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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물가 시대 ②] 경기침체에 안전자산만…골드바 판매 50%↑

ngo2002 2019. 9. 11. 10:05

[마이너스 물가 시대 ②] 경기침체에 안전자산만…골드바 판매 50%↑

확실한 수익추구 성향 강해져
예·적금 잔액도 빠르게 늘어



"요즘 PB센터를 찾는 고객들은 위험 투자는 거들떠도 안 봅니다. 또박또박 수익이 나오는 인컴형이나 글로벌로 자산을 분산해 리스크를 낮춘 보수적인 투자 상품만 찾다 보니 여기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고 있습니다."(A시중은행 WM 부문 부행장)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R의 공포`, 여기에 유례없는 마이너스 물가 시대까지 겹치자 재테크 시장에서 돈의 흐름도 극도로 움츠러들고 있다. 연평균 이율이 2%도 안 되는 은행 예·적금에 돈이 몰리는 동시에 달러·금·은 같은 안전자산은 올해 들어 가격이 급등했는데도 찾는 손길이 끊이지 않는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8월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정기 예·적금 잔액은 690조1603억원으로 전달보다 11조8519억원 늘었다. 6월 대비 7월 말 잔액이 9조945억원 많아진 것과 비교하면 월간 증가액이 한 달 새 2조원 넘게 뛴 것이다. 은행연합회가 집계한 지난달 말 국내 18개 은행이 판매한 정기예금 상품 40개 가운데 1년짜리 금리가 2%를 넘는 것은 단 하나뿐이다. 가장 낮은 금리는 1.13%다. 적금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제대로 된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불안한 시장 상황에 원금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투자자들이 은행 예·적금에 계속 돈을 넣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 매입도 꾸준해 국내 5대 은행 달러예금 잔액은 8월 한 달간 23억달러가량 늘었다. 최근 달러당 원화값이 오르자 차익 실현 수요가 몰리면서 주춤했던 달러예금 규모가 지난달 들어 다시 늘었다. 1g당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인 6만원대로 뛰었지만 금을 찾는 수요도 여전해 8월 은행 골드바 판매량은 전달보다 64% 뛰었다. 특히 실버바 판매는 같은 기간 4배 넘게 급등했다. 한 시중은행 PB는 "금리는 계속 내려가고 변동성이 큰 시장 상황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며 "내년까지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침체된 주식시장을 꺼리는 투자자들은 리츠(REITs)와 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리츠는 간접 부동산 투자 상품으로 오피스나 리테일 임대료를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이다.
주식시장에서 언제든 거래할 수 있는데 최근 시중 금리에 비해 배당 매력이 높아지며 몸값이 뛰었다. 시중금리는 연 1% 수준인데 리츠 종목은 최근에도 연 3% 수익률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츠는 배당수익률이 높을 뿐 아니라 저금리·저물가 시대에 안정적인 부동산 실물을 담는다는 점에서 투자 수요가 계속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식 플레인바닐라 투자자문사 대표는 "저금리 상황에서 리츠의 매력이 부각되며 펀드 매니저들도 서로 리츠를 자신의 펀드에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며 "올해 신규 상장되는 리츠 역시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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