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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D]점점 더 치열해지는 디지털 화폐 경쟁

ngo2002 2020. 8. 21. 09:06

[중앙일보] 입력 2020.07.14 16:5
화폐의 변화 속도가 빠르다. 화폐는 거래를 매개하는 수단이다. 과거 동전이나 지폐가 거래의 주된 수단이었다면, 이미 신용카드로 전환된 지 오래다. 2019년 신용카드 이용 비중은 43.7%로 현금 이용 비중(26.4%)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쇼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신용카드에서 핀테크 기반의 간편결제로의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다. 2021년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마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기 시작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타에는 체크/직불카드, 계좌이체, 모바일카드, 선불카드/전자화폐가 포함됨 (자료: 한국은행)

디지털 화폐란 무엇인가?

디지털 화폐(Digital Currency)란 금전적 가치가 전자적 형태로 저장, 이전 또는 거래될 수 있는 통화를 의미한다. 최근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의 기술들이 발전하고 다양한 영역에 걸쳐 적용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디지털 화폐가 발행되고 있다. 아날로그식 현금에서 디지털 기반의 화폐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화폐는 크게 암호화폐(Cryptocurrency),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로 구분된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분산 환경에서 암호화 기술을 사용해 만든 일종의 디지털 화폐다. 암호화폐는 가격변동성이 매우 커 화폐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등의 단점이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암호화폐의 단점을 보완해 민간 기업들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통화와의 일정한 교환비율을 설정한 화폐다. 보통 1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되었다. 다만 그 정보의 주체가 민간이 된다는 점에서 정책적으로 통제가 어렵다든가 하는 단점이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중앙은행 내 지준예치금이나 결제성 예금과는 별도로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새로운 화폐를 가리킨다. 중앙은행에서 발행하고 정부가 직접 관리감독 한다는 면에서 안정성이 높다. 암호화폐는 익명성이 보장되어 있어, 자금세탁, 탈세 등과 같은 불법적 용도로 악용될 수 있으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통제가 가능하다. 즉 거래의 익명성을 보장할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 익명성을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기존의 화폐를 대신할 수 있어 ‘현금 없는 사회’로의 이행을 가속화 할 수 있고 물가안정 등과 같은 통화정책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중국은 왜 ‘디지털 위안화’를 추진하는가?

최초의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는 중국으로부터 발행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민은행은 2014년 세계 최초로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 연구팀을 구성했고 2017년에는 디지털 화폐 연구소를 설립했으며 2020년 2월 84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개최 예정 시기에 맞춰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전면 도입할 계획이었다. 중국 인민은행은 광둥성 선전, 장쑤성 쑤저우, 허베이성 슝안 신구, 쓰촨성 청두 등의 도시에 걸쳐 디지털 위안화 실증 시험에 들어간 상황이다. 2020년 5월부터 공무원 급여 지급이나 교통 보조금, 식음료·유통업 등의 다양한 영역에 걸쳐 활용하면서 스마트 시티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현금 없는 사회로의 이행을 앞당겨 화폐 관리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위조 및 자금세탁 방지 등과 같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이룰 계획이다. 특히 중국 내 주요 민간기업(텐센트, 알리바바 등) 등에 대한 금융시스템 의존도를 축소하는데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금은 오프라인 환경에서 활용되고 카드/전자결제/핀테크는 각 회사가 지급결제 및 송금 등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중앙은행이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관리·감독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코로나19 이후 재점화 됨에 따라 중국은 대응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디지털 위안화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란 등과 같은 나라들에 경제 제재를 가해 주변국들과의 경제교류를 차단하는 것처럼 중국 입장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이 가장 격화된 상황을 고려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즉 위안화 기반의 대외거래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인 것이다. 중국은 수년 간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해 왔지만 사실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세계 외환시장에서 중국 위안화의 비중은 2.2%에 불과하다.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의 주요 통화들의 영향력도 쇠퇴하고 있는 과정에서 미국 달러화는 44.2% 수준의 외환시장 거래 비중을 유지함으로써 기축통화로서의 영향력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일평균 장외외환거래량, 역내외간 쌍방 거래로 거래량의 합이 200%이나, 이를 100% 기준으로 환산함 (자료: BIS Triennial Central Bank Survey (2019.12.))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 질서에서 중국 위안화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가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 등에 참여하는 국가와 기업들이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도록 환경을 조성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중국 인민은행은 페이스북이 디지털 화폐 ‘리브라’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미국의 금융지배력이 확장될 것을 우려하면서 디지털 위안화 사업을 더욱 앞당기는 모습이다.

중국만이 아니다 - 주요국 디지털 화폐 경쟁

사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민간기업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2019년 6월 리브라 백서를 통해 2020년 상반기 디지털 화폐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을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월간 활성화 사용자가 약 30억 명에 달해 세계 인구의 1/3 이상이 송금, 결제 등 매우 저렴하고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미국 달러뿐만 아니라 유로, 엔화, 영국 파운드화 등으로 구성된 바스켓에 단일통화를 연동시킨 페이스북의 ‘글로벌 통화’ 구상은 우선 유보되었다. 국제 통화 질서와도 맞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반대했고 무엇보다도 미국의 규제 당국이 허락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2020년 4월 수정백서를 발간했고 ‘리브라 페이’라는 간편결제 서비스로 전략을 전환했다.

유럽의 경우 발행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각국이 직면한 상황에 따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웨덴, 아이슬란드, 터키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의 시범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스웨덴은 현금 사용량이 줄어들면서 중앙은행 차원에서 안전한 결제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e-krona(스웨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를 시범사업으로 실험하며 미비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최근 스웨덴은 국제기구 활동에 자금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등 국내법 개정을 국회에 요청해, 국제결제은행(B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의 디지털 화폐 혁신 허브(BIS Innovation Hub)를 유치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유럽의 18개 중앙은행 전문가 네트워크인 EURO Chain을 중심으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를 연구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최근 태세를 전환한 모습이다. 중국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하고, 유럽 주요국들이 대응하고 있으며 그 밖에도 우루과이, 바하마, 캄보디아 등의 국가들도 시범운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일본은행은 2020년 7월 3일 실증 및 시범 운영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도 당초 매우 소극적인 입장이었으나 최근 제롬 파월 연준(Fed) 의장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에 앞장서는 것이 Fed의 책임”이라고 표현하는 등 기조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미국은 싱크탱크 기관인 ‘디지털 달러 재단(Digital Dollar Foundation)’을 설립해 미국 달러의 디지털화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2020년 5월에는 디지털 달러 백서를 발표했다. 최근 중국의 디지털 화폐 주도를 막기 위해서라도 리브라가 필요하고, 사법당국이 관리감독이 가능할 수 있도록 투명성을 강화하는 새로운 규제를 제시해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 화폐 경쟁 시대의 대응

첫째,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에 대응해야 한다. 오프라인 쇼핑에서 온라인쇼핑으로의 전환, 비대면 서비스의 보편화, 생체인식기술과 핀테크의 고도화 등의 배경 아래에서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었지만,디지털 화폐가 이 전환을 앞당겨 놓을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 산업과 유통 산업은 물론이고 산업 전반에 걸쳐 변화하는 결제환경에 맞게 비즈니스 모델을 개편해야 한다.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가 사용되기 시작할 경우 송금서비스나 직불카드 등의 기존산업이 구조조정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통시장을 비롯한 지역 소상공인들이 변화에 느리게 대응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지 않도록 하는 인프라 지원과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세계 통화 패권의 움직임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각국의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가 발행되기 시작하고, 리브라, 테더(Tether), JPM Coin과 같은 민간기업 중심의 스테이블 코인이 글로벌 통화로 등장하게 될 미래가 머지않다. 디지털 화폐가 수출입 거래의 회계단위가 되고 결제대금의 청구 기준이 되면 환율이 국제 무역에 주는 영향력이 약화 될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은 패권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중국은 패권을 빼앗으려 노력할 것이다. 경제적으로 중요한 양국의 전쟁 속에서 한국은 어떠한 통화에 기초해 대외거래를 지속할지 등에 대한 중장기적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셋째, 디지털 통화 개발 및 정책적 활용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국내 여건에 맞는 디지털 통화를 개발하고 기존에 이행했던 한국은행의 ‘동전 없는 사회’ 시범 사업과 연계해 테스트를 시도해야 한다. 각종 지원금을 제공하거나 공적 서비스 이용에 활용하는 정책도 고려할 수 있다. 불법 자금을 추적하는 등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정책으로서도 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한편 물가안정 및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정책의 수단으로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의 개발이 필요하겠다. 만약 글로벌 디지털 통화가 도입될 경우 바스켓에 포함된 화폐에 대한 수요는 증대되고, 포함되지 않은 국가로부터의 자본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시나리오의 전개를 먼저 예상하고 상황에 걸맞은 범국가적 대응전략들이 모색되어야 하겠다.



[출처: 중앙일보] [트랜D]점점 더 치열해지는 디지털 화폐 경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