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마이너스 물가 시대 ①] 정부 "디플레 경계해야 하지만…"

ngo2002 2019. 9. 11. 10:08

[마이너스 물가 시대 ①] 정부 "디플레 경계해야 하지만…"

기재부·한은 긴급회동

"농산물·석유류 일시적 하락탓
일본식 침체 우려 없어" 진화

  • 문재용 기자
  • 입력 : 2019.09.03 17:54:36   수정 : 2019.09.03 20:28:21


사상 최초의 물가 하락 현상에 정부와 한국은행은 경계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디플레이션이 시작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일본식 장기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는 것을 진화하는 데 힘쓰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거시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거시경제협의회는 양 기관이 거시경제 이슈를 논의하고 정책 방향을 협의하는 자리다.
통상 비공개로 진행되지만 마이너스 물가가 발표된 이날 회의는 이례적으로 공개 진행됐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날 "디플레이션은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현 상황을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볼 수는 없다"며 과도한 불안감이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김 차관은 "물가상승률이 급격히 낮아진 것은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낮은 상황에서 농산물 및 석유류 가격 하락 등 공급 측 요인 때문"이라며 "과거에도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소비자물가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3년간 평균 수준으로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올랐다면 8월 물가상승률은 1%대 중반 수준이었을 것"이라며 "물가 상황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말부터 물가가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도 이어졌다. 김 차관은 "(농산물과 유가 변동에 따른)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연말부터 0%대 중후반으로 물가상승률이 올라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물가상승률은 2020년 이후 1%대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윤 부총재는 또 "경기순환적 요인뿐 아니라 글로벌화, 기술 진보 등 구조적 요인 영향이 확대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본과 같은 장기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 차관은 "일본은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서 과도한 버블이 있었는데, 한국은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자산시장 붕괴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문재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