보유한 외국인 주주가 과연 개인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줄 지가 관건이다. 또다른 변수는 매수청구권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무산 사례처럼 기업 합병이나 분할이 실패한 사례를 보면 표결 보다는 매수청구권이 기준을 넘겨 행사된 경우가 많다. 매수청구권이 일정 수준을 넘게 되면 회사의 재무부담이 커져 분할효과가 훼손된다. 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은 최근 주가 평균으로 구해진다. 최근 LG화학 주가는 70만원대 이상에서 형성됐다. 매수청구권으로 인한 분할 무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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