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 55년생 어쩌다 할배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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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박재수씨는 한 달에 두세 번 전북 고창군의 어머니(89)를 찾는다. 박씨가 지난달 말 고창 집
앞마당에 심은 쪽파를 다듬던 중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아주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맏형인 55년생은 올해 만 65세가 되면서 법정 노인이 됐다. 노인복지법은 ‘국가와 지자체는 노인의 보건 및 복지증진의 책임이 있으며, 이를 위한 시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제는 부양받을 때가 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적지 않은 55년생이 부양받기는커녕 부양 책임을 떠안고 있다. 중앙일보가 55년생 32명을 심층 인터뷰 했더니 11명이 어깨에서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다.
노인 돼도 부양 짐 못 벗는 낀 세대
“월 300만원 적자, 마이너스 통장 써”
청년실업에 캥거루 자녀 끼고 살아
“공시 준비 아들 10년째 용돈 대줘”
55년생 71만 명 중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45.8%. 경제활동 기간에 노후 준비라는 걸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랫 세대(자녀), 윗 세대(부모) 사이에 끼여있다. 강원도 춘천시 박종석씨도 마찬가지다.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둘째 아들(34)에게 월 50만원을 지원한다. 10년째 그리한다. 박씨는 93세 노모에게 월 10만원의 용돈을 챙겨드린다. 박씨는 농촌체험 관광사업체에서 일한다. 월 170만원 정도 버는데, 이 돈과 연금 등으로 생활비와 부양 비용을 해결한다. 월 10만원 가량 어린 손주들에게 들어간다. 그나마 아직 적자를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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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맏이 55년생의 샌드위치 부양.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겨울인데, 외풍이 있어서 춥지 않으세요.”(박씨)
“뭐가 추워, 내 집인데.”(어머니)
“텃밭 가꾸는 거 힘들지 않으시냐. 뭐하러 하시냐.” (박씨)
“이게 다 (자식들 나눠주는) 재미지.”(어머니)
모자간에 이런 정겨운 대화가 오간다. 박씨는 갈 때마다 20만원을 쥐어준다. 박씨는 “모시고 살지는 못하지만 마지막까지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청년실업이 심화되면서 20, 30대 자녀도 55년생이 끌어안고 있다. 부산의 김명식씨는 36세 아들의 용돈을 댄다. 충북 청주의 이모씨는 2년 전부터 아들(27)의 생활비·학원비로 월 150만원을 지출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55년생 126명을 조사(2017년)했더니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부양하는 사람이 30명이며, 월 183만원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의 37.3%를 차지한다. 손자 돌봄 부담도 만만찮다. 30명이 해당한다. 부모·자녀·손자를 다 돌보는 사람이 17명이다. 최진호 아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은퇴 무렵에도 자녀가 취업하지 못해 끌어안고 있을 경우 급속도로 빈곤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청년 일자리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김현예·이에스더·정종훈·김태호·윤상언 기자 ssshi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장모 간병 30만원, 미혼 자녀 50만원…55년생 허리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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