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0·78살..인간은 세 번 늙는다
곽노필 입력 2019.12.10. 08:06 수정 2019.12.10. 08:26
노화가 직접적인 질병은 아니다.스탠퍼드대 신경과학자 토니 와이스-코레이 교수는 "이 연구를 시작했을 때 우리는 나이는 점진적으로 먹는 것이기 때문에 노화도 상대적으로 서서히 진행될 것이라고 가정했다"고 말했다.단백질 수치로 본 노화 그래프는 선형 곡선이 아닌 세 개의 뚜렷한 꼭지점을 형성했다.추후 연구가 의도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조만간 피 한 방울로 적어도 세포 수준의 생체 노화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한다.
나이 들면서 서서히 늙는 게 아니라
34·60·78살에 급속진행 변곡점 형성
373개 단백질로 나이 정확예측 가능
노화가 직접적인 질병은 아니다. 하지만 수명을 단축하는 만성 질환의 위험인자라는 점에서 잠재적인 치료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노화 치료의 한 방법으로 거론되는 것이 젊은 피를 수혈하는 청춘요법이다. 의과학자들은 실제로 어린 쥐의 피를 수혈받은 늙은 쥐에서 노화가 멈추거나 역전되는 현상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런데 노화는 평생에 걸쳐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세 번의 급진적인 노화 시기를 거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과학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된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알아낸 노화 촉진 시기는 34살, 60살, 78살이다. 나이가 들면서 몸 안에서 노화 기어가 세 번 작동하는 셈이다. 우연의 일치이기는 하겠지만, 전통적인 노인 진입 나이인 60세 환갑의 의과학적 근거도 확보하게 됐다.
연구진은 18~95세에 이르는 4263명의 혈액에서 액체 성분인 혈장을 분리한 뒤, 여기에서 3000가지의 혈장 단백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 가운데 1379가지 단백질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는 걸 발견했다.
스탠퍼드대 신경과학자 토니 와이스-코레이 교수는 "이 연구를 시작했을 때 우리는 나이는 점진적으로 먹는 것이기 때문에 노화도 상대적으로 서서히 진행될 것이라고 가정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결과는 딴판이었다. 단백질 수치로 본 노화 그래프는 선형 곡선이 아닌 세 개의 뚜렷한 꼭지점을 형성했다. 단백질 수치의 급변은 생체 활동 프로그램의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특히 30대 중반인 34살 무렵에 노화 관련 단백질 수치가 급등하는 걸 보고 매우 놀랐다고 한다.
연구진은 그러나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단백질 수치의 변화가 노화의 결과인지, 아니면 그 원인인지도 불분명하다. 와이스-코레이 교수는 다만 "혈액 속 단백질 대부분은 다른 장기 조직에서 오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노화한 단백질의 출처가 간이라면 간이 늙고 있다는 걸 뜻한다.
연구진은 특히 이번 연구에서 373개의 단백질 조합으로, 사람의 나이를 3년 범위 내에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생리 시계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개인의 혈액 단백질 구성과 비교하면 신장 같은 특정 장기의 노화가 다른 사람에 비해 빠른지 더딘지를 판별할 수 있다. 연구진이 생리 시계를 적용해본 결과, 측정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상당히 낮게 나온 사람들은 건강 상태가 매우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앞으로 쥐의 노화 역전 실험에서와 같은 긍정적 효과를 내는 혈장 단백질을 찾아내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연구에선 남성과 여성의 노화 경로가 다르다는 것도 확인했다. 나이에 따라 변화하는 1379개 단백질 가운데 거의 3분의2에 해당하는 895개 단백질은 남성과 여성 중 특히 한쪽의 노화와만 관련성이 깊었다.
물론 이번 연구는 초기단계일 뿐이다. 이번 연구에서 드러난 혈액 단백질의 노화 패턴이 보편적으로 확인되는지, 각 단백질의 노화 기여도는 얼마나 되는지 등은 앞으로 연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연구진은 임상에 적용되려면 앞으로 5~10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추후 연구가 의도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조만간 피 한 방울로 적어도 세포 수준의 생체 노화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한다. 와이스-코레이 교수는 "머신러닝을 이용하면 9개의 단백질만으로도 정확한 테스트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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